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각로의 기준이 워낙 높은 탓이겠지.’장공주는 속으로 생각했다.귀한 아들을 굳이 각로의 자리에 견줄 만큼 엄격하게 키울 필요는 없었다. 그저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했다.“네 효심은 이 어미가 누구보다 잘 안단다. 혹여 마음에 드는 규수가 생기면 언제든 말하거라. 우리 가문은 굳이 문벌이나 집안을 따지지 않으니, 성품만 바르다면 누구든 상관없다.”서경수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어머니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자, 경수 너도 이만 나가 또래들과 어울려 놀아라. 나는 잠시 쉬어야겠구나.”장공주는 두통 때문에 평소 햇볕을 오래 쬐지 못했다. 매일 이맘때면 처소로 돌아가 침을 맞으며 몸을 추슬러야 했다.“어머니, 옥체가 이토록 불편하신데, 자식 된 도리로 어찌 한가롭게 놀러 다닐 수 있겠습니까. 곁에서 탕약을 들게 해 주십시오.”아들의 갸륵한 말에 장공주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볼수록 기특하고 효심 깊은 아들이었다.그녀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을 밖으로 내몰았고, 서경수는 마지못한 척 아쉬운 얼굴로 물러났다.장공주부를 나온 서경수는 곧장 태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태자는 오래전부터 그를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었다. 서경수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태자의 시종이 다가와 그를 태자 앞으로 안내했다.“경수야, 마침 네 이야기를 하던 참인데 마침 잘 왔구나.”태자는 경수를 빤히 바라보았다.“경수야, 이쪽은 내 아우들이란다.”서경수가 두 황자에게 예를 갖추었다.“삼황자 전하, 구황자 전하를 뵙습니다.”삼황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경수야, 사석에서는 편하게 사촌 형님이라 부르거라. 한 집안사람끼리 그리 딱딱할 것까지야 있겠느냐.”가벼운 담소가 오가던 중, 서경수의 시선이 문득 추영우에게 머물렀다.“형님, 그런데 얼굴이 왜 이리 붉으십니까? 날이 더워 그런 모양인데, 사람을 시켜 얼음을 가져오게 하겠습니다.”추영우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높고 반듯한 콧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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