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41 - Bab 50

199 Bab

제41화

“이러지 마세요, 너무 아픕니다….”강유영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몸을 웅크렸다.지난번보다 더한 고통이 하반신을 타고 전해졌고,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커다란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 머리칼을 적셨다.조원철은 흠칫하며 동작을 멈추었지만, 이미 이 상황에서 쉽게 물러나기는 어려웠다.그는 눈을 감고 평생 쌓아 온 모든 의지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짙게 어려 있던 욕망이 이미 반쯤 가라앉은 뒤였다.그는 거친 호흡을 간신히 억누른 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강유영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억지로 참아 왔던 오열이 목구멍 사이로 새어 나왔다. 가녀리고 하얀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화사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애처로웠다.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과 온갖 서러움을 삼키는 가냘픈 울음소리는 대놓고 통곡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사람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조원철의 칠흑 같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평소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는 눈물을 닦아 주려 손을 뻗었지만, 강유영은 고개를 비틀어 피했다.작은 얼굴에는 완강한 거부감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그와 어떤 신체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았다.조원철의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칫했다가, 결국 다시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물 자국을 닦아 주기 시작했다.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고 허리띠를 주워 주었다.강유영은 그를 밀치고 책상에서 내려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했다.‘앞으로는… 아마 이렇게 단둘이 만날 일은 없겠지.’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막고 직접 허리띠를 둘러 주었다.“아직도 많이 아프냐?”하지만 강유영은 그를 외면한 채 뒤돌아섰다.조원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옷깃을 정리하고는,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청운과 청류는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강유영은 두 사람을 보자, 조금 전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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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서유는 그대로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청운과 청류도 고개를 저었다.서유의 잘못은 단지 게으름을 피운 데 그치지 않았다. 강유영이 오늘 위험에 처한 것도 죽을죄이긴 했지만, 그녀가 약방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조원철에게 숨긴 것 역시 용서받기는 어려웠다. 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서유를 돌아보았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서유에게 자결하라고 한 건가?’“당장 아씨께 살려 달라고 빌어.”청류가 작은 소리로 서유에게 애원했다. “아씨, 다 소인의 잘못입니다. 소인이 게으름을 부려 아씨를 지키지 못하고 악당들의 위협을 받게 하였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다시는 게으름 피우지 않겠습니다….”서유는 울면서 큰절을 연거푸 올렸다.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그만하거라….”강유영은 안쓰러운 마음에 손을 뻗었다.그녀는 여전히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서유가 게으름을 피웠다고 해서 조원철이 이런 벌을 내린 걸까?“아씨,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서유는 이마를 쾅쾅 찧으며 통곡하기 시작했다.강유영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게으름을 피운 것은 괘씸했지만, 그렇다고 죽을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조원철의 눈치를 살폈다.그는 그녀 때문에 심기가 상한 듯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서유 역시 자신 때문에 화를 입은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여졌다.그 일이 있고 난 뒤, 그가 단둘이 있을 때 보이는 태도는 그녀를 두렵게만 만들었다.조금 전에는 홧김에 속에 있던 말을 내뱉었지만, 다시 그의 뜻을 거스르려 하니 두려움이 앞섰다.청운은 조원철의 눈치를 살피더니 서유에게 말했다.“어서 아씨께 감사드리지 않고 무엇 하느냐?”서유는 다급히 고개를 조아렸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씨. 앞으로 목숨을 걸고 아씨께 충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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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오라버니도 거기 계시겠지. 연모하는 이가 저택에 왔으니 얼마나 기쁠까.’어쩌면 그는 매일 소은경의 곁을 지키며, 예전에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품에 안아 줄지도 몰랐다.“왜 그러세요, 아씨?”단비가 강유영을 불렀다.강유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답했다.‘멍청하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그녀는 앞으로 다시는 조원철과 관련된 일에 마음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한씨가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도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강유영은 그런 자리에 끼고 싶지도 않았고, 눈앞에 차려진 반찬들을 보자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져 수저를 내려놓았다.“안 드십니까?”서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좀 피곤하구나. 잠깐 쉬었다가 약방으로 가야겠다.”강유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실로 들어갔다.겨우 잠이 들 무렵, 서유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아씨, 부인과 세자께서 소 군주님을 모시고 오셨습니다.”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여긴 어쩐 일이지?’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밖으로 마중 나갔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조원철이었다. 늘씬하고 곧은 체구에 우아하면서도 금욕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진청색 비단 도포에 장아색 명주 바지를 받쳐 입고 허리띠를 단단히 둘러, 날렵하고 탄탄한 허리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온몸에서는 소년 장군다운 위풍당당한 기운이 넘쳐흘렀다.소은경은 불꽃처럼 화려한 붉은 비단치마를 입고 그의 곁에 나란히 서 있었다.한 사람은 한겨울의 얼음을 닮았고, 한 사람은 타오르는 불꽃을 닮았으니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조연화는 한씨를 부축한 채 강유영을 향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어머니와 오라버니, 군주님을 뵙습니다.”강유영은 시선을 낮춘 채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지만, 조원철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네가 국공부의 양녀 강유영이로구나.”한 발 앞으로 다가선 소은경이 강유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강유영은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소은경은 겉으로 보이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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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조원철이 찻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가자, 금인과 옥패 장식이 아래로 드리워져 그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참으로 우아하고 고상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강유영은 슬며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이곳의 차는 품질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강유영이 가끔 졸음을 쫓으려 마시던 차였다. 단비에게 차를 내오게 한 것도 그저 예의상 갖춘 겉치레에 불과했다.한씨 일행이 마시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어째서 조원철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 차를 마시는 것일까.그는 시선을 들어 담담한 눈빛으로 소은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생각을 정하셨습니까?”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가볍게 닦았다.강유영은 가슴 한켠이 먹먹하게 조여 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의 시선은 오롯이 소은경에게만 머물러 있는 채로, 강유영에게는 곁눈질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긴 속눈썹이 드리워져 서글픈 눈빛을 가렸고, 눈처럼 흰 두 손은 가지런히 모여 앞으로 포개져 있었다.조원철은 누구에게나 쉽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부용원이 아니라 소은경이 별이라도 따다 달라고 하면 시늉쯤은 해 줄 것 같았다.“예, 정했습니다. 여기 부용원이 좋겠네요.”소은경은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세자, 허락하실 건가요?”사실 어제 조원철과 강유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 말은 그녀의 추측일 뿐,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그저 조원철을 떠보기 위한 말이었을 뿐이다.그리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강유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묘한 적의가 치밀어 올랐다.진국공 가문의 양녀는 참으로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소은경마저 질투를 느낄 정도였다.조원철은 손수건을 탁자 위에 던져 두고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오후에 짐을 옮기십시오.”강유영은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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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조원철은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용모까지 빼어났다. 소은경은 이런 낭군이어야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아버지인 회남왕 역시 같은 뜻이었다.“진국공부는 양녀라고 해서 박대하는 집안이 아닙니다. 훗날 군주께서 이 집의 일원이 되신다 해도 그 점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자리에서 일어선 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명했다.“유영이는 오후에 그리로 옮기거라.”말을 마친 그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원철아….”한씨는 이제라도 설득해 보려는 듯 그의 뒤를 따라갔고, 강유영에게는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방을 나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자신이 머물 곳에 대한 일인데, 정작 그녀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는 듯했다.“원철아, 요월원은 앞으로 네가 혼인한 뒤 지내게 될 곳인데 어찌 유영이를 그리로 보낸단 말이냐?”조원철을 따로 불러 세운 한씨가 나무라듯 말했다.“그럼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를 다시 소은원으로 돌려보내실 생각이십니까?”조원철은 앞을 바라본 채 담담히 되물었다.“그건 아니다만, 그 아이가 그리로 가면 나중에 너는 어찌하려고 그러느냐?”한씨는 평소 강유영을 박대해 온 일이 떠올랐는지, 기세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옥청원이 편합니다.”조원철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하지만….”한씨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아들의 말을 듣고 보니 그는 혼인한 뒤에도 옥청원에 머물 생각인 듯했다. 요월원을 짓는 데 그토록 공을 들였는데, 조원철이 원치 않는다고 해서 강유영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조원철은 불쾌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경성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를 현명하고 인자한 분이라 칭송합니다. 그런데 한낱 양녀 하나 때문에 힘들게 쌓아 올린 명성에 흠집을 내고, 제 앞길까지 방해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 아이가 이 집에 얼마나 더 머물겠습니까?”한씨는 진국공을 위해 첩을 들이고, 서자와 서녀들까지 친자식처럼 아껴 주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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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강유영은 새 침상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혼자 살기에는 침실이 너무 넓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도 으스스해 불안감만 더해졌다.“아씨, 연화 아씨와 소 군주께서 찾으십니다.”서유가 안으로 들어와 아뢰었다.강유영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 찾아왔을 줄이야.그녀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빨리 안 오고 뭘 그리 꾸물거려?”아까부터 조연화는 소은경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겁쟁이 같으니라고. 보자기에 꽁꽁 싸매고도 만지지도 못하니.”소은경은 피식 웃고는 보자기를 든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비록 밤이었지만, 등불에 비친 처소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조원철이 이 처소를 강유영에게 준 이후로, 그녀는 점점 더 두 사람의 사이가 의심스러워졌다.성격이 불같은 소은경은 불만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밤이 오자마자 조연화를 불러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다.“무섭습니다, 군주.”조연화가 연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안에 든 것은 뱀이었다.소은경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따가 들어가서는 표정 관리 잘해. 안 그러면 눈치챌 테니까.”서남에서 자란 소은경은 어릴 때부터 뱀과 벌레들을 다루며 자랐다. 경성에서 곱게 자란 규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었다.강유영은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보며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 불안했다.서유도 그녀의 곁에 서서 경계 어린 눈으로 두 사람을 관찰했다.“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은경 언니가 이 처소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온 거니까.”조연화는 소은경에게서 멀리 떨어진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강유영에게 말했다.강유영은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조연화는 집안의 적녀였고, 소은경은 장차 조원철의 부인이 될 사람이었다. 이곳은 진국공부의 처소이니, 그들은 언제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소은경은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침소로 들어갔다.강유영도 뒤를 따라가 문밖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는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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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강유영의 곁을 지키던 단비가 조원철을 보고 황급히 일어나 예를 올렸다.조원철은 손사래를 치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강유영을 힐끗 봤다. 그녀는 이불 안에 숨어 땀범벅이 되고서도 절대 나오려 하지 않았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볼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까만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그녀는 조원철을 힐끗 바라보고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서러움이 북받쳤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세자.”침소에서 나온 서유가 아뢰었다.“소인이 자세히 수색해 보았으나 검은 방울뱀 한 마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뱀은 이미 처리하였습니다.”조원철이 물었다.“누가 다녀갔느냐?”“연화 아씨와 소 군주께서 다녀가셨습니다.”서유가 고개를 숙인 채 고했다.조원철이 아무 말없이 입술을 꾹 깨물고 주먹을 쥐자, 서유는 조용히 단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좀 괜찮아졌느냐?”조원철은 강유영의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린 채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답했다.“괜찮습니다. 오라버니께 또 걱정을 끼쳤네요…”역시 그는 이 일을 추궁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만약 조연화가 혼자 꾸민 짓이었다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을 것일 테니.그런데 소은경이 엮여 있다고 하니 조연화에 대한 처벌까지 면하게 하려는 듯했다.‘하긴, 마음에 품은 소중한 사람이니 당연히 그러시겠지.’조원철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유영은 발버둥 치며 옆으로 피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세요.”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 힘없이 말했다.조원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열이 나는구나.”그녀는 어릴 때부터 놀라거나 충격을 받으면 항상 고열에 시달리곤 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고 등을 돌렸다.“이만 가세요.”조금만 더 있다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조원철은 말없이 손을 뻗어 이불을 벗겨냈다.그녀는 놀란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뱀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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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세자.”청운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이에 강유영은 화들짝 놀랐지만, 고열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조원철이 이러고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들어오너라.”조원철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히 말했다.강유영은 그의 품에서 벗어날 힘조차 없어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세자, 탕약 가져왔습니다.”청운은 탕약 그릇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조원철에게 건넸다.그는 시선을 먼 곳에 둔 채 강유영이 있는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강유영이 놀라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조원철은 일찍이 그들에게 탕약을 달이라고 명한 뒤 이쪽으로 달려온 것이었다.탕약을 건넨 청운은 조용히 물러나 문을 닫았다.“약 먹어야지.”조원철은 그녀의 어깨를 부축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지만, 힘겹게 입을 벌려 쓴 탕약을 삼켰다. 어여쁜 얼굴은 쓴맛이 괴로운지 잔뜩 일그러졌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쓴맛을 싫어하고 단맛을 좋아했다.그해 조원철이 실종되었던 그녀를 찾아 저택으로 데려왔을 때, 그녀는 하도 충격이 컸던 탓에 탕약만 먹으면 구역질을 하곤 했다.그 당시 그는 그녀에게 약을 마시고 살아남기만 한다면 평생 자신이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한마디 덕분에 강유영은 아무리 쓴 약이라도 꾹 참고 마실 수 있었다.탕약 한 그릇을 다 비우자, 강유영은 너무 써서,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머리는 여전히 그의 품에 기댄 채로 말이다. 그러자 이내 입술 사이로 사탕 한 알이 밀려 들어왔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혀끝에서 서서히 녹아내렸다.“오라버니….”의식이 아득해지며 그녀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그녀는 더 이상 서먹하게 그와 거리를 두지도 않았고, 그의 품을 거부하지도 않았다.그는 매번 그녀에게 약을 먹일 때마다 사탕 한 알을 건네며, 쓰라린 고통 뒤에는 달콤함이 온다고 말했다.“이만 자거라.”조원철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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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조원철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러지 마세요, 오라버니….”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듣자, 강유영은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조원철은 순간 당황했다.‘악몽의 근원이… 설마 나였단 말인가?’“오라버니, 하지 마세요. 너무 아픕니다….”강유영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그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조원철의 두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그 정도로 아팠던 건가?’분명 첫경험만 지나면 더는 아프지 않을 거라고 했다.그런데도 강유영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유영아.”조원철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불렀다.눈을 뜬 강유영은 그의 얼굴을 보고 더욱 거부감을 드러내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쳤다.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의식은 여전히 흐릿한 상태였다.“건드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거라.”조원철이 이내 그녀의 손을 붙잡고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강유영은 그제야 반항을 멈추고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조원철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한참이 지나 스르륵 눈을 감으려는 순간, 품 안의 소녀가 신음을 흘렸다.그는 곧바로 눈을 뜨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단비야, 물 좀….”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조원철은 침상에서 내려와 따뜻한 물을 따라 그녀에게 먹여주었다.탕약을 마신 뒤에는 갈증을 많이 느낀다고 의원에게 들은 기억이 났다.강유영은 단숨에 물 한 잔을 다 마셔버렸다.“더 갖다줄까?”조원철이 물었다.하지만 강유영은 그대로 침상에 누운 채 다시 잠에 들어 버렸다.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젖은 머리카락이 양볼에 달라붙어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은 보고만 있어도 안쓰러웠다.조원철은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신 뒤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잠기운이 다 달아난 그는 침상에 걸터앉아 그녀의 곁을 지켰다.강유영은 정신이 맑아졌다가 흐려지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를 밀어냈고, 흐릿할 때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조원철은 낮에는 공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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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강유영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그래서 위기의 순간이 되자, 본능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겨 조원철의 얼굴을 덮었다.하지만 조원철은 그녀가 덮여준 이불을 걷어내고 준수한 얼굴을 드러냈다.겁에 질린 강유영은 재빨리 다시 이불을 그의 머리 위로 덮어버렸다.이불 안에서 피식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조원철은 원래 웃음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그나마 나았지만, 전장에서 돌아온 뒤로는 그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순간 자신이 잘못들은 줄 했다. 이불 안에서 긴 팔이 뻗어나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녀는 황급히 그를 밀어냈다.도경진과 한씨가 방문 앞까지 왔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조원철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침상 안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강유영은 여전히 당황한 채 어쩔 줄을 몰랐다.조원철은 이불을 끌어당겨 두 사람의 몸을 가리고, 머리까지 이불 안으로 들이밀었다.강유영은 다급히 이불을 위로 끌어올리고 침상에 몸을 기댄 채 무릎을 세웠다.조원철의 체구가 워낙 커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금세 들통날 터였다.간신히 자세를 가다듬고 숨을 돌리기도 전에 한씨가 도경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어머니.”강유영은 바짝 긴장한 채 인사를 올렸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며, 놀란 가슴은 여전히 주체할 수 없이 뛰고 있었다.“몸도 불편한데 인사는 됐다.”한씨는 그녀의 팔을 살짝 받쳐주고는 웃으며 도경진을 힐끗 바라보았다.“도 대인께서 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 오셨으니 어서 대인께 인사를 드리거라.”강유영이 몸져누웠다는 소식은 한씨가 도경진에게 흘린 것이었다. 인내심을 잃은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강유영을 시집보낼 생각이었다.이참에 사람들에게 화려한 처소를 보여주고, 진국공부가 강유영을 얼마나 총애하는지도 드러낼 생각이었다.“도 대인님.”강유영은 도경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차마 그의 얼굴을 마주 보지는 못했다.이불 안에서는 조원철의 얼굴이 그녀의 허리에 바짝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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