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유영은 서두르지 않았다.그녀에게는 한씨와 유덕전이 서로 물어뜯게 만들 묘안이 있었다.만약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때 가서 관아에 알려도 늦지 않았다.해 질 녘, 붉은 석양이 진국공부 대문의 현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강유영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마차에서 내려 쪽문을 통해 소은원으로 향했다."유영아."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강유영이 고개를 돌려보니, 첩부인 이씨가 작약꽃 덤불 뒤에 서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아씨, 괜히 상대해서 좋을 게 없습니다."뒤따르던 서유는 이씨를 발견하고 굳은 표정으로 낮게 속삭였다.이씨는 조사예의 생모였다.모녀는 통통하고 사람 좋은 인상이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순박해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음흉하고 속내가 깊었다.아무 목적도 없이 아씨를 찾아올 사람이 아니었다.강유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그녀 역시 서유의 말에 동의했다. 굳이 이씨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조사예도 영악한 구석이 있지만 결국 나이가 어려 조바심을 숨기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생모 이씨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이런 부류와는 말을 섞지 않는 편이 상책이었다.강유영이 가볍게 고개를 젓고 걸음을 떼려는데, 이씨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잠시만, 유영아.""저와 이 부인은 왕래도 없던 사이인데, 무슨 일이십니까?"강유영은 어쩔 수 없이 멈춰 섰으나, 말투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굳이 빙빙 돌릴 필요가 없었다. 억지로 친한 척할 사이도 아니니 용건이 있어도 찾지 말라는 확고한 거절의 뜻이었다."내가 귀찮게 했나 보구나."이씨는 멋쩍은 기색을 애써 감추며 손에 든 초대장을 내밀었다."사예의 혼례 날짜가 정해져서 네게도 초대장을 주려고 불렀단다.""고맙습니다."강유영은 초대장을 건네받고 대충 훑어보았다.도경진의 필체는 아니었다.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붉은 바탕에 검은 먹물로 쓴 영 옹졸해 보이는 어설픈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보통 경성의 혼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