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61 - Bab 70

199 Bab

제61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그냥 하십시오.”강유영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대야에 담긴 얼음산을 바라보았다.이것들은 아마 그의 몫으로 배정된 얼음일 것이다. 이렇게 정교하게 조각된 얼음은 오직 그만이 쓸 자격이 있었다.평소 같으면 그녀의 방에는 잘게 부서진 얼음 한 그릇만 있어도 감지덕지였다. 이런 얼음 산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강유영은 그의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다.조금 덥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네게 주려고 가져왔다.”조원철은 품에서 차 한 봉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지금 마시는 차는 몸에 안 좋으니 앞으로 마시지 말거라.”강유영은 잠시 멍해졌다. 지난번에 그가 이곳에서 싸구려 차를 마신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그가 가져온 차는 값이 제법 나가는 최상급의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문득 그녀는 이 모든 게 이해가 됐다.조원철은 아마도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녀에게 보상해 주려고 온 듯했다.병 주고 약을 주는 그의 처세술은 여전했다.‘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걸까?’“읽을 줄 아느냐?”조원철은 그녀가 읽던 수첩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며 물었다.“잘은 모릅니다. 장 의원께서 잘 가르쳐 주세요.”강유영은 나지막이 답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더 이상 그녀가 약방에 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다만 서유가 매일 따라붙게 되었다.강유영은 서유가 그의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알고 있었다.“삼자경(三字經: 고대시기 어린이 학습 교재)은 배웠느냐?”조원철이 불현듯 물었다.강유영은 멈칫하다가 담담히 답했다.“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배운 적은 있어요.”여섯 살부터 여덟 살까지 꼬박 이 년 동안 그녀는 글공부를 했다.그 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마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그럼 되었고 백가성(百家姓: 고전 성씨 목록을 나열한 책)부터 배우자꾸나.”조원철은 상 위에 서책 한 권을 펼쳐놓았다.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크게 뜨고 당혹스러운 듯,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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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강유영은 붓을 손에 꼭 쥔 채로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저는… 먹고 싶지 않습니다.”그녀는 조원철의 이런 갑작스러운 호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의 말대로라면 겨우 양녀에 불과한 그녀가 어찌 이런 귀한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겠는가?조원철은 고집스럽게 손을 거두지 않은 채, 검고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말은 없었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은 분명했다.강유영은 그가 두 번 말하지 않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버티는 것도 그의 인내심을 자극하는 행위였다.두 사람 사이에서 결국 한발 물러서는 것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다.그녀는 입을 벌려 여지를 조그맣게 한 입 베어 물었다.겨우 손톱 크기의 과육이 입안으로 들어갔다.차가운 즙이 입안에서 툭 터지며 청량한 단맛이 혀끝에 은은히 퍼졌다. 상쾌하고 깔끔한 맛은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그녀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상상했던 것처럼 무척이나 맛이 있었다.“남은 건 내가 먹을까?”조원철의 눈빛이 한층 깊고 어두워졌다.강유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다가갔다.조원철은 그녀가 입을 벌린 틈을 타, 여지 한 알을 통째로 그녀의 입안에 밀어넣었다.강유영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여지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돌렸다.촛불이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물든 그녀의 뺨을 투명하게 비추었다. 과일을 머금어 볼록해진 볼로 오물오물 씹어 삼키는 모습은 마치 조심스레 먹이를 먹는 토끼를 떠올리게 했다. 붉고 도톰한 입술에는 달콤한 과일즙이 군데군데 묻어 은은한 물기를 머금었다.조원철은 덤덤히 시선을 거두었다.입안에 퍼진 싱그러운 단맛 덕분에 강유영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살짝 걸쳐졌다.그녀는 단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런 표정을 짓고는 했다.부드럽고 말랑한 식감에 청량한 단맛은 그녀가 좋아하는 맛이었다.황제도 즐겨 드신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그녀는 씨앗을 입에 문 채, 차마 뱉지 못하고 있었다.조원철이 그녀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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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그러는 사이,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조원철이 먹여주는 대로 여지 여섯 알을 모조리 먹어치웠다.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탁자 위에 쌓인 껍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원래는 그녀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귀한 것을 죄다 먹어버린 것이다.조원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씻고는 그녀가 쓴 글씨를 보러 다가왔다.강유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조차도 알아볼 수 없는 비뚤비뚤한 글자를 가렸다.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재주가 없는 모양이었다. 도무지 남들 앞에 내놓을 만한 글을 쓸 수가 없었다.“붓을 쥐는 법부터 틀렸어.”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붓대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그의 손가락 끝에서 따스한 온기가 그녀의 고운 손에 닿았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여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가장 내밀한 일들을 나눈 사이지만, 그가 이렇게 손을 잡고 있을 때면 여전히 가슴이 주체할 수도 없이 두근거렸다.“이렇게 비스듬히 잡는 거다. 다시 잡아보거라.”조원철이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강유영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지척에 다가온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반면 그는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은 오직 그녀뿐인 것 같았다.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붓을 잡았다.“아니, 그게 아니지.”조원철은 다시 그녀의 손을 감싸쥐고는 직접 손목을 놀렸다.“붓을 더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 붓끝의 힘만으로 쓰는 거야. 우선 좀 더 단순한 글자부터 연습하자꾸나. 하늘 천(天)자를 써보자.”그는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를 품에 반쯤 감싸 안은 채, 오롯이 글을 가르치는 데만 집중했다.강유영은 그의 따뜻한 손이 제 손을 꽉 잡고 있자, 그날 경화 공주부에서 그가 소은경에게 투호를 가르쳐 주던 광경이 떠올랐다.그때도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대하듯 냉랭하지 않고 조금 더 다정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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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유영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아랫배에 닿은 단단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그녀는 얼굴이 순식간에 화끈 달아올랐다.‘어찌 시도 때도 없이….’그녀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지난번 서재에서 자신을 강제로 취하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와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조원철은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기다란 속눈썹이 속절없이 떨리고 있고 코끝에는 촘촘한 땀방울이 맺혔다. 붉고 부드러운 입술마저 파르르 떨고 있었다.“오라버니….”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잘못을 빌려고 입을 열었다가 급기야 입을 다물었다.조원철의 손이 그녀의 코끝에 닿더니 부드럽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그 미세한 촉감이 그녀의 몸에 짜릿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그녀는 마치 맹수에게 잡힌 고양이처럼 저항할 힘을 잃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조원철의 손이 그녀의 뺨을 타고 내려와 조그만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촉촉하고 맑은 눈망울에 그의 수려한 얼굴이 담겼다.이성은 그에게서 벗어나 도망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마치 못 박힌 것처럼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촛불이 흔들리며 벽면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졌다.그의 숨소리가 그녀의 귓불을 간지럽히고 코끝에 그에게 속한 청량한 감송향이 점점 퍼져갔다.강유영은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풍성하고 긴 속눈썹은 마치 날개를 파닥이며 도망치려는 나비처럼 가늘게 떨렸다.하지만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다시 눈을 떴다.조원철의 담담한 눈빛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무엇을 기다린 거지?”그가 무심한 어투로 물었다.“아닙니다. 저는….”강유영은 순간 수치심과 당혹감이 극에 달해 얼굴은 마치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당장이라도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결코 그의 입맞춤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단지 너무 두려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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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조원철은 책을 펼치고 그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이제 알겠느냐?”그의 질문에 강유영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 것 같기도 하고, 완전히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다.“그럼 이 문제를 풀어 보거라.”조원철은 붓으로 문제를 써서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그러고는 다시 평상에 걸터앉아 서책 한 권을 펼치고 조용히 그녀가 문제를 풀기를 기다렸다.강유영은 문제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보면 볼수록 헷갈리기만 했다. 머릿속은 이미 복잡하게 엉켰고 생각을 굴릴수록 정신이 몽롱해졌다.조원철이 이런 걸 가르치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수단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도 방 안에 얼음 대야가 두 개나 놓여서 온도가 쾌적했던 탓일까? 그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탁자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조원철이 책에서 눈을 뗐을 때, 그녀는 이미 문제지를 베개 삼아 얼굴을 묻고 달콤하게 잠들어 있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책을 내려놓고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올렸다.강유영은 잠결에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감싸고는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었다.조원철은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지금의 그녀는 그를 두려워하지도, 손길을 거부하지도 않았다. 맑고 고운 얼굴은 평온하고 고요했다.조원철은 그녀를 침상에 조심스레 눕히고 수건을 적셔 먹물이 묻은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그러고는 옷을 입은 채로 침상으로 올라가 그녀의 곁에 나란히 누웠다.그날 밤, 강유영은 유난히 달콤한 잠을 잤다.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었지만, 무슨 꿈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잠에서 깼을 때, 조원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머리는 맑고 개운했다.그녀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약방으로 향했다.“유영아.”서준이 안으로 들어오며 인사를 건넸다.강유영은 분주히 일하다가 소리를 듣고 말했다.“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사내인 서준이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위였다.“알았어.”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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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얼마 전, 조원철은 궁중에서 나와 말에 오르려던 참이었다.뒤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대장군님, 잠시만요!”조원철은 말에 올라 뒤를 돌아보았다.“무슨 일이지?”쫓아온 자는 그의 예전 부장인 맹유원이었다. “정자종과 다른 형제들이 변방에서 복귀했다고 합니다. 춘강루에 연회를 준비했으니 대장군도 같이 가시지요? 오랜만에 보는데 모두들 대장군을 보고 싶다고 난리입니다.”건장한 체구의 맹유원이 말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았다.전자종은 조원철의 또 다른 부장으로 지금까지 변방 지역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한때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이었다.조원철이 여색을 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맹유원이 다시 말을 꺼냈다.“술이나 마시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절때 기녀들을 곁에 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그래.”조원철은 담담히 답했다.청운과 청류는 놀란 눈으로 시선을 교환했다.평소에는 그런 데를 쳐다도 보지 않던 조원철이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그런 데 간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형제들이 어쩌다 돌아왔는데….”맹유원은 그가 거절한 줄로만 알고 열심히 설득하다가 뒤늦게 그가 대답했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곧이어 그는 활짝 웃으며 부하가 끌어온 말에 올랐다.“대장군께서 드디어 마음을 바꾸셨군요. 사내라면 본래 그래야 하는 겁니다. 가시죠!”맹유원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조원철도 말을 몰며 그를 따라갔다.춘강루에 들어선 맹유원은 능숙하게 마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마담은 짙은 화장에 아직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은 중년의 여인이었다.맹유원과 짧게 인사를 나눈 그녀는 차가운 인상의 조원철을 보자 눈이 반짝 빛났다.“이층 방은 벽면이 손상되어 공사 중입니다. 삼층으로 올라가십시오.”맹유원은 듣자마자 펄쩍 뛰었다.“내가 예약한 건 이층이오. 삼층에 갈 돈도 없단 말이오.”춘강루의 삼층에는 단 하나의 방이 있었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맹유원은 올라가 본 적도 없었다.“더 받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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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맹유원이 큰소리로 말했다.“여인의 첫경험은 원래 아프답니다. 대장군께서는 이런 것도 모르고 계셨습니까?”조원철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물었다.“그럼 두 번째는?”전자종이 머금었던 술을 뿜어내며 웃음을 터뜨렸다.“처음은 서툴지만 두 번째부터는 익숙해진다고, 첫경험만 지나면 아프지 않습니다.”모두가 또 한번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조원철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을 다물었다.청운이 그의 표정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이제 알겠네.”“뭔데 그러세요?”청류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그러나 아무리 졸라도 청운은 입을 열지 않았다.“맹형, 오늘 형님 곁에 붙여둔 사람이 잘못됐어.”전자종이 맹유원의 귓가에 대고 작게 웃으며 말했다.“대장군께선 아무 경험도 없으신데 처녀를 붙여드렸으니 어떻게 흥이 나겠어?”맹유원이 허벅지를 탁 쳤다.“그러네. 내가 실수했네. 잠시만 기다리게.”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담을 찾으러 나갔다.“서준 이 자식, 돌아가서 꼭 혼내줘야겠구나.”장 의원이 약상자에서 연고를 꺼내며 중얼거렸다.게으름을 피운다고 어찌 강유영을 혼자 이런 곳에 보낸단 말인가!“진정하세요, 의원님.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월연 낭자의 약도 어차피 제가 발라드려야 하잖아요.”강유영이 그를 달랬다.그녀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이지만, 서준은 그녀를 구해준 적 있는 사람이었다.“그것도 그렇구나.”장 의원이 하던 일을 멈추며 말했다.“아무래도 시녀를 시켜 약을 바르는 것보다는 네가 하는 게 낫겠지.”월연의 상처는 은밀한 곳에 있었다.기녀 월연은 침상에 기대어 힘없이 말했다.“고맙습니다.”강유영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이때, 마담이 안으로 들어왔다.“월연아, 좀 괜찮느냐? 내 너에게 부탁이 있어.”“마담 어머니, 무슨 일이신가요?”월연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삼층에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꼭 너를 보내달라고 하시는구나.”마담이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정말 높으신 분이라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어. 이 어미를 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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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나으리를 뵙습니다. 소녀, 월연이라고 하옵니다.”월연은 그의 상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다. 고개를 들고 조원철의 얼굴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월연의 눈빛에는 감탄이 담겨 있었다.눈앞의 사람은 고상하고 냉엄한 기품에 지금까지 본 남자들 중 가장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월연은 문득 자신을 위해 약을 발라주던 강유영이 떠올랐다. 어쩐지 두 사람이 외모적으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원철은 냉담한 시선으로 월연을 바라보았다.월연은 순간 가슴이 조여들었다. 풍류를 즐기러 온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춘강루를 단속하러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이쪽이 바로 춘강루의 간판 월연입니다, 대장군. 월연아, 어서 우리 나으리를 모시고 뒤쪽 방으로 가거라.”맹유원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조원철은 말없이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월연은 그제야 그가 훤칠한 키에 길게 쭉 벋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외모도 준수한데 몸매도 완벽했다.오기 전 내키지 않았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사뿐사뿐 조원철을 따라 편전으로 향했다.강유영은 자학하듯 손을 들어 얇은 휘장을 다시 한번 걷어올렸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훤칠한키에 위풍당당한 인영이 월연을 따라 편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뼈를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휘몰아치며 온몸에 힘이 풀렸다.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뒤편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술상에서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일말의 기대가 산산이 조각나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서유는 구석에 서서 걱정스럽게 그녀의 표정을 살피다가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그녀 역시 세자가 무슨 일로 이런 곳에 왔는지 의아했다. ‘어쩌면 세자는 유영 아씨에게 애초에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밀고하러 가는 거라면, 앞으로 다신 내 곁에서 일할 수 없을 것이다.”강유영은 뒤늦게 서유의 의도를 눈치채고 살벌하게 경고했다.입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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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안쪽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차갑고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 네게 몇 가지 묻겠다.”월연은 멈칫하며 답했다.“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나으리.”다시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여인은 정사를 나눌 때 매번 아픔을 느끼느냐?”한참 만에 안쪽에서 마침내 물음이 들려왔다.월연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렇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첫경험만 아프고 피가 나지요.”“만약 두 번째에도 아프다면?”이번에는 질문이 빨랐다.“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월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하지만 예외도 있지요. 아씨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전희가 부족하거나, 혹은 사내의 그것이 너무 크거나… 때로는 아씨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취하면 아플 수 있습니다.”그녀는 이제서야 뭔가 알 것 같았다.이 귀인은 보아하니 정말 정직한 사람인 듯했다. 이곳에 온 자체가 유흥을 위해서가 아니었다.아마 갓 혼인해서 부부간의 일에 서툴고 부인이 아파하는 것이 안쓰럽지만 물어볼 데가 없었던 모양이었다.그래서 단지 의문을 풀기 위해서 그녀를 따로 부른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평생 살면서 이렇게 좋은 사내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전희가 무엇이더냐?”병풍 너머에서 다시 물었다.“전희라는 것은….”월연은 춘강루의 간판으로서 당연히 풍류에 능했다. 직접 모실 필요도 없이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기에 수줍어할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곧바로 그에게 몇 가지 요령을 자세히 알려주었다.병풍 너머에서 한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마침내 그녀에게 분부했다.“이만 나가보거라.”“예.”월연은 그에게 큰절을 올리고 고개를 숙여 물러났다.그녀는 술상을 지나쳐 휘장을 걷어 올리며 강유영을 불렀다.“아씨, 이만 내려가요.”강유영은 눈시울이 붉고 코끝도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고개를 숙이고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듣자 화들짝 몸을 일으키며 월연을 올려다보았다.월연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목덜미에도 특별한 흔적은 없었다.강유영은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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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아씨, 괜찮으세요?”서유가 급히 다가오며 물었다.“난 괜찮아.”강유영은 서유가 내민 손을 밀쳐내고 애써 월연을 향해 미소 지었다.배려심, 월연이 그런 표현을 조원철에게 붙이다니.그녀로서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생각컨대, 그가 월연에게는 참 다정했던 모양이었다.반면 그녀를 대할 때는 거의 밤새도록 멈추지 않아서 며칠을 걷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로 고생하게 만들었다.두 번째 서재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러했다. 만약 그녀가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첫날밤과 똑같은 꼴을 당했을 것이다.아마 한낱 양녀에 불과한 그녀에게는 대접받을 가치가 없는 모양이었다.서유는 강유영과 월연이 밖으로 나가는 틈을 타, 탁자에서 땅콩 한 알을 집어 청운을 향해 던졌다.청운은 뒤돌아 살펴보다가 서유를 보고 깜짝 놀랐다.청류 또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강유영의 신변에서 일하는 서유가 나타났다는 것은 강유영도 이곳에 있다는 뜻이었다.서유는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휘장을 내리고 급히 강유영을 쫓아갔다.만약 강유영에게 밀고한 것을 들켜서 쫓겨난다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청운은 곧바로 올라가서 조원철에게 아뢰었다.“세자….”마침 조원철은 맹유원과 이야기 중이었다. 소리를 들은 그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지?”청운은 맹유원을 힐끗 보고는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유영 아씨가 아래층에 계십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조원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왜 그러십니까, 대장군?”맹유원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이만 나가봐야겠다.”그 말을 끝으로 조원철은 밖으로 향했다.맹유원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아니, 대장군!”“세자께선 공무가 다망하시어 나중에 다시 모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밖으로 나온 조원철은 난간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표정이 싸늘해졌다.강유영은 마침 월연을 부축하여 일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밖에서 들어온 공자들이 둘의 앞을 가로막고 희롱 섞인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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