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와 태자 전하, 서왕 전하를 뵙습니다.”조원철은 자진전으로 들어와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말투는 느긋하고 침착했으며, 태도에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서준은 웃음 띤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자는 조원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주먹을 단단히 말아 쥐었다. 얼굴에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를 끌어내리겠다는 확신이 가득했다.조원철이 이런 죄를 저질렀으니, 목숨을 건진다 해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터였다.“그래.”건정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느릿하게 물었다.“짐이 어찌하여 그대를 불렀는지 아느냐?”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도, 노여움도 묻어나지 않았다.“알지 못합니다.”조원철은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대답했다.“태자가 말해 보아라.”건정제가 분부했다.태자는 곧바로 몸을 돌려 조원철을 향해 추궁했다.“조 대인은 참으로 간도 크군. 감히 옥림궁에 몰래 들어가 소 미인과 밀회하다니, 그 죄를 어찌 감당하려 하느냐?”제 수하가 직접 목격한 일이었기에 태자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넘쳤다.그는 조원철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고, 지금껏 유지하던 태연함이 산산이 무너지는 모습을 기다렸다.하지만 조원철은 마치 끝까지 태자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겠다는 듯했다.그 말을 듣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돌려 되물었다.“태자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태자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린 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구든 황제의 후궁과 사통했다는 추궁을 들으면 얼굴빛이 조금쯤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더구나 이는 억울한 누명도 아니었다. 분명 직접 저지른 일인데도 조원철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대담하면서도 침착하게 표정을 감추다니, 실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서준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태자는 애초에 조원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황제가 차마 처분하지 못해 감싸지만 않았다면, 서용연은 진작 수없이 태자 자리에서 폐위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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