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Chapter 131 - Chapter 140

178 Chapters

[제130화] 증거있어?

강원도 리조트에서의 소란스러웠던 일정이 끝나고 한 달.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도심은 회색빛 겨울 안개에 잠겨 있었다.천지호텔 부총지배인 집무실의 무거운 정적을 깨뜨린 것은 서류가 책상 위로 떨어지는 건조한 마찰음이었다. “부총지배인님, 별푸드 밀키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계약했던 핵심 공장 세 곳에서 오늘 오전, 일제히 가동 중단을 통보해 왔습니다.” 한 별 비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이 서 있었다.별푸드는 그녀의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온 회사였기에 이 사태는 단순한 업무적 결함을 넘어선 공격이었다. 별이는 보고서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위생 설비 점검이라지만 세 곳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건 배후가 있다는 뜻입니다. 전략기획실의 서희 실장이 최근 해당 업체 관계자들과 잦은 미팅을 가졌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지안은 창밖을 응시하던 시선을 돌려 별이를 바라보았다.별이는 지금 준휘와 서희가 파놓은 함정의 깊이를 모른 채 오직 문제 해결을 위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서희 실장이 전략기획실의 권한을 이용해 거래처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총지배인님, 제가 오늘 오후에 직접 공장들을 돌며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회사와 연결된 일인 만큼 제가 직접 가서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한 비서, 직접 움직이지 마. 이건 전략기획실 차원에서 던진 미끼야.” 지안의 만류에도 별이는 고집스럽게 서류 더미를 챙겼다. “지안 씨 프로젝트이자 저희 아버지의 자부심이 걸린 일이에요. 제가 가서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별이는 단호한 목례를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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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지, 지안아.

미나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석이의 팽팽한 긴장을 유쾌하게 풀어주었다.비정한 조직의 생활 속에서 평생을 칼날 위에 선 듯 살아온 정 석에게 미나는 그의 일상에 유일하게 허락된 따뜻한 빛이었다.두 남자는 각기 다른 결의 사랑을 받으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뎌내고 있었다.시우에게는 은수의 정적인 위로가 석이에게는 미나의 동적인 응원이 세상 그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통화를 마친 두 남자의 눈빛은 다시 현장의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하지만 은수와 미나의 목소리가 남긴 잔상은 그들이 짊어진 조직의 그림자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시우와 석이는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각자의 연인이 기다리는 서울로 돌아갈 그날을 위해 다시 차가운 금속음이 난무하는 현장 깊숙이 발을 들였다. ***신호와 유니의 세상은 이제 완벽히 바뀌어 있었다.더 이상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골목길을 헤매는 데이트는 없었다.신호는 유니와의 연애를 세상 앞에 당당히 공개했고 사랑에 솔직한 그의 정면 돌파는오히려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반전을 불러왔다.천지호텔 로비를 가로지르는 신호의 걸음걸이에는 감출 수 없는 여유가 묻어났다.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숨어들던 과거의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이제는 투숙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나 직원들의 선망 가득한 눈빛을 여유로운 미소로 받아낼 만큼 그는 유니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위치에서도 당당해져 있었다.그는 단순히 스타의 연인에 머물지 않았다.혹독한 현장 실무 경험을 완벽하게 마친 신호는 마침내 실력을 인정받아 천지호텔 F&B 총괄 지배인 자리에 올랐다.빳빳하게 다려진 수트와 가슴에 달린 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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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차, 대기시켜 당장.

같은 시각, 별이는 보롬과 함께 백화점 명품관에서 지안의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최상급 대리석 바닥이 아찔하게 빛나는 명품관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건조하고도 압도적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시계와 보석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서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포식자처럼 눈부시게 번뜩였다.별이는 그 압도적인 풍경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채, 오직 지안에게 가장 완벽하게 어울릴 만한 것을 찾는 설렘으로 가득했다.세련된 실크 넥타이를 매만지는 별이의 손길은 더없이 조심스러웠고, 지안의 냉철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을 떠올리는 그녀의 입가엔 내내 옅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세상의 그 어떤 화려한 보석도, 지금 지안을 생각하며 빛나는 별이의 눈동자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별아, 이 패턴 어때? 지안 선배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지?” 보롬이 즐겁게 넥타이를 흔들어 보였지만, 별이의 시선은 매끄러운 유리 매대 위에서 요란하게 진동하는 휴대폰에 멈췄다.저장되지 않은 번호. 별이는 왠지 모를 서늘한 예감에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한 비서, 천지호텔 총지배인 천준휘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준휘의 낮고 묵직한 음성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덩이 같았다.별이는 반사적으로 주위의 시선과 보롬의 눈치를 살피며,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매장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 총지배인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 “3년 전 사고에 대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줄 게 있습니다.” 별이는 순간 자신의 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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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기억의 섬, 그 너머

평일 오후의 백화점은 화사한 조명과 은은한 향수 냄새, 그리고 쇼핑객들의 여유로운 소음으로 가득했다.그 평화로운 풍경을 깨뜨린 건 명품관 한복판에 나타난 검은 무리였다.칼같이 각 잡힌 검은 정장 차림에 험악한 인상을 풍기는 사내 셋, 그리고 그 중심에서 범접할 수 없는 서늘한 살기를 내뿜는 율.그들의 등장은 마치 순백의 캔버스 위에 튄 새카만 먹물 같았다.주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길을 터주며 수군거렸고 그 살벌한 시선 끝에는 잔뜩 뿔이 난 보롬이 서 있었다. “오빠,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오빠만 오라고 했지,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오라고 했어?” 보롬의 날카로운 타박에 율의 기세가 순식간에 꺾였다.방금 전까지 조직 업무를 처리하느라 잔뜩 날 서 있던 안광은 간데없고 율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제 뒤에 버티고 선 부하들을 힐끗 보더니 보롬의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근처에서 일이 좀 늦게 끝나서 바로 오느라. 얘네도 금방 보낼 거야.” “보내긴 뭘 보내, 이미 다 쳐다보는데!” 보롬의 핀잔에 율은 그저 허허실실 웃으며 덩치 큰 사내들에게 눈짓을 보냈다.율의 손가락 하나에 사람을 묻을 것 같던 남자들이 고분고분 보롬의 핑크색 쇼핑백들을 양손 가득 들었다.그 기괴하고도 웃픈 광경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카페 안쪽 구석진 자리로 옮겨 앉았다.보롬은 얼음 띄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율도 조금 전의 어색한 웃음을 지우고 보롬의 표정을 살폈다. “근데 오빠, 별이가 좀 이상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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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천…지안.

별이는 홀린 듯 다가가 서류를 꺼냈다. [환자명: 한 별][특이사항: 특정 인물(천지안)에 대한 선택적 장기 기억상실 및 인지 결여] “…이게 뭐야?” 별이의 목소리가 처참하게 떨렸다.3년 전, 7개월이라는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별이는 그저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비록 의식이 없던 그 긴 시간 동안 흑발의 남자가 나타나는 기이한 꿈을 반복해서 꾸긴 했지만 그저 깊은 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 여겼다.그래서였다.보롬의 소개로 지안을 처음 만났을 때 심장이 내려앉을 듯한 익숙함을 느꼈던 것도.별이는 그저 꿈속의 남자가 현실에 나타난 것 같은 기묘한 우연에 홀린 것이라 믿었다.그 남자가 사실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강제로 도려내진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단 한 번도 자신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의심 따윈 해본 적 없었다.그런데 준휘가 던진 서류는 별이가 발을 딛고 서 있던 땅이 사실은 거대한 구멍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이사항: 특정 인물(천지안)에 대한 선택적 장기 기억상실 및 인지 결여] 서류에 박힌 자신의 이름과 기억상실이라는 단어가 끔찍하게 엉겨 붙었다.3년 전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온전하다고 믿었던 그 모든 시간이 지안에 의해 정교하게 편집된 연극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지독한 락스 냄새가 역류해 올라왔다.방금 전까지 보롬과 웃으며 지안의 넥타이를 고르던 백화점 쇼핑몰의 쾌적한 공기는 일순간에 증발했다.혀끝에는 갑자기 비릿하고 짠 기운이 감돌았고 귓가에는 둔탁한 수중음이 울리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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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마침내 들어난 수면 아래

“그 손 치워, 천준휘.” 지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3805호실 전체를 짓눌렀다.준휘는 뻗으려던 손을 멈추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문턱에 선 지안의 처참한 몰골을 확인한 준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뭐가 궁금해서? 뭘 막고 싶어서 온 건데?” 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니,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그는 준휘를 지나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별이에게로 달려갔다. “별아, 한별…!” 지안이 떨리는 손으로 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3년 전 차가운 수영장에서 그녀를 안았을 때처럼 지안의 온몸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별이는 멍한 눈으로 자신을 안고 있는 지안을 바라보았다.기억 속에서 처절하게 자신을 부르던 그 남자와 지금 제 앞에 땀에 젖어 서 있는 남자가 겹쳐졌다. “…지안 선배.” 별이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그 한마디에 지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기억을 잃은 별이가 줄곧 자신을 불러왔던 그 담백한 호칭.하지만 지금 별이의 음성에는 이전에는 없던 깊은 슬픔과 원망,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리움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지안은 그 짧은 부름만으로도 단번에 깨달았다.별이가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을.자신이 그토록 처절하게 가려왔던 3년 전의 진실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났음을.지안은 별이를 품에 더 세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감과 그럼에도 그녀를 다시 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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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비로소, 진짜

채 율의 지시에 따라 두 대의 검은 세단은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빗줄기를 뚫고 외곽으로 내달렸다.마침내 차는 별이의 저택이 보이는 한적한 골목 끝에 멈춰 섰다.채 율이 탄 호위 차량은 헤드라이트를 끈 채 암흑 속에서 외부의 접근을 완벽히 차단하며 거리를 두었다.지안과 별이가 남겨진 차 안은 숨소리조차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찌를 듯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장대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차창을 두드리는 거친 타격음만이 두 사람이 존재하는 공간을 세상의 끝인 양 분리해내고 있었다.지안은 젖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3년 동안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아니 죽어서도 가져가려 했던 진실이준휘의 비릿한 입술을 통해 별이에게 쏟아졌다.지안은 차마 고개를 돌려 별이를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핸들을 쥔 손에 하얗게 피가 안 통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늘 오만할 정도로 꼿꼿했던 그의 어깨는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에 짓눌려 초라하게 내려앉았고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아니면 3년을 참아온 회한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3년 동안 죽어서도 가져가려 했던 진실이 준휘의 비릿한 입술을 통해 별이에게 쏟아졌다.지안은 차마 고개를 돌려 별이를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선배.” 별이가 먼저 정적을 깼다.그 낮은 부름에 지안은 심장이 도려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핏발 선 채 잘게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가 룸미러 너머 옆자리의 별이에게로 향했다.그 눈에는 모든 것을 들켜버린 자의 절망과 처절한 연정이 뒤섞여 있었다. “나… 총지배인님이 던진 서류 보면서 다 알았어요. 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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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정교한 반격

별이가 대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지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젖은 정원의 흙 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손바닥엔 방금 전까지 맞잡았던 별이의 온기가 남아 화끈거렸다.3년 동안 차가운 얼음장 같았던 그의 가슴에 처음으로 뜨거운 피가 도는 기분이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규칙적인 구두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 하나가 지안의 머리 위를 덮었다. 쏟아지던 빗줄기가 멎자 지안은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고개를 들었다.그곳엔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채율이 무심한 얼굴로 서 있었다.지안은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툭 내뱉었다. “…안 가고 여기 있었냐?” “표정 보니까 죽다 살아난 얼굴은 아니네. 사람 걱정시킨 보람도 없게.” 채율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지안은 대문 쪽을 한 번 힐끗 보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낮게 읊조렸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거창한 고백 대신 3년 동안 짓눌렸던 가슴이 이제야 뚫렸다는 짧은 안도였다.지안의 반응을 확인한 채율이 피식 웃으며 지안의 젖은 어깨를 툭 쳤다. “가서 한잔할까?” 지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3년 만에 처음으로 그의 눈에서 살기가 아닌 무언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기가 돌았다.두 사람은 각자의 차를 몰아 외곽의 한적한 위스키 바로 향했다.가라앉은 조명과 잔잔한 재즈가 흐르는 구석진 자리 지안이 잔 속의 얼음을 흔들며 먼저 침묵을 깼다. “준휘 형이랑 서희 기획전략실장, 둘이 제대로 짰더라. 유통 라인부터 막아버릴 생각인가 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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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Always with you: 늘 곁에 있겠다는 약속

전송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중한 대문이 열리며 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단정한 비서 복장이었지만, 어제의 충격 탓인지 평소보다 조금 수척해진 얼굴 위로 아침 햇살이 창백하게 비쳤다.지안의 차를 발견한 순간, 불안하게 흔들리던 별이의 눈동자에 깊은 안도감이 호수처럼 고였다.지안은 차에서 내려 별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7년이라는 시간의 굴곡을 함께 넘겨온 연인이었기에,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의 심장 부근에 남은 생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지안은 말없이 별이의 차가운 두 손을 잡아 자신의 외투 주머니 속으로 끌어당겼다.주머니 안의 온기는 지안의 심장 박동처럼 일정하고 뜨겁게 별이의 손끝을 녹여 내려갔다. “…선배, 언제 오신 거예요?” “방금. 오늘부터는 출근도, 퇴근도 나랑 같이해. 너 혼자 두기 싫으니까.” 지안은 익숙한 손길로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별이가 차에 올라타자 지안은 그녀의 몸 위로 상체를 숙여 안전벨트를 직접 채워주었다.가까워진 거리 사이로 지안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한 체향이 별이의 감각을 메웠다.3년 전 그 지독한 사건 이후, 그리고 별이가 비서로 곁을 지킨 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늘 남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러웠다.하지만 어제 준휘가 그 소중한 3년의 시간을 짓밟은 이상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숨고 싶지도 않았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힘들면 월차 써도 되는데.” 지안이 핸들을 꺾으며 낮게 물었다.그의 시선은 전방을 향해 있었지만, 신경의 모든 촉수는 옆자리 별이에게 곤두서 있었다.혹여나 어제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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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이게 여기에 있었는데.

지안은 별이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은 채 에스코트하며 전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직원들과 투숙객들이 북적이는 메인 로비로 향했다.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남들 앞에서 내보이지 못했던 연인의 온기가 지안의 팔을 타고 전해졌다.어제 준휘의 폭언을 목격했던 직원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꽂혔다.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졌지만 지안은 그 어느 때보다 오만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렀다. 그때, 로비 한가운데서 서희 기획전략실장과 대화를 나누던 준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준휘는 지안이 대놓고 별이를 옆에 끼고 들어오는 모습에 눈썹을 미세하게 까닥였다.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다가와 지안의 앞을 막아섰다. “좋은 아침이네, 천지안 부총지배인. 어제 그렇게 급하게 가더니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여?” 준휘의 목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타고 미끄러지듯 다가왔다.그의 시선은 지안의 어깨 너머, 그 품에 반쯤 가려진 별이에게 꽂혔다. 마치 먹잇감을 감상하는 포식자처럼, 불쾌할 정도로 끈적하고 여유로운 시선이었다. “근데, 아무리 사적인 감정이 앞서도 그렇지. 호텔 로비에서 비서랑 이런 그림은 좀 곤란하지 않나? 보는 눈들이 많은데 우리 천지호텔 품격도 좀 생각해야지.” 준휘는 짐짓 충고하는 척, 낮게 깐 목소리로 지안을 압박하며 주변 직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옆에 서 있던 서희 역시 잘 다듬어진 손톱을 매만지며 입가에 가느다란 비소를 띠었다.. “그러게요. 한 비서도 참 대단해. 어제 그런 일을 겪고도 하루 만에 이렇게 본부장님 옆을 꿰차고 나타날 정도면 보통 멘탈은 아닌 것 같네요. 역시 비서실 에이스다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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