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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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옆자리부터 살폈다.조원철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싸늘하게 식은 잠자리를 보아하니 일어난 지 꽤 된 모양이었다."소연 새댁?"밖에서 허영주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나갑니다."강유영은 몸을 일으키며 밖을 내다보았다.어쩐지 날이 이리도 밝다 했더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있었던 것이다."무슨 일이셔요?" 그녀는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었다."아침도 안 먹고 자면 어떡해요. 곧 점심 먹을 시간인데."허영주가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장난스레 웃었다."수다나 떨고 싶어서 깨웠는데, 언짢은 건 아니죠?""그럴 리가요."강유영은 마주 웃어주었다.그녀는 조원철이 언제 어디로 나갔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부군 행세를 하는 마당에 행방을 모른다는 것도 우스워, 입 밖으로 꺼내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아마 청운 일행과 은밀히 일을 논의하러 갔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대체 부군을 어찌 구워삶았길래 그토록 끔찍이 아껴주는 거요? 사내가 어찌 그런 일까지 대신해 줄 수가 있담?"허영주가 밖을 가리키더니, 그녀에게 바짝 다가와 소리를 낮추고는 다급히 물었다."예?"강유영은 영문을 몰라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바깥의 빨랫줄에는 그녀와 조원철의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조원철이 아침 일찍 빨래를 널어두고 나간 모양이었다.하지만 그가 빨래를 해준 일이라면 어제 이미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 않았던가. 어째서 오늘 또 호들갑을 떠는 걸까."단순한 옷가지가 아니잖아요. 월경대 말이에요! 다들 부정 타고 재수 없다며 질색하는 물건인데, 우리 부군 같으면 당장 더러운 거 안 치우냐며 호통을 쳤을 거예요. 그런데 새댁의 부군은 그런 것까지 손수 빨아주네요?"허영주는 그녀의 어깨를 마구 흔들며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대체 전생에 어느 사찰에 불공을 드렸길래 이리 좋은 부군을 얻었어요? 비결이 뭐요, 나도 좀 가르쳐 줘요!"허영주는 부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살다 살다 부인에게 이토록 지극정성인 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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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이걸... 어떻게 찾나요?"강유영은 산 정상에 서서 끝없이 이어진 산맥을 바라보았다. 산봉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이틀 동안 두 사람은 마을 두 곳을 더 지나 이 높은 산에 올랐다.저 앞이 바로 허영주가 말한 금지 구역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산이 많은데 광산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어느 산속 깊숙이 있을지, 아니면 두 산 사이에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조원철은 굽이치는 산봉우리를 주시할 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날이 저물려고 합니다. 아까 지나온 마을로 돌아가 민가를 찾아 묵는 게 낫지 않을까요?"강유영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들은 여태껏 줄곧 그렇게 해왔다. 습관이 되니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가 생겼다."안 갈 것이다."조원철은 손을 이끌고 수풀이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다."어디로 가는 겁니까? 날도 어두워지는데."강유영은 두렵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민가를 찾기는커녕 숲으로 들어가 어쩌자는 건가 싶었다.밤의 산속은 몹시 위험했다."오늘 밤은 산에서 묵는다."조원철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어째서요?"강유영은 영 내키지 않았다.사방이 잡초로 우거진 황량한 산길이었다.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란 풀숲에서 어찌 잠을 잔단 말인가. 주변에 늑대나 호랑이, 뱀이나 독벌레 같은 것이 득실거릴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지면 훨씬 더 두려울 것이다.상상만으로도 온몸의 솜털이 쭈뼛 섰다.조원철은 묵묵부답인 채 그녀의 손을 이끌고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그가 앞장서서 거친 풀을 밟으며 길을 냈지만, 뒤따라가는 강유영은 걷기조차 버거웠다."산에서 자고 싶지 않습니다...."강유영은 용기를 내어 그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마을이 멀지도 않으니 지금 돌아가도 충분했다. 그런데 굳이 산에서 밤을 지새우려 하다니."그 마을은 너무 가깝다. 거기서 묵었다간 행적이 들통 날 위험이 있어."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강유영은 입을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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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조원철은 바깥의 희미한 빛이 들어오도록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강유영은 바닥의 잔가지와 나뭇잎을 긁어모으고는 부싯돌로 불을 피울 채비를 했다.그녀는 조원철이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자신에게 가르쳐 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꼭 배워두어야 할 요령이었다.훗날 국공부를 떠나 멀리 도망치게 되면,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런 생존술은 배워두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터였다.예전에 사찰의 선방에서 조원철이 부싯돌 사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딱히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다기보다 그저 힘과 시간이 드는 일이었다. 그 후로 혼자 몇 번 연습해 본 덕에 얼추 다룰 줄은 알게 되었다."주변의 나뭇잎은 말끔히 치워야 한다."조원철은 곁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러지 않으면 불씨가 번져 동굴 전체를 태워버릴 수도 있어."그 말에 강유영은 부싯돌을 내려놓고 주변의 나뭇잎을 부지런히 치웠다. 그런 뒤에야 다시 부싯돌을 부딪치기 시작했다.조원철은 아까는 서두르라 재촉했으면서도, 강유영이 불을 피우느라 한참이나 헤매는 동안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는 더는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붙었습니다!"강유영은 조심스레 작은 불씨를 감싸 쥐고 입김을 불었다.그녀는 불길이 조금씩 커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바싹 마른 나뭇잎을 위에 덮었다. 그럴싸한 모닥불의 형태가 갖춰지자 절로 뿌듯함이 밀려왔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조원철을 바라보았다.일렁이는 불빛이 그녀의 뺨 위에서 춤을 추었다. 뺨에 시커먼 잿가루를 묻힌 채,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어릴 적 뭔가를 해내고 칭찬을 바랄 때처럼 앳되고 사랑스러웠다.조원철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뺨에 묻은 재를 살며시 닦아주었다."횃불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마."그는 그녀를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와 굵직한 나뭇가지 하나를 골랐다."동굴 안에서는 마른 땔감을 써야 한다. 만약 구조를 요청해야 할 상황이라면, 동굴 밖에서 마른 나뭇가지로 불을 피운 뒤 불길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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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밤에 추우면 모닥불을 한구석으로 밀어내고, 불기운에 데워진 땅 위에 마른풀을 깔고 자야 한다."조원철은 빈 그릇들을 치우며 다시 요령을 일러주었다."오늘은 굳이 그리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조원철은 마른풀을 펼쳐 깔아주었다. "먼저 자거라.""오라버니는 어쩌시고요?"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나는 불침번을 서마."조원철은 동굴 입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가 풀더미 위에 몸을 뉘는 것을 지켜보며 덧붙였다."야생에서는 한시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누군가 교대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 가장 좋고, 정 여의치 않다면 어떻게든 동굴 입구를 막아두어야 해.""명심하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한밤중에 저를 깨우십시오. 제가 지킬 테니 눈을 좀 붙이시지요."아무리 그래도 그가 혼자 밤을 꼬박 새우게 할 수는 없었다."일단 자기나 하거라."조원철은 확답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강유영은 눈을 감고 오늘 그가 가르쳐 준 것들을 떠올렸다. 산속은 이토록 위험하고 번거로운 곳이었다. 훗날 국공부에서 무사히 도망치게 되더라도, 두 번 다시 산이 있는 쪽으로는 발도 들이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차갑고 딱딱한 동굴 바닥에 누워 있으니, 멀리서 늑대 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와 잔뜩 겁이 났다.그녀는 한참을 뒤척였으나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얄팍한 몸을 모닥불가에 잔뜩 웅크린 모습이 어딘지 가여워 보였다. 그는 억지로 시선을 거두고 바깥의 짙은 어둠을 응시했다.이윽고 부스럭거리는 기척이 들려오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강유영은 슬금슬금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움찔하며 멈춰 섰다. 일렁이는 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에 머쓱한 기색이 스쳤다.조원철은 그녀가 겁에 질렸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난생처음 겪는 산속에서의 밤이니 그럴 만도 했다.그는 말없이 몸을 일으켜 다가가 그녀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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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그럼 이제 내려갑니까?"강유영이 물었다.조원철은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요령을 일러주었다."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 높은 곳에 서서 골짜기를 내려다보면, 안개가 짙게 낀 곳에 대개 계곡이나 샘이 있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다가오라고 손짓했다.강유영은 다가가 그의 곁에 섰다."산 아래를 보거라. 어디에 물이 있을 것 같으냐?"조원철은 물었다.강유영은 그의 말대로 눈을 크게 뜨고 산 아래를 살폈다. 그러고는 방금 그가 일러준 대로 한 곳을 가리키며 대답했다."저기 안개가 짙게 끼어 있습니다.""내려가 보자."조원철은 그녀를 이끌고 산 아래로 향했다."육안으로 물을 찾지 못하면 짐승의 흔적을 살피는 방법도 있다. 새들이 맴도는 곳이나 지렁이가 파놓은 흙더미가 빽빽한 곳, 개미집이 있는 곳은 대개 얕은 땅속에 물이 흐르지."강유영은 흥미로운 듯 귀를 기울였다. 산속에서 물을 찾는 데만도 이토록 많은 이치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두 사람이 골짜기에 이르자, 과연 강유영이 가리킨 곳에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물가에서 간단히 씻고 매무새를 단정히 했다."배가 고픕니다. 아침도 마른 만두 조각입니까?"강유영은 대나무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려 발꿈치를 들었다.그 안에 다른 먹거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네 아침은 저기 있다."조원철은 몸을 틀어 그녀가 바구니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고는 위쪽을 가리켰다.강유영은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그곳에는 푸릇푸릇한 관목 덤불이 햇살을 받아 보기 좋게 우거져 있었다."나뭇잎을 먹으란 말입니까?"강유영은 빈 덤불을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아무리 험하게 구른다 한들 나뭇잎을 어찌 먹는단 말인가."가까이 다가가서 보거라."조원철은 넌지시 일러주었다.강유영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덤불을 향해 걸어갔다. 조원철이 그 뒤를 따랐다."무엇을 보란 겁니까?"강유영은 눈앞을 살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까이서 보아도 잎사귀에 맺힌 축축한 이슬 외에는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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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는 무예를 익힌 사람이니 굳이 배우지 않아도 나무쯤은 가볍게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조원철은 금세 나무에서 내려왔다."어떤 알입니까? 제게도 보여주십시오."강유영은 서둘러 다가가며 물었다.높은 나무 위에 있는 새알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다."산비둘기의 알이다."조원철이 손을 펼치며 답했다.달걀보다 조금 작지만 껍데기가 희고 매끄러워 무척 예쁜 새 알 세 개가 그의 손에 놓여 있었다."저건 까치집입니까?"강유영은 다른 큰 나무 꼭대기에 있는 새 둥지를 가리키며 물었다.까치집이라면 그녀도 경성 외곽의 큰 나무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래."조원철은 들고 있던 새알을 그녀에게 넘겨주고는 그 나무 위로 기어올랐다.강유영은 난생처음 까치알을 보았다. 회백색 껍데기에 갈색 반점이 찍혀 있었고, 크기는 비둘기알과 엇비슷했다.무려 여섯 개나 되었다."이만하면 충분히 먹겠습니다."그녀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말했다.산속도 낮이 되니 밤처럼 무섭지는 않았다.조원철을 따라 새 둥지를 뒤지고 다니자 오히려 재미까지 느껴졌다."땔감을 주워다 불을 피우거라."조원철이 지시했다.강유영은 이번엔 꽤나 고분고분하게 움직였다.그녀는 능숙하게 땔나무를 주워와 계곡가에 불을 피웠다. 그러고는 냄비에 계곡물을 담아 주워 온 새알들을 모조리 삶았다."다 익은 것 같습니까?"강유영은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제각각 다른 색의 알들이 뒹구는 것을 지켜보며 물었다."그래."조원철은 새알을 하나하나 건져내어 그릇에 담았다.강유영은 곁에 쪼그려 앉아 삶은 새알을 향해 입김을 불었다.조원철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물을 퍼서 새알을 담갔다.강유영은 그를 곁눈질하며 입술을 삐죽였다.틀림없이 속으로 자신을 멍청하다 생각할 것이다. 찬물에 식힐 생각은 못 하고 쪼그려 앉아 바보같이 입김이나 불고 있었으니."삶은 알을 찬물에 담가두면 껍데기가 더 잘 벗겨진다."조원철은 화미조의 알을 하나 집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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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강유영은 화살통이 무거워 허리가 휠 것 같았다."너무 무겁습니다."조원철은 말없이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화살통까지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사냥에 데려가 주마."그는 그녀를 이끌고 골짜기를 따라 걸었다.강유영은 활을 쥐고 들뜨면서도 바짝 긴장했다.살면서 활을 만져볼 일도, 사냥을 배울 기회가 생길 줄도 몰랐다.조원철이 국공부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씨의 뜻대로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시집가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다.그 후 조원철이 돌아왔다.그가 글과 셈을 가르쳐준 덕에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나름의 주관도 생겼다.그래서 그를 떠나, 국공부를 벗어나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나중에 부딪칠 온갖 상황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산속에서 사냥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눈앞의 숲을 보며 한순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겁 많고 주눅 들었던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고 얼굴에는 제법 생기가 돌았다.예전과 비교하면 딴사람 같았다.여름의 산속은 하늘이 높고 탁 트여 있었다.공기 중에는 풀 냄새가 짙었고, 귓가에는 새소리가 들려왔다.조원철이 걸음을 늦추자 그녀도 덩달아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사냥의 요령은 첫째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고, 둘째가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이다."조원철은 걸음을 멈추고 나란히 서서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저기를 보거라."강유영은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무성한 가시덤불 뒤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칙칙한 잿빛 짐승이었다."산토끼입니까?"강유영은 소리를 낮춰 물었다.조원철은 말없이 화살 하나를 뽑아주며 준비하라고 손짓했다.강유영은 예전에 남들이 활 쏘던 모습을 떠올리며 어설프게 흉내를 냈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쥐고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요 며칠 숱하게 손을 잡았건만, 크고 따뜻한 손바닥이 손등에 닿으니 또다시 귓가가 달아올랐다."딴생각하지 말거라."조원철이 말했다.강유영은 부끄러움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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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손이 아프냐?"조원철이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조금요."검지와 중지 끝이 화끈거렸고, 손목도 뻐근했다."몇 번 더 쏘다 보면 괜찮아질 거다."조원철은 덤덤하게 답했다.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삐죽였다.그의 손에 굳은살이 배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온종일 무기를 휘두르고 활을 쏘아대니 굳은살이 박이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조원철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아섰다.강유영은 즉시 숨을 죽이고 눈을 크게 뜨며 앞을 살폈다.푸른 풀숲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활시위를 단단히 쥐었다. 이번에는 사냥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조원철은 다시 화살 하나를 건네주고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겨냥해라. 시선은 화살을 따라 앞을 향하게 하고, 활이 네 팔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라."강유영은 진지하게 가르쳐준 대로 힘껏 시위를 당기며 사냥감을 주시했다.이번에는 똑똑히 보였다. 잿빛 산토끼였다."쏴라!"조원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손을 놓았다.시위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그와 동시에 위험을 감지한 산토끼가 도망치려 훌쩍 뛰어올랐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이전과는 전혀 다른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어서 풀숲이 바스락거렸다. 화살을 맞고 쓰러진 토끼가 발버둥 치는 소리였다."맞혔습니다! 제가 맞혔습니다!"강유영은 앞으로 뛰어가 산토끼를 확인하고는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보았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내가 쏘게 도와준 거다."조원철은 토끼를 집어 들며 차분하게 정정했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손끝이 더 아려오자 다시 치맛자락에 문질렀다.그녀도 속으로는 인정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서 숲에 한 달을 머물러도 짐승 한 마리 잡지 못했을 것이다.이 산토끼 한 마리 덕분에 그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반나절 내내 기이한 흥분감과 성취감에 마음이 들떴다.하지만 사냥은 생각만큼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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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날이 저문 동굴 안.강유영이 땔감을 주워 왔다. 며칠 훈련을 거친 덕에 그녀는 이제 제법 능숙하게 땔감을 구하고 불을 피울 줄 알았다.금세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올랐다. 그녀는 곁에 쪼그려 앉아 땔나무를 더 던져 넣었다."물을 끓여라."조원철은 낮에 잡은 꿩을 들고 다가오며 지시했다.강유영은 고분고분하게 물을 끓였다.그녀는 곁에 쪼그려 앉아, 그가 뜨거운 물에 꿩을 담갔다가 능숙하게 털을 제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러고는 단검을 꺼내어 고기를 해체하고 깨끗이 씻었다. 조원철은 꿩고기를 나뭇가지에 꿰어 모닥불 위에 얹었다."네가 하거라."조원철은 꿩을 꿴 나뭇가지를 그녀에게 건넸다.강유영은 눈을 반짝 빛냈다. 아까 옆에서 지켜볼 때부터 내심 직접 해보고 싶던 참이었다.고기를 굽는 일쯤이야 그저 모닥불 위에서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되니, 자신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조원철의 손에서 나뭇가지를 넘겨받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돌리는 거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정한 속도로 빙빙 돌려주었다."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너무 빠르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으며, 너무 느리면 말라붙어 먹을 수 없게 된다."그가 곁에 바짝 다가오자,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모닥불보다 더 뜨겁게 느껴졌다.그녀는 긴장감에 숨을 죽였다."알겠느냐?"조원철은 손을 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강유영은 딴생각을 하다가 갑작스레 그가 손을 놓는 바람에, 꿩을 꿴 나뭇가지를 모닥불에 빠뜨릴 뻔했다.그녀는 허둥지둥 나뭇가지를 고쳐 잡고 들어 올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모닥불 위에서 천천히 돌렸다.얼굴은 이미 빨갛게 타오른 상태였다.이내 껍질에서 기름이 배어 나와 모닥불 위로 떨어지며 타닥거리는 소리를 냈다. 비좁은 동굴 안에 먹음직스러운 고기 냄새가 퍼졌다."소금을 뿌려라."조원철은 작은 포장지를 펼쳐 그녀에게 건넸다.그가 미리 준비해 둔 고운 소금이었다.강유영은 소금을 한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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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맛있느냐?"조원철은 남은 꿩고기를 들고만 있을 뿐 아직 입을 대지 않고 있었다."정말 맛있습니다. 오라버니도 드십시오."강유영은 입가에 기름을 묻힌 채 기분 좋게 눈웃음을 쳤다.조원철은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기름을 닦아주더니, 그제야 꿩고기 한 점을 뜯어 입에 넣었다.강유영이 다리 하나를 다 먹자, 조원철은 남은 다리 하나도 뜯어서 그녀에게 주었다."이건 오라버니가 드십시오."강유영은 내심 미안해서 거절했다.꿩 한 마리에 다리가 두 개뿐인데, 어찌 혼자 다 먹는단 말인가.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꿩 다리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럼 제가 먹겠습니다?"강유영은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조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날개 두 개마저 모조리 그녀에게 넘겨주었다."이렇게 많이는 다 못 먹습니다."강유영이 사양했다."다 먹어둬라. 그래야 이따가 저것을 처리할 힘이 나지."조원철은 몸통에 붙은 살을 발라내며, 턱 끝으로 동굴 입구 쪽을 가리켰다.오전에 잡은 산토끼가 그곳에 놓여 있었다."제가 저것을 처리하란 말씀입니까?"강유영은 흠칫 놀랐다.저 산토끼를 직접 손질하라고? 평생 해본 적도 없는 일이라 제대로 해낼 자신이 없었다."그래."조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먹지도 못하는데요...."강유영은 눈동자를 굴리며 핑계를 찾았다. 목소리는 어리광을 부리듯 한껏 누그러져 있었다.그녀는 이 일을 하기 싫었다.적어도 오늘 밤은 피하고 싶었다. 내일 낮에 해도 되지 않은가. 하루 종일 숲속을 걸어 다녔더니 너무 피곤했다."마른 식량으로 만들어두면 된다. 방법을 알려주마."조원철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강유영은 입을 다물었다.그가 한번 결정한 일은 누가 뭐라 해도 소용없으니,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었다.배를 든든히 채운 그녀는 마지못해 일어나 산토끼를 모닥불가로 가져왔다."이것도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합니까?"그녀는 어떻게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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