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멈, 아무래도 어머니께서 뭔가 눈치채신 것 같지?"정원을 걷는 한씨의 얼굴은 잔뜩 일그려져 있었다.그녀는 평소와 달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국공부에 시집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안주인 자리에 오르기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어떤 위기든 능수능란하게 넘겨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뒷방 늙은이가 갑자기 장부를 들추기 시작하다니, 이는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풍씨 어멈은 그녀의 옆에서 반보 뒤처져 걸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부인,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장방 선생은 부인의 사람이고, 노부인께 올린 장부 두 권은 미리 손을 써둔 가짜입니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실 겁니다."풍씨 어멈은 한씨의 심복으로서 그녀가 벌인 일들을 웬만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어멈조차 모르는 잘 알지 못하는 일도 존재했다.한씨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감히 캐물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것들은 한씨의 역린이었다."하지만 집안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양반 아니더냐? 아무 까닭 없이 어째서 갑자기 장부를 보겠다고 나섰지?"한씨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겼다.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이 모든 게 강유영 때문이었다.그 천한 계집을 쫓아내겠다고 늙은이를 불러들여 제 발로 제 발등을 찍은 격이었다."어쩌면 그저 변덕이실지도 모릅니다."풍씨 어멈은 계속해서 그녀를 달랬다."아니면, 누군가 옆에서 부추겼을 수도 있지요.""혹시 강유영 짓이 아닐까?"한씨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풍씨 어멈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부인, 너무 과한 염려이십니다. 유영 아씨에게 그럴 머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일단 노부인의 의중부터 떠보시지요. 제 생각엔 별일 아닐 겁니다."한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춘휘원."국공 부인, 오셨습니까."마침 마루 아래에 서 있던 화씨 어멈이 무릎을 굽혀 예를 표했다."어멈, 어머니는 안에 계시는가?"한씨는 턱을 치켜들고 안주인 특유의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물었다.실상은 화씨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