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471 - Chapter 474

474 Chapters

제471화

그곳에는 연녹색 관복을 입은 젊은 사내가 있었다. 아마도 식량 창고를 지키는 말단 관리인 듯했다.그는 강유영을 등지고 서서, 곡식이 담긴 마대에 이마를 기댄 채 조용히 흐느끼며 어깨를 떨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장부가 놓인 책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가 공무를 보는 자리인 듯했다."괜찮으십니까?"강유영은 한참을 지켜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관아 소속인 것이 확실해 보이니, 위험한 사람은 아닐 거라 판단했다.갑작스러운 소리에 화들짝 놀란 관원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누... 누구십니까?"꽤 젊어 보이는 사내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 밑은 퀭하게 죽어 있었다. 며칠 밤을 꼬박 새운 사람처럼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기력이 쇠해 보였다."저는 조 대인의 여동생입니다."강유영은 그를 찬찬히 살피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관원은 잠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대인께 흉한 꼴을 보였습니다....""저는 대인이 아닙니다."강유영이 손사래를 치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제 오라버니는 강직하고 공정한 분이십니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그분께 말씀해 보시지요."혹시 이 식량 창고에 무슨 남모를 비리라도 있는 것일까. 멀쩡한 관원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지 궁금했다."아닙니다. 집안일 때문에 그럽니다."관원이 고개를 푹 숙이며 낙담한 얼굴로 답했다."은자가 부족하신 겁니까?"강유영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사람이 이렇게까지 절망을 느끼고 있다면 십중팔구 돈 문제일 것이다.관원은 흠칫 놀라며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대인, 저는...."그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렸다."제가 빌려드리지요."강유영이 은표를 꺼내 들며 물었다."백 냥이면 되겠습니까?"지난번 받은 오천 냥 중 아직 남은 은자가 꽤 남았는데 이번에 길을 나서며 조금 챙겨왔다.하지만 조원철과 함께 다니니 딱히 그녀가 은자를 쓸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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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말을 마친 정기삼은 책상 위의 처방전을 집어 강유영 앞에 내밀었다.강유영은 처방전을 받아 들고 대충 훑어보았다. 예전 약방에서 지낸 적이 있어 약리를 조금은 알고 있었다. 과연 처방전에는 귀한 약재들만 적혀 있었고, 그중에는 끊어지는 명줄을 간신히 이어주는 아주 값비싼 약재도 섞여 있었다."가불을 부탁해 보았으나, 장방에서는 그런 전례가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은자를 빌리려 해도 가난한 친척들뿐인데, 그 큰 은자를 단숨에 누가 내어주겠습니까? 오늘 여동생이 자신을 어느 대갓집 노비로 팔아 은자를 마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세상에 남은 혈육이라곤 우리 셋뿐인데, 동생이 노비로 팔려 가는 것을 어찌 눈뜨고 본단 말입니까...."말을 잇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자, 이제 해결되지 않았습니까."강유영은 그를 다독이며 위로했다.엽전 한 푼에 영웅도 무릎을 꿇는 법이다. 예전의 그녀 역시 백 냥의 은자를 모으기 위해 오랜 세월을 아등바등 버텼다. 정작 국공부에서 자립하기 전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임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대인, 제가 차용증을 써드리겠습니다."한참을 울던 정기삼은 조금 진정이 되자 책상으로 다가가 붓을 들었다."지금은 소인이 곤경에 처해 있으나 훗날 은자를 모으면 대인께 반드시 갚겠습니다.""일단 급한 데 쓰시지요. 차용증은 필요 없습니다."강유영은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정기삼은 과연 정이 깊고 의리 있는 사내였다. 정기삼이 거듭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차용증을 받아야 했다."강유영."멀지 않은 곳에서 조원철이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부름에 짧게 답하고는 정기삼에게 말했다."오라버니가 부르시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몸조심하고 두 동생을 잘 돌보시지요.""예, 대인. 감사합니다."정기삼은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깊이 굽혀 예를 행했다.강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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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유영 아씨, 또 저와 함께 걷게 해드려 송구합니다."태소는 앞장서 걸으며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 "도사님께서는 굳이 이러실 것 없습니다."강유영은 머쓱해하며 말했다."제게 이리 깍듯하게 대하시면, 국공부로 돌아간 뒤 노부인께서 의심하실 겁니다."태소는 조씨 노부인과 엇비슷한 연배였다. 강유영은 이렇게 나이 지긋한 어른이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녀 역시 대단한 신분이 아니지 않은가.태소가 이토록 몸을 낮추는 것도 결국 조원철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아씨, 염려 마십시오. 진국공부에 당도하면 자연히 그리하지 않을 것입니다."태소는 웃으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번 여정에서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그런가요?"강유영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살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다.살이 찌든 빠지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몸이 건강하면 그만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경성으로 들어섰다.태소는 길을 나설 때처럼 간식을 드시겠냐고 물었고 강유영은 당연히 거절했다.번화한 저잣거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밖으로 떠돈 지 꽤 지났으니, 경성이 조금 그립기도 했다.만약 전당포를 되찾고 조원철이 자신을 놓아주기만 한다면, 이대로 경성에 머물며 평생을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도착했습니다."진국공부 정문에 다다르자 태소의 태도가 돌변했다. 팔에 도복을 걸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니, 영락없이 속세를 벗어난 고고한 도사의 태가 났다.강유영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예전에는 그녀도 절이나 도관을 찾아 신령께 가호를 빌었고, 승려와 도사들을 존경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들 중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 길이 없었다.어찌 됐든, 적어도 눈앞의 태소는 가짜 도사가 확실했다."누구시오?"젊은 문지기가 다가와 물었다."댁의 아씨를 모셔왔으니 노부인께 전해주시게."태소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두 사람을 알아본 문지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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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태소는 조씨 노부인 앞으로 다가가 무언가 조용히 이야기했다."강유영,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조씨 노부인이 돌연 불호령을 내렸다."저는 할머니의 명을 받들어, 부모님과 국공부의 평안을 빌고자 산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인사를 올리러 왔는데,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무릎을 꿇으라 하시는 겁니까?"강유영은 맑고 검은 눈동자를 들어 노부인을 마주 보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뽀얀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불안했다.조씨 노부인이 갑자기 저리 당당하게 호통을 치니, 혹시 뭔가 눈치라도 챈 것일까 두려웠다.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호주와 인주는 경성에서 천 리나 떨어진 곳이었다. 조씨 노부인이 세자의 곁에 첩자를 심어두지 않은 이상, 그녀가 세자를 따라 먼 길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세자의 수하들, 청운과 청류를 떠올려 보았지만, 그들이 조씨 노부인의 명을 따를 리도, 주군을 배신할 리도 만무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내가 너더러 사십구 일을 머물라 하였거늘, 오늘로 따지면 무려 열흘 넘게 지체하지 않았느냐. 이것이 잘못이 아니란 말이냐?"조씨 노부인이 싸늘하게 추궁했다.지금 노부인은 태소에게 몹시 심기가 뒤틀려 있었다.단순히 강유영이 십여 일이나 더 머물다 와서가 아니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밖을 떠돌았는데도, 강유영이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생기가 넘쳤고, 무릎을 꿇으라는데도 꿇지 않으며 감히 말대꾸까지 하지 않는가.예전 같으면 호통 한 번에 벌벌 떨며 납작 엎드렸을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의 강유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고 있었다.반면 강유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노부인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트집을 잡아 기를 꺾으려는 것뿐이었다.그녀가 태소 도사님을 힐끗 보고는 할 말을 곱씹어 보았다.돌아오는 길에 조원철이 일러둔 바가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오래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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