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이었다. 이 시각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어리친 개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기찰을 도는 순관들의 횃불이 한양 거리 이곳저곳서 번뜩이고 있었다.한양 동쪽 어딘가에 다른 관문보다 훨씬 경계가 덜한 성문이 하나 있었다. 성문이라기보다는 거의 다 허물어져가는 폐허 같은 곳으로, 산시(山勢)가 험해 도성 안팎을 몰래 오갈 수 있는 뒷길로 이용되고 있었다.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기찰을 피해 관문에 다다른 누군가가 무너진 성벽 잔해를 원숭이처럼 기어올랐다.능숙하게 성벽을 넘은 그림자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야산 속으로 사라졌다.산길을 탁탁- 딛는 발소리가 처량하게 울렸다.통금 시각을 넘어 남몰래 움직이는 그림자. 절대로 떳떳한 사람은 아니었다.다름 아닌 뒷골목 왈패, 곰보였다.곰보는 몇 식경이 흐르는 동안 고개를 타 넘고, 시냇물도 여럿 건넜다.언제 어디서 표범이나 호랑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산길을 오르내리는데, 걸음에 거침이 없었다.꼭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산기슭 아래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통과하자 골짜기 속 깊은 곳에 파묻힌 공동(空洞)이 하나 나왔다.뜻밖에도, 화톳불로 밝혀진 동굴 앞에 도끼와 작살로 무장한 거한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곰보는 거침없이 그쪽으로 다가갔다.“암호?”거한 중 하나가 곰보를 발견하고 물었다.“한수정후 관운장.”곰보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암호가 들어맞자 거한들이 옆으로 비켜섰다. 곰보는 그들 사이를 지나 화톳불이 타오르고 있던 동굴 입구를 지나쳐 들어갔다.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곰보는 숨을 깊게 훅- 들이마셨다.동굴 안쪽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허가받지 않은 도검, 약재, 보석, 장물 따위가 놓인 좌판이 양옆으로 죽 늘어서 있었다. 게다가 흥정을 하거나, 놓인 상품들을 살펴보는 손님들도 보이는 것이 작은 고을 규모의 시장을 통째로 옮겨온 듯했다.바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암상인들이었다.시장에서 정식으로 거래되기 힘든 물건들을 사고 파는 일종의 번개시장으로,
Huling Na-update : 2026-03-1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