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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붉빛미르: Chapter 21 - Chapter 30

94 Chapters

국왕을 알현하다 (2)

  세 사람이 모두 올라타자 놀랍게도 나룻배는 저절로 움직였다.천우는 감히 뱃전에 걸터앉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선 채로 어서 섬에 다다르기만을 기다렸다. 뱃전이 섬 끝에 닿자 세 사람은 섬으로 하나둘씩 내려왔다.지운, 이도, 천우 순으로 한 줄이 되어 걷다보니 섬 중앙에 있던 어느 사당으로 다가가고 있었다.섬은 고요하고 한적했다. 분명 맑은 날씨였는데, 이쪽에서 보니 궁궐 쪽이 안개가 서린 듯 희뿌옇게 보였다.새벽녘에 잔잔한 바닷가 암초 위에라도 올라와 있는 듯했다. “뒤쳐지지 말게.” 저쪽에서 지운이 타박하는 투로 불렀다.순간 누구와 동행하고 있는지 떠올린 천우는 어마뜨거라, 싶어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지운과 이도는 이미 사당 앞에 다다라 있었다.지운이 잠긴 문을 여느라 잠시 멈춘 사이, 천우는 헐레벌떡 기다리고 있던 이도의 옆으로 다가갔다. “참 좋은 곳이지 않느냐?” 뒷짐을 진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던 이도가 문득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천우는 서둘러 숨을 가다듬었다. “실로 신선이 사는 곳 같사옵니다. 전하.”“그래서 과인 또한 여기를 좋아하느니라. 여유가 나면 이곳에 제대로 된 정자라도 하나 지어볼까 하는 마음이다.”“분명 원하시는 대로 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그때 되면 정자 이름을 뭐라 부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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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와 아들 (2)

밤이었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은빛 초승달이 빛나고 있었다. 별들은 소쿠리에 담긴 쌀알처럼 무성하고, 달빛에 반사된 빛무리가 밤하늘 차양처럼 드리워 있었다. 대궐이었다. 야음에 휩싸인 터라 현판이 보이질 않았으나 이곳이 어디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숙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근정전(勤政殿).’ 경복궁의 정전이자 임금이 다니는 어도(御道)와 신하들이 도열하는 품계석이 놓여있는 곳. 바로 조선의 심장부였다. 그리고 그는 그곳 근정전 계단 앞에 걸터앉아 있었다.익숙지 않은 몸을 한 채로. 육신과 정신이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팔도, 다리도 모두 제자리에 붙어 있었으나 남의 것을 보는 것처럼 어색했다.피부로 느껴지는 냉기도 이상했고, 숨을 쉬는 가슴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몸을 이루는 모든 것이 잘못 틀어진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깃들어 있다.’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지금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육체에 들어와 있었다. 구석구석 느껴지는 관절의 무게로 보아 꽤나 노쇠한 몸이었다.그러나 기골 자체는 강대하고 강인했으며, 오랫동안 창칼을 다룬 것처럼 단련되어 있었다. 비록 풍파에 닳은 몸이나, 검을 잡은 손아귀에는 대단한 호승심이 서려 있었다. 무사였다.무인(武人)의 육신이었다. 근정전으로 들어서는 정문, 근정문(勤政門)밖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났다.담장 위로 수십 명이 치켜든 횃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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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1)

이방원은 이성계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수년간 북방을 헤치며 단련한 몸이건만, 한창 젊고, 기세까지 등등한 아들의 손아귀는 쉬이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아바마마.”이방원이 다시 본연의 목소리로 불렀다.“이제 다 끝났습니다.”“무엇이 말이냐?”이성계가 쿨럭 기침을 하며 되물었다.“네놈이 말하는 끝이 당최 무어냐!”“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이방원이 범처럼 포효했다.그 기세에 이성계마저 움찔할 정도였다.“아바마마의 눈을 흐리게 만들었던 작자들. 그리고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를 탐낸 자들을 모두 쳐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순리에 맞게 처리해야 하는 법이 아닙니까?”“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 순리에 맞게 처리해?”“그렇습니다.”“이 나라의 원훈(元勳)을 죽이고, 피를 나눈 네 동생을 죽이고! 이제는 아비까지 죽이려 드는 것이 순리에 맞는 일이더냐!”“아버님께서 말씀하시는 원훈은 대체 누구입니까!”“포은 정몽주! 삼봉 정도전! 남은! 심효생! 이제!”“그들이 전부 아바마마께 충성하였다고! 아바마마께서 세우신 나라에 충성하였다고 단언할 수 있으십니까!”“누구는 나와 맞섰고, 누구는 나와 협력했다! 모두가 나의 편일 수는 없는 법이야! 그게 정치고 왕이고 나라야!”“그래서 아버님은 실패하신 겁니다!”이방원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흥분한 방원이 힘을 주자 목뼈가 부러질 듯 관절 틀어지는 소리가 뚜둑- 울렸다.“그래서 아바마마는 여기서! 홀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싸우고 계신 겁니다!”“뭐가 어째?”“모두가 나의 편일 수는 없다? 맞는 말이지요. 그래서 묻어놓고 가다가 등 뒤에 칼이라도 맞으면 누가 위로해준답니까?”“이놈! 감히 무슨 망발이냐!”“왕은 자기편만을 골라야합니다! 통치자는 자기편에 둘러싸여 있어야합니다! 그게 왕입니다! 적은 죽이고, 배신자는 처단하고! 권신은 견제해야 하는 것입니다!”“그래서 네 가족도 죽인 것이냐! 방번이! 방석이를!”“적이니까요!”둘의 말싸움이 극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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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3)

붉빛미르가, 이방원의 몸을 빌어 눈앞의 이성계를 노려보았다.“결국 세상 밖으로 나왔군.”“긴말하지 않겠다.”“네놈이 얼마나 이성계 그 인간을 아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훨씬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었다. 내가 더 잘 알아.”“숨지 말고 나오라, 붉빛.”“오랫동안 물속에만 몸 담그고 있더니 이제야 좀이 쑤시더냐? 이제야 세상 한 번 다스려보겠다는 마음이 솟았어?”“다스리는 것에는 관심 없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을 뿐이야.”“그래서 네놈은.”이방원. 아니, 붉빛미르가 비웃는 투로 말했다.“날 이기지 못하는 거다.”서서히 이방원의 몸에서도 열기가 솟기 시작했다.물빛미르의 찬 기운과, 붉빛미르의 열기가 새하얀 수증기가 된 채로 근정전 전체를 뒤덮었다. * * *근정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병력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다름 아닌 대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 때문이었다. 높은 담장 너머로 엄청난 양의 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언제부턴가 창칼이 부딪히는 쇳소리 외에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굉음도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주군의 명이 있었으니 한발자국도 여기서 움직일 수는 없었다.그러나 거기 모인 대부분이 무기를 잡은 손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로 겁을 먹고 있었다.세상 그 누구도 눈앞의 광경 앞에서 평온하기는 힘들 것이었다.근정문 안쪽에서 솟은 안개의 벽 너머로, 드문드문 거대한 짐승의 그림자가 비쳐들고 있었다.용? 그래, 용이었다. 용이 아니고서야 설명될 수 없는 형상이었다.긴 주둥아리에 길고 굵은 목, 다 자란 통나무만큼이나 두터운 다리, 그리고 낫과 같은 발톱. 뱀처럼 구불구불하고 길쭉한 몸체가 용이 아니고 무엇이랴.안개 속에서, 용의 그림자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두 마리였다. 둘은 서로의 명줄을 끊어놓겠다는 듯 맹렬하게 물고 뜯고 싸웠다.발톱은 산맥을 할퀼 듯했고, 포효는 바다를 가를 듯했다. 화약(火藥)이 폭발한 것처럼 안개 속이 시뻘겋게 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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