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 마마, 제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습니다.”소명주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채여진은 남몰래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 역시 상대가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쪽은 자신이었기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거라.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니, 내 고모님께 잘 말씀드려 너에게 하사품을 내리시도록 하마.”양비 마마가 내리는 하사품이라면, 고작 귀인인 그녀가 내리는 것보다 훨씬 체면이 설 터였다.소명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성은에 감사했다. “귀인 마마, 감사합니다.”감사를 표한 소명주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제가 꿈에서 서북 지역에 지룡(地龍: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피해가 무척 심각하여 폐하께서도 크나큰 근심에 잠기셨습니다.”전생에 황제는 삼황자를 파견해 구제에 나서게 했다. 삼황자는 이재민을 구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탐관오리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여, 압류한 장물과 은자로 백성들의 가옥과 도로를 수리했다. 조정의 국고를 한 푼도 축내지 않고 큰일을 해낸 셈이었다. 삼황자의 이 같은 쾌거에 백성들은 연신 칭송을 아끼지 않았고, 그에게 만민기(萬民旗:백성들이 칭송의 뜻을 담아 바치는 깃발)까지 바쳤다. 황제는 이를 몹시 흡족해하며 삼황자를 한층 더 중용했다. 한동안 삼황자의 기세는 비할 데가 없었고, 조정 내에서 그의 위상은 태자를 억누를 정도였다.소명주는 지룡이 일어난다는 사실만 말했을 뿐, 삼황자와 관련된 일은 일절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 일을 기회 삼아 삼황자에게 줄을 댈 속셈이었다.*한편 양비는 본전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뼈마디 하나 없이 나긋나긋한 그 자태는 마치 부드러운 비단결과 같았다.곁에서 궁녀가 가볍게 다리를 주무르며 물었다. “양비 마마, 채 귀인 쪽에서 또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를 불러들였다 합니다. 사람을 보내 지켜보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양비가 몸을 살짝 틀자 허리와 등선이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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