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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作者: 눈빛 속의 약속
"어찌 이런...."

그녀는 서준을 보며 화가 나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시울마저 붉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리도 경박할 수가!

이러면 조원철과 다를 게 무엇인가?

그녀는 본능적으로 조원철 쪽을 쳐다보았다.

조원철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곁에서는 사람들이 웃으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로운 태도에는 한 치의 흠도 잡을 데가 없었다.

오직 그의 손에 들린 은젓가락만이 천천히 꽉 쥐어지고 있었다. 이어서 알아채기 힘들 만큼 작은 소리가 나더니, 젓가락이 가운데서 뚝 부러졌다.

그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부러진 젓가락을 수저받침 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손가락 관절만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울지 말거라, 울지 마."

서준은 서둘러 강유영을 달랬다.

"장난이었다."

"원래 자리로 가십시오."

강유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당연히 이런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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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33화

    울어서 붉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울 리가 없었다. 시달리고 지쳐서 붉어진 것에 가까웠다.문득 그가 소은경의 거처에서 나올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소은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 걱정하는 걸까?"묻고 있지 않느냐."그가 미간을 좁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였다."아닙니다…."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제 목숨을 가장 아끼는 그녀가 스스로 얼어 죽기를 바랄 리 없었다.단지 그가 너무 두려웠을 뿐이다."아니라고?"조원철의 어조는 평온했으나, 내뱉는 말마다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서려 있었다."이렇게 추운 날, 이리 얇게 입고, 그 으슥한 곳에 그리 오래 숨어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 했느냐."날렵한 턱선이 팽팽하게 굳었고, 입술은 일직선으로 꾹 다물려 있었다."무서워서…."강유영은 겁에 질린 채 이불속으로 몸을 더 깊이 웅크렸다.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바들바들 떠는 모습은 마치 눈밭에 홀로 남겨진 상처 입은 새 같아서,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내가 무서웠느냐?"조원철의 잠긴 목소리에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났다.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쌓여 있던 억울함이 밀물처럼 밀려와 도무지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그가 아니면 또 누가 무섭겠는가.눈앞의 이 사람 말고는 아무도 그녀를 그리 괴롭힌 적이 없었다.어찌 저리 뻔뻔한 질문을 할 수 있을까그가 무섭지 않았다면, 갈 곳 하나 없이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오래도록 떨지도 않았을 것이다."울지 말거라."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정수리에 얹혀졌다.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마치 부서지기라도 할세라 몹시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강유영은 되레 더 서럽게 울었다.다 이 사람 때문이었다.앞서 그가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고 겁주지만 않았어도 오늘 이런 고초를 겪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알았으니, 그만 울거라."조원철의 말투에 어렴풋이 난감함이 묻어났다. 그는 옷을 벗고 그녀의 곁에 비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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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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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30화

    이러한 두려움은 마치 그녀의 뼛속까지 새겨진 듯했다. 뿌리가 너무 깊이 박혀 뽑아내기조차 어려웠다.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찬 바람 속에서 고생할지언정, 돌아가 그를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추운 밤, 요월원 문 앞의 등불이 희미하게 누런빛을 내며 대문 전체를 차갑고 어두운 빛으로 물들였다.청류가 앞장서서 걸어가 문을 두드리려 손을 뻗었다.손이 문에 닿자마자 문이 소리 없이 살짝 열렸다."세자, 문이 잠겨 있지 않습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쳐다보았다.평소라면 이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설마 아씨께서 세자가 올 것을 알고 일부러 문을 열어두라고 한 것일까?검은색 망토를 두른 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다가가 문을 밀어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청류는 문을 들어선 뒤, 얌전히 문가에 서서 기다렸다.조원철이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유 역시 회랑 아래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그는 걸음을 재촉해 회랑을 따라 문 앞까지 간 뒤, 손을 들어 문을 열었다.방 안은 촛불 하나 없이 칠흑 같이 어두웠다.그는 손끝을 움찔하더니 방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잠시 후, 방 안이 환해졌다.사방은 텅 빈 채 고요했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침실 역시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그의 손끝에 살짝 힘이 들어갔으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하지만 짙은 눈동자에는 전례 없는 당혹감이 번지고 있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방 안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그 가녀린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서유!"그는 문가로 걸어 나와 소리쳐 불렀다."세자."서유는 그를 보고 다소 놀란 기색으로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아씨께서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며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서유는 단비와 함께 오씨 어멈의 방에서 말동무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어디 있느냐?"조원철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아씨께서는 작은 정원에서 혼자 조용히 바람 좀 쐬겠다고 하셨습니다."서유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29화

    정월 초하루 밤, 달은 고사하고 밤하늘의 별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진국공부 정원에 듬성듬성 켜진 등불로는 이 칠흑 같은 어둠을 도무지 걷어낼 수 없었다.강유영은 자신이 어디로 숨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점차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머리 위로 엉성하게 뻗은 마른 가지들이 들어왔다. 사방은 고요했고, 멀리서 처량한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시종들조차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정원에는 텅 빈 채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그녀는 어디에 몸을 숨겨야 할지 몰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돌산의 동굴이었다.하지만 어둠 속에서 가산의 윤곽을 본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그녀가 가산 동굴을 은신처로 떠올렸다면, 조원철 역시 틀림없이 그곳을 생각해 낼 것이다.그가 찾아온다면 단번에 붙잡히고 말 게 분명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발길을 돌렸다.하지만 이 정원에서 달리 몸을 숨길 만한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목적지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연못은 얼어붙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그녀의 눈에 연못가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정자가 들어왔다.처마 아래 매달린 몇 개의 등불만이 찬 바람에 희미한 누런빛을 흔들고 있었다.머릿속에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 정자 쪽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레 정자 난간 위로 올라가 낑낑대며 처마 네 모서리에 걸린 등불을 모두 불어 껐다.그제야 바닥으로 내려온 그녀는 어둠을 더듬어 정자를 빠져나온 뒤, 한쪽으로 돌아 연못가로 향했다.이 정자는 물 위로 반쯤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아래로 수면과 맞닿은 빈 곳이 마침 하나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비좁은 공간 안으로 조심조심 기어 들어갔다.손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는 발밑이 평평한 곳을 찾아 쪼그려 앉은 뒤, 몸을 둥글게 말고 스스로를 꽉 끌어안았다.이곳은 은밀하니 조원철도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날이 밝고 조원철이 밖으로 나가면 그때 요월원으로 돌아갈 것이다.내일 밤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28화

    "안으로 데려다주십시오. 중문까지요."강유영은 치맛자락을 꽉 쥔 채 그에게 입을 열었다."그러지."서준은 단박에 승낙하더니 발을 들추고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아닙니다."강유영은 다시 그를 만류했다."마차를 몰고 중문까지 가 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조원철의 마차가 뒤따라오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조금 더 빨리 움직여 먼저 처소로 돌아간 뒤, 문과 창문을 모조리 걸어 잠글 속셈이었다.조원철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알았다."서준이 그녀를 쳐다보았다.무슨 속셈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그녀의 뜻대로 해주었다.강유영은 그의 시선이 무안해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수고를 끼쳐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서준이 소리 내어 웃었다."알지 않느냐. 난 네가 귀찮게 구는 것이 무척 기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나를 찾거라."마차가 진국공부의 중문에 멈춰 섰다.강유영은 서준에게 재차 인사를 건네고 중문을 들어서자마자 허둥지둥 요월원 쪽으로 내달렸다."아씨, 천천히 가십시오."서유가 뒤따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평소 아씨는 걸음걸이가 이리 빠르지 않은데, 오늘은 종종걸음으로 쫓아가야 할 판이었다.궁중 연회 때 내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어째서 저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할까?"아씨, 오셨습니까."회랑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단비가 정원으로 들어서는 강유영을 보고는 서둘러 웃으며 맞이했다."너희는 이만 물러가 쉬거라. 나도 쉬어야겠다."강유영은 말할 기력도 없이 두 사람에게 지시하고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씨께서 왜 저러시지?"단비가 참지 못하고 서유에게 물었다."나도 모르겠어."서유는 머리를 긁적였다."서왕 전하께서 모셔다 주셨는데, 오시는 길 내내 무척 마음을 졸이시는 것 같았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급한 일이라니?"단비는 영문을 몰라 했다.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 역시 영문을 알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3화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화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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