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무렵, 번화한 거리는 쉴 새 없이 오가는 마차와 인파로 북적였다.마차에서 내린 하 낭자는 웃으며 강유영을 불렀다."아씨, 다 왔습니다."뒤따르던 마차에서 내린 강유영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앞으로 다가간 그녀는 계단 아래에 멈춰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입구 위에는 금박을 입힌 검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현판에는 힘차고 위풍당당한 필체로 보흥 전당포라고 새겨져 있었다.한씨가 수년이나 강제로 쥐고 흔들었음에도 장사는 여전히 잘되는 듯, 문 앞을 드나드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들어가시지요. 오늘부로 이 전당포의 진짜 주인이 되시는 겁니다."하 낭자는 미소를 띠며 다가와 살갑게 강유영의 팔짱을 꼈다.그동안 거래를 트고 지내며 하 낭자 역시 강유영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터였다.강유영은 씀씀이가 후하고 성품도 모난 데가 없어 상대하기 편했다. 무엇보다 전당포 경영에는 문외한이니 직접 관리하기는 벅찰 텐데, 그 자리를 자신이 대신해 줄 수 있었다.게다가 전당포를 끼고 굴릴 수 있는 다른 사업도 많았다.강유영은 일을 맡길 때마다 사례를 섭섭지 않게 했으니, 앞으로 든든한 재물신이 될 분이었다. 당연히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했다."그러지요."강유영은 머리 위의 현판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한씨가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으니, 안에서 일하는 자들은 전부 돈에 매수된 수족들일 것이다.하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지금 한씨는 수중에 돈이 말랐는데, 점원들의 입을 막을 은자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강유영은 달랐다.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부리는 법이라면 조원철에게 지겹도록 배웠다. 앞으로 어떻게 판을 짜야 할지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전당포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 키만 한 높은 접수대가 보였다. 물건을 맡기러 온 손님 두 명이 고개를 빼들고 안을 살피는 중이었다.접수대 안쪽 진열장에는 금은보화와 옥 장신구, 고급 비단과 서화가 빼곡했다.점주는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는데, 안에서 요란하게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었다. 점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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