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31 - Bab 40

199 Bab

제31화

위기를 느낀 강유영은 등불을 들고 골목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그런데 갑자기 등불을 든 자가 눈 앞에 나타났다.앞뒤가 모두 막혀 버려, 그녀는 이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강유영은 등을 벽에 바짝 붙인 채 두려움을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가진 건 은비녀와 동전뿐입니다. 다 드릴 테니 목숨만은….”그녀는 재빨리 은비녀를 뽑고 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주머니 안에는 동전 몇 푼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은자는 따로 숨겨 두어야 마음이 놓였기에, 품에 지니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우리가 널 얼마나 오래 지켜봤는지 아느냐? 고작 푼돈 받고 꺼지라고?”맞은편의 사내는 주머니를 받아 들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던지며 불손한 웃음을 흘렸다.주머니 안에서 동전이 부딪치는 소리가 강유영의 귀를 날카롭게 찔렀다.그녀는 억지로 침착함을 되찾으려 애쓰며 어느 쪽으로 뛰어야 가망이 있을지 재빨리 가늠했다.두 사람이 점점 다가오자, 그녀는 더 망설일 겨를도 없이 자세를 낮춰 빈틈 사이로 빠져나갔다.결국 강유영은 되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지금쯤이면 약국에 아직 사람이 남아 있을 터였다.“어딜 도망가?”사내가 거칠게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잡으며 욕설을 퍼부었다.강유영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고, 그저 두피가 찢어질 듯 아파 비명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상태였다. “거기 누구냐!”골목 입구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서준! 나 좀 살려줘!”강유영은 서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다급히 비명을 질렀다.“상관 말고 가던 길 가!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강유영의 머리채를 잡은 사내가 기세등등하게 위협했다.서준은 말없이 그들을 응시했다.강유영은 순간 절망에 빠졌다. 그녀와 서준은 알게 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으니, 그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해 줄 이유는 없었다.그런데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서준은 아무 말 없이 곧장 달려들어 건장한 사내 두 명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가까스로 몸이 자유로워진 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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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강유영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머릿속이 웅웅 울리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약방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진국공부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조원철은 절대 그녀가 밖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그녀는 다급히 손을 놀렸지만, 그럴수록 손끝이 떨려 매듭을 제대로 묶을 수가 없었다.“이리 오거라.”조원철은 서준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강유영을 바라보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유영은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켰지만, 끝내 일어서지 않았다.서준은 자신을 구하려다 다친 몸이니, 붕대를 끝까지 감아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좀처럼 묶이지 않는 매듭을 붙잡고 애를 썼다.“유영아, 저 사람은 누구야?”서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웃음기 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오라버니야.”강유영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조원철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그녀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조원철에게 끌려가 휘청이며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힘을 어찌나 세게 주었는지 붙잡힌 손목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손목을 비틀며 몸부림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아, 형님이셨군요.”서준은 일어나 문틀에 몸을 기댄 채, 형님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해 말했다. 철면피처럼 뻔뻔한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 가득했다.팔에 감긴 붕대는 매듭이 제대로 묶이지 않아 스르륵 풀리며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강유영은 그제야 서준과 조원철의 키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들어가서 붕대 다시 감고 쉬어.”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조원철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얼른 서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예전에는 조원철이 단정하고 공사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강유영을 끌고 마차에 올랐다.‘감히 다른 사내를 위해 나를 밀어내려 하다니!’그는 여전히 강유영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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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강유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진국공부와 같은 세가에서는 귀녀의 귀함을 드러내기 위해 이름 석 자를 함부로 밖에 내비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차피 진짜 귀녀가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도 스스로를 그저 평범한 여인에 불과하다고 여겼다.밖에서 누군가 어떻게 부르면 되겠느냐고 물으면, 그녀는 늘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곤 했다.어쨌든 진짜 세가의 아가씨는 아니지 않은가.조원철이 그녀의 이런 행동이 법도를 어겼다고 못마땅해하는 보여, 그녀도 굳이 그에게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타고나기를 귀하게 태어난 사람이 굳이 그녀 같은 사람의 속내를 이해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그는 그저 그녀가 진국공부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자신과 소은경의 관계 발전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꼴이 보기 싫을 뿐이었다.“대답하라는데도!”조원철의 미간이 좁혀졌다. 칠흑 같은 눈동자에 옅은 분노가 스몄다.강유영은 놀라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그 순간,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분위기가 깨졌다. 조원철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지자, 그녀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강유영은 수치심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배를 움켜잡았다.낮 연회 자리에서 그녀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오후 내내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했기에, 배가 고픈 것도 당연했다.그녀는 제발 조용히 좀 있어 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한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배에서는 다시 한 번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조원철은 그런 그녀를 힐끗 보더니 바깥을 향해 분부했다.“청운, 주루로 가자.”“아닙니다. 처소로 돌아가서 먹으면….”강유영은 작은 소리로 거절했다.그녀는 배고픈 것보다 그에게서 떨어질 생각뿐이었다.“나도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조원철이 차갑게 말했다.강유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그럼 그렇지. 고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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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강유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혼자 저녁을 먹겠다는 뜻이 아니었던 걸까?조원철은 마차 밖에서 휘장을 걷어 올린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 마차에서 내렸다.조원철은 그녀를 데리고 곧장 이층으로 올라갔다.방 안에는 얼음 대야가 놓여 있어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탁자 위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얼핏 훑어보니 새콤한 과일 절임과 시원하고 부드러운 호박떡, 윤기 나는 붉은 빛깔에 기름기와 살코기가 층층이 어우러진 동파육이 보였다.요리의 태반이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맛이었다.보기만 해도 배가 고파졌다.‘아무거나 시킨 거겠지.’그의 입맛은 겉으로 보이는 인상처럼 담백하고 무던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었고, 무엇을 먹든 늘 조금 맛만 보는 정도였다.그렇다고 입맛이 까다로운 편도 아니었다.조원철은 자리에 앉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수저를 건넸다.강유영은 조심스레 자리에 앉아 밥그릇을 들고 쌀밥을 조금씩 떠 입에 넣었다.그가 경성으로 돌아온 이후, 이렇게 단둘이 앉아 밥을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그저 빨리 배를 채우고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때 그릇 위에 불쑥 동파육 한 점이 놓였다.강유영은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조원철은 과일 조림 한 덩이도 집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었다.그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지만 손짓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 굴었다.그가 출정하기 전, 그녀와 단둘이 식사할 때도 그는 이렇듯 세심하게 그녀를 챙겼다.그 시절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를 연모했지만, 그의 여인이 되고 싶다는 헛된 마음은 차마 한 번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신성을 더럽히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그가 다른 동생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왜 자신에게만 유난히 다정한지 수없이 곱씹곤 했다.그리고 나중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그는 그녀를 가엾게 여긴 것이었다. 그녀가 진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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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조원철은 앞장서서 서재로 향했다.강유영은 그의 뒤를 따르다가 문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실내에는 옅은 먹 향이 은은하게 감돈 상태로, 양옆으로는 높은 책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단목 책상 위에는 서책 몇 권과 공문 한 무더기도 놓여 있었다.붓과 벼루, 자줏빛 구리로 만든 향로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고즈넉한 공간이었다.조원철은 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강유영은 더 따라가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그녀는 조원철의 서재 안쪽에 작은 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은 너무나 내밀한 공간이라, 자신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여겼다.잠시 후 조원철이 밖으로 나왔고, 무심하면서도 차가운 그의 시선이 이내 그녀에게 닿았다.“이리 오너라.”그는 책상 앞에 앉으며 시선을 내리깔고 서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강유영은 잠시 망설이다 문을 닫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이러면 그가 함부로 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분위기로 보면 그는 마치 제자의 글공부를 검사하는 스승 같았고, 그녀 자신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철부지 제자처럼 느껴졌다.그녀는 꾸물거리며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조원철은 서책을 내려놓고 은표 한 뭉치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천 냥짜리 은표 열 장이 그녀의 앞에 놓였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이 많은 은자를 내미는 게, 그날 밤 일에 대한 보상인 걸까?“가져가서 오씨 어멈의 병이료에 쓰거라. 부족하면 내게 말하고, 약방에는 오늘부로 나가지 말거라.”말을 마친 조원철은 다시 서책을 집어 들었다. 그의 어투에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보상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약방 일도 그만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약방은 그녀가 진국공부를 떠난 뒤 삶을 이어 갈 생계 수단이었다.강유영은 결백을 잃은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여 줄 낭군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씨 어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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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수중에 가진 은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 더 일찍 분가해서 살게 된다고 해도, 비록 힘들기는 하겠지만 도저히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리춤이 확 조여 왔다. 조원철의 무쇠 같은 팔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휘감은 것이었다.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그녀는 조원철의 단단한 품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차갑고 그윽한 감송 향이 순식간에 그녀를 휘감았다.강유영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고꾸라질까 두려워 가느다란 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을 뿐이었다.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뒷목을 감싸 쥐더니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해 시선을 맞추었다.강유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청수하고 준수한 얼굴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매가 그녀의 가슴 깊은 곳을 찔렀다.강유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며 그의 눈빛을 피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그의 품 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불에 덴 듯 황급히 손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갈 곳을 잃은 두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다시 말해 보거라.”조원철은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붙였다.그의 시선이 그녀의 붉고 도톰한 입술에 닿았다. 짙고 검은 눈동자에는 은은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강유영은 당황한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말을 꺼낼 수 있겠는가.그녀는 그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그 눈빛만으로 그녀를 제압하고 있었다.“잘못했습니다, 오라버니….”그녀는 두 손으로 단단한 그의 가슴을 밀치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뒤늦게 서재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청운이나 다른 시종들이 문 앞을 지나간다면 두 사람이 이러고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게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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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너는 안에 있으면서 왜 대답이 없느냐? 안에 없는 줄 알았잖니.”한씨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유영은 지척에서 들려오는 한씨의 목소리에 바짝 긴장한 나머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앉으시지요, 어머니.”조원철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반면, 강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어떻게든 숨을 고르려 애썼다.그녀는 조원철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저토록 태연할 수 있는지 부러울 지경이었다. 자신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한씨와 마주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져 그대로 기절했을 것 같았다.“부인, 차 드십시오.”청운이 차를 들고 들어왔다.“경화 공주가 곤장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한씨가 찻잔을 들며 입을 열었다.“자업자득입니다.”조원철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뭐든 원하는 대로 살아온 사람이다.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해 봤겠느냐. 넌 그분을 건드리면 안 됐다.”한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쪽에서도 감히 저를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할 것입니다.”조원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강유영도 그제야 사건의 전말을 알아차렸다. 경화 공주가 연회에서 조원철에게 약을 탄 일을, 조원철이 황제를 찾아가 그대로 말해서 공주가 벌을 받은 모양이었다.역시 결단력 있는 사람답게 말한 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경화 공주가 먼저 비열한 수를 썼으니 벌을 받아 마땅했다.“당연히 네게는 함부로 굴지 못하겠지. 하지만 경화 공주는 오늘 너와 함께 있었던 처자를 찾아내 뼈를 발라내겠다고 공언했다.”한씨의 말에도 조원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한씨가 다시 물었다.“그 처자가 대체 누구냐? 설마 너의 외실은 아니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네가 그런 중요한 자리에 첩실을 데리고 갈 만큼 분별없는 사람은 아니니… 차라리 그 아이를 이 어미에게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한씨는 궁금했다.경화 공주가 공주부의 호위를 모두 동원했음에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틀림없이 조원철이 중간에서 막았을 것이다. 아들이 한 여인을 위해 이토록 나서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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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당황한 강유영은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주변에 온통 조원철 특유의 서늘한 감송 향으로 가득했기에, 그럴수록 숨은 점점 더 막혀 왔다.책상 아래는 비좁은 공간이라 아무리 몸을 웅크려도 완전히 닿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오히려 티 나지 않게 버둥거리느라 땀만 더 생길 뿐이었다.조원철 역시 귀끝에 번진 붉은 기운이 점점 볼까지 내려왔고, 입술을 꾹 다문 채 가빠진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그는 조용히 손을 책상 밑으로 뻗어 불안하게 움직이던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눌렀다.강유영은 순간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 하고 굳어 버렸다.경고일까, 아니면 그냥 짜증이 난 걸까.그의 속마음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원철아, 얼굴이 왜 그리 붉으냐? 어디 불편하니? 의원을 불러올까?”한씨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들을 바라보며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강유영은 의자가 밀리는 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주먹을 꽉 쥐었다.한씨가 책상 앞에 마주 앉아 있는 동안에는 사각지대라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가까이 다가온다면 더는 숨길 수 없을 터였다.자신의 머리가 조원철의 다리에 기대고 있으니, 그쪽으로 시선만 주어도 분명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강유영은 속이 점점 타들어 갔다.“괜찮습니다.”조원철이 말했다.“조금 더울 뿐입니다.”“덥다고?”한씨는 옆에 놓인 얼음 대야를 힐끗 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럼 청운을 시켜 얼음을 더 가져오라 하거라.”한씨는 딱히 덥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의 아들이니 더위를 많이 타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강유영은 소리 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격렬하게 뛰던 가슴도 그제야 조금 진정되었다.“괜찮습니다. 이것만 보고 돌아가서 쉴 생각입니다. 어머니, 다른 볼일이 더 있으십니까?”조원철은 다시 원래의 싸늘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한씨는 제 다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 정신 좀 보아라. 경화 공주 일에만 정신이 팔려 여기 온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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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조원철은 늘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결국 모든 일은 그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폐하의 뜻을 바꿀 자신이 있으십니까?”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씨에게 되물었다.“그건 당연히 안 되지. 하지만 폐하께서는 너를 신뢰하시니 혼인 문제도 네게 여지를 남겨 두셨을 것이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폐하께서도 억지로 강요하시지는 않을 것 아니냐?”한씨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제왕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신하로서 금기입니다. 지금이야 저를 신뢰하신다지만, 내일 당장 저를 내칠 수도 있는 분이시니까요. 일부러 여지를 남겨 두고 저를 시험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조원철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강유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손바닥이 얼얼할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황제는 조원철을 아끼고 신뢰하니, 그에게 마음에도 없는 혼사를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만약 조원철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아무리 일국의 황제라 해도 그 뜻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그가 소은경과의 혼사에 동의한 것은 황제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 원했기 때문이었다.“네 말이 맞다.”한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경성에 있는 회남왕부는 지금 수리 중이라 소은경은 경화 공주부에 머물고 있다더구나. 네가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내가 가서 그 처자를 집으로 데려오는 게 어떻겠니?”이런 일은 당연히 조원철의 의사를 먼저 물어야 했다.“어차피 저택에 빈 처소도 많으니 어머니께서 알아서 하십시오.”조원철은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그래.”“공무를 마치거든 일찍 쉬도록 하거라. 난 이만 돌아가겠다.”“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강유영은 조원철의 다리를 짚은 채 몸을 일으키기 위해 힘을 주었다.그러나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일어설 수 없었다.조원철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붙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은 이미 땀에 젖어 있었고, 옥처럼 흰 얼굴은 달아올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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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그녀는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꾹 참으며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눈을 한 번만 깜빡여도 당장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고, 괴로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올랐지만, 그저 꾹 눌러 참는 수밖에 없었다.‘이대로 떠나자.’오래도록 아파하느니 차라리 단칼에 베어낸 뒤, 앞으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더 나았다. 그녀와 그는 애초부터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없었다.“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조원철은 그녀의 턱을 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붉게 물든 그의 눈빛은 예리한 칼날처럼 매서웠다.평소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이건만, 보기 드문 분노가 얼굴 가득 서려 있었다.“이제부터 서로 빚진 것은 없는 겁니다.”강유영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이제 할 말도 다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고 싶었다.그 순간 조원철은 그녀의 허리를 안아 딱딱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놀란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달아나려 몸을 비틀었다.‘뭘 하려는 거지? 분명히 말씀까지 드렸는데 왜?’조원철은 손을 뻗어 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렸다.강유영은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에 휩싸였다.이 정도 소리라면 밖에 있는 청운과 시종들이 듣고 무슨 일이냐며 들어올지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녀는 이 꼴을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워, 다칠 각오까지 하고 책상 밑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그런데, 조원철이 그녀의 몸을 낚아채 다시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그는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한 손으로 목덜미를 잡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강유영을 제외하고 그는 어떤 여인과도 가까이한 적이 없었다.그래서인지 아직도 남녀 사이의 일에는 서툰 구석이 있었다. 입술이 맞부딪히는 순간 강유영은 입술 끝에 쓰라린 통증을 느꼈다.거칠고 무거운 숨결 속에서 두 사람의 호흡이 뒤엉켰다.그가 그녀의 입 안을 거칠게 파고들며 혀끝을 감아 왔다. 그는 아무런 기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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