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아, 네가 왜 들어온 게냐? 지금 어미의 몰골이 이러하니 너를 만나기가 곤란하구나.”조원철이 들어서자 한씨는 흠칫 놀라며 다급히 풍씨 어멈에게 눈짓했다. 침상 휘장을 내려 자신의 모습을 가리라는 뜻이었다.그녀는 조원철에게 이토록 처참하고 흐트러진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조원철이 이미 모든 진상을 알아차린 듯하다는 사실이었다. 아직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니, 도저히 그와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풍씨 어멈은 한씨의 심복답게 눈빛 한 번만으로도 그 뜻을 알아차렸다. 서둘러 손을 뻗어 침상 앞의 휘장을 내린 뒤, 조원철을 향해 몸을 돌려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세자를 뵙습니다.”조원철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서늘할 만큼 무심한 얼굴로 얇은 휘장 너머, 한씨가 누워 있는 곳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 눈길을 마주한 풍씨 어멈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소리 높여 꾸짖지도 않았건만, 조원철의 눈빛은 사람 하나쯤 단숨에 베어 낼 듯 서늘했다. 침실 안의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는 듯해 감히 숨을 크게 내쉴 수도 없었다.“어멈, 자네는 먼저 물러가 있거라.”휘장 안에서 한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무리 궁지에 몰렸다 한들 그녀는 진국공 부인이었다. 하인 앞에서까지 제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예, 부인.”풍씨 어멈은 다시 예를 갖춘 뒤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물러났다.문이 닫히자 침실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바깥에서 스며든 희미한 저녁빛이 휘장 끝에 걸려 흔들렸고, 방 안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약 냄새가 씁쓸하게 감돌았다.한씨와 조원철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씨는 휘장 너머에 선 아들의 기척을 의식하며 바싹 긴장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은 더욱 무거워졌다.“원철아, 무슨 말을 하려고 온 게냐?”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한 한씨가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한 가닥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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