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그 역시 조정에서 곧 창고를 열어 곡물을 풀 것이며, 곡물 가격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는 소식을 막 접한 참이었다.곡물을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었다.조정의 통제 아래서는 오히려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나는 조정에 연줄이 있어 소식을 들었지만, 소 낭자는 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은 것일까?'서경수는 눈을 가늘게 떴고, 긴 속눈썹 사이로 감탄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소설아는 그저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이긴 것뿐이었기에 이 화제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아 말을 돌렸다."서 사장님은 신분도 비범해 보이는데 왜 관직에 나가지 않으신 겁니까? 관리라면 더 큰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요."사농공상에서 상인은 가장 낮은 계층에 속했다.정보력이 뛰어나고 수완이 좋으며 차림새까지 비범한 그가 왜 관직 대신 장사를 택했는지 의문이었다.서경수가 웃으며 말했다."맞혀 보시지요."소설아가 진지하게 생각하다 답했다."서 사장님 같은 교활한 장사꾼은 관리가 되어도 간신이 될 텐데, 만약 청렴한 가문 출신이라면 확실히 관직에 어울리지 않겠네요.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할 테니까요.""하하하."서경수는 금박이 박힌 부채를 흔들며 유쾌하게 웃었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관리가 되고 싶어지는걸요."소설아는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그럼 서 사장님의 앞날이 탄탄대로이길 빌겠습니다."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안성주를 만나러 갔다.서 사장님은 가지고 있던 계약서를 안성주에게 반값에 팔았고 관아에 가서 신고 절차도 마쳤다.이제 안성주가 빚 독촉을 하러 갈 차례였다.소설아는 안성주를 언제 보내야 소명주의 명성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일을 마친 소설아는 후부로 돌아와 가장 먼저 난초를 살폈다.난초에 꽃봉오리가 두 개 맺혀 있었다. 청자 화분 속에 떠 있는 초록색 꽃봉오리는 마치 물에 젖은 비취 같았고, 며칠 뒤 꽃이 피면 초록색 구름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낼 터였다.포기를 나우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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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춘경원에서 나온 소설아는 안성주에게 연락해 빚을 받으러 올 날짜를 정했다.처소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씨가 앓아누웠다는 소식이 들렸다.민씨의 병세는 꽤 위중했다. 갑자기 고열이 시작되더니 침과 약도 소용이 없었다.위원후도 첩들을 제쳐두고 하루 종일 곁을 지켰다.소설아가 문안을 갔을 때 민씨는 꾀병이 아니라 정말 위독해 보였다. 열이 내리지 않아 잠결에 헛소리까지 중얼거렸다.위원후가 장례 준비까지 시작하려 할 즈음, 민씨의 열이 씻은 듯이 내렸다.열이 내리자마자 민씨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해졌다. 그 지독했던 병이 마치 한낮의 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민씨가 회복한 뒤 소설아가 춘경원으로 문안을 가자, 민씨는 소설아를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설, 설아야, 네가 왜 여기 있느냐?"'소설아는 이미 죽지 않았던가?'그녀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소설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어머니, 제가 여기 없으면 어디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민씨는 심호흡을 하며 손에 든 염주를 굴리며 불경을 읊조렸다.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먼저 나가보거라. 병에서 갓 깨어나 기운이 없구나."이틀 뒤 민씨는 다시 소설아를 불렀다.이번의 민씨는 훨씬 정상적이었고 예의 그 자애로운 척하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참, 지난번 당씨 가문에 갔을 때 명준이와 당유화의 혼사는 어떻게 되었느냐?"소설아가 멍하니 답했다."당씨 가문에서 거절했습니다. 이미 파혼한 일이니 다시는 언급하지 말라고 하더군요."민씨가 코웃음을 쳤다."감히 콧대를 높이다니,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당씨 가문은 한창 세를 떨치고 있었고 당 대인은 정삼품 좌부도어사로 황제의 신임이 두터웠다.당유화는 사실상 급을 낮춰 시집오는 격이었으니 보통 사람들 눈에는 이 혼사가 애초에 격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최근 소명준이 온갖 추문에 휩싸이고 귀한 첩까지 들였으니 말이다.가문이 비슷한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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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하지만 이제는 괜찮았다. 소명준이 귀한 첩을 들여 이미 자식까지 생겼으니까.당유화가 살림을 잘한다는 점을 높이 사서 그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파혼 당한 당유화를 누가 데려가겠느냐. 명준이가 진사에 급제하면 네가 다시 한번 당씨 가문에 가보거라."민씨가 염주를 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전하거라. 이번에도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혼처를 알아볼 것이라고, 나중에 울며 불며 후회하지 말라고 말이다."민씨의 얼굴에는 전생에 후부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의 표정이 그대로 나타났다.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인 그 표정 말이다.소설아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부인님."이번 생은 전생과 완전히 다른데, 민씨의 단꿈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궁금했다."됐다, 그만 가보거라. 나는 불공을 드려야겠다."소설아를 보낸 뒤 민씨는 소명주, 소명지, 소명천을 모두 불렀다."이틀 뒤 장공주님의 꽃 잔치에 갈 테니 준비들 하거라."장공주의 꽃 잔치라는 말에 소명주와 소명지의 눈이 번쩍 뜨였다.장공주의 꽃 잔치는 사실상 명문가들의 맞선 자리나 다름없었고, 참석하는 이들은 모두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세도가의 부인들이었다.이번 잔치는 특히 장공주가 자신의 외아들인 서 소군왕의 배필을 고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장공주는 가문보다 재능과 성품을 보겠다고 공언했으니, 장공주의 눈에 들어 군왕비가 된다면 그야말로 신분 상승의 끝판왕이었다."명천이와 명준이도 함께 가자꾸나."이번 잔치에는 세도가 자제들도 대거 참석할 것이니 두 아들이 권력자들과 인맥을 쌓기에도 좋은 기회였다.소명지는 민씨의 팔을 붙잡고 아양을 떨었다."어머니, 제 장신구가 너무 초라합니다. 어머니 것 좀 빌려주십시오."민씨는 보석함을 열어 두 딸에게 고르게 했다."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보렴."전생에 소명지는 보국공부의 오공자에게 시집을 갔다.그 혼사는 당시 소설아가 다리를 놓아 성사된 것이었다.오공자는 비록 국공부의 적자이긴 하지만, 후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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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소명지와 민씨가 한창 단장에 열을 올리는 사이 소명주가 몰래 소명천을 불렀다."둘째 오라버니."소명천이 그녀를 보았다."명주야, 무슨 일이냐?""오라버니, 혹시 아직도 저한테 화나셨습니까?"소명주는 최근 몇 번의 충돌에서 소명천이 은근슬쩍 소설아 편을 드는 것을 눈치챘다.전생의 소명천은 소설아를 끔찍이 싫어했고 자신만을 지극히 아꼈었다.'그런데 어째서 요 며칠 둘째 오라버니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변했단 말인가.'둘째 오라버니는 나중에 대장군이 될 사람이었기에 그의 편애를 잃어서는 안 되었다."오라버니,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다 고치겠습니다, 네?"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몸을 가늘게 떨었고, 마치 괴롭힘당하는 작은 고양이 같은 모습이었다.소명천도 사실 소명주를 무척 아꼈다. 고분고분하고 눈치도 빨랐으니까.게다가 소명주가 어릴 때 길을 잃어 고생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 심리도 컸다.세 명의 누이 중 그가 가장 아끼는 것도 확실히 소명주였다.하지만 지난번 소설아의 지적을 듣고 보니 소명주가 소명준과 더 친하고 소명준만 챙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점이 꽤나 기분 나빴다.무엇보다 소명주가 향료 가게를 완전히 망쳐놓지 않았는가.1년에 10만 냥이 넘는 수익을 내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그 수익 중에는 자신의 몫도 있었다.소명주가 가게를 망치고 후부의 가산까지 거덜 내는 바람에, 요즘 매일 삶은 채소만 먹을 때마다 그는 소명주를 속으로 욕하곤 했다.소명주만 아니었으면 명색이 후부에서 이런 대접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소명천은 화가 나 있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가련하게 구는 소명주를 보니 다시 마음이 약해졌다.어쨌든 진심으로 아꼈던 동생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오라버니."소명주가 다가와 소명천의 소매를 붙잡고 살짝 흔들었다."오라버니, 향료 가게 일 때문에 화나신 거죠? 그렇죠?"소명천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명주는 소명천의 팔에 매달려 속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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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소명천은 고개를 저었다.소설아가 최근 확실히 변하긴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 대놓고 대드는 것은 물론 정말 집안일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았다.예전의 그녀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소명준의 학업부터 아버지 첩들의 소소한 문제까지 그녀가 참견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그는 등 뒤에서 그녀를 간섭쟁이라고 비웃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후부가 이렇게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그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연했다.모두가 삶은 채소만 먹고 있는데 그녀 혼자 매일 입가에 기름기를 묻히고 다녔다.분명 가족들 몰래 밖에서 맛있는 걸 사 먹고 다니는 게 틀림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명천은 주먹을 불끈 쥐며 욕했다."소설아, 어찌 이토록 간교할 수가 있단 말이냐!""오라버니, 우리가 몰래 조사해 봅시다. 만약 언니가 정말 향료 가게를 빼돌린 게 맞다면 반드시 다시 내놓게 해야 합니다."소명주가 말했다."그 향료 가게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업이잖습니까. 저는 나중에 시집갈 몸이니 저와는 상관없지만, 오라버니는 후부의 정식 적자니까 그 재산들은 오라버니 몫이잖아요."소명천은 주먹으로 허공을 내리쳤다."소설아, 정말 너무하는구나! 예전에 살림을 맡았을 때 진심으로 후부를 위하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악의를 품고 후부 재산을 가로챌 생각만 하고 있었단 말이지!"증거 하나 없었으나 이미 소설아를 범인으로 단정 지었다.이익 앞에서는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명주야,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그년이 후부 재산을 빼돌렸다는 증거를 잡을 수 있겠느냐?"소명주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언니가 저를 무척 경계해서 제가 직접 따라붙기는 힘듭니다. 오라버니가 사람을 시켜 언니를 감시하게 하십시오. 오래 지켜보다 보면 분명히 꼬리가 잡힐 겁니다."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다시 다정하게 마주 앉았다."제 마음속에 오라버니는 저를 가장 아껴주시는 최고의 오라버니입니다."소명천의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고 소명주는 다시 그의 마음속 1순위 동생이 되었다.*장공주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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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민씨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소설아 옆에 선 소명주와 소명주는 마치 벼락부자 집의 안목 없는 하녀들처럼 보였다. 가진 것을 죄다 몸에 두르고 나온 꼴이었으니까.화가 난 민씨는 소명지의 머리에서 머리장식 하나를 홱 낚아챘다."뭘 이렇게 주렁주렁 달았느냐!"소명지는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방금까지만 해도 화려해야 보기 좋다고 하시더니 이제 와서 많이 달았다고 타박한다니.'소명지는 소설아를 노려보았다.'가증스러워, 소설아는 왜 저렇게 예쁜 걸까? 차라리 못생긴 아이를 데려왔어야지!'민씨는 소명지에게서 뺏은 금보요를 소설아의 머리에 꽂아주었다."이거라도 하거라. 남들이 나를 흉보지 않게.""감사합니다, 어머니."소설아는 공짜로 금 머리장식 하나를 얻어 기분이 좋아졌다.금 머리장식을 꽂아도 그녀의 미모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난초 잎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빛났다.본바탕이 아름다운 사람은 무엇을 걸쳐도 아름다운 법이었다.민씨는 더욱 화가 났지만 트집 잡을 구실이 없자 결국 이를 갈며 소리쳤다."가자, 늦겠다!"초대장은 소설아의 것이었고, 만약 자신의 것이었다면 소설아는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에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다.민씨는 두 친딸을 데리고 한 마차에 탔고, 소설아는 따로 마차에 올랐다.마차에 타자마자 민씨는 손수건으로 두 딸의 얼굴을 닦아내기 시작했다."분이 너무 두껍구나. 어린애들은 산뜻해야 예쁜 법이다."화장을 닦아내자 드러난 살결은 거무스름한 데다 뾰루지와 흉터까지 보였다.민씨는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는 좀 연하게 다시 화장하거라."소명주가 민씨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어머니, 예쁘기만 하면 뭐합니까. 미모로 사람을 홀리는 건 천박한 짓입니다.""어느 명문가의 정실부인이 저런 여우 같은 얼굴을 하고 있겠습니까?"소명지도 거들었다."맞습니다, 어머니. 저랑 명주 언니는 마음이 예쁘잖습니까. 저희 같은 얼굴이 단정하고 기품 있는 법이지요."민씨는 그제야 가슴 속의 답답함이 조금 가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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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두 사람은 휘장 너머로 인사를 나눴다. 왕 부인에게도 갓 성인식을 치른 두 딸이 있어 아가씨들끼리도 인사를 나누며 잔치에서 함께 놀기로 약속했다.민씨는 소설아의 마차를 힐끗 보았다. 마차는 조용했고 커튼도 굳게 닫혀 있어 밖의 소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저 고집불통 같으니라고, 얼굴만 예쁘면 뭐해. 사교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으니.'마차가 서서히 전진하다가 이번엔 호국공부의 마차와 나란히 서게 되었다.민씨는 요령이 생겨 먼저 호국공 부인에게 친한 척 말을 걸었다.가문을 밝히자 호국공 부인 역시 웃으며 화답해 주었다.소명주는 매우 기뻤다. 마치 이미 경성 권력층의 사교계에 발을 들인 듯했고, 이제 탄탄대로만 남은 기분이었다.그런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마차 앞을 가로막았다.호국공 부인과 한창 즐겁게 대화하던 중 마차가 멈춰 서자 민씨는 기분이 상했다."가서 무슨 일인지 보고 오거라."마차를 따르던 어린 하인이 다녀와 보고했다."부인님, 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둘째 아가씨께서 자기들에게 빚을 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소명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민씨가 불같이 화를 냈다."무슨 파렴치한 인간들이냐. 돈을 받으려면 집으로 찾아올 것이지, 하필이면 여기서 길을 막고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단 말이냐? 이건 작정하고 훼방을 놓으려는 것이 아니냐!""당장 쫓아버려라! 우리 위원후부가 우스운 모양이구나!"전생에 소명준이 이품 상서가 된 뒤로 위원후부의 위세는 경성 전체에 떨쳤었다.민씨는 아직 전생에 살고 있는 양 가문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겁을 먹을 줄 알았다.어린 하인이 답했다."부인님,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저분은 모아골목의 안 공자님입니다."모아골목의 안성주, 민씨도 그 이름을 알았다.'안덕수의 양아들이 아닌가.'하지만 2년 뒤면 안덕수는 어전에서 무례를 범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아 죽을 운명이었기에 민씨는 안덕수가 무섭지 않았다."안 공자님 같은 소리 하네. 들어본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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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어머나, 저 안성주라는 자는 아녀자들을 납치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감히 우리 아가씨를 넘보다니!"오 어멈이 분통을 터뜨리며 욕했다.상대방의 말이 갈수록 선을 넘자 민씨는 결국 참지 못했다.이것은 소명주의 명성뿐만 아니라 후부 전체의 체면이 걸린 일이었다."갚겠다! 갚을 테니 어서 가서 저 입 좀 닥치게 해라!"안성주가 계약서를 들고 사방팔방 광고하는 바람에 많은 부인들이 이미 봐버렸다. 비록 자신들이 사기를 당한 억울한 입장이라 해도, 그것을 설명하자면 향료 가게 일까지 들춰내야 했다.향료 가게 일까지 알려지면 소명주가 얼마나 멍청한지 광고하는 꼴밖에 안 되었다.민씨는 오늘 소명주를 세도가 부인들에게 눈도장 찍게 할 계획이었는데 안성주가 이렇게 난리를 피우니 계획이 다 틀어지게 생겼다.민씨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집에서 은밀히 은자를 가져오게 했다.소명주가 위로하듯 말했다."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돈을 줘도 결국 우리가 이득입니다."지금 곡물 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열 배 이상 올랐으니, 안성주에게 돈을 줘도 곡물을 팔면 남는 장사였다."곡물만 팔면 바로 어머니께 돈을 돌려드리겠습니다."민씨도 꿈에서 올해 전염병 때문에 모든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보긴 했으나, 꿈이라 상세한 부분까지는 기억나지 않았다.어렴풋이 곡물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억이 있어 집에도 곡물을 꽤 비축해두긴 했었다.하지만 당장 큰돈이 나가니 마음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소명주가 민씨의 소매를 살짝 당기며 물었다."어머니, 이 일 말입니다, 혹시 언니가 꾸민 짓 아닐까요?"하필이면 이런 중요한 날에 찾아오다니 말이다.민씨가 코웃음을 쳤다."설아에게 그런 능력이 있겠느냐?"소설아가 집안일이나 좀 할 줄 알지, 안성주 같은 건달을 부릴 수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민씨는 소설아가 배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그녀를 불러내고 싶었다.이 화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가서 큰아가씨를 불러오너라. 물어볼 게 있다."소명주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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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안성주가 큰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소명주의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밖으로 다 새어 나갔다.주변 마차에 타고 있던 부인들은 모두 세도가의 정실부인들이라 산전수전 다 겪은 여우들이었기에, 이런 조잡한 수작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위원후부의 부인님과 아가씨가 이토록 추잡하게 자매를 곤경에 빠뜨리려 하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이런 집안과는 절대 상종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방금까지 민씨와 소명지를 안쓰럽게 여기던 두 부인도 차갑게 휘장을 내렸다.소명주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그런 뜻이 아닙니다… 안 공자님께서 오해하신 겁니다…"안성주가 소리쳤다."그런 뜻이 아니면 무슨 뜻입니까?""설마 저한테 반해서 다른 여자가 저를 가로챌까 봐 걱정되는 것입니까?!""당신 같은 건 얼굴도 별로인데 마음씨까지 고약하니, 저는 사양하겠습니다!"소명주는 눈앞이 캄캄해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안성주, 저 인간 죽여버릴 거야!'민씨 역시 곁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속은 부글부글 끊어오르는데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모녀가 똑같았다. 집안에서는 기세등등하더니 후부 밖으로 나오자마자 잡아먹히기 쉬운 먹잇감이 되어버렸다.드디어 은자가 도착하자 민씨는 서둘러 돈을 건네주고 계약서를 되찾아왔다.안성주는 애초에 돈이 목적이었기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떠났다."저 안성주라는 자,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마!"안덕수가 2년 뒤면 죽을 테니 안성주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안성주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민씨는 자신이 아직 전생의 그 기세등등한 위원후 부인인 줄 알고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민씨가 목소리를 낮추지 않은 탓에 그 말은 고스란히 안성주의 귀에 들어갔다.안성주는 속이 좁은 위인이라 즉시 앙심을 품고 사람을 시켜 한마디 전했다."민씨 부인님, 두고 봅시다."민씨는 그 경고를 콧방귀로 넘겼다.안성주가 떠난 뒤 소명주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물을 흘렸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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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소설아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뻔했다."어머니 말씀이 참 이상하시군요. 제가 무슨 짓을 했다는 겁니까?""제가 밖에서 빚을 지고 안 갚아서 채권자가 찾아오게 했습니까?""아니면 제가 동생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려다 들통이 났습니까?"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어조는 평온했다. 날을 세워 반박하지 않았으나 그 말에는 천근의 무게가 실려 있어, 악의적인 모함을 하나하나 되받아치며 상대의 비열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기에 충분했다.민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말대답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는구나!"소설아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어머니, 그만하십시오. 그러다 또 어머니가 양녀를 구박한다는 소문이 돌면 어떡하시려고 그러십니까."민씨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소설아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저 소설아라는 년이 갈수록 안하무인이구나!'소명주는 민씨의 손을 잡고 그녀를 등 뒤로 숨겼다."언니, 어머니를 오해하신 겁니다. 어머니는 언니를 꾸짖으려는 게 아니라, 혹시 이 일에 언니가 연루된 게 아닌지 물어보려 하신 겁니다."소설아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뻔히 보였다."명주야, 억지로라도 나를 안 공자님과 엮고 싶은 모양이구나?""집을 나서면 우리 모두가 한 몸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느냐? 내 명예가 더러워지는 게 너한테 무슨 득이 된다고 그러냐? 정말 한심하구나."소설아는 말을 마치고 초대장을 든 채 곧장 장공주부 대문으로 향했다.소명주는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어서 따라가자!"초대장이 없으면 그들은 대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장공주부의 관리 부인이 초대장을 받아 들고 소설아 뒤에 줄줄이 선 사람들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소 아가씨, 초대장에는 아가씨 한 분만 초대되어 있는데 이분들은 누구십니까?"소설아는 살짝 몸을 돌려 뒤에 선 민씨를 바라보았다.민씨가 앞으로 나서며 봉투를 건넸다."이보게, 나는 설아의 어머니고 이 아이들은 설아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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