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제의 곁으로 다가간 고익은 몸을 굽히고 나직이 아뢰었다.“당도했다면서 어찌 들지 않는 게냐?”건정제의 목소리에는 딱히 책망하는 기색이 없었다.고익은 조심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사옵니다.”건정제는 좌중을 둘러보더니,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진국공, 그대의 양녀가 누구인가?”전각 안이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지며 모든 이의 시선이 진국공에게로 쏠렸다.진국공은 강유영에게 일어서라는 눈짓을 보낸 뒤, 상석을 향해 예를 올렸다.“폐하, 이 아이가 소신의 양녀 강유영이옵니다.”“소녀 강유영, 폐하와 황후마마, 태후마마를 뵈옵니다.”강유영은 전각 중앙으로 걸어 나가 예법에 맞춰 절을 올렸다.원래 세가의 예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급히 한씨가 사람을 붙여 이틀간 일러준 몸가짐이 전부였다.대강 모양새는 갖추었으나, 어릴 때부터 엄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세가의 규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많았다.긴장감이 엄습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이상하게도 생각했던 만큼 두렵지는 않았다.건정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가까이 나오거라.”강유영은 몇 걸음 더 다가가 걸음을 멈추었다.마침 그곳은 조원철의 앞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그의 고귀하고 준수한 얼굴이 슬쩍 눈에 들어왔다.그는 제 앞의 술잔만 묵묵히 바라볼 뿐,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다.‘지금 서왕이 나를 간택할지 고심하고 있는 걸까?’쓰라린 한탄이 가슴을 후벼 파자, 그녀는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바닥만 응시했다.“고개를 들라.”건정제는 비스듬히 의자에 기댄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강유영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감히 용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건정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살폈고, 황후와 태후의 시선 역시 고스란히 그녀에게 꽂혔다.전각 안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자, 가시방석에 앉은 듯 숨이 막혀왔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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