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431 - Chapter 440

453 Chapters

제431화

강유영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서준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이 상황에 서준은 그녀가 제명에 죽지 못할까 봐 안달이라도 난 것인지, 굳이 이런 말로 조원철을 자극하고 있었다.서준은 상의를 벗은 상태였고, 목덜미에는 그녀가 손톱으로 할퀸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조원철이 들어섰을 때 하필 서준의 뺨은 그녀의 손바닥에 바짝 밀착되어 있었다.이토록 노골적이고 친밀한 자태는 그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설령 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들, 변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하물며 그는 계속해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조원철을 마주하고도 이토록 방자하게 구는 모습을 보니, 조금 전의 아련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순간이나마 마음이 약해졌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조원철은 서준의 입에서 나온 처형이라는 소리에 순식간에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마에는 푸른 핏줄이 솟았고, 입술은 일자로 굳게 다물렸다.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며 전신에서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채앵.그가 단숨에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 들었다. 서늘한 검끝은 서준을 향했고, 검자루를 쥔 손가락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오라버니! 안 됩니다!"강유영은 그의 살기에 기겁하여 새된 비명을 질렀다.혼비백산한 그녀는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며 달려가, 두 손으로 검을 쥔 그의 오른팔을 꽉 끌어안았다."놓거라."조원철의 어투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살기마저 느껴졌다."유영아, 놓아주거라. 과연 저놈이 날 죽일 용기가 있을지 궁금하구나."서준은 암벽을 짚고 몸을 일으키더니, 조원철의 앞으로 두 걸음 다가섰다.그는 강유영의 뒤에 선 채, 턱을 치켜들고 조원철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조원철이 자신을 베는 것은 오히려 서준이 바라는 바였다. 그래야 강유영이 자신을 더욱 안쓰럽게 여길 것이다.게다가 황자인 자신을 다치게 한다면 조원철 역시 온전하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예리한 조원철의 시선이 서준의 얼굴로 향했다. 평소 동요 한점 없던 그의 눈동자에 짙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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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그에 대한 걱정은 본능에 가까웠다. 강유영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조원철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얼굴로 향했고, 눈동자에 일렁이던 분노도 조금 잦아들었다."내가 유영이를 좀 데려온 것뿐인데, 세자는 어찌 이렇게까지 분노하는가?"서준이 정색하며 물었다."유영이는 진국공부의 사람입니다. 헌데 제게 왜 분노하냐 물으셨습니까?"조원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소 잠긴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 내 깜빡했군." 서준은 다분히 비꼬는 투로 말했다. "유영이는 자네의 동생이었지. 오라비가 동생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테고."조원철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서늘하게 그를 응시했다."하지만 오라비 된 자가 한번은 막을 수 있어도 평생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어찌 됐든 유영이는 자네의 동생일 뿐이고, 조만간 시집을 가야 하지 않겠나?"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검자루를 쥔 조원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며 손가락 관절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강유영의 손바닥 아래로 그의 팔 근육이 순식간에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서준을 산산조각 낼 것만 같은 기세였다."서왕 전하, 제발 그만하십시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조원철은 그녀가 다른 이에게 시집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소유욕은 지독하리만치 강했다.평소에는 다정하다가도 다른 사내와 가까이 지내는 꼴은 절대 그냥 보고 넘기지 못했다.그가 몇 번이나 그녀의 뜻을 무시하고 겁박했던 것도 모두 이성을 잃고 격분했을 때였다. 서준이 계속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나 다름없었다."진국공부가 비록 백 년의 전통을 가진 명문가는 아니나 가풍이 맑고 바르기로 유명하지. 게다가 조정의 예법과 기강도 있고. 자네 역시 사사로운 욕심 없고 예의를 지키는 군자이니, 인륜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못할 터."서준은 그녀의 애원을 못 들은 척 조원철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나와 유영이는 온갖 풍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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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서준은 조원철이 강유영을 지키기 위해 날아드는 주먹을 절대 피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조원철의 눈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피하지 않고 허리를 비틀어 어깨를 낮추었다. 그렇게 강유영을 반대쪽으로 끌어당기며, 상체를 숙여 서준의 주먹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그 기세를 몰아 거칠게 어깨로 서준의 상처를 노리고 돌진했다.누구 하나 다쳐야만 끝나는 싸움이었다. 누가 더 독하고 누가 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겨루는 싸움이기도 했다.서준은 그가 이토록 목숨을 걸고 덤빌 줄은 몰랐다. 찰나의 순간 서준의 눈빛에 망설임이 스치더니, 끝내 주먹을 거두고 몸을 틀어 조원철의 돌진을 피했다.두 사람은 순식간에 떨어져서는 씩씩거리며 서로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짧고도 맹렬한 교전으로 인해 두 사람의 분노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삐익.멀리서 울리는 신호탄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대치를 깼다."세자, 추격병입니다!"동굴 밖에서 청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하, 태자의 사람들입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남풍이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조원철과 서준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신호탄 소리가 제법 컸기에 두 사람 모두 분명히 들었다.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자, 멀지 않은 곳에서 어지러운 발소리와 쇳소리가 두 갈래 방향에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한두 명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훈련이 잘된 대규모 인력이 분명했다.서준의 눈빛이 번뜩였다.태자의 사람들은 그가 호주에 당도했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만약 안다면, 기를 쓰고 쫓아와 그의 목숨을 취하려 할 것이다.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먼저였으니,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그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으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오늘 처형과는 승부를 가리지 못할 듯하군. 하지만 상관없네. 훗날 유영이와 혼례를 치를 때, 첫 잔은 자네에게 올릴 테니."건들거리는 미소를 지은 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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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저는...."강유영은 조금 전 상황을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조원철은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몸을 틀어 그녀를 마주했다. 허리를 놓아주는 동시에, 크고 단단한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목을 단숨에 움켜쥐었다.강유영은 그 힘에 밀려 몇 걸음 뒷걸음질 쳤고, 등 뒤의 거대한 나무에 부딪혀 간신히 멈춰 섰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그놈이 안쓰러웠느냐? 직접 약까지 발라줄 만큼?"잠긴 조원철의 목소리는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말투에서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아닙니다, 그 상처는 제가 찌른…."강유영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서준을 찔렀고, 피가 멎지 않는데도 서준이 스스로 약을 바르지 않고 버텨서 그랬다고 말하고 싶었다. 행여나 사람이 죽을까 겁이 나서 약을 발라준 것뿐이었다."그놈의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까지 닦아 주었으면서?"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매몰차게 그녀의 말을 끊고 서늘하게 쏘아붙였다.그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섬뜩했다. 그녀의 목을 쥔 손에 점차 살기가 들어갔다.강유영은 얇은 옷깃 너머로 나무에 낀 이끼가 축축하고 끈적하게 등에 들러붙는 것을 느꼈다.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서늘한 감각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저 그가 가여워서, 순간 마음이 약해져서…."그의 악력에 짓눌려 숨이 막혔다. 그녀는 두 손으로 필사적으로 그의 팔을 두드리며 간신히 해명했다.하지만 조원철은 돌연 그녀를 바짝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목을 쥐고 있던 손을 올려 턱을 단단히 틀어쥐고는, 거칠게 입술을 포개어 그 변명을 막았다.그의 입맞춤은 강압적이고 난폭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가리 찢고 집어삼켜 하나가 될 기세였다.그의 눈앞에는 그녀가 서준의 얼굴을 감싸 쥐고 있던 장면이 끊임없이 어른거렸다. 벗은 상체와 목덜미에 남아 있던 붉은 손톱자국 그런 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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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숨을 쉬는 것조차 사치였다.연약한 이끼는 거친 감송나무의 억센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나무의 품에 단단히 갇힌 채, 겁에 질려 그저 바들바들 떠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강유영은 행여나 소리가 샐까 봐 입술을 꽉 깨물었다."신음을 내보아라. 그놈이 듣게 말이다."조원철은 그녀의 입술을 억지로 벌리고는 헐떡이며 한 손으로 허리를 꽉 잡았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부숴버릴 듯한 악력이었다."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 알고도 널 서왕비로 맞이할지 두고 보자."순간 강유영은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여 더욱 격렬하게 발버둥 쳤다. 그러다 무심결에 손톱이 그의 쇄골을 할퀴었다.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으나, 손톱 끝에 살갗이 찢기는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더 해보거라."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낚아채어 다시 자신의 목덜미에 얹었다.할퀴려면 오직 자신만 할퀴라는 뜻이었다."미치광이 같으니라고!"강유영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그를 다시 할퀴려 힘을 주었으나 이미 그럴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두 다리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을 안고 있는 그의 팔에 간신히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조금 전 내가 오지 않았다면, 그놈과도 이러고 있었겠지?"조원철은 그녀의 허리를 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 고개를 숙인 그는 매끄러운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가녀리게 뛰는 핏대를 이로 잘근잘근 깨물었다.그는 잔인한 말로 그녀의 마음을 짓밟았다.모욕감을 견디지 못한 강유영은 홧김에 그의 목덜미를 콱 깨물었다.이빨이 살갗을 뚫고 들어가자, 순식간에 입안에 피비린내가 번졌다. 그녀는 맺힌 원망과 한을 분출하듯 사납게 그를 물어뜯었다.그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깊고 거칠게 밀어붙였다.광기 어린 모습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공포가 뱀처럼 온몸을 칭칭 감아오는 듯했다. 겁에 질린 그녀는 입을 떼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쪽도 물거라."조원철은 그녀의 얼굴을 억지로 자신의 반대쪽 목덜미로 끌어당겼다.강유영은 이미 그를 깨물 힘조차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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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이쪽은 없습니다!""이쪽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너무 어둡군. 밤중이라 숲에서는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날이 밝았을 때 수색했으면 좋았을 것을…."추격병들은 수색하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다."가서 나으리께 보고하고 이 산을 포위할 인력을 보내달라 전하거라. 놈들을 이 산에 가두기만 하면, 밤에는 찾지 못하더라도 날이 밝으면 모조리 잡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명령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그자는 덤불 속에 숨은 두 사람과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다.강유영은 극도의 공포에 본능적으로 숨을 멈추었다.조원철이 돌연 입을 틀어막고 있던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강유영은 소스라치게 놀라 그의 손을 꽉 잡았다.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듯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조원철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그녀의 얼굴로 뚝뚝 떨어졌다.마침내 그는 그녀를 더는 괴롭히지 않고 움직임을 멈추었다.추격병들도 우두머리의 지시에 따라 점차 멀어져갔다.숲속은 다시금 고요를 되찾았다."다시는 서왕을 만나지 말거라."조원철은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이제 이성을 되찾았는지 어조는 차분하게 변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린 채 그를 외면했다. 볼을 타고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서왕이 그보다 훨씬 나았다. 적어도 서왕은 이토록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유린하지는 않았다."대답하거라."조원철은 그녀의 얼굴을 억지로 돌리다가 손끝에 축축한 눈물자국이 닿았다.그의 손길이 순간 멈칫했다."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울지 말라고 했건만."잠긴 그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다.강유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더욱 서럽게 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이고 억누른 흐느낌 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억울함이 밀물처럼 밀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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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천지가 요동치자, 조원철의 걸음걸이도 비틀거렸다."내려주십시오. 저도 같이 뛰겠습니다."강유영도 그가 힘겨워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꽉 잡았다.발 밑의 산이 너무 거세게 흔들려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저쪽으로 가자!"조원철은 이미 봐둔 곳이 있었다.그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허공으로 튀어나와 있어 그나마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보기에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땅이 요동치는 와중이라 한 걸음 내딛기도 무척 힘들었다.머리 위에서 무수한 모래와 자갈,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조원철은 그녀를 이끌고 떨어지는 파편들을 피하며 비틀비틀 그곳을 향해 달렸다.두 사람이 막 그곳에 다다랐을 때, 위쪽의 거대한 바위가 쪼개지며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사람 허리통보다 굵은 고목이 산세를 타고 굴러떨어지며 곧장 두 사람을 덮쳐왔다.그 광경을 본 강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려 했으나, 두 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고 이끌었음에도 몸은 갈대처럼 사방으로 휘청였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저 거대한 고목에 깔릴 위기였다!"먼저 피하십시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위기의 순간, 그녀는 조원철의 커다란 손에서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그녀는 힘도 약하고 달리는 속도도 느렸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망칠 수 없었다.하지만 조원철은 달랐다. 무공을 익힌 그라면 있는 힘껏 도약하기만 해도 순식간에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을 터였다.자신 때문에 그가 화를 입게 할 수는 없었다."가거라!"조원철이 소리치며 꽉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고 허리를 잡더니 번쩍 들어 올려 바위 쪽으로 힘껏 던졌다.그의 힘에 떠밀려 바위 밑으로 굴러떨어진 강유영은 부딪힌 통증도 잊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위에서 굴러떨어진 고목이 곧장 조원철을 향해 덮치는 광경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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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뻗어 거대한 고목을 밀었다.하지만 아름드리 고목을 그녀의 가냘픈 힘으로 밀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있는 힘껏 밀어보았으나 고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일어나 그를 구할 방법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도무지 손쓸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어찌하면 좋습니까…."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신호탄은 어디 있습니까?"청운 일행을 떠올린 강유영은 황급히 몸을 돌려 그의 품을 뒤졌다.하늘로 신호탄을 쏘아 올려 청운 일행을 부르는 것이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안 된다."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째서입니까?"강유영은 답답함과 초조함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잊었느냐. 이 산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조원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타일렀다.강유영은 간밤에 숲을 샅샅이 뒤지던 추격병들을 떠올리고는, 품을 뒤지던 손을 황급히 거두었다.그의 말이 맞았다. 신호탄은 청운뿐만 아니라 적들까지 불러들일 것이다. 적들은 수가 많았고, 조원철은 다친 상태였으니 지금으로는 절대 그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그럼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다급해진 강유영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짙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울지 말거라."조원철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강유영은 뺨에 닿은 그의 커다란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막막함과 죄책감에 오히려 울음이 더 크게 터져 나왔다.그는 자신을 구하려다 이리 다친 것이다. 그가 밀쳐내지 않았다면 그녀는 꼼짝없이 고목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그는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도리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방금 전 숲속에서 품었던 증오와 원망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오직 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방법이 있다."조원철이 입을 열었다.강유영의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그녀는 울음도 잊은 채 다급히 물었다."무슨 방법입니까?"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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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강유영은 긴장한 얼굴로 큰 소리로 당부했다.도중에 힘이 빠져 나뭇가지를 놓칠까 봐 겁이 났다. 그러면 그가 더 크게 다칠 것이다."겁먹지 말거라. 도중에 놓친다 해도 가벼운 부상으로 끝날 것이다."조원철은 그녀의 속마음을 간파한 듯 부드럽게 말했다.강유영은 코끝이 찡해졌다. 종아리가 관통상을 입었는데도 그는 가벼운 부상이라 치부했다.그녀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뭇가지 끝을 꽉 잡았다. 그리고 체중을 실어 힘껏 내리눌렀다.반대편의 부러진 나뭇가지가 위로 들렸다. 조원철의 종아리를 관통한 가지가 솟구치며 그의 다리도 함께 들려 올라갔다."빨리, 빨리 빼십시오!"강유영이 다급하게 외쳤다.조원철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단숨에 오른쪽 다리를 잡아당기고 몸을 굴려 옆으로 피했다.상처를 막고 있던 나뭇가지가 빠지자 순식간에 붉은 피가 솟구쳤다.강유영은 다급히 다가가 그의 상처를 살폈다. 덜덜 떨리는 손등 위로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피가 너무 많이 납니다…."'모두 나 때문이야. 날 구하려고....'죄책감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가슴이 먹먹했다.차라리 자신이 다치는 편이 나았다."괜찮다. 예전에 상처를 지혈하고 묶는 법을 일러주지 않았느냐."조원철이 비스듬히 앉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강유영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조원철은 그녀에게 작은 벽옥 병 하나를 건넸다."지혈산이다."강유영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알려준 지혈 순서를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되짚었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겉옷 고름에 손을 가져갔다. 겉옷보다 속적삼의 재질이 부드럽고 깨끗하다고 배운 기억이 났다.속적삼을 찢어 상처를 닦오 약을 바른 후, 단단히 묶어주면 될 것 같았다."내 것을 쓰거라."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만류했다.그는 자신의 겉옷을 걷어 올리고 안쪽의 속적삼을 찢더니 그녀에게 건넸다.강유영은 몸을 숙여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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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그럼 오라버니는 어쩌고요?"강유영은 호각을 만지작거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나는 저기서 널 기다리마."조원철은 바위 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혼자서 어떻게…."강유영은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를 홀로 남겨두려니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는 다친 상태였다. 만약 적들이 들이닥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괜찮다. 그보다 너 혼자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겠느냐?"조원철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갈 수 있습니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제가 저쪽까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나 부축을 받으며 거대한 바위 밑으로 걸음을 옮겼다."나뭇가지를 주워와 주변을 좀 가려둘까요?"강유영은 그를 자리에 앉히고 잠시 생각하다, 몸을 숨길 나뭇가지를 찾으려 뒤돌아섰다.가려줄 덤불이라도 있으면 한결 안전할 것이다."그럴 것 없다."조원철이 만류하며 말했다."다녀오기나 하거라. 내 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다."강유영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오겠습니다."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서둘러 정상에 올라가 청운 일행을 데려와야만 그가 안전해질 수 있었다."단검을 챙겨가거라. 길 조심하고."조원철이 당부했다.강유영은 단검을 꽉 쥐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조원철은 그녀를 향해 손을 저어주었다.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산길을 올랐다. 처음에는 그의 안위가 걱정되어 걸음이 빠르고 다급했다.하지만 체력이 약한 그녀는 한참을 걷다 보니 힘에 부쳤다.사방도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눈에 띄는 것은 쓰러진 나무와 뒹구는 돌멩이뿐이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숲은 깊고 어두워졌고, 서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애초에 숲속에서 시달리며 진을 뺀 터라 기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방금 전 고목을 들어 올리느라 남은 기력마저 모조리 쏟아부었다.오직 그를 살려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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