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100 チャプター

제71화

추영우가 고개를 들었고,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긴 속눈썹에 가려져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집안 어른도, 남자 형제도 오지 않고 어린 낭자만 보낸 걸 보니, 오라버니와 사이가 아주 각별한 모양이구나.""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소설아가 덤덤하게 미소 지었다."오라버니와 저는 사이가 아주 나쁩니다. 틈만 나면 저를 구박하고 매질하곤 했으니까요."추영우는 순간 멍해졌다.예상치 못한 대답에 준비해둔 말이 막혀버렸지만 그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방식을 바꾸면 인간 본연의 어두운 면을 끌어낼 수 있었다."그렇다면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겠구나.""네, 전하.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오기 싫은데 왜 왔느냐?"추영우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보나 마나 강요에 못 이겨 왔을 터였다.'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속앓이가 꽤 심했나보군.'그는 그런 일을 돕는 것을 가장 즐겼기에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다.소설아는 고개를 숙였다."말하기 두렵습니다."추영우는 기분이 좋아졌다."안심하고 말하거라. 내가 지켜줄 테니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소설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구황자 전하께서 미남이라는 소문을 듣고 얼굴을 뵈러 왔습니다."추영우가 되물었다."...잘생겼느냐?"소설아가 고개를 들었고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잘생기셨습니다."그녀의 시선은 산들바람처럼 그의 수려한 이목구비를 훑고 내려가 목덜미의 울대뼈에 잠시 머물렀다.추영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음산한 기운이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한 번만 더 쳐다보면 눈알을 파버리겠다."그는 피 묻은 고문 도구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알겠습니다."소설아는 겁먹은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눈을 내리깔고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이 마치 구황자의 미모를 되새기는 듯했다.추영우는 털을 세운 맹수처럼 기분이 묘해져 입을 닫았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이전의 고결하고 냉담한 모습으로 돌아갔다."위원후부가 그리 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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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소설아는 후부로 돌아오자마자 민씨에게 불려 갔다."어떻게 됐느냐? 구황자가 뭐라더냐? 물건은 받았느냐?"소설아가 답했다."구황자께서 물건과 은표를 받으셨습니다. 며칠 뒤에 오라버니를 풀어주겠다고 하셨는데, 다만..."민씨가 다급하게 물었다."다만 뭐냐?!""다만 매를 좀 맞아야 한답니다."소설아가 말을 이었다."구황자 전하께서 오라버니가 정신을 좀 차리도록 따끔한 교훈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민씨는 그제야 안심했다."차라리 그게 낫겠구나."위원후가 사람을 보내 알아본 결과, 다른 집안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곤장을 좀 맞고 며칠 뒤에 풀려난다니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행이었다."구황자가 너만 따로 남겨두었다면서?"민씨는 소설아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안색이 좋은 것을 보니 수모를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혹시 구황자 전하의 눈에 든 건가?'"네, 구황자 전하께서 저를 남게 하셔서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습니다.""무슨 이야기를 했느냐?""오라버니와 제 사이가 어떤지 물으셨습니다."민씨는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안색을 싹 바꾸었다."명심하거라. 너는 이미 원씨 가문과 혼약이 되어 있으니, 후부의 명예를 더럽히는 짓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소설아가 덤덤하게 대답했다."부인, 원씨 가문과의 혼인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 뜻대로 하게 해준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민씨가 꾸짖었다."두 가문의 정략결혼이 네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는 일인 줄 아느냐!"원씨 가문 쪽에서 사람을 바꾸는 데 동의만 했다면 진작 소명주를 시집보냈을 터였다.민씨는 그녀를 쏘아보며 덧붙였다."혹시 구황자를 꼬드긴 것이냐? 황자의 눈에 들면 원태준이 너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았더냐?"소설아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그녀가 당당하게 대꾸했다."부인님, 소명주와 원태준이 제 침상에서 뒹군 건 꼬드긴 게 아니고, 제가 세자를 구하라는 명을 받고 진무사에서 구황자를 만난 건 꼬드긴 것입니까?"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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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차라리 삼황자와 가까워질 방법을 찾는 게 낫습니다. 삼황자는 귀비의 아들이시고 태자와도 사이가 좋으니, 그분과 가까워지는 게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전생에 황위에 오른 이는 삼황자였다.민씨의 친정 조카딸 중 하나가 삼황자부의 첩으로 들어갔다가, 삼황자가 즉위한 뒤 빈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지금 미리 줄을 대어 삼황자와 인연을 맺어둔다면 후부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터였다.*민씨의 생신날, 소명주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이른 아침부터 후부 대문 앞에 서서 손님을 맞이했다.민씨의 생신이 지장보살의 탄신일과 겹쳐 평소 왕래가 없던 부인들도 많이 찾아왔다."지금 후부의 안살림을 명주 아가씨가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잔치도 명주 아가씨가 준비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안살림은 큰아가씨가 맡고 있지 않았습니까?""큰아가씨 성격이 워낙 오만하고 살림도 엉망이라 둘째 아가씨에게 넘겼다더군요.""그렇군요. 둘째 아가씨가 확실히 야무져 보이네요. 혹시 혼처는 정해졌습니까?"소명주는 이런 칭찬을 들으며 겸손한 척 대답했다."과찬이십니다. 언니도 살림을 잘했지만, 언니가 손을 떼겠다고 해서 제가 맡게 된 것뿐입니다.""아이구, 명주 아가씨는 겸손하기까지 하시네요. 아가씨의 재능은 누구나 다 아는걸요.""성품도 참 고우시니, 어느 집안이 아가씨를 며느리로 맞을지, 참 복도 많지요."단이는 이런 수군거림을 듣고 소설아를 위해 분개했다."큰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너무하십니다. 사사건건 아가씨를 깎아내리면서 자기를 높이다니, 사람이 어쩜 저럴까요!"소설아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걱정 말거라. 저러는 것도 얼마 못 갈 테니. 명주를 위해 준비한 큰 선물이 곧 도착할 것이다."무더운 여름이라 잔치는 물가 정자에 마련되었고, 무대도 호숫가에 설치되었다. 소설아는 일찌감치 무대 옆에 앉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소명지도 무대 옆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가 소설아를 보자 심술이 났다. 그녀가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설아 언니, 명주 언니는 눈코 뜰 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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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후부의 손님들은 구황자가 왔다는 소리에 사색이 되었고, 겁이 많은 몇몇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가겠다며 서둘렀다.위원후는 손님들을 안심시킨 뒤 곧장 소설아를 찾아냈다."이 못된 것! 네가 그날 구황자에게 무슨 소리를 했길래 구황자 전하께서 여기까지 오신 거냐?!"소설아 역시 구황자가 왜 왔는지 알 수 없었기에 겁을 주듯 말했다."후작님,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후작님께서 구황자 전하께 무슨 결례라도 범하신 건 아닌지 잘 생각해보시지요."위원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최근에 저지른 일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보더니 자식들을 노려보았다."너희들, 밖에서 허튼짓하고 다닌 건 아니겠지?!"소명주 일행이 대답하기도 전에 하인이 다시 보고했다."구황자 전하께서 이미 중문을 통과하셨습니다."위원후는 긴장하며 자식들에게 오늘은 제발 얌전히 있으라고 신신당부한 뒤 서둘러 마중을 나갔다."구황자 전하께서 왕림해 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추영우는 오늘 단 네 명의 금의위만 대동했다. 그중 둘이 들것을 메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바로 소명준이 누워 있었다.위원후와 민씨는 한심한 큰아들을 보자 그제야 안심했다.가산을 몰수하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데려다주러 온 것이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구황자가 그렇게 친절할 리가 없었다.추영우가 눈을 번뜩이며 사람을 내려놓으라고 손짓했다."부인님의 생신이 지장보살 탄신일과 같다 들었다. 부인님은 분명 복이 많은 분일 테니, 본왕도 그 복을 좀 나누어 받고자 왔다."결국 생일 잔치에 참석해 기쁨을 나누러 왔다는 뜻이었다.민씨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졌다.황자가 직접 복을 나누러 올 정도라니, 앞으로 자신의 생신 잔치에 더 지체 높은 부인들을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추영우는 달빛처럼 하얀 비단 도포를 입고 있었고, 햇빛 아래 비친 그의 피부는 매끄러운 윤기가 흘렀다.긴 속눈썹이 눈속의 살기를 가려주니 제법 맑고 깨끗한 분위기마저 풍겼다."본왕은 부인님과 안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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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며칠간 굶주린 소명준은 소설아를 원망 섞인 눈으로 노려보았다."어머니, 방금 구황자가 한 말 들으셨지요? 제가 이렇게 고초를 겪은 건 분명 소설아와 관련이 있습니다!"위원후가 꾸짖었다."닥치고 방에 가서 요양이나 하거라! 네 어머니와 동생이 간신히 쌓아 올린 후부의 명성을 네가 다 깎아먹었다!"본래 소명준이 잡혀간 건 비밀이었으나, 구황자가 직접 데려다주는 바람에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위원후는 화가 났지만 구황자를 욕할 수는 없으니 한심한 아들에게 화풀이했다."오늘부터 과거 시험 전까지 외출 금지다. 집에서 공부나 하거라!"이번에는 소명주도 말리지 않았다. 그녀 역시 오라버니가 공부를 좀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 생에는 변수가 많아 소명준이 낙방할까 봐 걱정이었다."아버지, 큰 오라버니가 잘못한 건 맞지만 언니도 너무합니다. 큰 오라버니를 구하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배신을 해서 이런 고초를 겪게 만들다니요."위원후는 소명주가 이번 기회에 소설아의 평판을 깎아내리려 한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소설아는 후부의 양녀이면서 은혜를 갚기는커녕 외부인과 짜고 큰 오라버니를 해쳤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소설아는 평생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야 할 터였다.하지만 위원후는 조금 망설였다.소설아가 정말 구황자의 눈에 든 것이라면 후부에도 이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소명주가 덧붙였다."아버지, 만약 구황자가 언니를 감싸준다면 그건 전하께서 언니를 정말 아끼신다는 뜻이겠지요.""허나 전하께서 모른 척하신다면 사람들은 큰 오라버니를 동정하고 언니만 비난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후부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고요.""저도 언니의 명성을 깎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정말 너무했습니다. 큰 오라버니가 죽을 뻔했잖습니까."위원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무대 옆, 구황자가 앉은 자리에는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듣자하니 양녀라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던데?"추영우가 물었다."전하, 누구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저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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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소설아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소문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는 듯했다.추영우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서렸다."소문을 잠재울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소설아가 담담하게 웃었다."전하께서는 제가 당황해서 허둥지둥 변명하러 다니는 꼴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추영우가 건성으로 눈썹을 까딱였다."당연하지 않느냐? 여인에게 명예는 목숨과도 같은 것을."소설아가 당당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이건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니까요."실제로 그녀가 의도한 일이었다."제가 전하와 공모한 것을 잊으셨습니까?"추영우는 이런 여자를 처음 보았다. 물기를 머금은 듯한 눈동자로 구석구석을 훑어 내리는데, 그 눈빛에는 상대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했다.소설아는 화려한 얼굴을 가졌으면서도 눈빛은 맑고 담백했다. 아양을 떨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그 모습이 마치 깊은 우물 속에 담긴 옥 같았다.온화하고 차가우면서도 속을 알 수 없었다."재미없군."사람에겐 누구나 약점과 욕망이 있고,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분노하거나 변명하기 마련이다.하지만 소설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았다.추영우가 생각하더니 말했다."너는 마치... 솜 뭉치가 사람이 된 것 같구나."남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그녀는 태연자약했다.소설아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전하, 저도 괴롭힘을 당하면 아주 혹독하게 되돌려준답니다."갑자기 흥미가 생긴 추영우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본왕이 지켜보마. 이 솜 뭉치가 어떻게 되돌려주는지."소설아가 눈을 깜빡였다."전하, 공짜로 보시려는 겁니까?"추영우가 눈썹을 치켜떴고, 고귀한 얼굴에 탐구심이 서렸다."너에게도 욕망이라는 게 있었구나. 말해 보거라, 무엇을 원하느냐?"'여인들이 바라는 것이래 봐야 보석이나 좋은 혼처, 혹은 미워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 정도겠지.'소설아가 답했다."말하기가 좀 쑥스럽습니다.""말해보거라. 본왕이 죄를 묻지 않겠다."추영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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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구황자는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소명주는 그 광경을 보고도 전혀 부럽지 않았다.저 미친 황자와 엮였다가는 마지막에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민씨가 참지 못하고 소설아를 불러들였다."몸에 차던 옥패까지 주었는데도 꼬드긴 게 아니라고? 말해보거라, 어떻게 꼬드긴 것이냐? 지금 어디까지 진도를 나간 것이냐?!""명준이의 상처는 또 어떻게 된 일이고! 네가 일부러 구황자를 불러서 명주의 기를 죽이려고 한 것이냐?!""정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조용히 구황자를 홀려놓았구나!"소설아는 쏟아지는 질문에도 차분하게 대답했다."부인님, 질문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민씨가 위원후를 쳐다보자, 위원후가 입을 열었다."너와 구황자는 대체 무슨 사이냐?"만약 소설아가 정말 구황자의 눈에 든 것이라면 원씨 가문과의 혼사는 어떻게든 물러야 했다.원씨 가문이 아무리 권세가 있어도 황자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하지만 원씨 가문에는 정실부인으로 가는 것이고, 구황자에게는 잘해봐야 첩일 텐데...원씨 가문과의 혼약은 소명주로 대체하면 그만이니 상관은 없었다.소설아가 덤덤하게 답했다."아무 사이도 아닙니다.""아무 사이도 아닌데 옥패를 준단 말이냐?!"위원후가 더 추궁하려는데, 오 어멈이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부인님, 후작님, 아가씨! 큰일 났습니다. 대문 앞에 난리가 났습니다!"민씨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냐?""상인들이... 돈을 갚으라고 몰려왔습니다!"민씨가 고개를 돌려 소명주를 노려보았다."무슨 돈 말이냐?"소명주는 안색이 변했지만 강한 척 대답했다."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후부의 일상 지출은 대부분 외상으로 처리하고 반년에 한 번씩 결제하곤 했다.소설아가 안살림을 맡았을 때는 상인들이 8월 초에나 찾아왔는데, 아직 7월 말인 지금 왜 벌써 온 것인지 의문이었다.민씨는 향료 가게에서 번 돈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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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빚을 졌으면 갚는 게 당연한 이치거늘, 둘째 아가씨께서 큰소리칠 처지가 아니십니다. 어서 돈부터 갚으시지요!""예전에 큰아가씨 때는 7월 25일이면 미리 연락을 주셔서 돈을 받으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장부도 깔끔했고 저희를 대하는 태도도 깍듯하셨지요. 그런데 이번엔 연락도 없으니 저희가 직접 온 것 아닙니까!""어서 정산해주십시오. 안 그러면 앞으로 어느 가게도 위원후부와 외상 거래를 하지 않을 겁니다!"점주들이 문 앞에 모여 웅성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소명주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향료 가게 점주가 또 달려왔다."아가씨, 환불하러 온 사람들이 또 늘었습니다!"소명주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저질 향료는 다 바꿨는데 왜 또 환불한다는 것이냐?"점주가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관리인들 말로는 예전에 쓰던 그 향이 아니랍니다. 각 댁의 어르신들이 예전 향에 익숙해져서 이건 가짜라고 난리입니다.""이번에는 최고급 재료만 썼으니 물건 자체는 진짜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조향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소명주가 미간을 찌푸렸다."조향사들은 뭐 하는 것이냐? 내가 준 비법대로 만들지 않았느냐?!"이런 큰 책임을 뒤집어쓸 수는 없었던 두 조향사도 달려왔다."아가씨, 저희는 아가씨가 주신 비법대로 정확히 만들었습니다! 조향사를 백 번 바꿔도 이 비법으로는 이 향밖에 안 나옵니다!""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만들어 보시든가요!"고관대작 집안의 관리인들도 몰려들었다."아가씨, 이 향은 예전과 전혀 다릅니다. 두 번이나 샀는데도 다 꽝이니, 우리 주인님께 죽도록 맞을 뻔했다고요!""예전 물건을 내놓든가 아니면 은자로 돌려주십시오!"소명주는 들어온 대금을 전부 새 향료를 사는 데 써버려서 지금 당장 돌려줄 돈이 없었다. 그녀는 향료 가게에서 수익이 나면 상인들에게 빚을 갚을 생각뿐이었다.사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자 소명주는 머리가 핑 돌았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마침 밖으로 나온 민씨와 위원후는 대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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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소명주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못 하자, 한 상인이 끼어들었다."둘째 아가씨가 벌써 가게를 세 개나 팔았는데, 돈이 없으면 가게를 더 팔면 될 것 아닙니까!"민씨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난번에 받은 3천 냥이 가게를 판 돈이었다는 것을."장부를 가져와라. 빚이 총 얼마냐? 환불해줘야 할 금액은 또 얼마고?"오늘은 민씨의 생신이다. 생살을 깎는 심정일지언정 어떻게든 이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점주가 미리 계산해온 장부를 내밀었다."비단 가게 3천 냥, 쌀 가게 2백 냥, 혈연 5천 냥, 얼음 1천 냥..."일상 지출만 총 1만 3천 냥이었다.여기에 고관대작 집안에 환불해줘야 할 향료 대금이 5천 냥까지 합쳐서 총 1만 8천 냥이었다.민씨가 소명주의 손목을 꽉 쥐었다."장부에 남은 돈은 얼마냐?"소명주가 답했다."2천 냥도 안 됩니다 어머니, 향료 가게에서 수익이 나면 바로 갚으려 했는데, 향료 비법에 문제가 생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민씨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종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이 정도면 자신의 원금 2만 냥도 건지지 못할 판이었다.돈을 목숨처럼 아끼는 민씨에게 2만 냥을 날린다는 것은 살점을 도려내는 고통과 같았다.민씨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어머니!! 어머니!!"소명주가 소리쳤다."이 고약한 놈들! 너희 때문에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지 않느냐! 당장 꺼지거라!""아가씨, 부인님께서 쓰러지신 건 우리 때문이 아니라 아가씨 때문입니다!""안살림을 맡은 지 두 달도 안 돼서 집안 재산을 다 거덜 내다니!""그러게 말입니다. 예전 큰아가씨 때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그 잘나가던 향료 가게들도 큰아가씨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는데, 둘째 아가씨 손에 들어가자마자 망하게 생겼으니!""쯧쯧! 후작님과 부인님도 참 보는 눈이 없으시지. 저런 무능한 자식에게 안살림을 맡겨서 망하게 두다니!"위원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명주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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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추영우는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차를 마셨고, 나른하게 눈을 뜨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나마 만족스럽군."소설아가 그를 무심히 바라보며 물었다."전하, 아직도 제가 솜 뭉치 같으십니까?""솜 속에 바늘을 감췄구나."추영우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을 바꿨다."아니, 칼을 숨겼다고 해야겠지. 그 칼날이 꽤나 날카롭구나."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포를 가볍게 털었다.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온화해 보였으나, 눈가에 서린 냉기는 그를 세상과 동떨어진 고결한 존재로 보이게 했다."오늘부터 너는 내 사람이다."구경을 마친 추영우는 부하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그는 다음 집안의 가산을 몰수하러 가야 했다.소설아는 추영우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구황자 앞에서는 늘 무언가에 억눌린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고, 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이런 소동이 벌어졌음에도 생신 잔치는 계속되었다. 선물을 가져온 손님들은 아무도 떠나지 않고 남아서 밥을 먹으며 공연을 구경했다.춘경원 별채 안.민씨는 정신을 차렸으나 여전히 기력이 없었고, 그녀는 평상에 누워 차가운 얼굴로 소명주를 외면했다.위원후가 명했다."가서 큰아가씨, 큰 도련님, 둘째 도련님, 셋째 아가씨를 다 불러와라!"하녀가 나가려 하자 위원후가 다시 불러 세웠다."월 이낭도 불러오거라!"소설아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놀라지 않고 불려 갔다."이제 어쩔 셈이냐?"위원후의 시선이 자식들의 얼굴을 훑더니 소설아와 문월에게 머물렀다.의도는 뻔했다. 소설아와 문월의 돈으로 이 구멍을 메우려는 속셈이었다.문월은 고개를 숙인 채 본분을 지켰고, 소설아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소명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일단 은자를 내서 상인들부터 돌려보내야 합니다."위원후가 콧방귀를 뀌었다."1만 냥이 넘는 은자가 어디서 난단 말이냐?!"지난번 소명준을 구하기 위해 쓴 3천 냥과 홍보석 분재도 위원후의 개인 금고에서 나간 것이었다.위원후는 소설아와 문월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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