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01 - チャプター 310

467 チャプター

제301화

운소관(雲霄觀)의 산문은 위엄이 넘쳤다. 높은 돌계단 위로 세 개의 아치형 석조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뒷마당에는 푸른 소나무가 꼿꼿이 서 있었고, 석재 향로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이었다.오십 줄에 접어든 듯한 중년의 여인이 머리를 높게 틀어 올리고 도포를 두른 채 소나무 아래서 참장공(站樁功:기마 자세로 버티는 기초 수련법)을 연마하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진국공의 어머니이자, 진국공부의 노부인이었다.한씨는 감히 수행을 방해하지 못하고, 풍씨 어멈을 대동한 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한참이 지나서야 노부인이 기를 거두고 지그시 눈을 떴다."어머님."한씨가 황급히 다가갔다."어쩐 일이냐."노부인은 시녀가 건넨 수건을 받아 이마의 땀을 훔쳤다.한씨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차갑지도,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았다. 속세를 떠나 도를 닦는 몸이라 희로애락을 멀리하는 듯, 아주 담담했다."가문에 변고가 생겨 이리 찾아뵈었습니다." 한씨가 멋쩍게 웃었다. "별일이 아니었다면 어찌 어머니의 수련을 방해했겠습니까.""안으로 들자꾸나."노부인은 먼저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한씨는 황급히 뒤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서 국공부에 오셨으면 합니다. 어머님께서 나서 주시지 않으면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내 더 이상 집안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 진작에 말했거늘." 자리에 앉은 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씨에게 핀잔을 주었다. "명색이 국공부의 안주인 아니냐. 안채의 권력을 네 손에 다 쥐어주었거늘, 그리 대단한 권세를 쥐고도 어찌 홀로 일을 해결하지 못한단 말이냐."노부인의 음성엔 불만이 역력했다.다른 가문의 며느리들은 이 나이가 되도록 시어머니의 눈치만 보거늘, 시어미의 간섭 없이 홀로 안채를 틀어쥐고서도 이리 무능하다니 기가 막혔다."어머님, 이 일은 그저 안채의 문제로 덮어둘 사안이 아닙니다." 한씨는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원철이의 앞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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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당장 국공부로 돌아가야겠으니 짐을 꾸리거라."노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명을 내렸다."어서 채비를 돕거라!"한씨는 뛸 듯이 기뻐하며 풍씨 어멈을 다그쳤다.한편, 요월원.강유영은 창가에 앉아 조용히 붓을 놀리고 있었다.오랜만에 붓을 쥐었지만 퇴보하진 않은 듯했다.그렇다고 글씨가 빼어나지도 않았다. 그저 간신히 획을 맞출 뿐이었다.그래도 나중에 약방으로 돌아가 처방을 쓰는 데는 모자람이 없을 듯했다.조원철은 어제 자리를 뜬 뒤로 다시 오지 않았다.하룻밤 눈을 붙이고 나니 마음이 제법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해도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당장 국공부를 벗어날 방도는 없었다. 무기력하게 절망만 씹어 삼키느니, 숨죽여 웅크린 채 기회를 엿보는 게 현명했다."아씨."서유가 밖에서 들어왔다."무슨 일이냐."강유영이 붓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도관에 계시던 노부인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부인께서는 아씨도 문안 인사를 오라고 명하셨습니다."강유영은 흠칫 놀랐다."다른 말씀은 없으셨고?"도관에 은거하던 노부인이 갑자기 어쩐 일로 돌아왔을까?어제 보았던 한씨의 표정이 떠올랐다.한씨는 분명 조원철과 그녀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다.그렇다면 노부인을 불쑥 모셔 온 것도 전부 자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다."서유가 고개를 저었다."옷을 내오너라."강유영은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서유가 다가와 채비를 도왔다.오씨 어멈은 밖에 머물고 있었고, 단비가 수시로 그 곁을 오가며 살피는 중이라 요월원에는 서유 혼자 남아 있었다.서유도 어느새 옷시중과 머리 손질에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강유영은 장식이 없는 수수한 치마로 갈아입고 서유를 대동한 채 춘휘원으로 향했다.춘휘원은 과거 노부인이 머물던 처소였다.노부인이 도관으로 떠나면서 줄곧 비워두었으나, 주인이 돌아왔으니 다시 사람이 들게 되었다."유영 아씨, 어서 오시지요."노부인의 수발을 드는 화씨 어멈이 강유영을 보하고 마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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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강유영은 방 한가운데 서서 상석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예전에는 늘 그녀가 조원철을 훔쳐보았고 그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쳐다보는데도 시선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슬쩍 노부인의 기색을 살폈으나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노부인은 원래도 속내를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분이었다.한씨의 얼굴에도 온화한 미소만 가득할 뿐, 어제의 표독스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한씨가 이미 노부인에게 의심하는 바를 얘기했을까?그래서 둘이 합심하여 자신을 처리하려는 건 아닐까?"유영이 왔구나."노부인의 시선이 강유영에게 머물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이리 와서 내 곁에 앉으렴."노부인은 도포를 벗고 검푸른 의복으로 갈아입은 채 위엄 있는 국공부 노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 깊은 곳에는 짙은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몇 해 못 본 새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수수한 치마만 둘렀음에도 청초한 이목구비와 자태가 돋보였다.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친손녀들을 압도할 정도였다.적녀인 조연화 역시 빼어난 미색이었지만, 꾸미지도 않은 강유영에게 가려지고 말았다.이러니 조원철이 어찌 넘어가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강유영은 그 자리에 선 채 걸음을 떼지 않았다.뭔가 이상했다.과거에 늘 그녀를 무시하던 노부인이었다.곁에 앉기는커녕 말 한마디 다정하게 건넨 적이 없고 웃음 한번 지어준 적이 없었다.그런 노부인이 갑자기 곁을 내어주다니 속셈이 있는 게 분명했다."왜 그러고 서 있어? 내가 너무 살갑게 구니 낯선 게냐?"노부인이 미소를 지었다."그 동안 도관에서 수양하며 나도 깨달은 바가 많다. 네가 우리 국공부의 밥을 먹고 족보에 이름을 올렸으니 너 또한 내 손녀가 아니더냐. 그간 널 차별했던 걸 후회하고 있다. 어서 이리 와 이 할미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렴."노부인은 재차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망설이던 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조원철을 흘끗 쳐다보았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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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강유영은 곁눈질로 노부인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꽉 쥐었던 주먹을 남몰래 풀었다.비록 노부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위기는 간신히 넘긴 셈이었다."연화야, 이리 오지 못해!"한씨의 얼굴도 굳어졌다.미리 조연화에게 신신당부해 두지 않은 그녀의 잘못이었다."싫습니다. 전 할머니 옆에 앉을 거예요."조연화는 노부인을 껴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강유영이 할머니 곁에 앉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었다."녀석, 어찌 말을 안 들어!"한씨는 속이 단단히 상했다.시어머니와 의논하여 정한 계획은 반드시 강유영과 가까이 있어야만 순조롭게 실행할 수 있었다.조연화가 이렇게 훼방을 놓으니, 첫 단계는 망친 셈이었다.한씨는 노부인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저 다음 상황을 엿보아야 했다.노부인 역시 속으로 언짢았다. 한씨는 어찌 딸을 이리 아둔하게 키웠단 말인가?"그만두어라."노부인은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내가 몇 년 만에 돌아왔으니, 오늘은 다들 남아서 식사나 하자꾸나. 모여 앉아 간만에 회포도 풀고."그렇게 말하며 노부인은 조연화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제가 이미 사람을 시켜 점심을 준비하게 해두었습니다."한씨가 황급히 말했다."먼저 정원이나 좀 거닐자꾸나. 다들 따라오너라."노부인이 명을 내리고 앞장서서 밖으로 향했다.강유영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비켜섰다.늘 모든 사람이 다 나간 뒤에 맨 뒤에서 걷는 것이 그녀의 습관이었다.그녀가 앞으로 걸음을 떼려 하는데, 그녀처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조원철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걸음을 재촉해 밖으로 향했다.한씨는 이미 의심을 품고 있었다.오늘 이 상황이 그녀를 떠보기 위해 계획된 일일지도 몰르니, 그와는 더욱 거리를 두어야 했다.행여나 꼬투리라도 잡힐까 두려웠다.그렇게 그녀가 문지방을 막 넘으려는 찰나, 조원철이 불쑥 그녀의 손을 잡았다."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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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그녀는 아예 조월아를 붙잡고 함께 걸었다.다행히 조원철은 더 이상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고, 노부인과 한씨 역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어느덧 식사 시간이 되었다.강유영과 조월아는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조원철과 조연화는 노부인의 양옆에 앉았다.진국공 역시 이 자리를 위해 일찍 돌아왔다.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겉보기엔 모두 화목해 보였다.노부인 역시 가족이 모인 단란함을 즐기는 듯했다."유영아."한씨가 불쑥 일어나더니 웃으며 강유영에게 말을 건넸다."할머니께서 네 앞에 있는 그 계화떡을 즐겨 드신단다. 네가 할머니께 한 그릇 떠서 올리거라. 오늘 할머니께서도 널 친손녀처럼 아끼겠다 하셨으니, 너도 성의를 보여야지 않겠느냐?"그녀는 마치 자애로운 어머니가 딸에게 도리를 가르치는 듯,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한씨는 방금 전 정원에서 이미 시어머니와 의논을 마친 상태였다.원래 그들이 준비했던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차라리 강유영에게 직접 누명을 씌우는 것이 빨랐다.조금 전의 상황도 두 사람의 눈에 모두 들어왔다.그들은 강유영이 일부러 맨 뒤에 남아 조원철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비록 직접 꼬투리를 잡을 무언가를 본 건 아니지만 강유영의 안색이 확연히 이상했다.켕기는 구석이 없다면 그렇게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뻔히 있는데도 감히 그런 태도를 보였으니, 사적인 곳에선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감히 그런 태도를 보였으니, 사적인 곳에선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반드시 하루빨리 강유영을 내쫓고 해결을 봐야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강유영은 시선을 내리깐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그저 겁 많던 아이가 아니었다. 조원철이 가르쳐준 많은 것들을 그녀는 다 익히고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다.한씨가 입을 열자마자 그녀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만약 할머니께서 내가 올린 계화떡을 드시고 중독되거나 탈이라도 난다면?'그들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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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노부인은 그제서야 한씨가 왜 굳이 도관까지 찾아와 자신을 집으로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 화근을 집에 들이는 것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다."어머님께서도 그리 느끼셨습니까?" 한씨가 입을 열었다. "저 역시 그 아이가 마치 딴 사람처럼 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 말에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타협하지 않더군요. 무언가 수상합니다."한씨 역시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저었다."혹여 뒤에서 그 아이를 가르치는 자라도 있는 게냐?"노부인이 곰곰이 생각하다 물었다."그럴 리 없습니다." 한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일만 해도 저와 어머님 말고는 아는 이가 없지 않습니까. 헌데 그리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걸 보면 누군가 가르쳤다기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상황이 이리되었으니, 원래 세워둔 그 계획을 쓰는 수밖에 없겠구나." 노부인은 결단을 내렸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자꾸나. 돌아가거든 내가 병이 나 당분간 외부인을 만나지 않겠다고 주변에 알리거라.""예, 명심하겠습니다." 한씨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정원 오솔길을 걷는 강유영은 발걸음이 무거웠다.한씨와 노부인이 합심하여 자신을 옥죄어 오는데, 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이대로라면 원하는 삶은커녕 진국공부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조차 막막했다.수심에 잠겨 걷던 중, 시야로 멀지 않은 곳 회랑에 서 있는 인영이 들어왔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조원철이었다.꼿꼿한 자태로 걷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반듯하고 기품이 넘쳤다.그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강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당황하며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아무 말도 않고 그저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며 천천히 제 갈 길을 갔다.강유영은 잠시 주춤하다 걸음을 멈추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작게 그를 불렀다."저기...."한씨가 의심을 품은 일은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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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이러지 마십시오.... 정말 무섭습니다...."강유영은 눈물이 맺힌 채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조금 전 춘휘원에서도 그토록 사람을 놀라게 해놓고, 기어코 밖에서 또 이러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아무리 회랑이라 벽이 있다 한들, 한쪽은 훤히 뚫려 있었다.만약 누군가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피할 곳조차 없었다."내가 울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조원철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눈가를 쓸어내리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오라버니가 자꾸 이러시니까 그러는 거 아닙니까...."강유영은 가슴속 깊이 쌓인 서러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울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말을 건네자마자 눈물이 봇물 터지듯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속에서는 화가 치밀면서도 한편으론 타들어 가는 듯 조급했다.다 이 사람 때문이었다. 그는 늘 그녀를 괴롭히기만 했다.그러면서 어찌 그리 뻔뻔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느냐."조원철은 못 말린다는 듯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조심스레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럼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십시오."강유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그의 손을 밀어냈다. 단단히 토라진 기색이었다.그가 자꾸 이런다면 언젠가는 초조함에 병이 나고 말 것이다."아까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느냐."조원철은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얼굴을 다시 제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어머니께서 저희를 의심하고 계신다는 말을 전하려 했습니다." 강유영은 그제야 용건이 떠올랐다. "어제, 오라버니가 떠나신 뒤 어머니께서...."그녀는 어제 조원철이 황궁으로 간 뒤 한씨와 있었던 일들을 조목조목 털어놓았다. 한씨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듣는 내내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어머니께서 어떻게 눈치채신 건지 모르겠습니다...."강유영은 모기만 한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녀는 평소에도 충분히 조심했다.한씨는 물론이고 다른 그 누구의 앞에서도 조원철과 지나치게 가까이 지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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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강유영은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어두운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조원철이 바라는 대답이 이토록 소극적인 방도가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도무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어리석고 겁 많은 그녀가 어찌 그의 지략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강대한 적이 결탁하여 널 옥죄어올 땐 어찌해야 하느냐."조원철이 넌지시 귀띔하듯 물었다.강유영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각개격파하여 그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키고, 제 살을 깎아 먹게 만들어야 합니다. 음…. 그리고 그들의 속셈을 알아내야겠지요. 제게 무슨 짓을 하려 하는지...."그렇게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조금은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다."그렇지."조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당장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합니다."강유영이 물기 어린 눈망울을 들어 올리며 조심스레 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조원철이 아니었다.그의 수하에는 무공이 출중한 능력자들이 널려 있었지만, 그녀에겐 아무도 없었다.오씨 어멈과 단비도 곁에 없거니와, 설령 곁에 있다 한들 이런 복잡한 암투에 도움이 될 리 만무했다.그녀의 손엔 쓸 만한 패가 단 하나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내가 도와줄까."조원철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오라버니를 탓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강유영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한사람은 그의 친모이고 한사람은 할머니였다.그가 과연 자신을 위해 혈육의 등에 칼을 꽂으려 들까?물론 과거에 그가 도움을 준 적은 있었다.지난번 전당포 일만 해도 그의 솜씨였다. 만약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전당포에서 빼돌린 은자에 자신의 지장을 강요했던 배후가 누구인지 평생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그가 아니었다면 하 낭자를 찾아내어 한씨의 자금줄을 끊어버리는 일도 불가능했다.그러고 보면 이 사내는 가끔 그녀에게 제법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기도 했다."그런 건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조원철이 무심히 대꾸했다."그럼 혹시 청란을 제게 빌려주실 수 있나요?"강유영의 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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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강유영은 귀끝부터 목덜미까지 붉게 달아오른 채, 긴장하여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까만 눈동자를 경계하듯 굴리며, 목을 빼고 좌우를 살폈다.행여 누군가 지나가다 자신이 그에게 입 맞추는 것을 볼까 두려웠다.그리되면 굳이 한씨나 노부인이 나설 것도 없이, 곧바로 사당으로 끌려가 맞아 죽을 게 뻔했다.조원철은 그녀의 생동감 넘치는 작은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옅은 웃음기를 띠었다.강유영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껴안고는, 발돋움을 하여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그의 입술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감송향이 입술에 묻어나자, 이마에 땀이 맺히고 마치 온몸이 찜통 안에 있는 것처럼 후끈거렸다.조원철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녀를 바라볼 뿐,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만하면 되었습니까?"강유영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속으로 확신이 없었다.그가 원한 입맞춤이 고작 이런 것일 리 없었다.그녀는 옷자락을 꽉 쥔 채, 이 정도로 대충 넘어가지 못할 것 같으면 다시 입을 맞추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먼저 처소로 돌아가 있거라."조원철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한쪽 뺨을 감싸 쥐더니 가볍게 꼬집었다."하지만...."강유영은 다소 주저했다.그녀는 그가 이토록 순순히 물러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혹시 약속을 없던 일로 하려는 건 아닐까?"날 못 믿는 게냐."조원철이 담담하게 물었다."아닙니다."강유영은 딱 잡아뗐다.속으로는 영 믿음이 안 갔지만, 그걸 감히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조금 뒤 할머니께서 앓아누우셨다는 전갈이 올 것이다. 넌 신경 쓰지 말거라."그가 당부했다."저... 저도 몸이 좋지 않습니다."강유영이 손을 들어 가슴을 짚었다.그녀는 춘휘원에서도 이미 병을 핑계 댄 터였다. 당분간 노부인에게 문안을 가지 않아도 변명거리가 될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처소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가 소식을 전해왔다."아씨, 부인께서 바깥에 노부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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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애초에 그녀에게는 서운해할 자격이 없었다. "저녁은 먹었느냐?"조원철이 탁자 쪽으로 다가와 슬쩍 살피며 물었다."먹었습니다."강유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밥 반 공기랑 반찬을 조금 먹었습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너무 적게 먹었다고 나무랄까 봐 괜히 걱정이 앞섰다."이걸 먹거라."조원철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강유영은 무엇인지 몰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옅은 술 냄새가 났다.평소 그는 밖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하는 것을 꺼렸다. 최근 어느 집에서 연회를 열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그러니 아마도 황궁에서 폐하와 저녁을 들고 온 듯했다.그녀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위를 향해 펼쳐졌다.조원철은 쥐고 있던 것을 그녀의 손에 올려놓고는 손을 거두었다.강유영은 손에 놓인 것을 보고, 까만 눈동자를 반짝였다.먹음직스러운 큰 앵두 세 알이었다.새빨간 껍질은 투명하게 빛났고, 싱그러운 과일 향이 풍겼다.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걸 보니, 꽤 오랫동안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 같았다.이리 귀한 앵두는 황궁에나 가야 볼 수 있었다. 황궁에서부터 가져온 걸까?"어서 먹거라."조원철이 재촉했다.강유영은 앵두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앵두의 과즙이 혀끝에서 터지며 달콤함과 약간의 새콤함이 어우러지는 것이, 마치 지금 그녀의 마음 같았다.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어떨 땐 잘해주다가 어떨 땐 모질게 굴었다. 차라리 그가 계속 모질게 대했으면 좋겠다 싶었다.그래야 미련 없이 마음을 접을 수 있을 테니까."왜 그러느냐."조원철이 그녀의 기분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린 채 몸을 숙여 물었다."아닙니다."강유영은 정신을 차리고 앵두 씨를 뱉어내며 화제를 돌렸다."서유가 그러는데, 밤에 저를 데리고 나갈 데가 있다고 하셨다면서요?""그래."조원철이 곁에 있던 겉옷을 가져다 그녀에게 입혀주었다."따라오거라.""어디로 가는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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