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441 - Chapter 450

453 Chapters

제441화

하지만 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결국 한 걸음 내디디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뒤에 있던 조원철이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강유영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조원철을 본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오라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오셨습니까?"그녀의 시선이 다친 그의 다리로 향했다.상처를 동여맨 상아색 속적삼은 이미 붉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너 혼자 보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조원철은 덤덤하게 대답했다.강유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져 황급히 몸을 숙여 상처를 살폈다."아씨, 소인에게 붕대가 있습니다."청류가 황급히 붕대를 건네며 말했다."소인이 하겠습니다."강유영은 일단 조원철을 부축해 앉혔다. 그러고는 옆에 서서 청류가 상처를 치료하고 붕대를 감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마음속으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했다.그가 그녀더러 혼자 산에 올라 구원병을 부르라 한 것은 담력을 키워주기 위함이었다.그는 그녀가 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속은 위험하니 몰래 뒤따라오며 그녀를 지켜준 것이다.매정한 사람이라고 하자니, 자신을 구하려다 다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게다가 부상을 입은 몸으로 산길 내내 뒤에서 보호해주었으니 이보다 더 다정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다정하다고 하자니, 화가 났을 때는 그녀의 의사를 깡그리 무시하고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다.당장 어젯밤 일만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게다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던 사랑의 말까지 생각하면 더 서러움이 치솟았다.눈앞의 상황과 지난날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강유영은 가슴이 먹먹하고 쓰라렸다.'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서왕의 흔적은 찾았느냐?"조원철이 물었다."서왕은 어젯밤 산을 내려갔습니다."청운이 답했다."수하들을 붙여두었으나 아직 별다른 보고가 없습니다.""무너진 광산의 위치는 확인했느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예. 직접 확인해 보니 동광이었습니다."청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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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강유영은 가만히 그를 살피고는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조원철을 대하는 태도가 깍듯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악의는 없는 듯했다.청운은 고개를 돌려 조원철의 눈치를 살폈다.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허락이 떨어지자 청운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장 대인, 우리 주군의 신분을 어떻게 아셨습니까?""저는 호주 지부 하기정이 사사로이 동광을 캔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허나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요. 어젯밤 하 지부가 이 산으로 사람을 올려보내는 걸 보았습니다. 소리가 좀 컸어야지요.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조 대인께서 호주에 오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소집할 수 있는 인력을 모조리 소집하고 대인을 도우러 왔습니다. 밤새 산을 뒤진 끝에야 겨우 이리 찾아뵙게 되었지요."고개를 푹 숙인 장위봉은 몹시 간절한 어투로 호소했다.사정을 듣고 보니 장위봉은 그들과 한통속이 되기를 거부하다 배척당한 모양이었다. 썩어빠진 호주 지부에서 유일하게 청렴함을 지킨 관리인 셈이다.뜻밖의 조력자가 생겼으니 좋은 일이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바라보았다.장위봉을 잠시 응시하던 조원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 대인이 청렴하다는 명성은 익히 들었소. 반갑소."그가 운을 떼자 청운 일행은 지체 없이 고개를 숙이며 양옆으로 물러났다.강유영은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이곳은 경성에서 멀리 떨어진 호주인데 조원철은 어떻게 일개 부사를 안다는 걸까? 고작 5품 부사에 불과한 자의 명성이 경성까지 닿았을 리는 없었다.하지만 그런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조원철은 이곳에 오기 전 호주 관리들의 행적과 인품에 대해 사전 조사를 미리 했을 것이다.장위봉에 대해서도 그때 어느 정도 요해한 듯했다.장위봉은 공손히 예를 갖춘 후, 간곡히 청했다."모두 과장된 소문일 뿐입니다. 당치도 않지요. 대인, 광산은 여전히 붕괴할 위험이 다분합니다. 누추하지만 저의 거처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거기서 이곳 상황을 상세히 보고 올리겠습니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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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산을 내려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현지인인 장위봉이 지름길로 안내했지만 그럼에도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강유영은 기진맥진했다. 태어나 이토록 고생해 본 적이 없었다.온몸의 근육이 시큰거리다 못해 감각마저 무뎌졌지만, 끝내 눈을 붙이지는 못했다.대나무 가마가 불편하기도 했거니와, 자칫 졸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체면을 구길까 봐 겁이 났다.그녀는 반쯤 눈을 감은 채, 장위봉이 조원철에게 호주의 사정을 낱낱이 보고하는 소리를 잠자코 들었다.호주 부사인 장위봉은 태자의 처형인 하기정 다음으로 직급이 높은 자였다.그러니 호주 관아의 썩어빠진 내막을 잘 알았다.그는 조원철의 질문에 한 치의 막힘도 없이 대답했다.알고 보니 호주 지부 하기정은 동광산 은닉하고 반년이 넘도록 몰래 채굴해 왔다고 한다.그렇게 캐낸 동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태자에게로 보냈다.강유영은 몽롱한 정신으로 그들의 대화를 주워들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할 기력이 없었다.마침내 산을 다 내려왔다.고개를 들어 저 멀리 호주성이 보이자, 그녀는 그제야 조금 기운을 차렸다."대인, 집안이 가난하여 거처가 몹시 누추합니다.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십시오."장위봉은 미안한 얼굴로 허름한 대문을 열어주었다.초라한 마당과 집을 본 강유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무리 그래도 장위봉은 어엿한 오품 관료였다.못해도 호주성 내의 번듯한 기와집에는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성 밖의 이토록 외진 곳에 살고 있을 줄이야.허름한 지붕을 보니 평범한 백성들이 사는 집보다 못했다.아무리 청렴하다 한들 오품 부사의 거처가 이리 한미할 수 있단 말인가.다른 연유가 있는 듯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바라보았다.조원철은 무심한 얼굴로 가마에서 내려 장위봉에게 걸어갔다.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친 다리로 향했다.놀랍게도 그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반듯했다. 전혀 다친 사람 같지 않았다.부상을 입는 순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청류가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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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손결은 어찌나 부드럽고 허리는 또 얼마나 가녀린지. 경성의 귀녀들은 다들 이리 귀티가 날까?장지운은 속으로 은근히 질투가 났다.'나도 이렇게 고운 자태를 갖고 태어났다면....'"고마워요, 이렇게 신세를 지네요"강유영은 자신을 조 소저라 부르는 장지운의 호칭에 잠시 머뭇거렸으나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어차피 조원철과 친남매라고 생각하게 두는 편이 여러모로 성가신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앞서 걷던 장위봉은 이미 조원철을 모시고 마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조 소저, 어서 들어가시지요."장지운은 강유영을 부축해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곁눈질로 그녀를 몰래 훑어보았다.옥처럼 맑은 피부에 짙고 길고 풍성한 속눈썹. 훗날 자신도 경성에 가서 호강하며 지내면 저리 예뻐질 수 있을까.노골적인 시선에 강유영은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조 소저."장지운은 밖을 힐끗거리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경성의 귀녀들은 곁에 시녀를 두지 않습니까?"국공부의 귀한 따님이 어찌 시녀 한 명 거느리지 않았는지 자못 궁금한 모양이었다."시녀들은 미처 따라오지 못했어요."강유영은 일일이 사정을 설명할 길이 없어 대충 얼버무렸다.눈치 빠른 그녀는 장지운의 끈적한 시선과 노골적인 탐색을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다."나으리, 오셨습니까."방 안에서 중년 부인이 걸어 나왔다.그녀 역시 장지운과 마찬가지로 장신구 하나 없이 허름한 베옷 차림이었다. 영락없는 평범한 시골 아낙의 모습이었다."제 처인 만씨입니다."장위봉은 황급히 조원철에게 부인을 소개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이분들은 경성에서 오신 조 대인과 여동생이시오.""조 대인, 조 소저를 뵙습니다."만씨는 조신하게 무릎을 굽혀 예를 갖추었다.조원철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응답했다."대인, 다리를 다치셨으니 어서 앉으시지요."의자를 끌어당겨 그에게 자리를 권한 장위봉은 몹시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제가 당장 의원을 모셔 오겠습니다.""그럴 것 없소."조원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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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물이 다 끓었습니다."장지운이 방으로 들어서며 말했다.조원철은 강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부터 씻거라."강유영은 말없이 장지운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조 소저, 집이 누추하여 송구합니다."장지운은 나무통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아닙니다."강유영은 고개를 저었다.장지운의 방은 과연 초라했다.낡은 침상 하나와 오래된 작은 탁자와 의자가 전부였다. 가림막 구실을 할 병풍조차 없어, 대나무 장대에 이불을 걸쳐 목욕통 앞을 가려둔 것이 전부였다."제가 씻겨 드리겠습니다."장지운이 다가와 그녀의 옷시중을 들려 손을 뻗었다."괜찮습니다."강유영이 황급히 만류했다."혼자 씻을 테니 나가 계셔도 됩니다."원래 목욕 시중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무엇보다 몸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을 터였다.장지운에게 그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예, 알겠습니다."장지운은 강유영을 슬쩍 살피더니 한마디 덧붙였다."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십시오."강유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장지운이 방을 나서자, 그녀는 재빨리 다가가 문을 걸어 잠그고 옷을 벗었다.치마를 벗고 몸을 살피니 다행히 흔적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다만 허리춤에 시퍼렇게 멍든 그의 손자국이 선명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손으로 그곳을 문질렀다. 문득 간밤에 그가 목덜미를 오래도록 깨물었던 기억이 스쳤다. 행여 목덜미까지 자국이 남지는 않았을까.만약 옷 밖으로 드러났다면 방금 전 장위봉 일가가 다 보았을지도 모른다!덜컥 겁이 난 그녀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침상 머리맡에 손바닥만 한 동거울이 놓여 있었다.황급히 다가가 거울을 집어 든 그녀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비춰보았다.쇄골 아래로 붉은 입맞춤 자국이 빼곡하게 남아 있었다. 도저히 못 본 척 넘길 수 없을 만큼 선명했다.옷으로 가려지는 부위라 천만다행이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울을 내려놓고 막 목욕을 시작하려 목욕통으로 걸음을 옮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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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눈을 감자 어젯밤 일이 어김없이 떠올랐다.저도 모르게 아랫배로 손이 향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귓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장지운이 물건을 가지러 들어온 줄 알고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내 침상이 가볍게 흔들리더니 누군가 가장자리에 걸터앉는 기척이 느껴졌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이마에 조원철의 따스한 손이 닿았다.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디가 불편한 게냐?"강유영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화가 치밀어 손을 밀어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야속하게도 또 눈시울이 붉어졌다."말해 보거라."조원철은 억지로 그녀의 고개를 돌려세웠다."어서 나가십시오. 남들이 볼까 두렵지도 않습니까?"강유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의 손을 힘껏 밀어냈다."장위봉은 심부름을 보냈다. 그의 처자식은 부엌에 있고 밖은 청운이 지키고 있으니 이쪽으로 올 일은 없다."조원철은 짧게 상황을 일러주고는 다시 물었다."어디가 불편한지 묻지 않느냐.""불편한 곳 없습니다. 제발 가십시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얼굴에서 그의 손을 떼어내려 애쓰며 재촉했다.장지운 모녀에게 들킬 염려가 없다 한들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이토록 전전긍긍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아픈 것이냐?"이불 속으로 쑥 들어온 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단숨에 아랫배를 덮었다."아닙니다. 제발 좀 나가시라니까요...."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강유영은 애가 타서 기어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허리와 배가 시큰거리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통증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녀가 진짜 두려운 것은 혹여나 회임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안 그래도 달거리마저 주기가 불규칙했다.만약 정말로 아이를 가졌다면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될지도 모른다.그럼 그때 가서 어찌한단 말인가."약을 바르면 좀 나을 게다."조원철은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니라지 않습니까."강유영은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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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내가 직접 확인하마."말을 마친 조원철이 단숨에 이불을 확 걷어냈다."안 됩니다, 싫습니다...."강유영은 기겁하며 이불을 끌어당겨 제 몸을 덮었다.조원철은 이불째로 그녀를 잡고 침상 가장자리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짙게 가라앉은 눈으로 지그시 내려다보았다.새하얗게 질렸던 뺨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문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끈질긴 성정을 잘 알았다. 오늘 끝내 실토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사내였다.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부끄러운 말을 어찌 꺼낸단 말인가.조원철이 인내심이 바닥난 듯 손을 뻗어왔다."말... 말하겠습니다."강유영은 이불을 꽉 끌어안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조원철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그녀를 응시했다.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눈을 반쯤 내리깔았다. 눈물에 푹 젖은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모기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혹여... 회임이라도 하게 될까... 걱정되어서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고 하얀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가녀린 목덜미의 고운 살결까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이불을 꽉 쥔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 말을 들은 조원철은 나직하게 실소를 터뜨리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품에 안긴 강유영은 눈물이 고인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내가 잘못 들은 건가?'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온단 말인가!분에 못 이긴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원망스럽게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자신은 두려워 피가 마를 지경인데, 웃음이 나오다니 얄밉고 기가 막혔다."알았다, 알았어. 내 잘못이다. 진작 말해주었어야 했는데."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은 조원철은 정수리에 턱을 얹으며 나직이 말했다.강유영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그의 어조에서 어울리지 않는 다정함과 애틋함이 묻어나고 있었다."내가 뭘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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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그럼 이쪽으로 돌아누워 보거라. 할 이야기가 있다."조원철의 어조는 사뭇 진중했다.진짜 무슨 일이 있나 싶었던 강유영은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고 누웠지만, 시선만은 마주치지 않았다.그녀는 이불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그의 무릎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말씀하십시오.""너는 장위봉이 청렴한 관료라고 생각하느냐?"조원철은 이불을 살짝 걷어내 그녀의 얼굴을 드러내게 하더니, 뺨에 흐른 눈물 자국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그 말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무엇일까?혹시 장위봉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뜻일까?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녀는 장위봉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일어난 모든 일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되짚어 보았다.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보기에는 장위봉에게 별다른 수상한 점이 없었다. 장지운이나 만씨 역시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다."네가 그 딸과 부딪칠 일이 많을 테니, 앞으로 주의 깊게 잘 살펴보거라."조원철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 짧게 당부만 남겼다.장지운의 이야기가 나오자, 강유영은 문득 생각나 손가락으로 머리맡을 가리켰다."이것 좀 보십시오."그녀는 정교하게 세공된 동거울을 가리켰다.조원철이 동거울을 집어 들었다."뭐 대단히 값비싼 물건은 아니라 해도, 그들이 보여준 가난한 살림살이에 비하면 이런 거울을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합니다."강유영이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누군가에게 선물 받았을 수도 있지. 여인네 방에 자잘한 장신구 하나쯤 있는 것은 예삿일이니."조원철은 동거울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았다."이 집에 자식이라고는 장지운 하나뿐입니까?"강유영이 호기심 어린 어투로 물었다."장위봉의 말로는 아들이 하나 더 있다고 하더구나. 성안의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는데 보름에 한 번씩 집에 온다는군."말을 마친 조원철은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었다."우선 자거라. 일어난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꾸나."강유영은 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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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여름 아침의 맑은 햇살이 청석판이 깔린 길 위로 떨어져 따스한 빛을 반사했다. 아직은 그리 무덥지 않은 날씨였다.강유영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호주성은 제법 규모가 컸고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노점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갖 먹거리들로 거리는 무척이나 활기가 돌았다.산속에서 그토록 고생하다가 이런 평범한 일상을 마주하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예전 같았으면 시끄럽고 번잡하다며 눈살을 찌푸렸을 소음마저, 지금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묻어나 정겹게 느껴졌다.곁을 걷던 장지운은 강유영의 눈치를 살피다가 한참 뒤에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조 소저, 아침부터 드시겠습니까?""그러죠."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어디가 맛있는지 아나요?""전 몇 군데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저기 있는 고기 전병 노점이 맛이 좋았습니다."장지운은 손을 들어 한 노점을 가리켰다.강유영은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다과점은 없나요? 아니면 번듯한 객잔이라도."장지운이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를 다녀본 적이 있는지 떠보려는 심산이었다."다과점도 있습니다."장지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이 성안에서 가장 이름난 다과점이어야 해요."강유영이 재빨리 덧붙였다.마침 배도 고팠으니 이름난 다과점에 가서 허기도 달래고 장지운도 떠볼 생각이었다.장지운은 잠시 멈칫하더니 답했다."저쪽 거리에 있는 장씨네 다과점이 호주성에서 제일간다고 남들에게 듣기는 했습니다.""그럼 거기로 가죠."강유영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 집에서 제일 유명한 다과가 무엇인지 아나요?"그녀는 다과점에서 파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슬쩍 장지운을 떠보았다."저는 잘 모릅니다."장지운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그 모습에서 별다른 낌새를 찾지 못한 강유영은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장씨 다과점을 향해 걸었다.장지운이 대답하는 태도는 아비인 장위봉과 마찬가지로 매사에 지극히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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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조 소저,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 평생 이리 맛있는 다과는 처음 먹어봅니다."장지운이 감탄하듯 말했다."입에 맞는다니 다행이네요."강유영은 눈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진열대를 돌아보며 덧붙였다."모자라면 다른 것도 더 주문하지요."강유영은 장지운의 허점을 또 하나 잡아낸 것 같았다.다과를 여러 입 베어 먹고 나서야 뒤늦게 맛있다는 감탄을 내뱉은 것이다.평생 처음 먹어보는 진미라면 응당 첫입을 먹자마자 놀라워해야 정상이 아닐까?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것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만약 장지운이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넋을 놓고 연거푸 집어 먹다가 뒤늦게 감탄한 것이라면?생각이 꼬리를 물자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다.그렇다고 자신의 직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장지운에게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다만, 어떻게 해야 저 경계심 많은 속내를 떠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어찌 계속 신세를 지겠습니까."장지운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맑고 온화한 강유영의 얼굴을 마주한 장지운은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아버지는 조심성이 너무 지나치시다니까.'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만 자란 귀녀라면, 순간의 호기심으로 오라버니를 따라 세상 구경이나 나선 것일 터였다. 겉보기에도 이리 순진무구한데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강유영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내리깐 채, 여유로운 태도로 조금씩 다과를 맛보며 평온한 얼굴을 유지했다.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머릿속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 쉼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다 지끈거릴 지경이었다."남동생은 올해 몇 살인가요?"마침내 강유영은 허점을 찌를 묘수를 하나 떠올렸다."열두 살입니다."장지운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제게 남동생이 있는 건 어찌 아셨습니까?""오라버니께 들었어요."강유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대꾸했다."성안에 있는 서당에서 글공부를 한다지요?""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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