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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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강유영은 고개를 저으며 조그맣게 대답했다.비록 봄이라 하나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돌았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그가 겉옷을 벗어 자신을 감싸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손은 왜 이리 차가운 게냐."조원철이 잡았던 손을 풀고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원래 손이 좀 찹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에 손바닥을 슬쩍 문질러 땀을 닦았다.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불쑥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왔다."조원철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강유영은 숨죽인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쪽문 쪽을 응시했다.쪽문 사이로 인영 하나가 어른거렸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체구로 보아 중년 사내인 듯했다.사내는 손에 자그마한 보따리를 든 채 좌우를 살피더니, 날랜 걸음으로 쪽문을 빠져나갔다.수상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는 꼴이 영락없이 구린 데가 있어 보였다.'도둑인가?'강유영은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아니, 그럴 리 없었다.고작 저런 보따리 하나를 훔쳐 갈 도둑도 없거니와, 조원철이 굳이 그녀를 데리고 나와 저런 좀도둑을 지켜보고 있을 리 만무했다.게다가 문을 나서는 행동거지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가자."조원철은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쪽문 밖으로 나섰다.사내는 이미 십여 걸음 앞서 걷고 있었다.그는 아까의 경계심은 온데간데없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을 따라 걷고 있었다.기분이 퍽 좋은 듯 보였다.조원철은 강유영의 손을 이끌고 그 뒤를 밟았다.그는 담벼락의 짙은 그늘을 타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앞서 걷는 사내는 누군가 미행하고 있을 거라곤 꿈에도 모른 채,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유롭게 걸었다.강유영은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어딘가 낯이 익다고 느꼈으나, 도무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국공부에서 아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어찌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그녀가 속으로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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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어차피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조원철은 묵묵히 그녀의 손을 이끌고 담장 밑으로 다가가더니, 위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귀를 기울여 안의 동정을 살폈다.강유영 역시 고개를 들어 담장을 올려다보았다.제법 높은 담장이었다.설마 저 담을 넘으려는 걸까?그야 무공을 익혔으니 식은 죽 먹기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혼자 이 어두컴컴한 밖에서 그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강유영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끝이 보이지 않는 긴 골목, 드문드문 등불조차 없는 집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어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때 조원철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안 됩니다!"강유영은 겁에 질려 본능적으로 그의 팔에 매달렸다."왜 그러느냐."조원철이 몸을 돌려 물었다."절 밖에 혼자 두고 가지 마십시오. 무섭습니다."그녀의 목소리에서 울음기가 묻어났다.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는 이미 그에 대한 원망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그저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그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그녀는 본디 겁이 많았고, 무엇보다 어둠을 끔찍이 두려워했다.그나마 익숙한 곳이라면 모를까.이런 낯선 곳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지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어릴 적 한씨에게 버려져 뱀과 함께 갇혀 지냈던 그 끔찍한 어둠의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겁내지 말거라."조원철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팔을 뺐다."가지 마십시오."강유영은 그가 기어이 담을 넘으려는 줄 알고 다급히 그의 등 뒤로 달라붙어 단단한 허리를 꽉 껴안았다.이대로 홀로 버려져 어둠 속에 삼켜질까 봐, 그가 영영 자신을 버려둘까 봐 미치도록 두려웠다."내가 먼저 올라가 끌어올려 주마."조원철은 못 말린다는 듯 허리를 감싼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내고 돌아서서 마주 보았다."정말입니까?"강유영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내가 널 속인 적이 있더냐."어스름한 빛 속에서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슬쩍 문질렀다.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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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방상철은 말을 뱉기가 무섭게 고개를 숙여 이현숙의 입술을 탐했다."뭐가 이렇게 급해요...."이현숙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며칠이나 못 봤는데 어찌 안 급하겠어?"방상철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집요하게 입을 맞췄다.강유영은 안달이 나 짐승처럼 구는 방상철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마치 느끼한 고기 기름이라도 삼킨 것처럼 속이 니글거리고 불쾌했다.무엇보다 방상철은 원래 음침한 인상의 외모인 데다 키도 작아 역겨움이 배가되었다.반면 이현숙은 아직도 제법 고운 태가 남아 있건만, 어쩌다 저런 볼품없는 사내와 눈이 맞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더욱이 조원철과 나란히 서서 남녀의 이런 추잡한 짓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수치심에 발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들고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찰나,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시야를 차단한 것이다.강유영은 그의 손을 밀어내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저런 남사스러운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멀찍이 떨어져 안 보면 그만이었다.그러나 조원철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허리를 꽉 붙잡았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귀 기울여 듣거라."강유영은 그 말에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방 안에서는 두 남녀가 입을 맞추며 내는 질척한 소리만 울려 퍼졌다.시야가 차단되니 오히려 청각이 곤두서서 그 추잡한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게 파고들었다. 얼굴이 불에 데인 듯 확 달아올랐다.'뭘 들으라는 거지?'설마 방상철과 이현숙이 저런 짓을 하는 소리나 들으라는 건가? 거기에 대체 무슨 들을 가치가 있다고 저러는 걸까?그녀는 한씨와 노부인을 상대할 단서를 찾으려 따라나선 길에, 이런 민망한 구경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어머, 어찌 이리 안달이세요? 물어볼 게 있다니깐요…." 이현숙이 짐짓 튕기는 척 몸을 빼더니 간드러지게 웃었다. 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귀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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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한참을 들으니 강유영은 상황을 알 것 같았다.이현숙이 방상철과 만나는 이유는 오직 재물 욕심 때문이었다. 그녀의 관심은 방상철이 아니라 그가 가져온 보따리에 있었다."내가 언제 안 준다고 했어? 가 이런 걸 임자 안 주면 누굴 주겠어!"방상철은 연신 비위를 맞추며, 급하게 그녀의 겉옷을 벗기고 뺨에 입을 맞췄다."하지만 이건 가져가서 모조품을 하나 만들어놔야 해. 진짜를 팔고 가짜를 몰래 채워 넣어야 하니까. 다 만들면 진짜는 너에게 줄게, 응?""알았어요, 그 정도는 양보할게요."이현숙은 생긋 웃으며 옥팔찌를 다시 손목에 꼈다."잠깐만 끼고 있을게요. 이번에 이거 팔아서 은자 받으면 또 노름판에 갖다 바치지나 말아요. 밖에서 이자놀이나 하면 얼마나 좋아요? 당신이 그동안 날려 먹은 은자면 경성에 번듯한 기와집 한 채는 샀을 텐데."말이 끝나기 바쁘게 다시 질척이는 소리가 이어졌다.강유영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방상철은 화씨 어멈을 통해 노부인의 장신구를 훔쳐다 팔고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모조품을 만들어 채워 넣었다. 그러면 노부인이 확인하더라도 쉽게 가짜임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노부인은 화씨 어멈을 굳게 믿고 있으니, 굳이 물건을 살피지도 않을 터였다.방상철이 이런 짓을 벌인 이유는 도박 때문이었다. 밖에서 노름빚을 많이 졌을 테고, 화씨 어멈은 아들을 위한답시고 도둑질을 도왔을 것이다.그때, 방 안에서 탁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방으로 가요...."이현숙이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방은 무슨 방, 그냥 여기서 뒤돌면....""어휴, 이 웬수...."곧이어 짝 하는 마찰음이 들렸다.이현숙은 앓는 소리를 냈지만, 정작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찰싹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방상철은 그녀를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음탕한 말들이 쏟아졌다.강유영이 어찌 그런 상스러운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겠는가. 그녀는 황급히 두 귀를 틀어막았다.그 순간 조원철은 그녀의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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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강유영은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 잡념을 떨쳐냈다."이제 어찌할 작정이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방상철의 꼬투리를 잡아 화씨 어멈을 추궁하겠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제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내야지요."강유영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대답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습관적으로 두 손을 마주 비볐다.이제 봄이라지만 아직 밤공기가 차서 손이 시렸다."알아낸 다음에는?"조원철은 그녀의 두 손을 끌어당겨 가볍게 감싸주며 물었다.그의 손은 참으로 따뜻했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그 온기를 탐하며 손등을 비볐다."알아낸 뒤에는.... 상황을 봐가며 움직여야겠지요. 이간질을 해서 두 분 사이에 내분이 일도록 할 겁니다. 그래야 저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테니까요."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듯 답했다."그래."조원철이 짧게 긍정했다."하지만 언제 방상철을 족쳐야 할까요?"강유영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당장 들이닥쳐 덜미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렇다고 현장을 덮치지 않으면 오리발을 내밀 것이다."나올 때까지 기다려아지."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쥔 채 어두운 구석에 서서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손은 따뜻해졌지만, 몸이 으슬으슬 떨리며 절로 웅크려졌다.떨림을 느낀 조원철이 고개를 돌렸다.어둠 속이라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달빛에 비친 하얀 얼굴은 여전히 도드라졌다.그는 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괜찮습니다...."강유영이 황급히 사양했다."네가 추워서 병들기라도 하면 난 바로 돌아갈 것이다."조원철은 옷깃을 단단히 여며주며 차갑게 말했다.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옷을 덮으니 확실히 따스했다.방상철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판국에, 괜히 고집을 피우다 병이라도 얻으면 자신만 손해였다.그런데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불쑥 열렸다.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문 쪽을 쳐다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지?'뜻밖에도 방상철과 이현숙이 나란히 나오고 있었다.방상철은 벌써 멀끔히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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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쫓아갈까요?"강유영이 작게 물었다."그럴 것 없다."조원철이 손을 한 번 치켜들자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명적(鳴鏑: 고대에 자주 쓰는 신호탄)이 하늘로 솟구쳤다.순식간에 전방에 사내 서너 명이 나타나 앞서가던 방상철을 에워쌌다."너, 너희들 뭐 하는 놈들이야…."겁에 질린 방상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사내들은 아무 대꾸도 없이 그를 향해 포위망을 좁혀갔다."도, 돈이 목적이라면 이거 다 줄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줘…."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방상철은 납작 엎드리며 손에 쥔 보따리를 내밀었다.앞장섰던 청운이 보따리를 낚아채더니 짧게 명했다."끌고 가!""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이거 놔, 사람 살려.... 읍!"방상철은 발버둥 치며 고함을 질러대려 했지만, 이 으슥한 골목에서 누가 들어줄 리 만무했다. 청운 일행은 곧바로 그의 입을 틀어막고는 질질 끌고 갔다.강유영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이제 저택으로 돌아가는 겁니까?"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하지만 조원철은 계속해서 그녀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방상철은 이미 잡혔는데 또 어딜 가는 걸까?"방상철을 심문하지 않을 건가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심문하려고?"조원철이 되물었다."그건…."강유영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네가 직접 하거라."조원철은 한마디 툭 내뱉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제가요?"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긴장되어 온몸이 굳었다.방상철을 직접 심문하라는 걸까?하지만 해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걸까?물론 뭘 물어봐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먼저 노부인의 장신구를 훔친 사실을 자백받고, 그것을 빌미로 원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야 할 것이다."방상철 같은 인간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법이다. 내가 청운과 애들을 곁에 둘 테니, 네 마음대로 부려도 좋다.""우선 기세로 놈을 억눌러야 한다. 마주했을 때 충분한 자신감을 보여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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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그녀는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자신이 없었다.그가 곁에 있어야만 자신감이 살 것 같았다.조원철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내가 나설 거라면 뭣 하러 널 시켰겠느냐."말을 마친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휘장을 걷고 마차에서 내렸다.강유영은 마차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해본 적 없는 일을 마주하려니 막막했다.하지만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그가 직접 나서면 심문할 것도 없이, 방상철은 얼굴만 보고도 알아서 자백할 것이다."내려오거라."조원철의 큰 손이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강유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마차에서 내렸다.눈앞에는 웅장한 저택이 있었다.붉은 칠을 한 대문 위에는 붉은 등불 두 개가 걸려 있었다.담장이 높아 한참 고개를 젖혀야 끝이 보일 정도였다.'여긴 어디일까? 오라버니의 사택인가?'청류가 대문을 열었다."들어오거라."조원철이 문가로 걸어가며 뒤돌아서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고 그를 따라갔다.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허탕만 칠까 봐 걱정되었다."강남으로 갈 때는 이렇게 겁을 먹고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조원철이 불쑥 말했다.강유영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잘 가다가 왜 갑자기 그 일을 꺼내는 걸까?"방상철을 심문하는 게 날 마주하는 것보다 더 무섭더냐."그가 다시 물었다.강유영은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깨달았다.몰래 가출했다가 그에게 잡힌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어디 있을까?게다가 청운 일행이 있으니 방상철은 그녀에게 아무 짓도 못 할 것이다.무엇보다 방상철과 화씨 어멈이 노부인의 물건을 훔친 것은 사형에 처할 중죄였다.그러기에 이는 그들 모자의 목숨줄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뜻이었다.방상철이 죽고 싶지 않은 이상 그녀의 명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렇게 어느덧 조원철을 따라 방 안까지 들어오게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은 서재였다. 양옆으로 커다란 책장이 있고,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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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그런데 고개를 들어보니,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국공부에서 가장 만만한 양녀였던 것이다.그의 어머니는 이 양녀가 심약해서 조금만 일이 생겨도 울기만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런 계집이 사람을 시켜 자신을 납치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방상철은 금세 간덩이가 부어서 불손한 욕설을 쏟아냈다."따귀를 쳐라."강유영은 방상철의 기고만장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끊었다.더 이상 저자의 입에서 더러운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방상철이 이토록 자신을 얕잡아보니 확실한 기선 제압이 필요했다.짝! 짝!청운이 방상철을 제압하고 청류가 뺨을 후려쳤다.따귀를 때리는 파열음이 방 안에 날카롭게 울렸다.강유영은 방상철의 뺨이 시뻘겋게 부어올라 흉하게 일그러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만."십여 대를 맞았을 무렵 그녀가 명했다.청류는 즉시 손을 거두었다."이제 나를 뭐라 불러야 할지 알겠느냐?"강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싸늘하게 물었다."아씨...."방상철은 분해하며 이를 갈았다. 호칭은 이빨 틈에서 억지로 짜내듯 흘러나왔다.그는 체면을 중시하는 자였다. 천한 계집이 감히 자신에게 이런 수모를 주니, 자존심이 상했다.지금은 포박된 처지라 고개를 숙였지만, 훗날 기회가 오면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그는 여전히 강유영을 얕보고 있었기에, 매를 맞고도 진심으로 굴복하지 않았다."이것들이 다 어디서 난 건지 말해보거라."강유영은 턱을 치켜들고 그를 노려보며, 보따리를 풀어 화려한 장신구들을 꺼냈다.그녀는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려 일부러 턱을 높이 쳐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그, 그건 제 물건입니다."방상철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그는 이 양녀가 어떻게 이 일을 알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수하에 이토록 날랜 자들이 있다니!그가 알기로 강유영은 진국공부에서 끈 떨어진 연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언제 이런 힘을 키운 걸까?"내가 이것들을 들고 할머니께 가서 네 어머니를 추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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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거짓말할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이 보따리를 들고 당장 할머니를 찾아가는 수가 있으니까."강유영은 차갑게 경고했다.놈이 잔머리를 굴리는 꼴이 빤히 보였다."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방상철이 흠칫하며 목을 움츠렸다."그게... 어머니께 듣자니.... 노부인께서는 본래 아씨께서 올린 음식을 드시고 중독된 척 연기하여, 아씨를 호되게 혼내고 내쫓을 계획이셨다고...."그는 말끝을 흐렸다.더는 밑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전부 털어놓으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아는 놈인 듯했다.하지만 입을 닫자니 풀려날 묘안도 없었다."그럼 지금은? 계획이 어떻게 바뀌었지?"강유영은 바짝 다그쳤다.그녀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낮에 풍한을 핑계로 노부인께 음식을 올리지 않길 천만다행이었다.그러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처벌을 받고 쫓겨났을 것이다."아씨.... 제가 전부 다 말씀드면, 정말 절 놔주실 겁니까? 이 물건들도 그냥 저에게 돌려주시는 겁니까?"방상철은 책상 위에 놓인 보따리를 힐끔거렸다.그는 밖에서 도박으로 진 빚이 산더미였다.이 물건들을 팔아 빚을 갚고 또 한바탕 즐길 생각이었는데 가장 만만해 보이던 강유영에게 덜미를 잡힐 줄은 몰랐다."네가 솔직하게 말한다면, 고발하지는 않겠다."강유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대꾸했다.방상철이 훔친 장신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노부인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녀에게 돌아올 유산은 없었다.그러니 굳이 그녀가 이걸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다만 조원철이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었다.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손자가 그였으니, 훗날 이 물건들은 전부 그의 차지가 될 것이다."감사합니다, 아씨! 죄다 말씀드리겠습니다."방상철은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강유영의 수완에 완전히 굴복한 것이다."말해 보거라."강유영은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여유로운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상대가 안 보는 곳에서 축축해진 손바닥을 치맛자락에 몰래 닦아내고 있었다.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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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강유영은 보따리 안을 슬쩍 살피고는 차갑게 말했다.증거를 쥐고 있어야 방상철을 다루기 용이할 것이다.이 장신구들은 노부인의 것이지만, 보따리는 분명 화씨 어멈의 것이었다.돌려주면 방상철은 방을 나가자마자 화씨 어멈에게 알릴 것이고, 그러면 곧 노부인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자신의 계획이 들통난 걸 알게 되면 노부인은 분명 다른 계략을 꾸밀 것이다.그러니 오늘 일은 절대 새어 나가게 둘 수 없었다."분부대로 하겠습니다...."방상철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대답했다.방금 전의 강유영의 말투를 들어보면 이 물건들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그런데 하나도 돌려주지 않을 줄이야.오늘 밤은 밤새 헛수고만 한 셈이었다."가보거라."강유영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청운과 청류가 길을 터주자, 방상철은 도망치듯 황급히 서재를 빠져나갔다."아씨, 저놈이 허튼짓을 못 하게 제가 따라붙겠습니다."옆에 있던 청류가 나서며 말했다."그럼 부탁하마."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일이 끝나자, 그녀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조원철은 여전히 병풍 뒤에 있었다.그는 방금 전 심문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을 것이다.‘잘했다고 하시려나?’스스로는 제법 그럴듯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매사에 노련한 조원철의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조원철은 뒷짐을 진 채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청운은 눈치껏 방을 빠져나가며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맑은 눈동자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가 이내 피하듯 시선을 내렸다.아직은 그를 똑바로 마주 보기가 버거웠다.게다가 마음 한구석이 찔리기도 했다.자신은 방상철이 노부인의 물건을 훔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덮어주었다.원래대로라면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라고 엄포를 놓았어야 했다.그렇게 선을 그어두어야 나중에 그가 책임을 묻더라도 할 말이 있을 텐데, 그녀는 입을 다무는 선택을 했다.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씨는 교묘하게 그녀를 짓밟았고, 노부인은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그것도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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