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비백산한 강유영은 다급히 버선과 신발을 찾았다.일단 침상 아래로 내려가야 안전했다. 밖에 서서 맞이하면 한씨가 굳이 휘장까지 걷어 내며 안을 들여다보진 않을 터였다.하지만 버선은 이미 더러워졌고, 비단신은 조원철이 저 멀리 치워 두어 손을 뻗어도 도저히 닿지 않았다.그새 한씨의 발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금 신발을 가지러 움직였다간 꼼짝없이 의심을 살 게 뻔했다.진퇴양난의 순간, 손에 들린 연고가 눈에 들어왔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번뜩 기지가 발휘되었다.“유영아, 많이 고단했느냐? 잠자리에 일찍 들었네.”방 안으로 들어선 한씨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영을 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발이 좀 까져서 연고를 바르던 중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오실 줄 모르고 결례를 범했네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강유영은 약을 바르던 손을 거두고 신발을 잡아당기며 침상에서 내려오는 시늉을 했다.말투는 공손했으나 은연중에 거리감이 묻어났다.신분이 밝혀지기 전, 아주 어릴 적부터 한씨는 유영을 은근히 배척했다.단 한 번도 살가운 정을 나눈 적이 없었으니, 이제 와 진정한 모녀의 정이 느껴질 리 만무했다.“발을 다쳤다니, 오늘 입궁하느라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예는 되었으니 가만히 있거라.”한씨가 손을 내저으며 다가오려 하자, 강유영은 얼른 몸을 바로 세우며 자리를 권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이쪽에 앉으시지요.”한씨는 몇 걸음 물러나 의자에 앉으며 강유영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그나저나 손은 왜 그러느냐?”“오늘 다도를 할 때 누군가 제 다구들을 흑자기로 바꿔치기했습니다.”강유영은 눈길을 내리깔며 담담히 대답했다.한씨가 진심으로 걱정해서 묻는 게 아님을 잘 알았다.늘 그래왔듯, 그저 형식적인 질문일 뿐이었다.“감히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진국공부와 척을 지겠다는 심사가 아니고서야! 내 조만간 네 오라비에게 말해서 철저히 조사하라 이르겠다.”한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강유영이 손을 데어서 화가 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