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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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정오 무렵, 번화한 거리는 쉴 새 없이 오가는 마차와 인파로 북적였다.마차에서 내린 하 낭자는 웃으며 강유영을 불렀다."아씨, 다 왔습니다."뒤따르던 마차에서 내린 강유영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앞으로 다가간 그녀는 계단 아래에 멈춰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입구 위에는 금박을 입힌 검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현판에는 힘차고 위풍당당한 필체로 보흥 전당포라고 새겨져 있었다.한씨가 수년이나 강제로 쥐고 흔들었음에도 장사는 여전히 잘되는 듯, 문 앞을 드나드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들어가시지요. 오늘부로 이 전당포의 진짜 주인이 되시는 겁니다."하 낭자는 미소를 띠며 다가와 살갑게 강유영의 팔짱을 꼈다.그동안 거래를 트고 지내며 하 낭자 역시 강유영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터였다.강유영은 씀씀이가 후하고 성품도 모난 데가 없어 상대하기 편했다. 무엇보다 전당포 경영에는 문외한이니 직접 관리하기는 벅찰 텐데, 그 자리를 자신이 대신해 줄 수 있었다.게다가 전당포를 끼고 굴릴 수 있는 다른 사업도 많았다.강유영은 일을 맡길 때마다 사례를 섭섭지 않게 했으니, 앞으로 든든한 재물신이 될 분이었다. 당연히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했다."그러지요."강유영은 머리 위의 현판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한씨가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으니, 안에서 일하는 자들은 전부 돈에 매수된 수족들일 것이다.하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지금 한씨는 수중에 돈이 말랐는데, 점원들의 입을 막을 은자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강유영은 달랐다.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부리는 법이라면 조원철에게 지겹도록 배웠다. 앞으로 어떻게 판을 짜야 할지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전당포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 키만 한 높은 접수대가 보였다. 물건을 맡기러 온 손님 두 명이 고개를 빼들고 안을 살피는 중이었다.접수대 안쪽 진열장에는 금은보화와 옥 장신구, 고급 비단과 서화가 빼곡했다.점주는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는데, 안에서 요란하게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었다. 점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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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그렇지 않다면 진국공 부인이 은자를 꺼내 쓸 때마다 금수 상회의 감시 아래 굳이 강유영을 불러 지장을 찍게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점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하 낭자를 발견한 그는 굳었던 표정이 순식간에 풀리며,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하 낭자, 그리고 유영 아씨 오셨군요. 마중을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점주는 서둘러 관리인에게 접수대 앞의 손님을 응대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고는 접수대 문을 열어젖혔다.강유영을 알아본 순간부터 그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서두를 것 없습니다. 점주님은 하던 일부터 마저 끝내시지요."강유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풍겼다.당연하다는 듯이 지시를 내리는 주인의 태도였다.점주는 강유영이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지시하자 저도 모르게 그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하지만 점주는 이 전당포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겪어본 만큼 당연히 쉽게 동요하지 않고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거기 두 사람은, 전당포 문을 닫거라. 점주님과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강유영은 곁에 있던 일꾼들에게 지시했다.지시를 받은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점주를 쳐다보았다. 점주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감히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아씨의 말대로 하거라. 이제부터 이 전당포는 아씨의 뜻대로 움직일 테니까."하 낭자가 미소를 지으며 거들었다.두 점원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자, 점주는 손을 들어 지시에 따르라는 눈짓을 보냈다."하 낭자,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지요."강유영은 한쪽에 놓인 접객용 탁자와 의자를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하 낭자를 이끌어 자리를 권했다.이 전당포는 이제 강유영의 것이었다. 주인이 된 이상 손님인 하 낭자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그러지요."하 낭자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강유영은 직접 하 낭자에게 차를 따랐다.일꾼 두 명이 다가가 문을 걸어잠갔다. 점주와 관리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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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강유영은 시선을 들어 무리를 훑어보며 속으로 조용히 인원을 세었다. 남녀를 합쳐 총 스무 명이었다.유 낭자까지 더하면 스물한 명이었다.강유영은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큰 전당포와 많은 일꾼을 거느려 본 적은 없었다. 자신이 이 점포를 제대로 감당해 낼 수 있을지 내심 걱정스러웠다."사람들은 다 모였습니까?"하 낭자는 고개를 돌려 점주에게 물었다."유 낭자만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점주가 대답했다."이자들이 각자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유영 아씨에게 설명해 주시지요."하 낭자가 눈짓했다.강유영도 고개를 들어 점주를 바라봤다. 점주는 멈칫하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말주변이 부족하여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유 낭자가 오면 그때 유영 아씨께 설명드리도록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강유영은 시선을 돌렸다.점주는 겉으로만 굽신거릴 뿐, 속으로는 그녀를 윗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한씨가 수년이나 점포를 틀어쥐고 있었고 유 낭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곳이었다.일꾼들이 하루아침에 들이닥친 그녀를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하 낭자, 오신다고 미리 언질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문 앞까지 마중을 나갔을 텐데요."유 낭자는 영락없는 장사꾼의 얼굴이었다. 눈매에는 영악함이 서려 있었고, 미소는 퍽 서글서글했다."인사는 됐습니다. 이 전당포의 진짜 주인을 모시고 왔으니."하 낭자는 강유영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어 보였다.강유영은 눈을 들어 유 낭자를 똑바로 주시했다.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조원철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최대한 흉내 냈다.유 낭자 같은 부류에게는 확실하게 위압감을 주어야 했다."유영 아씨께서 오셨군요.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언짢게 생각하지 마십시오."유 낭자는 그제야 강유영을 발견한 척 황급히 인사를 올렸다.정말 강유영을 못알아본 건 아니었다.예전에 강유영이 아들을 납치했을 때 간담이 서늘해진 기억이 있으니,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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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하 낭자는 턱을 치켜들며 따지듯 말했다.강유영은 가만히 하 낭자를 바라보았다.그녀를 대할 때는 늘 부드럽고 상냥했던 하 낭자였는데 이렇게 단호하고 위압적인 모습은 처음 보았다.하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금수 상회가 오늘날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하 낭자에게 그만한 수완이 있었기 때문일 터."감히 그럴 리가요."유 낭자는 그 말을 듣고 즉시 고개를 숙이며 한결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유영 아씨께서 언제 혼례를 올리셨는지요? 부군은 누구십니까?"한씨에게 듣기로는, 강유영은 혼인한 뒤에야 전당포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했다.물론 혼례를 치른 뒤 강유영이 죽는다면, 이 전당포는 자연스럽게 한씨의 차지가 될 것이다.그런데 유 낭자는 그녀가 혼인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금수 상회가 왜 벌써 전당포를 넘겨준다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그건 그쪽이 확인할 일이 아닌 듯한데요."강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유 낭자를 주시했다.유 낭자는 내심 뜨끔했지만, 겉으로는 애써 표정을 감췄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겉으로는 순종적인 척해도, 지금의 침묵은 속으로 몹시 반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유 낭자는 지금 우리 금수 상회의 신용을 의심하는 겁니까?"하 낭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요."유 낭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공손한 기색으로 강유영을 향해 말했다."금수 상회에서 이미 확인하셨다니, 한낱 심부름꾼에 불과한 제가 어찌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 다만, 얼마 전 전당포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이느라 은자가 꽤 많이 묶여 있습니다. 족히 삼만 냥은 됩니다. 지금 당장 인수인계를 하시면 장부상 금액이 맞지 않을 테니, 이 물건들을 다 처분한 뒤에 넘겨받으시는 게 어떠실는지요?"제법 그럴싸한 핑계였다.전당포를 넘겨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시기가 맞지 않아서이니, 자신을 탓할 수 없을 거라는 속셈이었다."그 물건들은 지금 당장 처분할 수는 없나요?"강유영은 유 낭자를 보며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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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유 낭자가 말한 물건이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지금은 초봄이니 여름옷을 내다 팔면 당연히 손해를 보겠지만, 오뉴월이 되면 이야기가 달랐다.식량도 마찬가지였다. 초봄은 아직 보릿고개가 아니었다. 사오월이 되어 햅쌀은 아직 자라지 않고 묵은쌀이 다 떨어져 갈 때쯤이면 쌀값은 오르기 마련이었다.유 낭자는 물건의 정체는 교묘하게 감춘 채 손실 규모만 부풀렸다.강유영은 그토록 손해 볼 물건을 애초에 왜 사들였는지 내심 의아했는데, 이제야 앞뒤가 맞았다."당연히 묘안이 있지요. 내게 몇 달만 시간을 주면 절대 밑지지 않고 이윤을 남겨드리죠."하 낭자는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다."유 낭자, 들으셨지요?"강유영은 유 낭자를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그 물건들은 하 낭자께서 알아서 처리하실 테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더 다른 문제가 없다면 장부를 가져오시지요."찰나의 순간 유낭자의 얼굴이 일그러졌으나,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가서 가져오너라. 서재 책상 위에 다 정리해 두었다."유 낭자는 고개를 돌려 일꾼에게 지시했다.잠시 후, 일꾼이 장부를 받쳐 들고 돌아왔다."장부는 내가 다 확인했으니, 나중에 틈날 때 훑어보기만 하세요."곁에 섰던 하 낭자가 거들었다.강유영은 무심하게 장부 한 권을 집어 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땅문서와 집문서 명의도 다 넘어왔고 관아의 도장도 찍혔으니, 이제 이 전당포 일은 내 뜻대로 움직입니다. 유 낭자는 이 전당포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으니 그 노고는 인정합니다만, 설마 장부에 장난을 치지는 않으셨겠지요."얼핏 들으면 유 낭자를 신뢰하는 듯했지만, 얕은수를 쓰지 말라는 경고였다. 너의 속내쯤은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유 낭자는 그 말에 낯빛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더니, 결국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내렸다."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아씨께서 점포를 물려받으셨으니 이제 전당포의 진짜 주인이십니다. 저희는 아씨의 명에 따를 뿐입니다.""좋다."강유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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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내 전당포는 능력 있는 자만 거둘 뿐, 쓸모없는 자는 먹여 살리지 않는다."강유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매달 주던 품삯은 그대로 주겠다. 그 외에 물건을 사들일 때마다 건수당 열 문을 떼어주고, 물건을 팔 때는 건수당 삼십 문을 떼어주겠다. 매달 창고를 가장 성실히 지킨 자에게는 추가로 백 문을, 밖으로 가장 많이 뛰어다닌 자에게도 백 문을 얹어 주겠다. 잡역부와 찬모도 제 몫을 다한다면 오십 문을 상으로 주겠다. 명절이나 절기에는 따로 챙겨줄 것이다. 내가 약속하건대, 전당포가 이윤을 남기는 만큼 너희들에게도 몫이 돌아갈 것이다. 나 강유영은 내게 진심을 다하는 사람을 절대 박대하지 않는다."이 모든 것은 그녀가 일찌감치 속으로 계산을 마친 내용이었다.물건을 하나 사들이고 팔 때마다 이윤이 떨어지면 일꾼들의 의욕은 눈에 띄게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에는 그저 주인을 위해 일했다면,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게 되는 셈이었다.속으로 계산해 보니, 이렇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떼어준다 해도 그녀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일꾼들이 발 벗고 나서서 전당포의 전체 수익을 끌어올릴 테니 밑질 게 전혀 없는 장사였다.그 말을 들은 일꾼들의 눈빛이 일제히 반짝였다. 다들 당장이라도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누군가 먼저 나서서 강유영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기꺼이 아씨를 위해 일하겠습니다!""아씨를 위해 일하겠습니다!"다른 일꾼들도 뒤처질세라 앞다투어 인사를 올리며 충성을 맹세했다.경성 전체를 통틀어 일꾼들에게 이윤을 떼어주는 전당포 주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발로 뛴 만큼 보상을 주겠다지 않는가.이런 횡재를 마다할 바보는 없었다.오직 유 낭자만이 멍하니 선 채 웃지 못했다.그녀는 평소 한씨를 대신해 전당포를 지키기만 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품삯을 받아 챙겼다.그런데 방금 강유영이 쓸모없는 자는 먹여 살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자신을 내쫓겠다는 뜻처럼 들렸다.하지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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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강유영과 하 낭자는 본점에 들러 은자 명의를 돌려놓고, 다시 전당포로 돌아와 반나절 내내 장부를 살폈다.그렇게 그녀는 날이 어둑해져서야 진국공부로 돌아왔다."아씨, 어째서 유 낭자를 내치지 않으셨습니까?"서유는 마차를 한쪽에 세우고 다가가 강유영을 부축하며 물었다.강유영은 서유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리며 담담히 답했다."서두를 것 없다. 그 장부들을 다 확인하려면 며칠은 더 걸린다. 지금 쫓아냈다가 나중에 장부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디 가서 그자를 찾겠느냐."말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소은원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유 낭자는 국공 부인의 수족입니다. 분명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할 텐데요."서유는 걱정이 태산이었다.오후 내내 그 생각뿐이었지만, 아씨가 워낙 바빴던 탓에 미처 말을 꺼낼 틈이 없었다.이제야 겨우 짬이 났으니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내가 당장 내친다 한들, 그자가 어머니에게 달려가지 않겠느냐."강유영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유 낭자는 당연히 한씨를 찾아가 고자질할 것이다.하지만 전당포는 이미 소유권이 넘어왔다. 한씨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다시 빼앗아 갈 방도는 없었다.그러니 굳이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유 낭자를 남겨둔 첫 번째 이유는 장부 검수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한씨가 이대로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테니 그때 유 낭자를 써먹을 데가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듣고 보니 그러네요. 하지만 전당포에 계속 두는 것은 영 불안합니다. 뒤에서 무슨 꿍꿍이를 꾸밀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서유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미 점주에게 일러두었으니 걱정할 것 없어. 앞으로 전당포의 실질적인 관리는 하 낭자가 맡을 테니, 유 낭자가 제멋대로 굴 수는 없을 것이다. 일이 다 마무리되면 그때 내쫓으면 되지."강유영은 이미 다 계산이 있었기에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아씨께 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행입니다."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씨, 오셨습니까."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단비는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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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조원철은 식탁으로 다가가 찬합을 열더니, 그 안의 음식들을 꺼내 상 위에 차려놓았다.소금 간을 한 닭고기, 거위 요리, 생선회, 그리고 커다란 고기완자까지. 모두 풍성한 고기반찬이었다."오늘 부엌에 고기반찬이 없는 건 어찌 아셨습니까?"먹음직스러운 음식들에 군침이 돈 강유영은 커다란 고기완자를 젓가락으로 반 가른 뒤, 그릇으로 집어다가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진한 고기 향이 혀끝에서 부드럽게 퍼졌다. 육즙을 흠뻑 머금은 고기완자는 느끼하지도 않고 쫀득하게 씹혀, 목으로 넘긴 뒤에도 입안에 감칠맛이 감돌았다.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가늘게 접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꿀맛이었다.하루 종일 고단하게 뛰어다니드라 기름진 음식이 간절했는데, 마침내 고기반찬을 맛보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그녀는 이제 조원철 앞에서는 굳이 격식을 차리거나 예의를 따지지 않았다. 예전처럼 그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배가 고프니 그가 숟가락을 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덥석 먼저 수저를 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몰랐다. 널 축하해주려고 사 온 거다."조원철은 맞은편에 앉아 손수건으로 강유영의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주었다.짙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은은한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이토록 편안한 모습은 어린 시절과 똑같았다.조연화가 진국공부로 돌아오기 전, 모두가 강유영을 친딸로 알던 시절이었다. 강유영이 근심 걱정 없이 살던 시기는 오직 그 몇 년뿐이었다.온갖 공을 들인 끝에야 마침내 그의 앞에서 이렇게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뭘 축하하신다는 겁니까?"강유영은 생선회 한 점을 초장에 찍다 말고 젓가락을 멈췄다.딱히 축하받을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전당포를 되찾은 것 말이다."조원철은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며 다정하게 대답했다."그걸 어찌 아셨습니까?"강유영은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설마 또 사람을 붙여 감시한 건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누군가 일거수일투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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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마침 그 일로 골머리를 앓던 참이라, 조원철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아무래도 영리한 거로 치면 조원철이 그녀보다 한수 위였다."모르겠구나."조원철은 고개를 젓고는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며 말했다."문제가 닥치면 그때 가서 해결 방법을 생각해야겠지. 넌 아직도 어머니가 두려운 것이냐?""두렵지 않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당연히 한씨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쓸데없이 상대와 엮여서 허송세월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그래, 감당하기 버거워지면 내게 말하거라. 전당포 일은 어찌 처리했느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매달 주던 품삯은 예전과 똑같이 주고, 그 외에 성과에 따른 보상을 더했습니다……."강유영은 자신이 짠 계획을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했다.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있다면 그가 짚어주고 보완해 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훌륭하구나."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는 칭찬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눈꼬리를 곱게 접으며 웃었다.그에게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었으니 계획이 그만큼 완벽하다는 뜻이었다. 전당포만 문제없이 굴러가 준다면 그녀도 두 다리를 뻗고 쉴 수 있었다."본점에 있던 전당포 은자도 모두 네 명의로 돌려놓았느냐?"조원철이 물었다."예."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조원철은 평소 은자에 관해서는 일절 묻지 않았다.그의 재산도 모두 그녀가 보관하는 중이었다. 전에 한가할 때 훑어본 적이 있는데, 그의 사유재산은 꽤 넉넉했다. 농장과 저택이 있었고, 금은보화도 적지 않았다. 창고 열쇠만 네 개에 달했다.하지만 창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먼저 은자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면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생각이 있다면, 점포를 하나 더 열어보는 것도 좋겠지."조원철이 조언했다."생각해 보겠습니다."강유영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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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강유영은 목소리를 낮춰 지시했다.한씨의 됨됨이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이토록 오랫동안 잠잠한 것을 보면, 분명 뒤에서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을 게 뻔했다.서유를 시켜 상황을 알아봐야 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세자의 사람들에게 바로 물어볼까요?"서유가 의향을 물었다."그러렴."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조원철의 정보망은 빠르고 정확했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그럼 아씨께서는 문을 걸어 잠그고 기다리십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서유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재빨리 밖으로 향했다.강유영은 주판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다시 장부 정리에 파묻혔다."아씨, 아씨!"반 시진쯤 지났을까, 서유가 부리나케 뛰어왔다."왜 그러느냐? 무슨 소식이라도 알아냈어?"강유영은 장부에서 고개를 들고 서유를 바라보았다.다급한 목소리를 들어보니 엄청난 소식인 듯했다."마침 때를 잘 맞춰 갔습니다. 글쎄, 부인께서 노부인 처소에 가셔서 잘못을 빌고 계셨습니다."서유는 한참을 뛰어온 탓에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잘못을 빌어?"강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한씨가 조씨 노부인에게 빌 만한 잘못이 무엇인지 당장 짐작 가는 일이 없었다."가문의 공금 장부 일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급히 쓸 데가 있어서 잠시 빌려 썼다면서요. 오늘 노부인께 잘못을 빌며 은자를 내놓았는데, 예전에 비어 있던 구멍을 다 메웠답니다. 이제 진국공부의 공금 장부에도 돈이 찼습니다."말을 마친 서유는 식은 차를 한 잔 따라 꿀꺽꿀꺽 들이켰다."그 돈이 다 어디서 났대?"강유영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한씨가 빚을 얼마나 졌는지는 몰라도, 형편이 얼마나 쪼들렸는지, 또 빚쟁이들이 얼마나 험악하게 굴었는지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그런 한씨가 진국공부의 공금을 메울 은자를 구해왔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내심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원래대로라면 그녀가 한씨의 공금 횡령이라는 약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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