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Kabanata 131 - Kabanata 140

340 Kabanata

제131화

월 이낭은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몸에는 얇은 가운 한 벌만 걸친 상태였다. 회임한 뒤로 원래 가늘고 가냘프던 몸에 제법 살이 붙어 전체적으로 한층 풍만해졌는데,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럽고 매끄러운 자태였다.그녀가 침상 위에서 힘없이 신음 소리를 흘리자, 소명준은 그런 그녀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대체 어찌 된 일이냐?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니.”저녁 무렵이 되자 주방에서 다시 음식을 들여왔다. 대추와 좁쌀을 넣고 푹 끓인 죽이었는데, 그 안에는 호박과 마 조각까지 들어 있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특히 입덧으로 입맛을 잃은 임산부에게는 더없이 좋은 별미였다.하녀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 부인께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습니다. 부디 함께 조금만 들어 주십시오.”소명준은 월 이낭을 부축해 침상에서 일으킨 뒤 나직하게 달랬다.“착하지. 조금이라도 먹어야 한다. 네 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뱃속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다.”월 이낭은 소명준의 품에 안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세자 저하께서 이토록 걱정해 주시니 소첩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입니다.”소명준이 함께 식사하겠다고 하자 월 이낭은 금세 기운을 차린 듯했다. 그녀는 하녀에게 은자를 쥐여 주며 주방에 가서 몇 가지 음식을 더 마련해 오라 일렀다.대추 좁쌀죽은 두 그릇으로 나뉘어 담겼다.한 그릇은 월 이낭의 몫이었고, 다른 한 그릇은 소명준의 몫이었다.그 모습을 본 소명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몸이 불편하다는 건 핑계리라. 자신이 보고 싶어 응석을 부린 게 분명했다.여인의 잔꾀가 남자를 향할 때면, 남자는 그것을 계략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저 사랑스러운 정취로만 보일 뿐이었다.“누렁이는 어디 갔느냐?”소명준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원래 그가 부광각에 올 때면 식사 시간이 되자마자 누렁이가 어디선가 쪼르르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며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 대곤 했다.그런데 오늘은 음식상이 차려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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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현아, 뱃속 아이는 괜찮은 것이냐?”소명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월 이낭을 품에 끌어안았다.월 이낭은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세자 저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소명준은 그녀를 놓칠세라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현아, 누군가 너를 해치려 하고 있다!”“예?”월 이낭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누가 저를 해치려 한단 말씀이십니까? 어째서요? 아이를 가졌으니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더없이 순진하고 연약해 보였다.소명준은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에 입을 맞췄다.“참으로 순진하구나. 이것은 단순한 입덧이 아니다. 누군가 네 음식에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하다.”월 이낭은 한껏 긴장한 얼굴을 한 채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두려움에 그만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오늘 낮에는 무엇을 먹었느냐?”잠시 생각하던 월 이낭이 조심스럽게 답했다.“닭곰탕을 조금 마셨습니다. 그런데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소명준 역시 낮에 같은 탕을 먹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그 탕이 아직 남아 있느냐?”“조금 남겨 두었습니다. 나중에 출출하면 먹으려 했지요.”소명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장 가져오너라.”춘향은 남아 있던 닭곰탕을 들고 들어왔다.소명준은 탕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춘향아, 어서 마셔 보아라.”춘향은 순간 얼어붙었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음식이었다.그걸 자신에게 먹으라니… 당혹감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소명준은 미간을 찌푸렸다.후부에서 길러 낸 하녀가 아니라 밖에서 사 온 아이여서 그런지 영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다.주인의 명을 듣고도 머뭇거리는 모습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었다.그때 소명준이 문득 물었다.“누렁이는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구나. 대체 어디 있느냐?”그는 탕 속에서 닭다리 하나를 건져 들며 말했다.“누렁이를 데려와라.”춘향은 서둘러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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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아가씨는 결코 저를 해치실 분이 아니십니다.”소명준은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현아, 네가 너무 순하고 사람을 곱게만 보는구나.”그는 월 이낭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나직하게 말했다.“좋다. 네 뜻대로 하마. 당분간은 이 일을 밖으로 알리지 않고 조용히 조사해 보겠다. 하지만 내 말은 꼭 명심해 두어라. 이 일은 분명 소설아 그 계집의 짓이다. 명주는 어려서부터 심성이 여렸고, 어머니께서는 불심이 깊으시다. 명지는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이고. 특히 명주는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밟지 못할 만큼 마음이 약한데, 어찌 사람을 해치겠느냐.”월 이낭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소설아가 자신을 해쳐서 얻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주방은 애초에 소설아가 관여하는 곳도 아니었다. 음식에 손을 쓸 기회조차 없는데 어째서 모든 의심이 그녀에게 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정말이지 답답한 사람이었다.어찌 이토록 생각이 단순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머리가 복잡한 사람보다야 저런 사람이 훨씬 다루기 쉬운 법이니까.그때, 마당 쪽에서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찾아온 이는 소명주가 보낸 어린 하녀였다.“작은 부인께서 오늘 하루 종일 구토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 몹시 걱정하시며 의원을 불러 진맥을 받아 보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전하라 하셨습니다.”소명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의원을 부르는 편이 좋겠다. 어서 사람을 데려 오너라.”하녀가 물러가자 그는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보았느냐? 명주도 오늘 적잖이 놀랐을 텐데 오히려 네 걱정부터 하고 있지 않느냐. 반면 소설아 그년은 어떠했느냐. 네가 몸이 좋지 않아 의란거에서 잠시 쉬어 가고 싶다 했는데도 냉정하게 돌려보내지 않았더냐. 두 사람의 인품 차이가 이토록 분명한데 아직도 모르겠느냐?”월 이낭은 속으로 비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아가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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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코를 찌르는 짙은 피 냄새가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메웠다.울렁이는 속을 억누르지 못한 소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짐작대로였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구황자 추영우밖에 없었다.하지만 오늘 가져온 선물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지저분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으며, 보기만 해도 불쾌했다.지난번에 보냈던 단도나 장검처럼 번듯하고 보기 좋은 물건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소설아는 침상에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쨍그랑!곧이어 또 다른 물건 하나가 방 안으로 날아들었다.바닥을 구르며 멈춘 것은 은팔찌였다.그것도 핏방울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은팔찌.소설아는 그 은팔찌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오 어멈이 평소 가장 아끼던 물건이었다.그렇다면 먼저 던져진 저 머리 역시 오 어멈의 것이 틀림없었다.잠시 후, 방 안에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조용하고 규칙적인 걸음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리였다.소설아는 방 안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야옹!”침상 머리맡에 웅크리고 있던 삼색 고양이가 갑자기 털을 곤두세우며 날카롭게 울어댔다.동물들은 보통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하지 않던가. 녀석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잔뜩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다.고양이는 이내 소설아를 한번 돌아보고는 창문 쪽으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밤하늘 속으로 사라졌다.어둠 속에서 낮고 기묘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발자국 소리가 침상 곁에서 멈추자 소설아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추영우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밝은 달빛이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검은 비단 옷자락은 은빛을 머금은 듯 희미하게 빛났고, 조각처럼 뚜렷한 이목구비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분명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 깊은 밤, 남의 처소에 피 묻은 물건을 들고 나타난 사람의 미소는 결코 반가울 수 없었다.오히려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뿐이었다. 소설아는 침상에서 내려와 몸을 바로 세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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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소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전하, 저는 결코 무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없습니다. 그저 전하께서 매번 무기를 두고 가시는 탓에 그리 보였을 뿐이지요."솔직한 심정으로는, 오늘 밤에는 추영우가 그리 황급히 가 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적어도 저 끔찍한 칼만큼은 제 손으로 들고 가 주었으면 했다. 저토록 추잡하고 더러운 칼은 제 처소에 단 한 순간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추영우는 싸늘하게 비웃으며 칼날을 치켜들어 소설아의 머리를 겨누었다."네가 이토록 매번 갖은 수단을 동원해 날 격노케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추영우가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서슬 퍼런 칼날이 소설아의 면전으로 한 치씩 더 바짝 다가왔다. 차가운 칼끝이 기어이 코끝에 닿기 직전이 되어서야 소설아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추영우의 가느다란 눈매에 마침내 잔인한 희열이 서렸다.세상에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인간은 없다. 소설아 역시 예외는 아닐 터였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저 대담한 태도는 필시 죽음을 마주하기 전 부린 허세에 불과했으리라.그는 오늘 밤, 기필코 이 가식적인 여인의 가면을 처참히 찢어발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소설아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자, 추영우 역시 그림자처럼 집요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마침내 그녀의 등 뒤로 딱딱한 침상 기둥이 닿았다.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는 막다른 곳이었다.소설아의 숨소리가 점차 가빠졌고, 하얗던 뺨은 붉게 물들어 갔다. 그저 저 불결한 칼이 제 몸에 닿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무릎 꿇고 사죄하거라. 나에게 살려달라 빌란 말이다."어둠을 뚫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구황자가 내린 엄중한 명이었다.그러나 소설아는 도리어 의아한 눈빛을 빛냈다. 그녀가 그간 살펴온 바에 따르면, 구황자는 결벽증이 몹시 심해 타인과의 접촉을 병적으로 꺼리는 자였다. 그런 자가 이토록 피와 살점이 뒤엉킨 더러운 칼을 맨손으로 쥐고 있을 리 만무했다.그녀의 시선이 피비린내 나는 칼날을 타고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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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소설아가 문득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이토록 남의 손길을 싫어하시는 건, 어릴 적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셨기 때문입니까?”추영우는 용모가 빼어난 데다 총명하기까지 하여,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명성이 자자했다. 여러 황자들 가운데서도 학문이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으니, 어린 시절 그를 아끼고 총애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황제는 물론이고 생모와 궁인들까지 모두 그를 귀히 여겼을 터. 혹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오히려 남이 안기는 것이 싫어진 것은 아닐까.“전하가 참으로 부럽습니다.”소설아의 맑은 눈동자에 문득 쓸쓸한 기색이 어렸다.추영우는 어딘가 불편한 듯 고개를 비껴 돌리고는 애써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날 나에게 입을 맞춘 것은 대체 무슨 이유였느냐?”말을 꺼내고 나서야 그는 속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괜한 것을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인은 십중팔구 또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 분명했다.소설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달빛을 머금은 눈동자가 잔잔히 흔들렸다.“전하께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저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빌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전하께서 기뻐하실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입을 맞추고 말았습니다.”소설아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아 본 적이 없었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날은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두려웠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래서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서툴고 어설픈 방식이었지만, 그것이 그녀 나름의 진심이었다.추영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는 피를 즐기는 잔혹한 인간이었지만 결코 어리석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영민했다.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을 만큼 말이다.그래서 더욱 믿을 수 없었다.감옥 안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갇혀 들어왔다. 혹독한 고문과 죽음 앞에서 그들이 보이는 것은 늘 비슷했다. 살려 달라는 애원, 비굴한 아첨, 그리고 인간 본성의 가장 추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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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소설아는 선뜻 손을 놓지 않은 채 옅게 웃어 보였다.“염려 마십시오. 단이는 제 허락 없이는 절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그때 문밖에서 단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아가씨, 방 안에 누가 계신 것은 아니지요?”“아무도 없다. 고양이가 창문을 건드린 모양이야. 너도 어서 들어가 쉬어라. 나도 곧 잠자리에 들 생각이다.”“예, 아가씨.”과연 단이는 더 묻지 않고 순순히 물러났다. 돌아가는 길에는 열린 창문까지 단단히 닫아 주었다.단이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추영우는 시선을 내리깔아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꿍꿍이냐?”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이런다고 내가 네 죄를 묻지 않을 것 같으냐?”소설아는 손을 놓지 않은 채 조용히 답했다.“그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나직이 덧붙였다.“오 어멈을 벌해 주신 일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전하.”순간, 추영우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털을 곤두세운 맹수와도 같았다.“착각하지 마라.”그가 싸늘하게 말했다.“나는 널 도운 적이 없다. 그저 일부러 골칫거리를 안겨 준 것이다. 모르겠느냐?”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맞잡힌 손만큼은 끝내 뿌리치지 않았다.소설아의 가느다란 손이 사내의 손을 붙들고 있었건만, 추영우는 이상하리만치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소설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소리 없이 웃었다.정말로 골칫거리를 만들어 주려 했다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하필 오 어멈의 목숨을 거두는 방식을 택했다.오 어멈이 자신을 사당에 꿇어앉힌 지 채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 그 여인은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자신을 도운 일이었다.“왜 웃느냐?”추영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소설아는 한참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문득 전하와 제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는 점에서 말이다.말끝은 삼켰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그런 뜻이 고스란히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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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추영우는 서서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이 여자는 가벼운 것도 모자라 거리낌도 없었다. 이미 정혼자가 있으면서도 다른 사내에게 아무렇지 않게 함께 자고 가라 말하다니.도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내를 홀렸던 것일까.분명 제 용모에 혹한 게 틀림없었다.대부분의 얄팍한 여인들처럼, 얼굴 한 번 보고 마음을 빼앗긴 것이리라.하지만 그가 피 묻은 칼을 들고 나타나거나, 잘려 나간 손가락이며 발가락 따위를 눈앞에 내던지는 순간이면 그 여자들 역시 하나같이 겁에 질려 안색이 새파래지곤 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오직 소설아만 달랐다.그녀는 피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날 선 칼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보아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의 가족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을 때조차 이상하리만치 들떠 보였다.대체 이 여자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추영우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토록 큰 좌절감을 맛보았다. 그것도 힘 하나 없는 여인에게서 말이다.결국 그는 떠나지 않기로 했다.이 여자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직접 지켜볼 생각이었다.가까이에서 살펴보다 보면, 언젠가는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추영우의 싸늘한 시선이 다시 소설아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마치 음습한 그늘 속에 몸을 숨긴 독사가 먹잇감을 노려보듯, 집요하고도 서늘한 눈빛이었다.소설아는 그의 시선이 닿는 피부가 저릿하게 마비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발끝에서 시작된 묘한 전율이 천천히 온몸으로 번져 올라왔다.그러나 그녀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조금만 더 그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다만 추영우의 모습은 영 내키지 않아 보였다. 온몸에서 노골적인 거부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럴 거면 왜 가지 않는 걸까. 그녀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자신은 그저 그의 손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쇠사슬로 묶어 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뿌리치고 떠날 수 있었다.하지만 소설아는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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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소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마터면 그 칼에 묻은 핏자국과 살점이 얼굴에 닿을 뻔했다. 정말 그랬다면 한밤중에 일어나 세수를 해야 했을 테고, 괜한 소란까지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구황자 전하도 또다시 자취를 감춰 버렸겠지.다행이었다.추영우는 비수를 소설아의 베갯머리에 남겨 두었다. 그것이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인지, 아니면 다시는 손을 놓지 말라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소설아는 모처럼 깊은 잠을 잤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손안은 텅 비어 있었고, 곁에는 이미 추영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소설아가 손을 뻗어 옆자리를 만져 보니 침상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떠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다만 이번에도 그는 흔적 하나를 남겨 두고 갔다.침상 판자에는 어젯밤 꽂아 두었던 칼이 그대로 박혀 있었고, 바닥에 나뒹굴던 머리 가죽은 사라진 대신 검붉은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밤중에 그녀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던 비수 역시 어느새 회수해 간 뒤였다.이번에는 꽤 여유롭게 떠난 모양이었다.추영우는 힘이 워낙 세서 칼을 깊숙이 박아 두고 갔기에, 소설아는 한참 애를 써서야 그것을 뽑아낼 수 있었다.정리를 마친 뒤 그녀는 사람을 불러들였다.“바닥의 핏자국부터 치우고, 이 칼도 깨끗이 씻어 두어라.”단이는 바닥에 번진 핏자국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가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설마 한밤중에 도둑이라도 들었던 건 아니지요?”소설아는 단이가 놀랄까 봐 태연하게 둘러댔다.“어젯밤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잡으려다 그만 죽여 버렸단다.”“창문도 그 쥐가 들이받아서 열린 거였나요?”단이는 오히려 더 겁에 질린 얼굴이 되었다.“아가씨, 그런 큰 쥐가 방에 들어왔는데 왜 저를 부르지 않으셨어요? 혹시 물린 데는 없으세요?”그녀는 다급히 말을 쏟아냈다.“어르신들 말씀으로는 쥐가 너무 오래 살면 요물이 된다던데요. 혹시 죽지 않았다가 나중에 복수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쥐한테 물리면 엄청 아프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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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춘경원의 작은 법당 안에는 도금된 불상이 찬란한 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불상 앞 삼각 청동 향로에서는 향 연기가 가늘게 피어올라 허공을 유영했다.민씨는 본디 스스로를 박하게 대하는 성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부러 다른 가게에서 값비싼 단향을 사다 피웠다.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가슴속에 맺혀 있던 울화도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오 어멈의 죽음은 마치 호수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 것과 같았다. 처음에는 물보라가 크게 일어 구경하던 이들의 옷까지 흠뻑 적셨지만, 바위가 호수 밑으로 가라앉고 젖은 옷이 마르고 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민씨는 오 어멈의 죽음을 자신의 불심이 부족했던 탓으로 돌렸다. 단향을 바꾸고 나니 흔들리던 마음도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다만 이제 향값이 모두 자신의 사비에서 나간다는 점은 못내 아까웠다.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였다.월 이낭의 혼수만 손에 넣으면 그동안의 손실을 모두 메울 수 있었고, 남쪽 거리에 가게 몇 채를 더 사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민씨는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몇 차례 불호를 외웠다.“마음이 지극하면 반드시 감응이 있는 법이지.”소명주 역시 민씨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깊이 숙여 이마를 바닥에 대고 절하며 극진한 정성을 보였다.“월 이낭 쪽은 어떠하더냐?”민씨는 하녀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킨 뒤 두 손을 모은 채 불상을 바라보았다.소명주는 고개를 들고 방석 위에 허리를 곧게 세웠다.전생에도 그녀는 소설아를 독살하는 일에 가담했지만 주모자는 아니었다. 그저 옆에서 부추기고 거드는 역할에 불과했다.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그녀가 직접 손을 더럽혔다.아무리 독한 마음을 품었어도 불안감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다행히 방금 전까지 정성껏 예불을 올리고 나니 가슴을 짓누르던 초조함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어머니, 염려하지 마세요. 월 이낭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민씨는 불단 앞에 놓인 염주를 집어 손목에 감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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