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9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조원철은 그녀를 무시하고 허공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허공에 날아오른 신호탄이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이는 그가 신하들을 부르는 신호였다.

강유영은 그제야 조금 시름이 놓였다.

청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면 경화 공주도 함부로 조원철을 다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순조롭게 공주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세자,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경화 공주의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

세간에서 감히 그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조원철은 그 중 한명이었다.

그의 부하들이 달려오면 공주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조원철은 그 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길로 공주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경화 공주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바꾸었다.

“장난 좀 친 건데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지요? 지금 사람들을 물릴 터이니 아바마마께는 알리지 말아 주세요.”

조원철은 황제가 아끼는 신하였다.

게다가 올곧고 정직한 사람이니 분명히 황제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

처음에 일을 계획할 때는 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30화

    조원철은 마차 안 서랍에서 서책 한 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군자의 도리를 쓴 책이다. 가서 읽고 세 번 필사해서 내일 내게 가져오거라.”강유영은 책 표지에 쓰인 복잡한 글을 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오라버니는 잊으셨나 봅니다. 저는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고 조용히 말했다.조원철은 세 살에 계몽 교육을 받았다. 반면 그녀는 한씨의 뜻에 따라 여섯 살에 계몽 교육을 받았다.여덟 살 나던 해에 조연화가 돌아오면서 한씨는 더 이상 그녀에게 글공부를 시키지 않았다.여인은 글공부가 필요없다는 것이 이유였다.글공부를 한 시간은 고작 이 년, 뭘 제대로 배웠을 리가 없었다.다행히 약방에서 일하게 된 뒤로 장의원을 따라 약재의 이름을 암기하며 배우기는 했지만 아는 글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그리고 책을 필사하고 싶지도 않았다.오후에는 약방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그녀는 이 정도면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조원철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모르면 배워야지.”강유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나에게 글을 배우라고?’이 나이에 어린애들과 함께 학당에라도 나가라는 말일까?“내가 가르쳐주지.”조원철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강유영은 그와 단둘이 지내기 싫어서 본능적으로 거절했다.그러자 조원철은 감정을 알 수 없는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괜히 찔려서 시선을 피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예법에 어긋납니다. 게다가 배워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걸요.”그녀는 어서 은자를 모아 오씨 어멈과 단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조원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유영이 돌아봤을 때는 또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마차가 출발한 이후로 둘은 말이 없었다.이렇게 조용히 진국공부로 돌아가려나 싶었을 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도경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강유영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공자의 얼굴과 함께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9화

    조원철은 그녀를 무시하고 허공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허공에 날아오른 신호탄이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이는 그가 신하들을 부르는 신호였다.강유영은 그제야 조금 시름이 놓였다.청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면 경화 공주도 함부로 조원철을 다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순조롭게 공주부를 벗어날 수 있었다.“세자, 누구냐고 물었습니다!”경화 공주의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세간에서 감히 그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조원철은 그 중 한명이었다.그의 부하들이 달려오면 공주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조원철은 그 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길로 공주를 내려다볼 뿐이었다.경화 공주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바꾸었다.“장난 좀 친 건데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지요? 지금 사람들을 물릴 터이니 아바마마께는 알리지 말아 주세요.”조원철은 황제가 아끼는 신하였다.게다가 올곧고 정직한 사람이니 분명히 황제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처음에 일을 계획할 때는 조원철 같은 미남과 하룻밤을 가질 수 있다면 벌 좀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입장만 곤란해졌다.강유영은 공주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실패했으니 장난이라고 치부하다니.장난으로 사람에게 그런 약을 먹이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조원철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다들 물러가!”경화 공주는 손사래를 치며 부하들에게 눈치를 주어 안 보이는 곳으로 숨게 했다.오늘 수혜를 입은 여인이 누군지, 조원철이 왜 이 정도로 감싸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하지만 조원철은 그러거나 말거나 돌산 위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경화 공주가 강제로 끌어내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청운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당도했다.“세자.”일행은 조원철에게 공손히 예를 행했다.“주변을 청소하거라.”조원철이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주변이 조용해지고 그의 심장소리만 귓가에 들려왔다.조원철은 그대로 강유영을 안고 한참을 걸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8화

    강유영은 경화 공주의 무례한 발언을 듣고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 시선을 마침 조원철의 아랫배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당황하여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둘 곳이 없으니 애꿎은 치맛자락만 움켜쥐었다.머릿속에는 경화 공주의 말들이 떠나지를 않았다.그녀는 다른 사내들과 친밀한 접촉을 한 적이 없으니, 원래 정사가 그런 것인 줄 알았다.‘차이가 그렇게 큰 건가? 그래서 아팠던 거야?’하지만 곧 소은경의 사람이 될 거라고 말했다. 경화 공주가 비록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하진 않는 사람이었다.아마 폐하께서 조원철과 소은경을 이어주고 싶어 하신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일어나거라.”조원철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부축하며 담담히 말했다.잠깐 사이에 그는 또다시 냉랭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강유영은 정신을 차리고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그의 품에 주저앉아 버렸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난 것이었다.비명이 새어나갔다는 것을 그녀가 직감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당황함, 두려움, 초조함, 온갖 감정들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몰려왔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려갈 것만 같았다.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그와 조원철이 저지른 일을 경화 공주가 알게 된다면 진국공부 전체가 그녀 때문에 해를 입을 것이다.평소 그녀에게 잘해주던 조월아도 그녀 때문에 좋은 혼처를 못 만날지도 모른다.게다가 조원철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강유영은 그가 평안하게 살기를 바랐다.온갖 생각이 겹치자 정신이 혼미해져 그대로 스르륵 무너져내렸다.“감히!”조원철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서 그녀를 낚아채 품에 안았다.하지만 강유영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갔다.곧이어 단추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조원철이 입고 있던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7화

    한 시녀가 공주에게 다가가 아뢰었다.“근처? 어디에 있다는 게냐? 멍청한 것들! 약에 당한 사람 하나 붙잡지 못해서 이 사단을 만들어?”경화 공주는 성난 목소리로 호통쳤다. 잔뜩 화가 난 그녀의 말투에서는 못내 아쉬움이 묻어났다.“전하, 조급해 마십시오. 소인이 지금 사람을 시켜 수색하겠습니다.”한 시녀가 웃으며 아부했다.“입구를 잘 지키고 안을 샅샅이 수색하거라. 약효가 굉장한 약을 먹였으니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진국공 세자라 하더라도 욕구를 채우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 게야. 절대 내 손아귀를 벗어나게 두지 않아.”경화 공주는 확신에 찬 어투로 지시를 내렸다.그 말을 들은 강유영은 더욱 겁에 질려 몸을 움츠리고 조원철의 품으로 숨어들었다.이렇게 하면 적어도 공주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조원철은 가녀린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졌다.그는 능숙하게 그녀의 입안을 거칠게 헤집었다.강유영은 뜨거운 그의 숨결에 휩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의 다급한 욕구를 받아들였다.그때 손에 힘이 풀리더니 얇은 옷감 사이로 뜨거운 촉감이 느껴졌다.끈적하고 뜨거운 열기가 아랫배에 닿으니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강유영은 온몸이 굳은 채로 얼굴을 붉히며 흔적을 닦으려고 손을 뻗었다. 머릿속은 이미 하얘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당장이라도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치마가 더럽혀졌으니 어찌 공주부를 나간단 말인가?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유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그는 이미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평소의 냉철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눈가에 남은 옅은 붉은기를 제외하고는 조금 전에 그가 무슨 황당한 짓을 저질렀는지, 티도 나지 않았다.그는 침착하게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치마를 닦아주었다. 긴 속눈썹이 눈매를 가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강유영은 가슴이 먹먹해져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6화

    조원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떴다. 검은 눈동자는 더 이상 날카롭지 않고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 찼다.“움직이지 말거라. 약에 당했다.”손가락에서 느껴진 통증에 그는 잠깐 이성이 돌아왔다. 이마에 힘줄이 솟고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는 애써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충동을 억제했다.강유영은 입에 힘을 풀고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이렇게 약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평소의 날카롭고 예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는 그녀마저 녹여버릴 것 같았다.그는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그녀는 여기서 더 그의 말을 거부했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 연회청에서는 괜찮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누가 술에 손을 쓴 건가?’조원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날뛰는 충동을 억눌렀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달콤한 향기에 정신은 점점 혼미해졌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유영은 몸을 비틀어 피하려 했지만, 그의 우악스러운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유려한 얼굴은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바짝 밀착시켰다. 장시간 검을 잡은 탓에 그의 손에는 거친 굳은살이 배어있었다. 보드라운 그녀의 손이 그의 몸에 닿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다.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도에 수치심은 온몸으로 퍼져가고, 강유영도 덩달아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가늘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녀는 겁이 나고 수치스러워 그와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이곳은 경화 공주부의 돌산 위였다. 만약 누군가 이곳을 지나간다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조원철은 한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품에 꽉 껴안았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고 달콤한 체향을 맡았다. 뜨거운 땀방울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멀리서 현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5화

    강유영은 작은 소리로 도경진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연회청을 나섰다.조원철과 소은경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질투를 하거나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가슴이 아프고 갑갑했다.그래서 차라리 피하는 쪽을 택했다.그녀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차라리 돌아가서 약방 일이나 돕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리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걸어오는 조원철이 보였다.강유영은 무섭게 돌변한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유영아.”조원철이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못 들은 척, 걸음을 재촉했다.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든,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정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소은경이 도와줄 것이다.조원철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를 쫓아왔다.오솔길 끝에는 동굴 하나가 있었다.도망칠 곳을 잃은 강유영은 하는 수없이 안으로 들어갔다.결국 조원철이 그녀를 따라잡았다.동굴 안으로 들어온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등 뒤에서 그녀를 안더니 어둠 속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내려주세요….”강유영은 발버둥치며 그를 바라봤다.어둠 때문에 오감이 더 예민해졌다. 술냄새를 곁들인 감송향이 코끝을 감돌았다. 연회상에서 술을 적지 않게 마신 모양이었다.얇은 옷감 사이로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그의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건가?’그녀는 술에 취해 자신을 안았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그때는 적어도 그의 방이었는데 지금은 공주 부저였다. 만약에 들킨다면 죽은 목숨이었다.“이러지 마세요….”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그의 팔뚝을 깨물었다. 그러나 단단한 근육 때문에 흠집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조바심이 나고 화가 치밀어 손을 뻗어 힘껏 그를 밀쳐냈다.조원철은 그녀를 안고 동굴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 때문에 강유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만히 있어….”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듯, 그의 이마에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