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비는 태자의 옷자락을 붙들고 간곡히 애원했다.이쯤 되자 태자도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은 듯 고개를 돌려 태자비를 바라보았다.가만 생각해 보니 그의 부인은 허언을 뱉은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어디 한번 말해 보시오."태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두려움을 억눌렀다."전하."태자비는 태자의 팔을 꼭 붙들고는 눈짓으로 주위 사람들을 물렸다. 그런 다음 태자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지금 태자의 자리를 지킬 방도는 단 하나, 고육지책뿐입니다.""고육지책이라니?"태자는 곁눈질로 태자비를 바라보았다. 순간 솔깃한 기분이 들었다."전하께서 직접 죄를 청하는 자백서를 작성하시어 사사로이 군사를 움직인 연유를 밝히고, 오늘 밤 당장 아바마마께 올리십시오. 그런 다음, 겉보기엔 위중해 보이나 고통은 덜한 독약을 드시는 겁니다."태자비가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아니, 이왕 할 거면 진짜 독약을 마시겠소."태자의 두 눈에 번쩍 생기가 돌았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던 조금 전의 불안한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든든한 동아줄이라도 잡은 양,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안 됩니다, 전하. 신첩은 두렵습니다."사실 태자비 역시 진짜 독약을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허나 태자가 자신의 의도를 오해할까 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터였다. 태자가 먼저 진짜 독을 마시겠다고 나서 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겉으로는 짐짓 뜯어말리는 시늉을 해야 했다."아바마마께서도 바보가 아니시지 않소. 독약도 적당히 마시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요. 그리 합시다."태자는 조금 전의 좌절감을 미련 없이 떨쳐 내고 단숨에 결단을 내렸다.마차가 요란한 바퀴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차갑게 내려앉은 휘장 너머, 마차 안은 유리 등불이 켜져 있어 대낮처럼 환했다.강유영은 마차 벽에 기댄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핏기없이 창백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극도의 긴장감 속에 태자 부부의 일거수일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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