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191 - Bab 199

199 Bab

제191화

강유영은 손에 든 흑자기 주전자와 찻잔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이는 틀림없이 경화 공주의 짓 같았다.소은경이 아무리 군주라 한들 결국 황궁 사람이 아니니, 이토록 대담하게 황실 기물을 바꿔치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때 조원철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듯한 눈빛이었다.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강유영은 가슴 한구석이 씁쓸하게 아려왔다.‘내가 꾸물거려서 진국공부의 위상에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아니면 서왕의 눈 밖에 날까 봐 걱정하는 걸까?’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칼로 베이는 듯 아파왔다.경화 공주나 소은경이 그녀를 함정으로 몰아간 것은 결국 조원철 때문이었다.강유영은 오기가 생겨 남몰래 입술을 깨물었다.이윽고 펄펄 끓는 물을 주전자에 부으며 잔을 데우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경화 공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미 손은 써두었고, 설령 강유영이 다도를 안다 해도 단열이 안 되는 흑자기 주전자로는 제대로 된 차를 우려낼 수가 없었다.‘어디 그 뜨거운 물을 얼마나 버텨내는지 볼까? 네가 끝까지 의연한 척할 수 있을지 두고 보지.’끓는 물이 닿자마자 찻잔 가장자리를 겨우 쥐고 있던 강유영의 손가락 끝으로 어마어마한 열기가 순식간에 파고들었다.마치 수많은 바늘이 손가락을 사정없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놓을 뻔했지만, 이내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잔을 쥘 수밖에 없었다.하얀 얼굴이 점차 붉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황제께서 두 눈을 서슬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계시는 자리였고,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 자리였다.자칫 잘못했다간 그녀뿐만 아니라 진국공부 전체가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비록 양녀일지라도 자신을 길러준 양육의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는 없었다.뜨거운 물을 연거푸 부을 때마다 손가락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온몸으로 퍼지는 고통에 강유영은 몸을 바르르 떨었고, 눈가에는 결국 눈물이 고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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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하지만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다도 솜씨가 형편없어 서왕의 눈 밖에 난다면, 진국공부에 화를 미치지 않고도 그의 첩실로 들어가는 일만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원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상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다도는 좀 더 익혀야겠구나.”이내 건정제가 강유영을 의미심장하게 곁눈질하며 한마디 던지자, 강유영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예, 폐하.”건정제는 더는 책잡지 않고 나지막이 명했다.“모두 자리로 돌아가거라.”강유영은 다른 귀녀들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와 연회를 이어갔다.손가락 끝이 찢어질 듯 아파왔지만, 그녀는 억지로 자세를 바르게 세우고 앉아 고통을 참아냈다.다행히 연회가 끝날 때까지 건정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황자들 중 누구도 그녀를 첩으로 삼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가슴을 쓸어내린 강유영은 연회가 끝나자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향했다.대경전의 문턱을 막 넘어섰을 때, 곁에서 삐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많이 아팠을 텐데 제법 잘 참더구나.”고개를 드니 경화 공주가 눈썹을 치켜올린 채 조소 어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괜찮았습니다.”강유영은 숨을 나직이 들이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공주 전하께서 하신 일은 전각에 들기 전 소은경 군주께서 미리 일러주셨습니다. 손가락에 약을 발라둔 덕에 통증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이간계.언젠가 조원철이 가르쳐 준 계책이었다.경화 공주와 소은경이 매번 손을 잡고 그녀를 적대하는데, 가만히 있다가는 제 명을 살지 못할 것이다.그렇다면 차라리 조원철의 말대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편이 나았다.호적수인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느라 바빠지면,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것이다.“지금 뭐라 하였느냐?”경화 공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비웃었다.“네까짓 게 감히 나와 은경이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어?”가소롭기 짝이 없다는 웃음이었다.“전하께서 왜 이토록 저를 핍박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강유영은 긴 속눈썹에 눈물을 매단 채 애처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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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강유영은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환청이라도 들은 건지 생각도 했지만, 분명 서준의 목소리 같았다.“서준? 정말 너야? 네가 왜 여기 있어?”그곳은 불빛이 닿지 않아 얼굴은커녕 입은 옷차림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하지만 강유영은 어둠 속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도 단번에 서준임을 알아챘다.서준은 늘 그렇듯 엄숙한 황궁 안에서도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어 긴 다리를 쭉 뻗은 채 한량처럼 서 있었다.“일이 좀 있어서 왔지.”서준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장난기 섞인 웃음이 배어 있었다.강유영은 그에게 다가가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너 혹시 어느 대감 집 하인으로 들어간 거야?”그녀는 서준이 고관대작의 시종이라도 된 줄 알았다.그렇지 않고서야 일개 평민이 어떻게 삼엄한 황궁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서준은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을 터뜨릴 뿐, 딱히 해명하지 않았다.“얼른 네가 모시는 상전을 따라가야지? 아직 안 나오신 거야?”강유영은 대경전 쪽을 돌아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재차 물었다.“대체 어느 집안인데?”“대경전 안은 어땠어? 폐하께서 너한테 잘해주셔?”서준은 질문에 답하는 대신 되려 넌지시 물었다.“내 다도 솜씨가 워낙 형편없어서, 폐하께서 벌을 내리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지. 어찌 감히 다른 걸 바라겠어?”강유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까만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서준을 바라보았다.마침 은은한 등롱 불빛이 그녀의 조막만 한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었고, 반짝이는 눈망울과 화사한 의복이 어우러져 한층 더 사랑스럽고 생기 있어 보였다.서준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등불 아래서 보는 미인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인데, 하물며 자신이 마음에 둔 정인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나 이제 가봐야 해. 너도 궁 안에서는 행동거지 조심해. 바깥이랑은 다르니까.”강유영은 서준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뒤돌아섰다.왼손 손가락이 지독하게 욱신거려 얼른 돌아가 약을 바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잠깐만.”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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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강유영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은 자신의 미래가 참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진 것도 없고 든든한 세력도 없으며, 그리 영리한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이런 자신이 무슨 수로 진국공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온전한 제 삶을 살 수 있단 말인가.어쩌면 가문이 정해준 대로 사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지도 몰랐다.그저 나중에 혼인하게 될 부군에게 사정하여, 자신을 키워준 오씨 어멈만이라도 곁에 두게 해달라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묵묵히 걷던 서준이 돌연 말수를 줄이고 고개를 숙였다.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왜 갑자기 말이 없어?”강유영은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며 그를 돌아보았다.워낙 말수가 많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녀석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침묵이 영 낯설었다.“만약 서왕이 널 첩이 아니라 정비로 맞이하겠다고 하면? 그땐 혼인할 마음이 있어?”서준이 고개를 돌려 툭 던지듯 물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강유영은 한 번도 그런 터무니없는 가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국공부의 양녀가 무려 서왕비가 된다니?저잣거리의 연극에서도 다루지 않을 허황된 이야기였다.서준이 이런 허무맹랑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 봐도, 녀석이 얼마나 속없는 인간인지 고스란히 느껴졌다.“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준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너 술이라도 마신 거야?”강유영은 그저 흔한 농담으로 치부하며 걸음을 재촉했다.워낙 평소에도 진중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녀석이었다.“유영아…….”서준이 손을 뻗어 비단 소맷자락 위로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그 손 놓지 못할까!”서슬 퍼런 호통이 사방을 때렸다.강유영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조원철이 매서운 걸음으로 다가와 서준의 손목을 내리쳤다.불시에 일격을 당한 서준은 통증에 반사적으로 손을 놓쳤다.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한 서준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헛웃음을 지었다.“왜 이리 조급해지셨습니까?”그는 입꼬리를 뒤틀며 도발적으로 한마디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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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청운은 앞서가는 조원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훌륭한 계책이긴 하나, 유영 아씨께서 또 오해하실까 걱정이구나.”“걱정할 게 뭐 있나요? 세자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아씨의 화를 풀어주는 것쯤은 아주 간단하죠.”청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여인네 마음이란 원래 다정하게 달래주면 풀리는 법이었다.더구나 강유영처럼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면 더 간단했다.잠시 후, 요월원.강유영은 서둘러 정원 안으로 들어섰다.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가슴 한구석이 서글프고 쓰라렸다.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해 서왕에게 보내려 해 놓고, 이제 와서 왜 뒤따라오는 것인지 원망스러웠다.마음이 급해진 강유영은 침소 안으로 서둘러 뛰어 들어가며 문을 닫으려 했다.그가 오면 또 괴롭히고 정신을 빼놓을 게 뻔했다.지금은 조원철을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둔탁한 소리가 울렸다.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조원철이 가죽 장화를 신은 발을 문틈 사이로 들이밀었다.문짝이 그의 발에 부딪히며 소리가 났다.강유영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문을 열려고 손에 힘을 풀었다.그러나 자신을 서왕에게 넘기려 했던 그의 의도가 떠올랐다.게다가 손가락 끝의 극심한 통증과 오늘 자신이 겪은 수모가 모두 조원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서글픔이 밀려왔다.문고리를 잡은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그렇다고 문을 억지로 닫을 수도 없어 그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강유영, 문 열어.”조원철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그냥 가세요. 제발 부탁이니까 다신 절 찾지 마세요….”강유영은 문에 기대어 울먹이는 소리로 애원했다.눈물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고여 있었다.대체 왜 이러는 걸까.왜 나를 이토록 괴롭히는 것일까.“말 들어.”조원철은 문틈을 더 넓히며 밀고 들어오려 했다.강유영은 온 힘을 다해 문을 잡고 버텼다.“돌아가시라니까요.”그녀는 애써 숨을 들이키며 울음을 삼켰다.조원철은 커다란 손을 문틈으로 밀어 넣어 강유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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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가만히 있어.”조원철은 버둥거리는 그녀를 꽉 붙잡으며 서늘한 목소리로 명했다.“청운, 은침과 소금물 한 대야를 가져오거라.”“이것 좀 놓고 얘기하세요. 청운이 보면 어쩌려고요.”강유영은 결국 고집을 꺾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차츰 이성이 돌아오며 그를 당해낼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원하듯 조원철을 바라보았다.“그는 남이 아니라 내 사람이다.”조원철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놓지 않았다.강유영은 그에게 손목을 잡힌 채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우며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그의 완고한 성정을 잘 아는 그녀였기에,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다.사실 청운이 조원철의 심복으로서 자주 물건을 전하거나 전갈을 가져왔으니,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를 리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청운이 눈앞에서 대놓고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찌 됐든 그녀와 조원철의 이 기묘한 관계는 속세의 시선으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잠시 후, 청운이 문을 열고 들어와 침통과 따뜻한 소금물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는 방에 들어설 때부터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시선 한 번 허투루 두지 않았다.물건을 내려놓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더니 문까지 꼭 닫아주었다.강유영 역시 차마 청운을 쳐다보지 못하고 화장대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얼굴이 화끈거리며 열이 올랐다.오직 조원철만이 이런 민망한 상황에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흔들의자에 앉으며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잡아당겼다.강유영은 오늘 가뜩이나 심신이 지친 데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렸다.결국 중심을 잃은 그녀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조원철의 품으로 고스란히 쓰러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그러고는 물기 어린 눈동자를 크게 뜬 채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먼저 손부터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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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조원철은 강유영의 손가락에 잡힌 물집을 하나하나 터뜨리고 진물을 닦아낸 뒤, 상처에 연고를 펴 발라주었다.손가락 끝으로 시원한 기운이 스며들자, 지독했던 통증이 한결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이 들었다.“붕대는 감지 않아도 돼요.”조원철이 얇은 천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하자, 강유영은 황급히 만류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을 일으켰다.상처가 모두 손가락 끝에 몰려 있어 붕대를 감아두기에는 몹시 거추장스러웠다.조원철은 대꾸도 없이 그녀를 다시 제 품으로 단단히 눌러앉혔다.강유영이 불안한 듯 버둥거리자, 그는 낮게 내리깐 눈으로 엄하게 경고했다.“가만히 있거라.”강유영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저 가라앉은 목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얼굴이 화끈거리며 붉게 물들었고, 부끄러움과 분통함이 동시에 치밀었다.‘이 파렴치한 인간 같으니!’매번 그는 이런 낯부끄러운 말로 그녀를 협박하곤 했다.조원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손놀림을 이어갔다.강유영은 민망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웠다.제멋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저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연회장에선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누가 손을 썼는지는 파악했느냐?”조원철이 넌지시 묻자, 강유영은 짐짓 오기가 생겨 입을 꾹 닫고 무시했다.“말해 보거라.”조원철이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다그쳤다.깜짝 놀란 강유영은 반사적으로 책상을 붙잡았다.“범인은 경화 공주였어요. 제 찻잔과 주전자를 흑자기로 바꿔치기했어요.”그녀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어째서 공주라고 단정 지었지?”조원철이 재차 물었다.공적인 대화를 나눌 때만큼은 이토록 진중하고 단호하니, 흡사 엄격한 스승님 같았다.“일국의 공주이시니까요. 삼엄한 황궁 안에서 기물을 은밀히 바꿔치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공주의 신분이라면 손쉽게 사람을 움직일 수 있죠.”강유영은 사건의 전말과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털어놓았다.조원철이 자신에게 처세와 계책을 가르쳐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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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강유영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아까 경화 공주에게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 주었다.조원철은 이야기를 다 듣고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제가… 무언가 큰 실수를 한 건가요?”그녀는 자신의 지략에 영 자신감이 없었기에, 그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난생처음 벌인 일이라 큰소리는 쳤어도 속으로는 한없이 불안했기에, 그의 입에서 냉철한 평가를 듣고 싶었다.조원철은 마지막 손가락까지 꼼꼼히 감싸 쥔 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잡고 몸을 돌려 세웠다.두 사람은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게 되었다.“오늘 황궁에 들어 고귀하신 폐하와 수많은 고관대작 앞에서 지독한 화상을 견디며 다도를 완수해 냈다. 당황하지 않고 진국공부의 체면을 꿋꿋이 지켜냈으니,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장하다.”조원철은 강유영을 그윽하게 응시하며 뺨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다정하게 넘겨주었다.칠흑 같은 눈동자에 은근한 안쓰러움과 연민이 스쳤다.이런 모진 상황을 홀로 감당한 것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모양이었다.강유영의 까만 눈망울이 순간 반짝였다.가슴속이 세차게 요동쳤다.그녀는 차마 그 뜨거운 시선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지금 날 칭찬해 주는 건가?’조원철은 본래 과묵하고 매사에 냉정하여 누굴 치하하는 법이 드물었다.그동안 그녀에게 글공부를 가르치며 훈육할 때도 늘 엄격하게 지적할 뿐, 단 한 번도 따스한 칭찬의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소은경에게조차 그가 감정을 드러내며 극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보아온 겉모습일 뿐, 두 사람이 단둘이 있을 때는 어떤지 알 수는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강유영의 반짝이던 눈빛이 이내 흐릿하게 가라앉았다.“적재적소에 이간계를 쓴 판단 역시 틀리지 않았다.”조원철은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강유영은 상념에서 벗어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지침을 듣고 싶었다.그를 통해 병법과 계책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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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강유영은 아연실색한 채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정말로 그녀를 돕겠다는 뜻일까?그런데 대체 무슨 연유로?그녀는 머릿속이 다시 엉망이 되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다만….”조원철은 손을 뻗어 강유영의 턱을 살포시 치켜올렸다.그녀는 강제로 그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겁먹은 듯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다급히 제 뺨을 감싼 그의 억센 손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천하에 대가 없는 도움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그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조원철은 무심히 던진 말이었으나, 강유영에게는 그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하게 가슴을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오라버니의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그녀의 얼굴은 수치심에 붉게 달아올랐다.온 힘을 다해 그의 손을 밀쳐낸 강유영은 당장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몸을 비틀었다.대가 없는 도움은 없다는 말은 결국 공짜로 도와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합당한 대가를 바치라는 뜻이었다.현재 그녀에게서 조원철이 탐낼 만한 밑천은 몸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은 것도 결국 그녀에게 육신을 담보로 거래를 하자는 수작에 불과했다.이런 치욕을 겪을 바에는 이간계고 뭐고 다 집어치우는 편이 훨씬 나았다.조원철은 가볍게 힘을 주어 그녀를 다시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내가 뭐 대단한 보상이라도 요구하더냐?”그는 짐짓 다정한 눈길로 그녀를 달래듯 물었다.“꿈도 꾸지 마세요.”강유영은 두 손으로 단단한 그의 가슴을 완강히 밀어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새하얗고 가녀린 목덜미는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뻔한 속내를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입 한번 맞춰주면 내 기꺼이 장단에 맞춰주지.”조원철의 시선이 그녀의 뽀얀 목덜미에 머물렀다.목소리에는 은근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강유영은 제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홱 돌려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반면 조원철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을 유지한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세상 고결하고 엄숙한 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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