그날 이후, 강혁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들려왔다.그날의 전화, 그 여자의 목소리.“선생님, 해남시 병원입니다. 옆집 할아버지가”짧은 문장, 낮게 떨어지는 억양,감정선을 교묘히 숨긴 발음.그건 단순한 사기꾼의 톤이 아니었다.訓련된 사람의 목소리였다.그는 오래전 작전 중 들었던 음성 기록을 떠올렸다.캄보디아, 프놈펜 근처의 작은 호텔.그곳에서 들었던 한 여성의 목소리.“대상, 확보했습니다. 송금 확인해주세요.”그 목소리는 어딘가… 지금의 그녀와 닮아 있었다.단어 하나, 숨소리 하나까지.아침이 밝자, 강혁은 낚싯대를 챙기지 않았다.대신 노트북을 열었다.이곳 마을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리스트를 불러왔다.이름, 통화 일시, 목소리 특성. 그는 데이터를 비교했다.모든 통화의 공통점“끝에 숨을 삼키는 듯한 호흡.”그는 그 특유의 호흡을 기억하고 있었다.언젠가 그녀가 꽃을 포장할 때도 그랬다.리본을 묶은 뒤, 아주 미세하게 숨을 삼키는 소리.그는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이미 알고 있었다.그게 ‘린자오밍’, 아니, 김수진의 습관이었다.한편 수진은 가게 문을 닫고 조용히 뒷골목 카페로 향했다.그녀는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 한 남자와 마주 앉았다.그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이번 주 명단이에요.”“좋아. 돈은 내일 오전에 입금할게.”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눈빛은 매섭게 날카로웠다.“혹시… 국정원 쪽 움직임 있어?”“해남에 내려온 감시 인원 하나 있어요. 서여진이라고…”그 이름에 수진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 여자는 신구 밑이지?”“맞습니다. 이번엔 좀 다릅니다. 현장에서 독자 행동 중이래요.”“흠.”수진은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그녀의 속눈썹이 떨렸다.'강혁 주변을 감시하겠다는 뜻이겠지.'밤이 깊어갈수록, 해남의 바다는 검은 벨벳처럼 출렁였다.수진은 그날 밤 유난히 오래 불을 켜둔 채 가게
Última atualização : 2026-03-2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