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บทที่ 331 - บทที่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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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소명주는 입궁하기 전에 원씨 가문에 먼저 소식을 전했다.명씨는 마침 위원후부에서 보낸 혼수 목록을 훑어보고 있었다. “향로 가게도 있다니. 이것저것 다 합치면 수만 냥은 족히 되겠어. 위원후가 딸아이를 꽤나 아끼는 모양이네.”명씨 곁에 있던 여 어멈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장차 큰며느님이 되실 아가씨께서 귀인의 은총을 입어 입궁하시는 일이 잦다더니, 이번에도 양비 마마의 친명을 받아 또 가신다 하지 않습니까. 과연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가 큰 아가씨보다 훨씬 낫습니다.”명씨는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가서 이 혼수 목록을 노부인께 보여드리거라. 소씨 가문 둘째가 귀인을 뵈러 입궁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하고.”여 어멈이 목록을 받아 들며 말했다. “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노부인께서도 부인께서 며느리를 참 잘 고르셨다며 흡족해하실 겁니다. 허나 부인, 명심 아가씨는 어찌할까요?”명심은 원씨 가문에 이토록 오래 머물렀으니, 이대로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명씨는 친 조카딸을 떠올리며 안쓰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당연히 우리 심이는 귀첩으로 들여야지.”“이제 막 혼인해 들어오는 길인데,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 쪽에서 동의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명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아이가 시집오기만 해 봐라. 내 기꺼이 동의하게 만들 방법이 백 가지도 넘게 있으니.”“궁에 계신 귀인 마마께서 아가씨의 뒷배가 되어주실까 봐 염려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명씨는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내가 평소에 궁에 드나드는 것도 아닌데, 궁 안 귀인의 손길이 어찌 여기까지 닿겠느냐.”*소명주는 다시 입궁하는 길이라, 지난번보다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귀인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일어나거라.”채여진의 안색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의 발진은 가라앉아 예전의 미모를 되찾았고, 차림새도 몹시 화려했다. 주변에는 태감과 궁녀들이 여럿 둘러서 있어, 부귀함과 동시에 황실 특유의 위엄마저 배어 나왔다.허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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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귀인 마마, 제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습니다.”소명주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채여진은 남몰래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 역시 상대가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쪽은 자신이었기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거라.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니, 내 고모님께 잘 말씀드려 너에게 하사품을 내리시도록 하마.”양비 마마가 내리는 하사품이라면, 고작 귀인인 그녀가 내리는 것보다 훨씬 체면이 설 터였다.소명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성은에 감사했다. “귀인 마마, 감사합니다.”감사를 표한 소명주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제가 꿈에서 서북 지역에 지룡(地龍: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피해가 무척 심각하여 폐하께서도 크나큰 근심에 잠기셨습니다.”전생에 황제는 삼황자를 파견해 구제에 나서게 했다. 삼황자는 이재민을 구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탐관오리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여, 압류한 장물과 은자로 백성들의 가옥과 도로를 수리했다. 조정의 국고를 한 푼도 축내지 않고 큰일을 해낸 셈이었다. 삼황자의 이 같은 쾌거에 백성들은 연신 칭송을 아끼지 않았고, 그에게 만민기(萬民旗:백성들이 칭송의 뜻을 담아 바치는 깃발)까지 바쳤다. 황제는 이를 몹시 흡족해하며 삼황자를 한층 더 중용했다. 한동안 삼황자의 기세는 비할 데가 없었고, 조정 내에서 그의 위상은 태자를 억누를 정도였다.소명주는 지룡이 일어난다는 사실만 말했을 뿐, 삼황자와 관련된 일은 일절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 일을 기회 삼아 삼황자에게 줄을 댈 속셈이었다.*한편 양비는 본전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뼈마디 하나 없이 나긋나긋한 그 자태는 마치 부드러운 비단결과 같았다.곁에서 궁녀가 가볍게 다리를 주무르며 물었다. “양비 마마, 채 귀인 쪽에서 또 소씨 가문 둘째 아가씨를 불러들였다 합니다. 사람을 보내 지켜보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양비가 몸을 살짝 틀자 허리와 등선이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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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소명주는 황궁에서 돌아오자마자 쉴 틈도 없이 원씨 가문에 기쁜 소식을 전했다.원씨 가문은 혼례 당일 양비 마마의 하사품이 내려올 뿐만 아니라, 소명천을 진맥할 태의까지 청해 모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소명주를 다시 보며 한층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위원후부.“태의께서 오셨습니다!”“후작 나으리, 태의께서 당도하셨습니다!”소명주가 후부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의가 찾아왔다.태의가 오자 위원후가 친히 버선발로 마중을 나갔다. 민씨도 여러 자녀를 거느리고 곁에 배석했으며, 심지어 서재에 틀어박혀 글공부만 하던 소명준마저 끌려 나왔다.위원후가 사람을 시켜 소설아를 부르려 했으나, 소설아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후부 전체가 당장이라도 오색등을 달고 징과 북을 치며 태의를 맞이할 기세였다. 그 극성에 태의는 도리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저 진맥을 보러 왔을 뿐인데, 이 가문 사람들은 마치 황제를 맞이하는 양 유난을 떨고 있었으니 말이다.“태의 나으리, 부족한 자식의 상처를 부디 정성껏 살펴 주십시오.”평소 인색하기 짝이 없던 위원후가 이번에는 웬일로 태의에게 쥐여줄 두둑한 은자가 든 붉은 봉투까지 준비했다.하지만 태의는 연신 손사래를 치며 극구 거절했다. “후작 나으리,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양비 마마께서 절대 진찰비를 받지 말라 친히 하명하셨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둘째 도련님의 상처는 제가 정성을 다해 살펴볼 것입니다.”“그렇다면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위원후는 태의에게 인사를 마치자마자 일가족을 이끌고 황궁이 있는 방향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이 모든 것이 양비 마마의 크나큰 은혜 덕분이니, 마땅히 마마께 깊은 감사를 올려야 할 것이다.”소명천은 비록 다리 탓에 무릎을 꿇지는 못했으나, 곁에서 고개를 숙여 함께 예를 표했다.나란히 무릎을 꿇고 늘어선 후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태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이 집안사람들은 필시 다들 단단히 병이 든 게로군.'위원후는 소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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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아무리 그래도 다리가 성치 않아 남의 손에 실려 다니는 처지에, 삼황자를 따라 떠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둘째 오라버니, 전생의 재해를 구제하던 일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계십니까?”소명천은 소명주보다 훨씬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서북 지역에 지룡이 일어나 그 일대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본래 폐하께서는 태자를 보내 구제를 맡기려 하셨다.허나 태자비가 난산을 겪은 데다 황장손의 몸마저 약해, 어린 자식의 안위가 걱정된 태자가 먼저 임무를 고사하는 바람에 그 일이 삼황자에게로 떨어진 것이다.듣자 하니 당시 삼황자는 이 임무가 고생만 하고 좋은 소리는 못 듣는 일이라 여겨 떠날 때 내심 못마땅해했다고 한다.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소명주가 미리 귀띔해 준 덕분에 황장손이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십중팔구 태자가 이 임무를 받아들일 터였다. 그렇게 되면 삼황자에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소명주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오히려 잘된 일 아닙니까!”“우리가 미리 삼황자 전하께 귀띔하여 구제 임무를 쟁취하시라 부추기는 겁니다. 훗날 전하께서 구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폐하의 치하를 받게 되시면, 우리가 당당한 일등 공신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소명천이 맞장구를 쳤다. “과연 우리 명주는 지혜롭구나! 허나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삼황자 전하께 다가가는가 하는 것이다.”소명주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둘째 오라버니, 잊으셨습니까? 외가 영설 언니가 삼황자 전하의 시첩이지 않습니까...”*소설아가 후부에 돌아왔을 때도, 태의가 방문한 일로 들뜬 후부의 열기는 채 가시지 않고 있었다.“그깟 태의 한번 모셔 온 게 대수라고요? 둘째 아가씨는 지금 약신 마마가 현세에 강림하시기라도 한 양 추앙받고 있답니다.”수희가 소설아에게 실감 나게 전했다.“들리는 말로는 후작님께서 천배취에 연회상까지 성대하게 차려 놓고는, 벗들에게 우리 후부에 태의가 왔었다며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합니다!”참으로 위원후다운 행동이었다. 후부의 체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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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며칠 뒤, 소명주는 민영설에게 방문하고 싶다는 서신을 보냈다.민영설의 답장에는 단 네 글자만 적혀 있었다. “오지 마라.”민영하는 민영설에게 소명주가 삼황자에게 청탁할 일이 있어 그러는 것이니 절대 상대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민영설은 한낱 작은 시첩에 불과했고, 총애를 받지도 못하는 터라 굳이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아예 만나지 않기로 한 것이다.민영하는 민영설에게 소명주의 험담을 잔뜩 늘어놓았고, 그로 인해 민영설은 소명주에 대해 몹시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소명주가 몇 번이나 서신을 보냈지만, 민영설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다급해진 소명주가 민씨를 찾아갔고, 민씨가 친정으로 가 오라비에게 부탁하고 나서야 드디어 민영설 쪽에서 방문해도 좋다는 답이 왔다.삼황자부로 가는 날, 소명주는 동이 트기도 전부터 일어나 화려하게 치장했고, 외출하기 전 먼저 의란거에 들렀다.의란거의 작은 서재는 이미 수리가 끝난 상태였고, 소설아는 그곳에 성가신 것을 피하는 곳이란 뜻인 피전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소명주가 왔을 때 소설아는 피전관에서 향을 조합하고 있었고, 서재 전체에 은은한 향기가 맴돌고 있었다.“언니의 영특함은 정말이지 탄복할 만하네요.”소설아가 소명주의 혼수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한 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제법 누그러져 있었다.소명주는 완성된 향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속으로는 꿀을 삼킨 듯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이 값비싼 보물들이 훗날 모두 자신의 차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소설아가 그녀를 힐끗 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니?”소명주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제가 오늘 삼황자부에 가는데, 언니도 같이 갔으면 해서요.”소설아는 하던 일에 계속 몰두하며 대답했다. “바빠서 못 간다.”소명주는 소설아의 맞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언니, 다 언니 좋으라고 하는 말이에요.”소설아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소명주가 자신을 위할 리가 없었다. 삼황자부에 가려는데 손에 들고 갈 변변한 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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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소명주는 잔뜩 들뜬 마음으로 삼황자부에 도착했다.문지기가 기다리라 하여 꼬박 두 시진을 서성인 끝에야, 회색 적삼을 입은 어멈 하나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민영설의 처소에 도착했지만 정작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어린 하녀 하나만이 소명주를 맞이했다.“아가씨, 참 공교롭네요. 저희 부인께서 내내 왕비 마마의 시중을 드시다가 간신히 돌아오셨는데, 몹시 피곤하시다며 방금 잠자리에 드셨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이쯤 되면 눈치껏 물러나는 것이 마땅했으나, 소명주는 영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뻔뻔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하녀는 그런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차 한 잔 내오지 않은 채, 그저 우두커니 기다리게만 내버려 두었다.소명주가 다시 한 시진을 더 기다린 끝에야, 마침내 민영설이 모습을 드러냈다.소명주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민영설이 먼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명주야, 나는 한낱 보잘것없는 시첩일 뿐이다. 자식도 없고 총애도 받지 못해 이름조차 황실 옥첩에 오르지 못했단다. 너를 바로 들이지 못한 것도, 부내 하인들이 너를 홀대할까 염려해서였다. 나 하나 홀대받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너까지 어찌 이런 고생을 사서 하려 드느냐.”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황자부에서 아무런 권세도, 의지할 세력도 없이 힘겹게 지내고 있으니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었다. 결국은 헛걸음했으니 돌아가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그러나 소명주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영설 언니, 제게 좋은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이 사실만 삼황자 전하께 전해 주시면, 일이 성사된 뒤에는 분명 전하의 크나큰 총애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오랫동안 홀대를 받으며 기다린 탓에, 소명주는 뜸을 들일 여유도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지룡과 이재민 구재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민영설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 사촌 동생은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 허풍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었다.지룡 운운하는 것부터가 터무니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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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주모운은 소박한 빛깔의 직철을 걸치고 있었다. 비단으로 만든 옷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깃은 여러 번 세탁해 색이 바랬고 소맷부리도 닳아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바느질 솜씨 역시 그리 정교하지는 않았다.그는 체격이 다소 마른 편이었고 이목구비도 준수했지만, 세가의 도련님들과 비교하면 귀티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꼿꼿이 편 등줄기에서는 선비다운 기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소명지는 그를 보자마자 콧대를 치켜세우며 쏘아붙였다.“도망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제 비단신을 물어주겠다고 해놓고선 코빼기도 안 비치시더군요.”주모운은 공손히 읍을 하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제가 한 약속을 어찌 저버리겠습니까. 근래에는 집에서 독서에 전념하느라 외출을 삼가며, 줄곧 아가씨께서 찾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소명지는 그의 말을 들은 둥 만 둥 문안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 의도를 눈치챈 주모운은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나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집안에 어른이 계시지 않아 아가씨를 안으로 모시기가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차라리 다방로 가 차 한 잔 대접해 드리는 것도 괜찮겠습니까?”겉으로는 예의를 갖춘 말이었지만, 실은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감추려는 속셈이었다. 그가 빌려 사는 곳은 여러 사람이 함께 방을 나눠 쓰는 거처였다. 집 안은 비어 있다시피 했고, 정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손님을 맞이할 형편이 아니었다.세 사람은 곧 다방에 도착했다.규연은 점원을 불러 말했다.“아늑한 별실로 안내하거라.”점원이 공손히 답했다.“별실은 최소 은전 다섯 냥 이상 주문하셔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규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겨우 다섯 냥 때문에 그러느냐? 얼른 안내하거라.”바로 그때 주모운이 불쑥 말을 받았다.“아가씨, 남녀유별이라 하였으니 별실은 아무래도 적절치 않은 듯합니다. 그냥 대청에 앉으시지요.”그러고는 소명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점원을 향해 말했다.“이보게, 대청이면 충분하니 창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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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향로 한 병의 가격은 그들 집안의 이삼 년 치 생활비와 맞먹는 금액이었다. 만약 자신들에게도 향로 가게가 하나 있다면, 형편이 얼마나 나아질까.주모운의 고향은 외진 곳이었다. 그는 그 일대에서 처음으로 배출된 선비였기에, 마을 전체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현으로 나갔을 때만 해도 어디를 가든 ‘선비 나으리’라 불리며 존경받았다.하지만 경성에 발을 들인 순간, 그는 뼈저린 현실을 깨달았다. 이곳에서는 선비가 발에 차일 정도로 흔했고, 자신은 집안 배경은 물론 학식마저 다른 이들보다 부족했다.세가의 도련님들은 어려서부터 명사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 시문과 서화에 능했고, 고사성어를 입에 올리는 데도 막힘이 없었다. 옷은 몇 번 입으면 새것으로 갈아입었고, 허리에 찬 옥대 장식 또한 때마다 바꾸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반면 자신은 고작 두 벌뿐인 옷을 번갈아 입느라, 어느새 옷깃이 다 해지고 있었다.‘대체 나는 왜 저런 도련님들처럼 살 수 없는 걸까!’주모운은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소명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이 향로 장사가 소씨 아가씨 댁의 사업이란 말입니까?”소명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주모운은 더욱 인내심을 발휘했다. 말끝마다 그녀의 마음에 들 만한 칭찬을 섞으며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갔다.“당연하죠! 제 큰 언니가 하는 사업이에요. 처음에는 언니가 그저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이었는데, 장공주 마마께 올린 뒤 그것을 본 귀부인들이 너도나도 사고 싶어 해서 결국 가게까지 내게 된 거랍니다.”소명지는 마치 자신이 향로를 직접 발명한 사람이라도 된 듯 콧대를 세우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소씨 가문 큰 아가씨께서 아가씨를 참으로 아끼시나 봅니다. 혼수로 가게까지 내어주시다니요.”“그럼요. 큰 언니가 저를 얼마나 아끼는데요.”소명지는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예전의 소설아는 자신에게 목숨마저 내어줄 정도로 모든 것을 맞춰 주었다.‘언제부터 달라진 거지?’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소명주가 돌아온 뒤부터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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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원태준과 소명주의 혼례 초대장이 큰아버지 댁으로 배달되었다.큰아버지는 몹시 분개하며 탁자를 치고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사람을 기만해도 유분수지! 원태준은 본디 설아의 정혼자가 아니었더냐? 어찌 소명주와 혼인한다는 것으로 바뀐 게야? 소천수가 정말 너무하는구나. 세상에 어떤 부모가 저리도 편애를 한단 말이냐?! 가게를 빼앗더니, 이젠 노부인께서 정해주신 정혼자까지 빼앗으려 들다니! 내가 가주를 찾아가서 직접 나서달라고 하마. 이 혼사를 다시 돌려놓고야 말 테다!”이부시랑 가문의 적장자는 큰아버지가 보기에 더없이 훌륭한 혼처였고, 소설아로서는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민씨 부부가 소명주를 편애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혼사까지 가로채는 것은 정말 너무한 처사였다.이는 여인의 일생이 걸린 중대사가 아니던가!소명남이 그를 막아섰다.“아버지, 소란 피우지 마시고 설아의 말부터 들어보시지요.”소설아가 다가가 달랬다.“큰아버지, 진정하세요. 제가 원하지 않아서 파혼한 겁니다. 원태준이 진작부터 소명주와 눈이 맞은 것도 문제지만, 원 부인 또한 만만한 성품이 아니고 원태준의 사촌 여동생인 명심은 더더욱 성가신 아이랍니다. 그런 집안에 시집가는 것이야말로 사서 고생하는 길이지요. 큰아버지, 큰어머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소명남 역시 거들었다.“설아는 주관이 뚜렷한 아이입니다. 만약 이 혼사를 원했다면 소명주가 빼앗아 가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아버지, 어머니. 괜한 걱정 마십시오.”큰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상대는 이부시랑 댁 장자가 아니냐!”육부 중 이부가 가장 으뜸이고, 이부는 백관의 고과를 관장하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고관대작이 널린 경성에서도 이런 집안은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한 혼처였다.“가문이 너무 차이 나면 좋은 짝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훗날 저희가 설아를 더 아껴줄 수 있는 훌륭한 혼처를 찾아주면 되지 않겠습니까!”소명남과 소설아가 한참을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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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그때 민씨가 몸이 좋지 않아, 나와 위원후께서 직접 널 데리러 갔었지. 그런데 후작께서는 그 쪽지를 건네받고는 쓱 한번 보시더니 찢어버리셨단다. 노부인께는 말씀드리지도 않았고.”소설아는 멍해졌다. “정말요? 저한테도 제 진짜 생일이 있었군요?”큰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고말고. 그 쪽지를 비록 한 번밖에 못 봤지만 아주 똑똑히 기억한단다. 명남이 생일과 딱 사흘 차이가 났거든.”그녀가 그토록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단지 소명남의 생일과 사흘 차이가 나서만이 아니었다. 글씨체 또한 무척이나 유려하여, 한눈에 보아도 부유한 가문의 아가씨가 쓴 것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쪽지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고, 설아의 사주팔자가 적혀 있었으며, 마지막에는 '부디 좋은 분이 설아를 잘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게다가 쪽지 위로 눈물이 번진 자국이 있었던 걸 보면, 아마도 설아의 친모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남모를 사연이 있었던 터였다.소설아가 말했다. “사흘 차이라면, 기다렸다가 둘째 오라버니 생일 때 같이 챙기는 게 어떨까요?”“그게 무슨 소리냐! 생일 잔치를 어찌 같이 치른단 말이냐. 생일은 당연히 제각각 챙겨야 하는 법이다. 게다가 다 큰 사내자식이 무슨 생일잔치람?”큰어머니가 보따리 하나를 건넸다. “이건 내가 널 위해 지은 길복(吉服: 좋은 날 입는 예복)이다. 향을 쐬는 일은 내가 잘 모르니, 네가 좋아하는 향을 피워 배게 하렴. 내일 아침 일찍 갈아입고 일찌감치 건너오너라.”소설아는 길복을 받아 들자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내일이 바로 자신의 진짜 생일이었다. 더는 소명주와 같은 날을 쓰지 않아도 되는, 오롯이 자신만의 생일.보통 규수들의 생일에는 미리 길복을 준비하는데, 대개 살구색이나 분홍색 비단에 연꽃 덩굴이나 박쥐 무늬를 수놓고 미리 향을 쐬어 둔다. 아침에 일어나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걸을 때마다 옷자락에서 향긋한 바람이 일곤 했다.큰어머니가 주신 길복은 바느질이 촘촘하고 정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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