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21 - チャプター 230

340 チャプター

제221화

소설아의 향료 가게는 동성과 서성에 각각 두 곳씩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동성병마사(兵馬使: 지방관직이자, 군대 지휘관)와 서성병마사의 손에 압류되고 말았다.명목상 이유는 손님의 신고였다. 가게에서 가짜 상품을 판매했다는 고발이 접수되었고, 영업을 중지한 뒤 시정 조치를 마치고 조사를 통과해야만 다시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었다.단이는 초조한 얼굴로 방 안을 서성였다.“큰 아가씨, 어쩌면 좋습니까? 저 관리들은 대놓고 아가씨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조사에는 반드시 점주가 직접 나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가게 문서에는 제 오라비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어려서부터 후부에 팔려 오긴 했지만 오라비와 워낙 닮아서, 조금만 캐물어도 아가씨의 가게라는 사실이 드러날 겁니다.”소설아는 무릎 위에 누워 있던 고양이 상염의 턱을 살며시 쓰다듬다가 손을 멈췄다.갑자기 손길이 끊기자 상염은 목을 울리며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고, 앞발로 그녀의 손등을 툭툭 치며 계속 쓰다듬으라고 재촉했다.소설아는 담담히 말했다.“그리 허둥댈 것 없다. 윤녕에게 나서라고 해라. 그저 가게를 빌려 운영했을 뿐이라고 둘러대면 되지 않겠느냐.”윤녕은 조향사였고, 명의상 향료 가게 역시 원래 그녀의 소유였다.단이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큰 아가씨, 듣자 하니 오성병마사 사람들은 가장 까다롭고 악명이 높다더군요. 뒷돈을 넉넉히 챙겨주지 않으면 매일같이 찾아와 시비를 걸 텐데, 그러면 장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분을 참지 못한 그녀는 이를 악문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둘째 아가씨와 둘째 도련님은 정말 악독합니다. 어찌 밖의 권세까지 끌어들여 큰 아가씨를 괴롭힌단 말입니까.”평소에도 상점을 순찰하는 관리들에게는 매달 사례금을 건네고 있었다.이번 일 역시 점주가 직접 순성 이목을 찾아가 손을 써 보려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윗선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오성병마사라…”소설아는 상염을 바닥에 내려놓고 턱을 괸 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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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소설아는 꼬박 사흘을 기다렸지만, 끝내 단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녀와 구황자 사이에는 공통된 지인조차 없어 말 한마디 전할 길도 없었다.언제나 먼저 찾아온 것은 구황자였다.그녀는 늘 기다리는 입장이었을 뿐이었다.이쯤 되니 구황자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또 사흘이 지나 향료 가게의 정리가 모두 끝났을 무렵, 오성병마사에서 다시 검열을 나왔다.이번에 들이닥친 이는 순성을 돌던 이목이 아니라 부지휘사 두 명이었다.“너희 중 점주는 누구냐?”윤녕은 미리 준비해 둔 돈을 공손히 내밀며 허리를 숙였다.“저입니다, 나리.”“어째서 계집이냐?”왕 부지휘사는 돈을 받아 들더니 아무렇지 않게 윤녕의 뺨을 쓸어내렸다.“네 부군을 불러오너라.”윤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제 부군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자식을 데리고 이 가게 몇 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오호라.”왕 부지휘사의 입가에 기괴한 웃음이 번졌다. 치켜 올라간 눈매에는 음흉한 기색마저 어렸다.“과부가 어린 자식까지 데리고 이만한 가게를 꾸려가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구나.”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동 점주가 얼른 윤녕을 뒤로 물렸다.“나리,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에게 하시면 됩니다. 점주님께서는 평소 가게에 잘 나오지 않으셔서…”짝!왕 부지휘사의 손이 거침없이 날아들었다.“지금 네 주인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감히 어디 끼어드느냐!”바닥에 나뒹군 동 점주는 뺨을 감싸 쥔 채 억지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나리. 제가 경솔했습니다.”그때 이 부지휘사가 동 점주를 발로 짓밟으며 명령했다.“이 가짜 물건들을 전부 압수해라. 증거물로 가져간다.”“안 됩니다! 안 됩니다요! 이것들은 모두 수만 냥의 값어치를 하는 물건들입니다!”동 점주가 황급히 달려들어 막아섰지만, 관원들에게 거칠게 밀쳐져 바닥에 넘어졌고 곧이어 흠씬 두들겨 맞고 말았다.한쪽에서 그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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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밤이 되자 소설아는 일찌감치 씻고 잠자리에 들어, 조용히 침상에 누운 채 구황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그녀는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축시, 소설아가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때 귓가에 상염의 낮고도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마치 누군가 상염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고양이의 목구멍에서 억지로 쥐어짜 내는 듯한 소리였다.“야아옹.”고양이의 울음소리는 갈수록 처절해졌다. 마치 유리 기와를 손톱으로 긁어대는 듯한 소리가 칠흑 같은 밤공기 속으로 조금씩 번져가며 온몸의 솜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소설아가 눈을 번쩍 뜨자, 침상 곁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방 안 전체가 서늘해졌다.“아아오옹.”귀를 찌르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이러한 광경은 기담집에서나 묘사되는, 귀신이 출몰하기 직전의 징조와 꼭 닮아 있었다.돌연, 처절하던 고양이 울음소리가 뚝 끊기더니 짐승의 가죽 한 점이 하늘에서 툭 떨어져 소설아의 눈앞에 곧장 내려앉았다.그 가죽의 털빛은 상염과 매우 흡사했고, 끈적끈적한 데다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상염이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 것만 같았다.소설아는 발밑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심장 박동이 다시금 빨라졌다.그녀는 가죽을 집어 들고 꼼꼼히 냄새를 맡아보았다. 상염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다.소설아가 상염을 자주 안아 준다는 것을 알기에 단이는 상염을 아주 깨끗하게 씻겨 주었고, 그래서 상염의 몸에서는 평소 은은한 난초 향이 났다.이 가죽은 상염의 것이 아니었다.구황자의 위협이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소설아는 몸을 일으켜 겉옷을 걸치며 물었다. “전하, 전하십니까?”그녀가 몇 번이나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소설아가 침상에서 내려왔다.그때, 등 뒤로 무언가가 다가오더니 날카로운 발톱 하나가 그녀의 뒷목에 닿았다.손톱은 몹시 뾰족하여, 살짝만 힘을 주어도 당장 피부를 찢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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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소설아는 다시 한 걸음 다가가 그의 곁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고 느긋한 몸짓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두 손을 그의 등 뒤로 감아 깍지를 낀 채, 조용히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구황자의 품은 넓고 따뜻했으며, 은은한 소나무 향이 감돌았다.화를 내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의 심장 박동은 유난히 빨랐다.쿵, 쿵, 쿵.마치 북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소설아는 그의 품 안에서 편안히 자세를 고쳐 잡고 입을 열었다.“전하를 뵙고 싶었으나, 전하께서 저를 피하시는 듯하여 그런 방법을 쓴 것입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짙은 눈동자는 누군가를 응시할 때마다 마치 부서진 금가루를 가득 품은 듯 다정하면서도 매혹적인 빛을 띠었다.“전하를 뵙기가 어찌 이리도 어려운지요. 매일 진무사 문 앞에서 기다렸건만 단 한 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어찌하여 일부러 저를 피하시는 겁니까? 혹시 저를 싫어하게 되신 것입니까?”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추영우의 눈가에 간신히 남아 있던 분노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소설아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익숙한 소나무 향이 코끝을 스치자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창살 사이로 스며든 달빛은 바닥 위에 은빛 서리가 내려앉은 듯 고요하게 번지고 있었다.추영우의 귓바퀴 뒤로 옅은 홍조가 번지더니, 이내 귓바퀴 전체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다행히 방 안이 어두워 그 모습은 소설아의 눈에 띄지 않았다.“대체 날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낮게 잠긴 목소리에는 전보다 기세가 한풀 꺾인 대신 어딘지 모르게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설마 또 자신과 혼인해 달라고 조르려는 것은 아니겠지.만일 그녀가 또다시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한다면, 그는 반드시… 반드시…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나 버릴 것이다!그녀에게 내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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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반역이나 적과 내통했다는 죄명이 한 번 씌워지면, 천 번 살을 저미는 능지처참은 물론 구족이 멸문지화를 면치 못하는 법이었다.두 부지휘사는 관아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금의위에게 붙잡혔다. 금의위는 다짜고짜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포승줄로 결박했는데, 솜씨가 어찌나 재빠르고 깔끔한지 그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진무사의 감옥에 내던져졌을 때, 두 사람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전하! 저는 억울합니다!”“전하! 저 또한 결백합니다!”감옥 안에서 두 사람은 쇠창살을 붙들고 목이 터져라 외쳐 댔지만, 그 절규에 귀 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들은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캄캄한 감방에서 이틀을 버텼다. 매일같이 옆 감방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고, 밤이 되어도 공포에 짓눌려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간담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뼛속 깊이 맛본 뒤에야, 추영우는 마침내 자비를 베푸는 척하며 두 사람을 끌어내게 했다.금의위 지휘첨사 오원산이 공손히 보고했다.“전하, 이 부지휘사는 삼황자 측비의 남동생이고, 왕 부지휘사는 공왕 세자의 측비인 영비의 이종사촌 오라비입니다. 두 사람이 실종되자 이미 형부에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고, 오성병마사의 동료들 또한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방금도 형부 관리들이 이곳에 찾아와 탐문하고 돌아갔습니다.”즉, 두 사람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을 지닌 데다 관직까지 가진 인물들이었고, 직급 역시 결코 낮지 않았다.만약 금의위가 이들을 잡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일이 커진다면 수습하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그러나 추영우는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가볍게 한 번 내저었을 뿐이었다.오원산은 더 말하지 않고 허리를 숙여 물러난 뒤 옥졸들에게 명령했다.“두 놈을 끌고 오너라. 전하께서 친히 심문하실 것이다.”“전하! 저는 억울합니다! 저에게 백 개의 간덩이를 준다 한들 어찌 감히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하겠습니까!”“전하, 부디 굽어살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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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추영우가 천천히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옥졸은 곧바로 혈적자를 거두어들였다.왕 부지휘사는 이 부지휘사를 흘겨보았다. 속으로는 원망이 치밀었지만, 안도의 기색 역시 숨기지 못한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추영우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영비가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했으니, 너희가 그녀의 공모자라면 율법에 따라 참수형에 처해지는 것이 마땅하다.”“예?”두 사람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벌벌 떨다가 이내 바닥에 엎드려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관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향료 가게를 압류한 것 외에는 다른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추영우는 몸을 살짝 숙여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내가 보기에도 너희는 억울하게 휘말린 듯하구나.”그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에 다시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전하의 혜안에 감사드립니다! 이 크나큰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그러나 추영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허나 윗선에서는 반역죄가 워낙 중대한 사안인 만큼 철저히 조사하라 명하셨다. 설령 억울한 자를 죽일지언정 단 한 명의 죄인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순간 두 사람의 얼굴은 다시 핏기 없이 질렸다.추영우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수려한 이목구비에는 꽃이 피어나는 듯 아름다운 미소가 번졌지만, 그 안에 담긴 기색은 서늘하기만 했다.“그러니 이렇게 하자구나. 잠시 기다리거라. 내가 윗선에 상황을 아뢰고 어떻게 처분할지 여쭈어 보마. 너희 둘에게 과연 살길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도록 하지.”두 사람은 다시금 감격한 듯 머리를 조아렸다.순식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탓에 정신마저 아찔할 지경이었다.추영우는 마치 개를 길들이듯, 두 사람을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농락하고 있었다.왕 부지휘사와 이 부지휘사는 그날 밤 감옥에서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처음 갇혔을 때만 해도 서로 의지하며 버텼지만, 하룻밤 사이 두 사람 사이에는 깊고도 메울 수 없는 골이 생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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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곧바로 옥졸들이 감방 문을 열고 들어와 왕 부지휘사의 목에 칼을 들이댄 뒤, 형을 집행하겠다며 거칠게 끌고 나갔다.“황자 전하! 분명 한 사람은 살려주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살아남은 건 접니다! 전하께서 약속하신 것 아닙니까!”추영우는 주변에 선 부하들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내가 저자에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더냐?”곁에 있던 금의위가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전하께서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자가 스스로 죄를 짓고 화를 자초한 것입니다.”추영우는 만족스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왕 부지휘사는 그 자리에서 울컥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극심한 감정의 기복에다 목에 칼까지 겨눠진 충격을 견디지 못한 끝에, 그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전하, 겁에 질려 급사한 듯합니다.”“전하, 오늘 밤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적당한 곳에 갖다 버리거라.”시신을 황량한 들판에 내다 버려 두 사람이 서로 죽고 죽인 것처럼 꾸며 놓으면, 밤새 쏟아질 빗물이 흔적을 모두 씻어 갈 터였다. 설령 형부상서가 직접 조사에 나선다 해도 별다른 의심거리를 찾기는 어려웠다.추영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했다.“소문을 퍼뜨려라. 왕 부지휘관과 이 부지휘관이 영비의 수하로 일하다가 장물을 나누는 과정에서 내분이 일어나 서로 죽인 것이라 하여라.”“명을 받들겠습니다.”일을 모두 마친 뒤, 추영우는 장공주부에서 보내온 화연 초청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천천히 만지작거렸다.그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어두웠다.이번 화연은 장공주가 서 군왕 서경수의 군왕비를 고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고, 소설아 역시 초청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었다.“서 군왕 서경수를 아느냐?”오원산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전하, 설마 서 군왕을 잡아들이시려는 것입니까?”서 군왕은 장공주의 적장자였다. 그를 체포하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웠고, 설령 잡는다 해도 장공주가 황제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순간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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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향료 가게가 다시 문을 열자 장사는 이전보다도 훨씬 성황을 이뤘다.평소 동 점주는 순성 관리들에게 매일같이 뒷돈을 쥐여주며 비위를 맞춰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건달이나 부랑배들조차 감히 가게 근처를 얼씬거리지 못했다.이 소식은 곧 소명주와 소명천의 귀에도 들어갔다.두 사람은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향료 가게가 정말 소설아의 것이 아니란 말이냐?”침상에 누운 소명천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소명주 역시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그동안 사람을 보내 소설아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폈지만, 수상한 낌새는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지휘사와 왕 부지휘사가 의문스럽게 죽지만 않았더라면, 그녀 역시 이번 일이 소설아와는 무관하다고 여겼을 것이다.“아니에요. 분명 언니의 것이에요. 틀림없이 언니의 가게일 거예요. 언니가 직접 진무사에 가서 구황자 전하를 찾아갔잖아요.”소명주의 눈에는 이 부지휘사와 왕 부지휘사를 흔적도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금의위 도지휘사인 구황자 추영우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네 말로는 소설아의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허탕만 쳤다 하지 않았느냐?”추영우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소설아가 그를 만나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혹시 둘이 따로 은밀히 만난 건 아닐까요?”추영우의 이름이 거론됐음에도 소명주와 소명천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전생의 기억을 통해 그가 황위 다툼에서 참패한 끝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둘째 오라버니, 언니는 정말 영악하기 짝이 없어요. 큰 오라버니를 찾아가 함께 의논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소명주는 소명천과 소명지를 데리고 소명준의 처소를 찾았다.두 사람은 향료 가게에 관한 일은 물론, 소설아가 몰래 소명풍의 집안사람들을 도와준 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큰 오라버니, 그 향료 가게는 엄연히 우리 후부의 재산입니다. 그런데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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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소명준은 자신이 기막힌 묘책이라도 내놓은 양, 말을 마친 뒤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동생들을 둘러보았다.소명주는 그저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명천 역시 침묵을 지켰다.반면 소명지는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큰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명색이 세자이십니다. 그토록 존귀한 신분으로 어찌 소설아의 하찮은 하녀 따위를 첩으로 들이려 하십니까?”소명준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어찌 호랑이 새끼를 잡겠느냐.”마치 자신이 엄청난 희생이라도 감수하는 사람인 양 말하는 태도였다.그는 침상에 누운 소명천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둘째 아우야, 너는 아직 첩을 들이지 않았지?”소명천은 얼굴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다.“큰 형님, 제 몸이 지금 이 지경이라 마음은 있어도 힘이 따르질 않습니다.”“상관없다. 약간의 술수만 쓰면 제 마음쯤이야 금세 얻을 수 있지.”소명준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한 명만 들였다간 저쪽에서 수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형제가 하나씩 데려온다면 그년들도 감히 거짓말을 꾸며내지는 못할 게야.”“과연 큰 형님다운 계책이십니다!”사실 소명천은 색욕에 크게 집착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처소에도 이미 통방이 있었다. 그러나 큰 형마저 저 정도 희생을 감수하겠다는데 자신만 발을 빼기는 어려웠다.네 사람은 순식간에 뜻을 모았고, 곧바로 소설아 곁을 지키는 네 명의 큰하녀 가운데 누구를 회유하기 가장 쉬울지 따져 보기 시작했다.소설아의 수하에는 단이, 엽이, 수희, 우연 네 명의 큰하녀가 있었다.단이는 소설아의 신임이 가장 두터워 창고를 맡아 관리하고 있었지만, 용모가 다소 평범한 데다 충성심 또한 워낙 강해 쉽게 흔들릴 인물이 아니었다.그중 가장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는 단연 엽이였고, 수희는 그다음으로 손꼽혔다.엽이는 소설아의 은자와 장신구, 의복을 관리했고, 수희는 안팎의 잡무와 외부 연락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둘만 포섭할 수 있다면 소설아의 돈줄은 물론 바깥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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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엽이는 조심스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세자 저하, 노비는 의란거의 하녀입니다. 저하께서 찾으시는 이가 누구시든 말씀만 하시면, 노비가 당장 가서 불러오겠습니다.”소명준은 강압적인 어조로 몰아붙였다.“의란거의 하녀면 후부의 노비가 아닌 줄 아느냐? 오라면 올 것이지, 웬 잔말이 이리 많아? 왜, 이 세자의 말이 말 같지 않으냐?”엽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끝내 그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소명준은 침상 곁에 서서 침구를 가리켰다.“잠자리를 정돈하거라.”엽이가 말없이 이부자리를 정리하자, 그는 다시 명령했다.“이리 와서 이 세자의 옷을 벗기거라.”이쯤 되자 엽이도 그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세자가 자신을 취해 방으로 들이려는 것이 분명했다.엽이는 슬며시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세자 저하, 혹 노비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소명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시치미를 뗐다.“모른다. 네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탐욕 어린 빛이 그의 눈동자에 어른거렸다. 소명준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입술을 축였다.엽이의 용모는 현이만큼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훨씬 활달하고 생기 있는 매력이 있어 나름대로 사람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엽이는 고개를 숙인 채 수줍은 척 내숭을 떨었다.“저하, 노비가 무슨 덕이 있다고 감히 저하를 모시겠습니까?”소명준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역시 자신이 직접 나서니 어린 하녀 하나쯤은 순식간에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이었다.“이 세자가 너를 눈여겨본 것만으로도 네 복이다. 어서 이리 오너라.”그의 거칠어진 숨소리에서는 조바심과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그때 엽이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겁에 질린 얼굴로 앞쪽을 가리켰다.“세자 저하! 저, 저게 대체 무엇입니까?!”소명준은 깜짝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아차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엽이가 문을 박차고 달아난 뒤였다.엽이는 의란거까지 단숨에 달려와 마당의 돌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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