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나와 꽤 오래 걸어가니 어느덧 밤 기찰을 돌 때가 가까워졌다.앞서 걷던 이포교는 조금만 더 서두르자며 발길을 두 배는 더 빨리 했다.어림잡아 한양 반 바퀴는 돈 것 같았다. 집, 저자, 우물, 골목을 지나 북편으로 내려가다 보니 가득 들어차있던 가옥들은 온데간데없고 제법 한적한 공터가 하나 나왔다.양옆으로 논과 밭이 늘어서 있어 육지 속의 섬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그 앞에 제법 운치가 깃든 기와집 한 채가 서 있었다.“따라오게.”이포교가 기와집을 향해 걸어갔고, 뒤따르던 천우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흐르는 물만 하나 앞에 두었으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절경이었겠군.’두 사람이 기와집 앞에 다ᄀᆞ 섰다.용건이 없는 한,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두꺼운 대문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쿵- 쿵-이포교가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초립을 쓴 사내 하나가 퉁명스런 표정이 되어 내다보았다.“뉘시오?”“저올시다.”이포교가 초립 쓴 사내를 알아보고 아는 체를 했다.“아, 이포교! 오랜만이군.”그러자 초립 쓴 사내도 얼굴이 제법 풀린 채로 이포교를 맞았다.“그간 강녕하셨습니까?”“여기야 뭐 항상 별일 없네만. 그래, 이 늦은 시각에 무슨 일인가?”“염치없지만 여기서 신세를 좀 질까하여 왔습니다.”“신세?”초립 쓴 사내가 앞에 서 있던 두 포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두 사람 모두 말인가?”“아, 저는 금방 떠날 것입니다. 여기 있는 이 친구는 이번에 새로 금화도감 포교가 된 백천우인데, 아직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부득불 제가 데리고 왔습니다.”“딱한 사연이군.”“받아주시겠습니까?”“손을 물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초립 쓴 사내가 뒤로 물러나며 문을 크게 열었다.“들어오시게.”“감사합니다.”두 포교는 기와집 안으로 들어섰다.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안채, 사랑채, 별채까지 합하여 식객 다섯 정도는 충분히 머물 수 있을만한 공간이 마련된 곳이었다.담장이 높고 두터웠으며, 기와는 이끼
Huling Na-update : 2026-03-29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