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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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그곳에는 연녹색 관복을 입은 젊은 사내가 있었다. 아마도 식량 창고를 지키는 말단 관리인 듯했다.그는 강유영을 등지고 서서, 곡식이 담긴 마대에 이마를 기댄 채 조용히 흐느끼며 어깨를 떨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장부가 놓인 책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가 공무를 보는 자리인 듯했다."괜찮으십니까?"강유영은 한참을 지켜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관아 소속인 것이 확실해 보이니, 위험한 사람은 아닐 거라 판단했다.갑작스러운 소리에 화들짝 놀란 관원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누... 누구십니까?"꽤 젊어 보이는 사내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 밑은 퀭하게 죽어 있었다. 며칠 밤을 꼬박 새운 사람처럼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기력이 쇠해 보였다."저는 조 대인의 여동생입니다."강유영은 그를 찬찬히 살피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관원은 잠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대인께 흉한 꼴을 보였습니다....""저는 대인이 아닙니다."강유영이 손사래를 치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제 오라버니는 강직하고 공정한 분이십니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그분께 말씀해 보시지요."혹시 이 식량 창고에 무슨 남모를 비리라도 있는 것일까. 멀쩡한 관원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지 궁금했다."아닙니다. 집안일 때문에 그럽니다."관원이 고개를 푹 숙이며 낙담한 얼굴로 답했다."은자가 부족하신 겁니까?"강유영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사람이 이렇게까지 절망을 느끼고 있다면 십중팔구 돈 문제일 것이다.관원은 흠칫 놀라며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대인, 저는...."그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렸다."제가 빌려드리지요."강유영이 은표를 꺼내 들며 물었다."백 냥이면 되겠습니까?"지난번 받은 오천 냥 중 아직 남은 은자가 꽤 남았는데 이번에 길을 나서며 조금 챙겨왔다.하지만 조원철과 함께 다니니 딱히 그녀가 은자를 쓸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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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말을 마친 정기삼은 책상 위의 처방전을 집어 강유영 앞에 내밀었다.강유영은 처방전을 받아 들고 대충 훑어보았다. 예전 약방에서 지낸 적이 있어 약리를 조금은 알고 있었다. 과연 처방전에는 귀한 약재들만 적혀 있었고, 그중에는 끊어지는 명줄을 간신히 이어주는 아주 값비싼 약재도 섞여 있었다."가불을 부탁해 보았으나, 장방에서는 그런 전례가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은자를 빌리려 해도 가난한 친척들뿐인데, 그 큰 은자를 단숨에 누가 내어주겠습니까? 오늘 여동생이 자신을 어느 대갓집 노비로 팔아 은자를 마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세상에 남은 혈육이라곤 우리 셋뿐인데, 동생이 노비로 팔려 가는 것을 어찌 눈뜨고 본단 말입니까...."말을 잇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자, 이제 해결되지 않았습니까."강유영은 그를 다독이며 위로했다.엽전 한 푼에 영웅도 무릎을 꿇는 법이다. 예전의 그녀 역시 백 냥의 은자를 모으기 위해 오랜 세월을 아등바등 버텼다. 정작 국공부에서 자립하기 전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임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대인, 제가 차용증을 써드리겠습니다."한참을 울던 정기삼은 조금 진정이 되자 책상으로 다가가 붓을 들었다."지금은 소인이 곤경에 처해 있으나 훗날 은자를 모으면 대인께 반드시 갚겠습니다.""일단 급한 데 쓰시지요. 차용증은 필요 없습니다."강유영은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정기삼은 과연 정이 깊고 의리 있는 사내였다. 정기삼이 거듭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차용증을 받아야 했다."강유영."멀지 않은 곳에서 조원철이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부름에 짧게 답하고는 정기삼에게 말했다."오라버니가 부르시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몸조심하고 두 동생을 잘 돌보시지요.""예, 대인. 감사합니다."정기삼은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깊이 굽혀 예를 행했다.강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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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유영 아씨, 또 저와 함께 걷게 해드려 송구합니다."태소는 앞장서 걸으며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 "도사님께서는 굳이 이러실 것 없습니다."강유영은 머쓱해하며 말했다."제게 이리 깍듯하게 대하시면, 국공부로 돌아간 뒤 노부인께서 의심하실 겁니다."태소는 조씨 노부인과 엇비슷한 연배였다. 강유영은 이렇게 나이 지긋한 어른이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녀 역시 대단한 신분이 아니지 않은가.태소가 이토록 몸을 낮추는 것도 결국 조원철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아씨, 염려 마십시오. 진국공부에 당도하면 자연히 그리하지 않을 것입니다."태소는 웃으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번 여정에서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그런가요?"강유영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살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다.살이 찌든 빠지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몸이 건강하면 그만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경성으로 들어섰다.태소는 길을 나설 때처럼 간식을 드시겠냐고 물었고 강유영은 당연히 거절했다.번화한 저잣거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밖으로 떠돈 지 꽤 지났으니, 경성이 조금 그립기도 했다.만약 전당포를 되찾고 조원철이 자신을 놓아주기만 한다면, 이대로 경성에 머물며 평생을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도착했습니다."진국공부 정문에 다다르자 태소의 태도가 돌변했다. 팔에 도복을 걸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니, 영락없이 속세를 벗어난 고고한 도사의 태가 났다.강유영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예전에는 그녀도 절이나 도관을 찾아 신령께 가호를 빌었고, 승려와 도사들을 존경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들 중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 길이 없었다.어찌 됐든, 적어도 눈앞의 태소는 가짜 도사가 확실했다."누구시오?"젊은 문지기가 다가와 물었다."댁의 아씨를 모셔왔으니 노부인께 전해주시게."태소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두 사람을 알아본 문지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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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태소는 조씨 노부인 앞으로 다가가 무언가 조용히 이야기했다."강유영,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조씨 노부인이 돌연 불호령을 내렸다."저는 할머니의 명을 받들어, 부모님과 국공부의 평안을 빌고자 산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인사를 올리러 왔는데,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무릎을 꿇으라 하시는 겁니까?"강유영은 맑고 검은 눈동자를 들어 노부인을 마주 보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뽀얀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불안했다.조씨 노부인이 갑자기 저리 당당하게 호통을 치니, 혹시 뭔가 눈치라도 챈 것일까 두려웠다.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호주와 인주는 경성에서 천 리나 떨어진 곳이었다. 조씨 노부인이 세자의 곁에 첩자를 심어두지 않은 이상, 그녀가 세자를 따라 먼 길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세자의 수하들, 청운과 청류를 떠올려 보았지만, 그들이 조씨 노부인의 명을 따를 리도, 주군을 배신할 리도 만무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내가 너더러 사십구 일을 머물라 하였거늘, 오늘로 따지면 무려 열흘 넘게 지체하지 않았느냐. 이것이 잘못이 아니란 말이냐?"조씨 노부인이 싸늘하게 추궁했다.지금 노부인은 태소에게 몹시 심기가 뒤틀려 있었다.단순히 강유영이 십여 일이나 더 머물다 와서가 아니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밖을 떠돌았는데도, 강유영이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생기가 넘쳤고, 무릎을 꿇으라는데도 꿇지 않으며 감히 말대꾸까지 하지 않는가.예전 같으면 호통 한 번에 벌벌 떨며 납작 엎드렸을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의 강유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고 있었다.반면 강유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노부인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트집을 잡아 기를 꺾으려는 것뿐이었다.그녀가 태소 도사님을 힐끗 보고는 할 말을 곱씹어 보았다.돌아오는 길에 조원철이 일러둔 바가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오래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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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노부인, 고정하십시오."화씨 어멈이 황급히 다가가 말렸다."저것이 어른을 대하는 태도를 보아라!"조씨 노부인은 강유영을 손가락질하며 분통을 터뜨렸다.속으로는 며느리인 한씨가 더욱 원망스러웠다. 애초에 한씨가 저 천한 것을 국공부에 거두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내다 버렸을 텐데. 그랬다면 오늘 같은 일도 없었을 것이다."노부인, 국공부의 안주인이신 분께서 어찌 아랫사람 하나 때문에 이리 큰 화를 내십니까. 게다가 세자께서 이미 경성으로 돌아오셨습니다. 폐하께 보고를 올리고 곧장 오실 것입니다. 세자께서는 매사에 공명정대한 분이시니, 자칫 부당하다 생각이 드시면 또 노부인과 얼굴을 붉힐 수도 있지요."화씨 어멈이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태소도 옆에서 거들었다.강유영은 띄엄띄엄 들려오는 말소리로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했다. 체통을 지키시고 세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훗날을 도모하라는 뜻일 것이다.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지금의 그녀는 못 할 것이 없었고 수중에는 은자도 넉넉했다. 오히려 노부인이 자신을 내쫓아주기를 바랐다. 그래야 당당히 진국공부를 떠나 경성을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애석하게도 조씨 노부인은 그녀를 그냥 내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목숨을 거두고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면 모를까.강유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3그동안 그녀는 진국공부에 몹쓸 짓을 한 적도 없거니와, 오히려 한씨는 은밀히 그녀의 전당포에서 은자를 가로채는 등 적지 않은 이득을 챙겼다. 대체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길래 노부인은 기어코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유영 아씨, 노부인께서는 아씨께서 산에 너무 오래 머무시니 걱정되어 그러신 겁니다."노부인을 진정시킨 화씨 어멈이 돌아서서 강유영의 팔을 부축하며 달랬다. "노부인께 예를 행하시지요. 제가 밖으로 모시겠습니다."강유영은 조씨 노부인에게 예를 행했다."이만 물러가겠습니다."조씨 노부인은 그녀를 곁눈질하더니 코웃음을 쳤다.강유영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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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아마 그녀가 떠나 있는 동안, 한씨는 다리를 다친데다 진국공이 임성아의 처소만 찾은 탓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결코 속 편히 지냈을 리는 없었다."가만히 계실 리가 있겠습니까. 허나 겉으로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화씨 어멈은 주변을 힐끔 살피더니 목소리를 더 낮췄다."아마 모르셨겠지만, 지난달 초하루와 보름에도 국공 나으리께서는 본채에서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부인께는 요양에만 전념하라 하셨지요."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참, 아씨."화씨 어멈이 무언가 떠오른 듯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아씨의 두 시녀 말입니다만...."그녀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무슨 일입니까?"강유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처음에 조원철을 따라 경성을 떠날 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없는 틈을 타 조씨 노부인이 단비와 서유를 괴롭힐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허나 조원철은 걱정할 것 없다며, 서유는 절대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아이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그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타지에 머물 때도 가끔 두 아이가 떠올랐지만 국공부 사정을 알 길이 없으니 그저 속으로만 걱정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화씨 어멈이 저런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것을 보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아씨께서 떠나시자마자 노부인께서 한 아이는 빨래방으로, 다른 한 아이는 장작방으로 보내셨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을 시켜 각별히 보살피라 명하셨으니... 아마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화씨 어멈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강유영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이제 아씨께서 돌아오셨으니, 어서 아이들을 데리러 가시지요."화씨 어멈이 서둘러 덧붙였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했다."나는 먼저 돌아가 볼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내게 알리세요."그녀는 자신이 화씨 어멈을 철저히 아랫사람 부리듯 명령투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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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너희 둘은 빨래방과 장작방으로 보내져서 가장 힘들고 고된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찌 된 일이냐?"밖으로 나오자마자 강유영은 참지 못하고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그건 서유에게 물어보셔요."단비가 서유를 가리키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어찌 된 일이냐?"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서유를 바라보았다."그것들이 감히 절 부려 먹으려 들지 않겠어요."서유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제가 장작방으로 배정되자 저를 관리한답시고 텃세를 부리기에, 주먹질 몇 번에 발길질 두어 번으로 죄다 쓰러뜨려 놨죠. 그랬더니 아무도 꼼짝 못 하더라고요.""얘가 빨래방에 왔을 때, 저는 막 옷가지를 대야에 담그고 빨래를 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얘가 나서는 거 있죠. 다짜고짜 사람들을 죄다 때려눕히지 뭡니까."단비는 그때 생각이 났는지 킥킥 웃었다."전 살다 살다 그런 구경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장사 같은 힘이 났는지 몰라요.""그 사람들이 윗전에 고자질하지는 않았고?"강유영은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다.그녀는 서유의 억센 행동이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서유는 조원철의 사람이니, 틀림없이 그가 사람을 보내 무공을 가르쳤을 터였다."고자질하면 더 세게 패주면 되죠."서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서 다들 굴복했단 말이냐?"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때로는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빠를 때도 있었다. 저런 시종들은 기댈 만한 뒷배도 없으니, 힘으로 서유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납작 엎드렸을 것이다."그럼요. 말 안 들으면 또 때려주면 되니까요."서유가 앙증맞게 주먹을 휘둘러 보였다."자, 얼른 돌아가세요. 처소를 오랫동안 비워둬서 먼지가 쌓였을 텐데, 서둘러 청소해야 아씨께서 저녁에 편히 쉬실 수 있지 않겠어요."단비는 처소 청소가 걱정인 모양이었다.반면 서유는 조원철의 행방이 궁금한 듯했다."아씨, 세자께서는 왜 함께 안 오셨습니까?""황궁에 보고를 올리러 가셨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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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감사해요, 어멈."강유영은 풍씨 어멈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유는 조연화의 앞을 지나며 보란 듯이 코웃음을 쳤다."이거 놔!"조연화는 예상대로 분을 참지 못하고 풍씨 어멈의 손을 뿌리치려 발버둥을 쳤다.'감히 시녀 따위가!'풍씨 어멈이 황급히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다."왜 나를 막는 거지?"조연화는 영문을 몰라 화를 냈다."아씨, 장신구랑 예쁜 옷을 사고 싶지 않으십니까?"풍씨 어멈이 다가가 소곤거렸다.조연화는 멍하니 눈을 굴렸다."그게 쟤랑 무슨 상관이지?"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껏 근래처럼 쪼들려 본 적이 없었다. 수중에 남은 은자가 거의 없고, 어머니는 그녀가 평소 쓰지 않는 장신구마저 가져다 전당포에 맡기려 했다.그녀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알기로 전당포와 다른 점포들은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었다. 전당포에는 지속적으로 은자가 들어오고 있을 텐데, 어찌하여 은자가 부족하다고 한 걸까?몇 번이나 물어보았으나 어머니가 입을 굳게 다문 탓에, 그녀도 일단 궁금증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다만 씀씀이가 컸던 그녀로서는 은자가 없는 나날이 그저 고통스러울 따름이었다."아씨, 더 묻지 마십시오. 부인께서 유영 아씨를 만나고 나면, 자연히 은자가 생길 것입니다."풍씨 어멈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말했다.조연화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정 그렇다면 서유 따위 한 번쯤 살려두어도 상관없었다.강유영은 조용히 내실로 들어섰다.한씨는 다친 다리를 의자 위에 올려둔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여러 권의 장부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장부를 살피는 중인 듯했다."어머니."강유영은 다가가서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그녀의 시선은 한씨 앞에 놓인 장부들을 슬쩍 훑고 지나갔다. 한씨가 관리하는 점포들의 운영 장부였다.한씨는 그녀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조금의 경계심도 없이 장부를 덮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왔느냐."한씨가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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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강유영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고는, 검지에 붉은 인주를 묻혀 한씨가 가리킨 곳에 지장을 찍었다.예전에 그녀는 청란을 시켜 하 낭자가 몸담고 있는 금수상단을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금수상단은 일 처리가 무척이나 주도면밀하고 철저했다. 한씨의 이 어설픈 수작이 통할 리 없었다.게다가 오늘 밤, 그녀는 따로 하 낭자를 만나 몇 가지 물어볼 계획이었다."이만하면 되었습니까, 어머니."강유영은 손을 거두고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끝에 묻은 인주를 닦아냈다."잘했다."한씨는 문서를 집어 들어 꼼꼼히 살피고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한 가지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강유영이 잠시 뜸을 들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냐?"한씨가 문서를 소중히 품에 챙겼다. 지장을 받아냈으니 당분간 강유영은 쓸모가 없었다. 한씨의 얼굴에서 조금 전의 온화한 기색이 씻은 듯 사라지고, 이내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태소 도사님을 따라 산에 올랐을 때, 웬 노파를 만났습니다."강유영은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다짜고짜 제게 다가와 친모를 안다고 하더군요. 제 생모께서 어머니와 아주 각별한 사이라, 모든 것을 어머니께 맡기셨다고요. 그리고 또...."며칠 밤낮을 고심한 끝에 지어낸 말이었다.그녀는 자신의 생모가 누구인지, 친모가 남긴 전당포가 어째서 한씨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지 못했다. 친모의 죽음 역시 이 일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그렇다면 한씨와 생모는 분명 구면일 것이다. 다만 어떤 사이였는지가 관건이었다. 한씨가 자신을 핍박하는 꼴을 보면 앙숙이었을 법도 했으나, 찬찬히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았다.사이가 나빴다면 어머니는 어찌 자식과 아이를 전당포를 모두 한씨에게 맡겼겠는가. 아마도 생모가 살아있을 적에는 한씨가 선한 얼굴로 접근해 환심을 샀을 것이다. 그러다 생모가 숨을 거두자마자 검은 본색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어디서 굴러먹다 온 늙은이가! 대체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한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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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대체 어찌 된 일일까? 한씨는 의아했다.저 천한 것의 말 한마디에 자꾸만 평정심을 잃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일이었다."어머니,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강유영은 예를 올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방을 나섰다.밖에서 기다리던 조연화는 강유영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황급히 내실로 뛰어 들어왔다."어머니, 어찌 되셨어요? 은자는 구하셨습니까?"그녀는 당장이라도 새 장신구와 옷을 사러 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요 몇 달 동안 같은 옷과 장신구를 몇 번이나 번갈아 착용하는 바람에, 어울려 다니던 세가의 규수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비웃음을 사고 있던 참이었다."뭘 그리 서두르느냐? 내일 전당포에 가서 확인해 볼 터이니 기다리거라."한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어 그녀를 물렸다.문서를 제법 그럴싸하게 위조하긴 했으나, 금수상단의 눈을 속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녀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확신이 없었다.그리고 강유영의 낌새도 뭔가 달랐다. 예전처럼 굽실거리고 주눅 든 모습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찌 변했는지 당장은 꼬집어 말할 수 없었지만 달라진 건 확실했다.한씨는 앞으로 단단히 경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조원철의 곁에는 절대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야겠다고 다짐했다.본채를 나선 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아씨, 조금 전 국공 부인의 태도는 딱 제 발 저린 자의 모습이었습니다."서유 역시 한씨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금수상단으로 가서 하 낭자를 찾으렴. 내가 뵙고 싶어 한다고 전해주거라."강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서유에게 지시했다."예, 아씨."서유는 명을 받들고 곧장 몸을 돌렸다.번화가 어느 다루의 고풍스러운 별실 안, 탁자 위 향로에서는 푸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주전자는 뜨거운 차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강유영은 탁자 앞에 앉아, 하 낭자가 주전자를 들어 두 사람 앞의 찻잔을 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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