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심의 야경을 등진 문성그룹 전략통제실.본부장 문강륜은 세 개의 대형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 광원 속에 파묻혀 있었다.화면에는 실시간으로 폭락 중인 천지호텔의 주가 그래프가 붉은 숫자를 토해내고 있었다.“이번엔 아니지, 천지안.”강륜은 태블릿 위에 무심하게 서명을 갈겼다.천지호텔의 투매 물량을 우회 자금으로 긁어모으라는 최종 승인이었다.별이가 깨어난 지금이야말로 지안이 가장 허술해진 타이밍이었고, 강륜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모니터 속 지안의 파파라치 컷을 훑었다.하지만 강륜의 그 웃음 뒤엔 3년 전, 지안에게 처참하게 밀렸던 기억이 잔상처럼 박혀 있었다.3년 전, 강원도 리조트 입찰장.수영장 사고 직후 지안이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강륜은 나름대로의 선을 지켰다.지안을 향한 증오와는 별개로, 사경을 헤매는 여자를 둔 남자의 등을 치고 싶지는 않았다.당시 강륜의 곁을 지키던 KKM 방송국장 아들 하우진은 그런 강륜의 결정을 묵묵히 지켜봤다. 오랜 친구로서, 강륜이 누구보다 지안을 경계하면서도 왜 지금 끝내지 않는지, 그 오만한 자존심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지안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별이가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 지안은 무너지는 대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다시 눈을 떴을 때, 천지그룹에서 사고만 치던 망나니가 아닌, 그녀를 온전히 지탱할 수 있는 주인이 되어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그 절실함은 천 회장의 첫 임무로 이어졌다.흑룡그룹의 석과 시우가 치밀파에게서 되찾아온 설계 경매 건.지안에겐 실패해서는 안 될 테스트였고, 그 문턱에서 맞붙은 상대가 바로 강륜이었다.강륜이 서류에 펜을 대던 순간, 입찰장의 문이 열렸다.서늘한 병원 기운을 풍기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수트 차림의 지안이 걸어 들어왔다.“그 오만한 착각 때문에 오늘 문성이 날아가는 거야. 문강륜 본부장.”지안은 당황한 강륜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무심한 듯 말을 던졌다.“그 땅, 네 손으로 낙찰받는 순간, 문성그룹 재무는 박살
Last Updated : 2026-05-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