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21 - Bab 30

30 Bab

제21화

다정한 그의 몸짓에 강유영은 소름이 돋았다. 그 모습은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는 맹수와도 같았다.“이제 도착할 때 되지 않았어요?”안에서 도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이 곧 열리려는 순간!강유영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조원철은 끝내 손을 풀어주지 않았다.안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다.끼익!문이 열리던 순간, 손을 잡고 있던 힘이 풀렸다.조원철은 그녀를 놓아주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뒷짐을 졌다.“세자, 이쪽이 강 소저인가 보군요? 어서 들어오세요.”도 부인은 재빨리 강유영을 훑어보더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조원철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우아한 기품이 묻어났다.강유영은 그에게 잡혀서 통증이 느껴지는 손목을 대충 문지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아무리 고맙고 존경하는 사람이라지만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어머니를 뵈옵니다.”강유영은 들어가자마자 한씨에게 먼저 인사를 올렸다.한씨는 찻잔을 내려놓더니 웃으며 말했다.“원래는 좀 귀찮아서 안 오려고 했는데 네 아버지께서 얘기를 들으시고는 너에게 관심 좀 주라고 핀잔을 주시지 뭐니.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온 거란다.”“수고가 많으십니다.”강유영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진국공은 그녀에게 꽤 잘해준 편이었다. 그러나 평소에 바쁜 분이다 보니, 집안일에는 거의 간섭할 여유가 없었다.강유영이 진국공을 못 본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앉거라. 이쪽이 올해 탐화랑인 도경진, 도 공자란다. 듣던 대로 미남이지? 이쪽은 도 공자의 어머니셔.”한씨가 웃으며 소개를 했다.강유영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모자를 바라보았다.상아색 둥근 깃 두루마기에 머리를 높이 틀어올린 도경진은 눈처럼 흰 피부에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진 청년이었다. 오히려 강유영이 초라해질 정도로 눈매는 유순하고 빨간 입술에 깨끗하고 순한 인상의 용모를 가진 사람이었다.“강 소저.”도경진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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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강유영은 공손히 답하고는 찻주전자를 들어 두 사람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러고는 조원철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그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순간 두려움이 들었다.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은데 그만 차를 안 따라줄 수 없어서 곤란했다.결국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게로 다가갔다.차를 따르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주전자를 손에서 떨어뜨릴 뻔했다. 간신히 이 악물고 정신을 차렸다.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에 온몸에 열기가 퍼져나가고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는 애원에 찬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등 뒤에 한씨와 도 부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마침 둘의 시선을 가린 상태였다.하지만 계속 이대로 서 있으면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할 테고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그리도 마음에 들더냐?”조원철이 나지막이 물었다.강유영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도경진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조원철은 거친 손길로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놓아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강유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놀란 토끼마냥 울먹였다.“오라버니….”그녀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손등에 마치 낙인이 찍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한씨와 도 부인이 고개를 든다면 분명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것이다.이때 문이 열리고 도경진이 돌아왔다.그가 들어선 순간, 조원철은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강유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도 대인에게도 한잔 올려야지?조원철은 도경진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강유영은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굳은 채로 서 있었다.“괜찮습니다. 아직 마시던 차가 남았거든요.”도경진이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한씨와 도 부인도 강유영을 바라봤지만, 그녀가 수줍어서 굳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도 대인은 내 여동생을 어찌 생각하는가?”조원철은 옷깃을 정돈하며 무심한 듯 물었다.강유영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조원철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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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강유영은 입술을 깨물고서 조원철의 눈치를 살폈다.소녀는 그와 꽤 가까운 사이인 듯했다.이제 와서야 그녀는 자신이 조원철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가 전장에 나가 있는 오 년 동안, 두 사람은 전혀 왕래가 없었다.그래서 그 동안 그가 어디를 가보고 어떤 사람을 만나 무슨 일을 했는지,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강유영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친밀한 접촉이 있었다지만, 점점 더 그가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한씨가 문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아씨는….”조원철은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회남왕의 딸 소은경입니다.”“소 군주(郡主:친왕의 딸)였군.”한씨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어서 가보렴. 난 저택에 일이 있어 공주 전하께 인사만 드리고 돌아가겠다.”얘기를 들은 도 부인이 도경진에게 말했다.“나도 이만 돌아가야겠구나. 경진이 너는 유영 아씨와 이야기 좀 나누거라.”도경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조원철과 소은경은 나란히 앞에서 걸었다.성격이 활발한 소은경은 재잘재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조원철은 조용히 들으며 가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강유영은 그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도경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강 소저, 우리도 한번 가볼까요?”“예.”강유영은 흔쾌히 그의 초대에 응했다.홀로 이 정원에 남아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넓은 마당으로 나가니 투호를 즐기는 사람들, 고양이와 놀아주는 사람들로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조원철이 당도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강유영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자리를 찾아 그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도경진은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조원철이 화살을 들고 투호장으로 나서자, 뭇 소녀들의 눈빛이 반짝였다.그는 멀리 있는 항아리를 노려보더니 손을 들어 힘껏 화살을 던졌다. 화살은 긴 포물선을 그리더니 항아리에 정확히 꽂혔다.그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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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그 얘기 들으셨나요? 궁에서 전해지는 소문인데, 소은경이 이번에 경성에 온 이유가 신랑감을 찾으러 온 거래요. 폐하께서는 진국공 세자와 맺어주고 싶어하신다던데….”“지금 분위기를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세자도 딱히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고요. 늘 차갑고 모든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처자와 저렇게 가깝게 지내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당신들이 뭘 안다고? 회남왕도 변방에 영지가 있고 진국공 세자는 변방에서 전장을 치렀으니 당연히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겠지. 어쩌면 둘이 진작에 눈이 맞아 폐하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늘 경화 공주의 연회도 소 군주를 위한 환영회라고 하던데….”구석에서 몇몇 귀녀들이 수근거렸다.강유영은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머리가 혼란스럽고 온몸에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분명히 여름인데 갑자기 오한이 들고 온몸에 한기가 퍼져갔다.‘사랑하는 이라는 사람이 소 군주인 걸까?’그녀는 뜨거웠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귓가에 속삭이던 그 다정한 부름이 누굴 향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저 사람이었구나. 둘은 이미 알고 있었고 서로 마음이 통한 사이였어….’그제야 조원철이 왜 왕연령에게 무심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그는 주변 사람들은 전혀 안 보인다는 듯이 소은경만 챙겼다.이제야 답을 알게 된 것 같았다.회남왕은 남부 변방을 지키는 무장이자, 황제의 충신이었다.딸은 아버지를 닮는다고, 발랄하고 강인해 보이는 소은경은 조원철과 무척 잘 어울렸다.“강 소저, 혹 목련꽃을 좋아하십니까?”옆에 있던 도경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강유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그에게 물었다.“그날 마구장에서… 목련꽃을 제게 주신 분이 공자이신가요?”그녀는 조원철에 의해 버려진 탐스러운 꽃을 떠올렸다.저도 모르게 가슴이 쓰라렸다.정신을 차려 보니 언제 그런 건지,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피가 살짝 나고 있었다.“마음에 들었을지 모르겠군요.”도경진이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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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강유영은 작은 소리로 도경진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연회청을 나섰다.조원철과 소은경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질투를 하거나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가슴이 아프고 갑갑했다.그래서 차라리 피하는 쪽을 택했다.그녀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차라리 돌아가서 약방 일이나 돕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리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걸어오는 조원철이 보였다.강유영은 무섭게 돌변한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유영아.”조원철이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못 들은 척, 걸음을 재촉했다.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든,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정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소은경이 도와줄 것이다.조원철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를 쫓아왔다.오솔길 끝에는 동굴 하나가 있었다.도망칠 곳을 잃은 강유영은 하는 수없이 안으로 들어갔다.결국 조원철이 그녀를 따라잡았다.동굴 안으로 들어온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등 뒤에서 그녀를 안더니 어둠 속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내려주세요….”강유영은 발버둥치며 그를 바라봤다.어둠 때문에 오감이 더 예민해졌다. 술냄새를 곁들인 감송향이 코끝을 감돌았다. 연회상에서 술을 적지 않게 마신 모양이었다.얇은 옷감 사이로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그의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건가?’그녀는 술에 취해 자신을 안았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그때는 적어도 그의 방이었는데 지금은 공주 부저였다. 만약에 들킨다면 죽은 목숨이었다.“이러지 마세요….”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그의 팔뚝을 깨물었다. 그러나 단단한 근육 때문에 흠집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조바심이 나고 화가 치밀어 손을 뻗어 힘껏 그를 밀쳐냈다.조원철은 그녀를 안고 동굴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 때문에 강유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만히 있어….”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듯, 그의 이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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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조원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떴다. 검은 눈동자는 더 이상 날카롭지 않고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 찼다.“움직이지 말거라. 약에 당했다.”손가락에서 느껴진 통증에 그는 잠깐 이성이 돌아왔다. 이마에 힘줄이 솟고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는 애써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충동을 억제했다.강유영은 입에 힘을 풀고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이렇게 약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평소의 날카롭고 예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는 그녀마저 녹여버릴 것 같았다.그는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그녀는 여기서 더 그의 말을 거부했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 연회청에서는 괜찮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누가 술에 손을 쓴 건가?’조원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날뛰는 충동을 억눌렀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달콤한 향기에 정신은 점점 혼미해졌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유영은 몸을 비틀어 피하려 했지만, 그의 우악스러운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유려한 얼굴은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바짝 밀착시켰다. 장시간 검을 잡은 탓에 그의 손에는 거친 굳은살이 배어있었다. 보드라운 그녀의 손이 그의 몸에 닿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다.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도에 수치심은 온몸으로 퍼져가고, 강유영도 덩달아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가늘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녀는 겁이 나고 수치스러워 그와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이곳은 경화 공주부의 돌산 위였다. 만약 누군가 이곳을 지나간다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조원철은 한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품에 꽉 껴안았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고 달콤한 체향을 맡았다. 뜨거운 땀방울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멀리서 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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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한 시녀가 공주에게 다가가 아뢰었다.“근처? 어디에 있다는 게냐? 멍청한 것들! 약에 당한 사람 하나 붙잡지 못해서 이 사단을 만들어?”경화 공주는 성난 목소리로 호통쳤다. 잔뜩 화가 난 그녀의 말투에서는 못내 아쉬움이 묻어났다.“전하, 조급해 마십시오. 소인이 지금 사람을 시켜 수색하겠습니다.”한 시녀가 웃으며 아부했다.“입구를 잘 지키고 안을 샅샅이 수색하거라. 약효가 굉장한 약을 먹였으니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진국공 세자라 하더라도 욕구를 채우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 게야. 절대 내 손아귀를 벗어나게 두지 않아.”경화 공주는 확신에 찬 어투로 지시를 내렸다.그 말을 들은 강유영은 더욱 겁에 질려 몸을 움츠리고 조원철의 품으로 숨어들었다.이렇게 하면 적어도 공주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조원철은 가녀린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졌다.그는 능숙하게 그녀의 입안을 거칠게 헤집었다.강유영은 뜨거운 그의 숨결에 휩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의 다급한 욕구를 받아들였다.그때 손에 힘이 풀리더니 얇은 옷감 사이로 뜨거운 촉감이 느껴졌다.끈적하고 뜨거운 열기가 아랫배에 닿으니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강유영은 온몸이 굳은 채로 얼굴을 붉히며 흔적을 닦으려고 손을 뻗었다. 머릿속은 이미 하얘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당장이라도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치마가 더럽혀졌으니 어찌 공주부를 나간단 말인가?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유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그는 이미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평소의 냉철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눈가에 남은 옅은 붉은기를 제외하고는 조금 전에 그가 무슨 황당한 짓을 저질렀는지, 티도 나지 않았다.그는 침착하게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치마를 닦아주었다. 긴 속눈썹이 눈매를 가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강유영은 가슴이 먹먹해져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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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강유영은 경화 공주의 무례한 발언을 듣고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 시선을 마침 조원철의 아랫배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당황하여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둘 곳이 없으니 애꿎은 치맛자락만 움켜쥐었다.머릿속에는 경화 공주의 말들이 떠나지를 않았다.그녀는 다른 사내들과 친밀한 접촉을 한 적이 없으니, 원래 정사가 그런 것인 줄 알았다.‘차이가 그렇게 큰 건가? 그래서 아팠던 거야?’하지만 곧 소은경의 사람이 될 거라고 말했다. 경화 공주가 비록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하진 않는 사람이었다.아마 폐하께서 조원철과 소은경을 이어주고 싶어 하신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일어나거라.”조원철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부축하며 담담히 말했다.잠깐 사이에 그는 또다시 냉랭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강유영은 정신을 차리고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그의 품에 주저앉아 버렸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난 것이었다.비명이 새어나갔다는 것을 그녀가 직감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당황함, 두려움, 초조함, 온갖 감정들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몰려왔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려갈 것만 같았다.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그와 조원철이 저지른 일을 경화 공주가 알게 된다면 진국공부 전체가 그녀 때문에 해를 입을 것이다.평소 그녀에게 잘해주던 조월아도 그녀 때문에 좋은 혼처를 못 만날지도 모른다.게다가 조원철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강유영은 그가 평안하게 살기를 바랐다.온갖 생각이 겹치자 정신이 혼미해져 그대로 스르륵 무너져내렸다.“감히!”조원철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서 그녀를 낚아채 품에 안았다.하지만 강유영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갔다.곧이어 단추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조원철이 입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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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조원철은 그녀를 무시하고 허공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허공에 날아오른 신호탄이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이는 그가 신하들을 부르는 신호였다.강유영은 그제야 조금 시름이 놓였다.청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면 경화 공주도 함부로 조원철을 다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순조롭게 공주부를 벗어날 수 있었다.“세자, 누구냐고 물었습니다!”경화 공주의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세간에서 감히 그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조원철은 그 중 한명이었다.그의 부하들이 달려오면 공주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조원철은 그 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길로 공주를 내려다볼 뿐이었다.경화 공주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바꾸었다.“장난 좀 친 건데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지요? 지금 사람들을 물릴 터이니 아바마마께는 알리지 말아 주세요.”조원철은 황제가 아끼는 신하였다.게다가 올곧고 정직한 사람이니 분명히 황제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처음에 일을 계획할 때는 조원철 같은 미남과 하룻밤을 가질 수 있다면 벌 좀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입장만 곤란해졌다.강유영은 공주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실패했으니 장난이라고 치부하다니.장난으로 사람에게 그런 약을 먹이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조원철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다들 물러가!”경화 공주는 손사래를 치며 부하들에게 눈치를 주어 안 보이는 곳으로 숨게 했다.오늘 수혜를 입은 여인이 누군지, 조원철이 왜 이 정도로 감싸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하지만 조원철은 그러거나 말거나 돌산 위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경화 공주가 강제로 끌어내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청운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당도했다.“세자.”일행은 조원철에게 공손히 예를 행했다.“주변을 청소하거라.”조원철이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주변이 조용해지고 그의 심장소리만 귓가에 들려왔다.조원철은 그대로 강유영을 안고 한참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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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조원철은 마차 안 서랍에서 서책 한 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군자의 도리를 쓴 책이다. 가서 읽고 세 번 필사해서 내일 내게 가져오거라.”강유영은 책 표지에 쓰인 복잡한 글을 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오라버니는 잊으셨나 봅니다. 저는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고 조용히 말했다.조원철은 세 살에 계몽 교육을 받았다. 반면 그녀는 한씨의 뜻에 따라 여섯 살에 계몽 교육을 받았다.여덟 살 나던 해에 조연화가 돌아오면서 한씨는 더 이상 그녀에게 글공부를 시키지 않았다.여인은 글공부가 필요없다는 것이 이유였다.글공부를 한 시간은 고작 이 년, 뭘 제대로 배웠을 리가 없었다.다행히 약방에서 일하게 된 뒤로 장의원을 따라 약재의 이름을 암기하며 배우기는 했지만 아는 글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그리고 책을 필사하고 싶지도 않았다.오후에는 약방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그녀는 이 정도면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조원철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모르면 배워야지.”강유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나에게 글을 배우라고?’이 나이에 어린애들과 함께 학당에라도 나가라는 말일까?“내가 가르쳐주지.”조원철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강유영은 그와 단둘이 지내기 싫어서 본능적으로 거절했다.그러자 조원철은 감정을 알 수 없는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괜히 찔려서 시선을 피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예법에 어긋납니다. 게다가 배워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걸요.”그녀는 어서 은자를 모아 오씨 어멈과 단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조원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유영이 돌아봤을 때는 또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마차가 출발한 이후로 둘은 말이 없었다.이렇게 조용히 진국공부로 돌아가려나 싶었을 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도경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강유영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공자의 얼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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