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강유영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명을 받들겠습니다, 어머니.”“어머니께서는 집안을 늘 이런 식으로 관리하십니까?”한씨가 미처 대꾸하기도 전에, 얼음장처럼 서늘한 조원철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원철아, 네가 이 시간에는 어쩐 일이냐?”고개를 돌린 한씨는 서슬 퍼렇게 굳어 있는 아들의 안색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찔리는 속내를 감추며 서둘러 말을 건넸다.소은경 역시 조원철의 수려하면서도 서늘한 얼굴을 마주하자,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분명 바빠서 저택을 비웠다고 했는데 하필 왜 지금 돌아온 거지?’차라리 계획이 완벽히 성공해서 강유영이 도경진과 사통하는 현장을 조원철이 목격했더라면 나았을 것이다.그랬다면 당당히 강유영의 처벌을 촉구할 수 있었을 터였다.설령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었다 한들, 그런 추잡한 꼴을 보고도 조원철이 그녀를 받아줄 리 만무했다.그 어떤 사내가 자신의 여인이 다른 사내와 추잡하게 엮인 현장을 보고도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겠는가.문제는 성공은커녕 일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점이었다.간신히 빌미를 잡아 한씨가 강유영을 내쫓으려던 참에, 귀신같이 조원철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의원을 불러 내막을 확인해 봅시다.”조원철은 시선을 강유영에게 고정한 채 낮게 읊조렸다.“원철아.”한씨가 눈치를 주며 타이르듯 목소리를 낮췄다.“소 군주는 우리 집안의 귀한 손님이다.”조씨 집안 사람이 손님의 허물을 들춰서야 되겠느냐는 무언의 경고였다.“귀한 손님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어머니께서 유영이를 모함할 이유가 되지는 않지요.”조원철의 얼굴은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다.“어머니께서는 저를 모함하지 않았습니다. 소만을 이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은 제 잘못이니, 기꺼이 벌을 받고 장원으로 가겠습니다.”강유영은 손톱이 손바닥에 박히도록 주먹을 꾹 움켜쥐며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조원철이 소은경을 귀한 손님이라고 인정했다는 것은, 결국 그녀의 악행을 추궁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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