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81 - チャプター 990

1188 チャプター

제981화

강유영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이 나라는 남존여비와 장유유서를 중시했다. 한 집안에서 식사할 때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아랫사람이 먼저 들 수 없었다. 또한 사내가 수저를 들지 않으면 여인은 식사를 시작할 수 없었다.조원철은 평소 규율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인데 왜 그녀를 대할 때는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우리 둘뿐이니 격식을 따질 것 없다."조원철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호박전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어주었다.강유영은 천천히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하고 달콤고소했지만 마음은 마냥 편치 않았다.그가 이토록 잘해주니 이 모든 것이 진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마터면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할 뻔했다.하지만 그저 찰나의 흔들림일 뿐,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그녀는 수저를 들고 말없이 밥을 먹었다.조원철이 구기자 달걀찜을 반 그릇 덜어주었다."이따가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강유영은 달걀찜 위에 올려진 붉은 구기자를 힐끗 보고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이대로 남고 싶지 않았다.그는 겉보기처럼 금욕적인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침상에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격렬했다.이대로 남는다면 오늘 밤도 무사히 넘기지 못할 것이다.배가 너무 불러 물 한 모금도 마시고 싶지 않은 상태였다."안 된다."조원철은 수저를 내려놓으며 단호히 말했다."어째서입니까?"강유영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스레 그를 바라보았다."원래 신혼부부는 첫 한 달은 함께 지내야 하는 법이다."조원철은 양고기 한 점을 덜어주며 느긋하게 말했다."우리 상황이 조금 복잡하긴 하나, 적어도 사흘은 함께 머물러야지.""싫습니다."강유영은 눈앞의 접시를 밀어내며 단칼에 거절했다.사흘이라니, 밤낮으로 시달리다간 제 명에 못 살 것이 뻔했다.게다가 경성을 떠날 준비도 마저 해야 했고, 어머니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곳에서 마냥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조원철은 묵묵히 그녀를 응시할 뿐 말이 없었다.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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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강유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조사예가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기어이 황제에게서 도경진과의 혼인을 하명받았다.그러나 그 일이 있기 전에 조사예는 미친 사람처럼 몇 번이나 그녀를 찾아와 패악을 부렸다.조사예는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굳이 미움받을 짓을 사서 하며 억지로 비위를 맞출 생각은 없었다.조사예의 혼수에는 아무것도 보태주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곧 떠날 몸인데,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어울려 줄 필요가 없었다."그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지 말거라. 앞으로도 이렇게 네 마음 가는 대로 하거라."조원철이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영은 의외라는 듯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자매간의 우애를 들먹이며 겉치레라도 하라고 가르치려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맞장구를 쳐주는 게 신기했다."윗사람의 심기를 거스르면 화를 입겠지만, 조사예는 네게 어찌할 수 없는 자다. 엮이기 싫으면 무시하거라."조원철이 차분하게 말했다.강유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늘 그녀에게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가르쳐 주는 듯했다."도경진 쪽은 어찌할 셈이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예?"강유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보았다. 도경진이 여기서 왜 나온단 말인가."혼인 축하 선물 말이다."조원철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그녀가 예전에 도경진에게 시집갈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그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으니, 순금 팔찌 한 쌍을 보내겠습니다. 신부에게 주는 것이라 하면 되겠지요."강유영은 잠시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금팔찌가 도경진의 손에 들어가면 어찌 쓰든 그의 마음이었다. 어쨌든 성의는 표한 셈이니까.신부에게 주는 것이라 덧붙이면 도경진도 그녀의 뜻을 오해하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원철의 오해를 사지 않는 것이었다. 괜한 불씨를 만들어 경성을 떠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될 일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준비하마."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영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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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강유영은 혼자 저택으로 돌아갔다가 한씨나 조 노부인에게 붙잡히기라도 하면, 외박한 일을 어찌 둘러대야 할지 내심 걱정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조원철이 곁에 있으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진국공부 사람들은 조원철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서 길을 비켜줄 것이다.한씨나 조씨 노부인도 조원철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한결 마음이 놓인 그녀는 얌전히 조원철의 품에 기댔다.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이용할 수 있을 때 실컷 이용해 먹는 편이 나았다. 그에게 숱하게 휘둘렸으니, 이 정도는 돌려받아도 마땅했다.그녀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도경진이 조사예를 부인으로 맞는 일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느냐?"조원철이 그녀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낮게 물었다."별생각 없습니다. 그저 조금 의아할 뿐입니다."강유영은 그의 품에 안긴 채 눈만 가볍게 깜박였다.혹여 그녀가 도경진에게 마음이 남아 있는지 떠보는 걸까.도경진이 좋은 사람인 것은 맞았다.그러나 도 부인을 떠올리면 그를 향한 생각도 차갑게 식어버렸다.오씨 어멈의 말마따나, 혼인은 당사자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부모와 집안까지 두루 살펴야 했다.비록 도경진은 그녀가 시집오면 어머니를 고향으로 내려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도 부인은 시골에 조용히 머물 성정이 아니었다.지금 강유영의 수중에는 전당포의 수익금이 있었고, 머지않아 전당포 자체를 되찾을 가능성도 높았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편히 살 수 있는데, 굳이 시집을 가 부군과 시어머니 시중을 들며 사서 고생할 이유가 없었다."조사예가 첩부인 이씨의 가보인 옥벽을 조연화에게 넘겼다. 조연화가 강왕을 움직여 폐하께 청을 넣은 것이지."조원철이 그녀의 궁금증을 곧바로 풀어주었다."이 부인은 참으로 딸을 아끼는군요."강유영은 짐짓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진 부인을 떠올렸다.그녀의 친어머니 역시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려 했다. 그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진 부인 일은 내가 사람을 시켜 제대로 알아볼 테니, 섣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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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안까지 데려다주마."조원철은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강유영은 손을 빼내고 싶었으나, 자칫 소란을 피웠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까 봐 참고서 마지못해 그를 따라 걸었다.어차피 마당 안으로 들어가면 그도 돌아갈 것이다."세자, 아씨."단비와 서유가 동시에 마중을 나왔다.방 안에 있던 오씨 어멈도 기척을 듣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물러가거라."조원철이 손을 내저었다.강유영은 그들을 힐끗 보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어찌 아직도 가지 않으십니까?"그녀는 곁에 선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부축한 채 방 안까지 따라 들어오고서도 전혀 돌아갈 기색이 없었다."말하지 않았느냐. 적어도 사흘은 함께 지내야 한다고."조원철은 그녀와 함께 평상에 앉았다."이곳에 머무르실 작정입니까?"그 말에 강유영의 안색이 변했다.이렇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면, 북교 저택에 가두고 돌아오지 못하게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계속 함께 있는 셈이었다."그래."조원철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 방은 좁고 방음도 잘되지 않습니다."강유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하얗게 질리기를 반복했다.밤중에 오씨 어멈과 애들이 그 소리를 듣게 된다면 어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아무리 이를 악물고 참아도 소리를 아예 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기어이 그녀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그저 잠만 잘 것인데 방음이 왜 필요하단 말이냐. 내가 코를 고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네가 무언가 다른 것을 바라는 것이냐?"조원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불순한 의도라도 품은 것처럼 의아한 표정이었다."누가 바랐다고 그러십니까!"강유영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홱 몸을 돌려버렸다.그녀의 뜻을 뻔히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게 참으로 얄미웠다."화내지 말거라."조원철은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피곤하지 않느냐. 씻고 자자."강유영은 씻을 때도 내심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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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외출할 때 조심하고, 서유를 꼭 데리고 가거라."조원철은 나서기 전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순순히 대답했다.그녀는 그가 문밖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는 침상에서 내려와 단비를 불러 시중을 들게 했다.채비를 마치고 탁자에 앉아 아침을 먹을 때쯤, 밖에서 서유의 목소리가 들렸다."아씨, 청류가 왔습니다."강유영은 수저를 쥔 손을 멈칫하고는 밖을 내다보았다."들어오라 하렴."아마도 조원철이 혼서를 보내온 듯했다."아씨."청류가 녹나무 상자를 받쳐 들고 다가와 인사를 올렸다."손에 든 건 무엇이냐?"강유영은 그가 든 나무 상자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다.조원철은 혼서를 액자에 넣겠다고 했다. 액자에 넣은 거면 굳이 나무 상자에 담을 이유는 없었으니, 저 안에 든 게 무엇인지 의아했다."세자께서 아씨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청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가와 탁자 위에 녹나무 상자를 내려놓았다.강유영이 손을 뻗어 열어보니, 안에 든 혼서가 눈에 들어왔다.푸른 비단 종이. 그녀 몫의 혼서였다.가짜 혼서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미 액자에 넣었는데 또 나무 상자에 담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곁에서 시중을 들던 단비가 호기심에 상자 안을 들여다보려 다가왔다.제 발 저린 강유영은 황급히 탁 소리가 나게 상자를 닫아버렸다.단비가 깜짝 놀라 물었다."아씨, 안에 뭐가 들었습니까?""아무것도 아니다."정신을 차린 강유영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서유에게 마차를 준비하라 일러라. 이따가 외출할 것이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더니, 단비가 글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깜빡한 것이다."예."단비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청류도 고개를 숙이며 고했다."다른 분부가 없으시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래."강유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그녀는 마차에 올랐다. 서유가 마부를 맡았고, 두 사람은 무사히 진국공부를 빠져나왔다."아씨, 어디로 모실까요?"서유가 밖에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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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강유영은 눈을 깜박이며 금세 핑계를 찾아 둘러댔다."아팠다고? 괜찮은 게냐?"서준은 저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듯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이제 다 나았습니다."강유영은 시선을 피하며 길가의 점포들을 바라보았다.거짓말을 한 탓에 찔리는 구석이 있어, 그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지금은 어디 가는 길이냐?"서준이 다시 물었다."시장에 구경도 하고 물건도 좀 살 겸 해서요."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강유영은 손에 든 녹나무 상자를 구석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이 혼서가 가짜이긴 해도 서준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기에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그래, 다녀오거라."서준은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렸다.강유영은 멀어지는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입을 열었다."서유야, 가자."밖으로 나오자마자 찾아왔기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싱겁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 고작 몇 마디 나누려고 며칠을 기다렸단 말인가.하지만 하 낭자를 만나 전당포를 되찾을 생각에 마음이 쏠려 있어 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 낭자가 금수 상회에서 나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유영 아씨, 저를 찾으실 일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시지요.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해 드릴 텐데, 어찌 친히 발걸음을 하셨습니까?"하 낭자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괜찮습니다."강유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답했다."제가 오나 사람을 보내나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그렇긴 합니다. 위층으로 가셔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하 낭자는 계단을 올라 그녀를 한 방으로 안내했다.방 안은 서재처럼 소박하고 단아하게 꾸며져 있었다.하 낭자는 사람을 시켜 차를 내오게 한 뒤, 문을 닫고 강유영의 맞은편에 앉아 웃으며 물었다."아씨께서 오늘 이리 오신 것을 보니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 봅니다?"수년간 금수 상회에 몸담으며 수많은 사람과 일을 겪어온 터라,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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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하 낭자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액자에 넣은 혼서를 녹나무 상자에서 꺼내 찬찬히 살폈다.그녀의 손길에 강유영은 가슴을 졸였다.서유도 그 혼서를 눈여겨보았다. 글을 조금 알았던 터라, 신랑 측 이름이 가려진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필시 그곳에 적힌 것은 세자의 이름일 터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씨가 애써 가릴 이유가 없었다.세자는 참으로 대단한 분이었다. 곧 떠나려는 아씨를 하룻밤 데려가시더니 기어이 혼서까지 만들어내지 않았는가.이번에는 아씨도 정말 떠날 마음을 접을지도 모른다."유영 아씨께서 이 혼서를 무척 아끼시는 게 보입니다. 신랑 되실 분은……."하 낭자는 가려진 신랑 측 이름과 낙관을 유심히 보며 슬쩍 떠보듯 물었다."혼서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꼭 양측의 이름을 다 드러내야 합니까?"강유영은 눈을 깜박이며 되물었다.하 낭자가 묻는 것이 그저 이름일 뿐 혼서의 진위가 아니라는 사실에, 강유영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원철이 구해온 가짜 혼서라도 찍힌 인장만큼은 진짜일 수 있다고 여겼는데, 지금 하 낭자의 반응을 보니 과연 그런 듯했다."그런 것은 아닙니다."하 낭자가 웃으며 말했다."주제넘은 소리일 수 있으나, 아씨와 알고 지낸 지도 꽤 되어 벗이나 다름없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인생의 중대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전당포를 되찾는 데 급급해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강유영은 나이가 아직 어리니,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훗날 큰 낭패를 볼까 염려해서 한 말이었다."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혼서를 챙겨 녹나무 상자에 도로 넣었다.하 낭자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 탓에, 이것을 계속 그녀 앞에 펼쳐 두었다가는 당장이라도 가짜임이 들통날까 조마조마했다."그럼 다행입니다."하 낭자는 시원스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장부를 정리해서 이틀 내로 전당포를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알겠습니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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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강유영은 행궁에서 겪은 일을 잊지 않았다.소지란이 제때 나서주지 않았다면, 얼굴이 엉망으로 망가졌을 것이다.불쑥 찾아온 전보희가 좋은 마음으로 왔을 리도 없었다."강 소저, 가지 마십시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전보희가 황급히 다가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 강유영 때문인데 이리 쉽게 보내줄 수는 없었다. 이대로 강유영을 놓치면 서왕부로 돌아가 서왕에게 어찌 변명해야 할지 막막했다.강유영은 앞이 막히자 말없이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전보희를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지금 다가오는 것을 보니, 행궁에서 해코지하지 못한 앙갚음을 기어이 오늘 하려는 속셈으로 보였다."강 소저, 잠시만요. 위층 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시지요."강유영이 묵묵부답으로 외면하자 전보희의 목소리가 한층 다급해졌다."저는 댁과 나눌 이야기 없습니다."강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이었다. 인적 없는 위층 방으로 유인하여 다시 해코지하려는 속셈일 터였다. 바보가 아닌 이상 군말 없이 따라가 줄 이유는 없었다."강 소저,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잠시만 따로……."전보희는 금방이라도 손을 모아 빌 기세로 초조하게 애원했다.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 눈매마저 작아 볼품없는 외모였지만, 성질 하나만큼은 몹시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었다."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하십시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보희와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저는…… 그래도 저와 위층 방으로 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전보희가 한껏 자세를 낮췄다."안 됩니다."미심쩍은 태도에 강유영은 단칼에 거절했다.상대는 원래 고개를 쉽게 숙일 사람이 아니었다.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는 것을 보니, 어떻게든 꾀어내어 다시 함정에 빠뜨리려는 꿍꿍이인 듯했다."강 소저도 아시다시피, 저는 서왕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서왕 전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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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주루 안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대여섯 명은 자리하고 있었다.점주와 점소이까지 더하면 열 명 남짓한 이들이 일제히 전보희와 강유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강유영은 전보희의 말투가 심상치 않아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전보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시녀가 허둥지둥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었다.주루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몸을 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남의 이목을 끄는 것을 가장 꺼렸기에, 이런 상황 자체가 불편했다.전보희의 행동도 기이했다. 여인이 사내들처럼 쉽사리 무릎을 꿇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체통은 지켜야 하거늘, 어찌 저리 많은 사람 앞에서 덥석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본인의 체면은 둘째치더라도 부모의 체면은 생각해야 했다. 전 대인도 명색이 조정의 삼품 관원이었다.조원철은 일찍이 그녀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릎을 꿇거나 스스로 몸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부류가 있다면, 지체 없이 멀리하고 상대하지 말라고 했다.자기 스스로에게 모진 자가 타인에게는 오죽하겠느냐는 뜻이었다."강 소저……."전보희는 등 뒤에서 여전히 애처롭게 강유영을 불렀다.강유영은 오히려 걸음을 빨리했다. 주루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서준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멈칫하던 그녀는 뒤에 남은 전보희와 눈앞의 서준을 번갈아 보고는 문득 깨달았다.전보희가 무릎을 꿇은 것은 진심으로 뉘우치기 때문이 아니라, 서준에게 보이기 위함이었다.어쩐지, 오만하고 자존심 높은 전보희가 쉽게 무릎을 꿇을 리 없었다."무슨 말씀을 하려는 겁니까?"그녀는 얼굴을 찌푸린 채 서준에게 물었으나, 발걸음은 그가 아닌 주루 앞에 세워둔 마차로 향했다.두 사람 때문에 또다시 주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그날, 저 여자가 너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느냐?"서준이 뒤따라오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네가 용서할 때까지 사죄하라고 시켰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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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댁은 저를 다치게 한 적도 없고, 저도 댁을 원망한 적 없습니다. 우리 사이엔 아무런 접점도 없으니 앞으로 이런 말은 마십시오."강유영은 한마디를 남기고 재빨리 마차 위로 올라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 모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전보희도 몹쓸 사람이지만 어찌 됐든 서왕의 측실이었다. 자신의 측실을 많은 사람 앞에서 억지로 무릎 꿇게 만든 서준 역시 좋은 인물은 못 되었다."유영아, 잠깐."서준이 마차로 따라붙었다.서유가 들고 있던 녹나무 상자를 강유영에게 건네주려던 참이었다. 서준이 불쑥 손을 뻗어 그것을 가로챘다.그 광경을 본 강유영은 새하얗게 질려 급히 고개를 들다가 마차 문틀에 이마를 부딪쳤다."돌려주십시오."그녀는 아픈 것도 잊고, 서준의 손에 들어간 녹나무 상자를 낚아채려 손을 뻗었다.그 안에는 조원철과의 혼서가 들어 있었다. 가짜이긴 해도 관아의 인장이 찍혀 있고 그녀와 조원철의 필적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서준이 보면 진짜라 믿을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앞서 서준에게 절대 이 혼서를 들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우려하던 일이 기어이 벌어지고 말았다."안에 무슨 대단한 물건이라도 들었느냐?"서준은 본래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그녀가 이토록 긴장하는 모습을 보자 금세 흥미가 일었다.그는 녹나무 상자를 높이 치켜들었다. 강유영이 발돋움하며 손을 뻗었지만 닿을 리 만무했다."전하, 돌려주십시오. 정말 화낼 겁니다!"강유영은 그가 장난스레 뚜껑을 열어버릴까 봐 눈앞이 아득해졌다.액자에 넣은 혼서는 상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뚜껑만 열면 그 정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만약 서준이 혼서를 본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서준 역시 본성은 종잡을 수 없는 광기를 품은 사내였다.지금이야 그녀를 마음에 두고 온갖 수단으로 잘해주지만, 등을 돌리는 순간 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녀를 짓밟으려 들 것이다.곧 경성을 떠나야 하니 불필요한 사달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무슨 물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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