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Kabanata 241 - Kabanata 250

340 Kabanata

제241화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채여진과 소설아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자매처럼 가까워졌다.“설아야, 넌 평소에 무슨 향을 쓰니? 향이 참 독특하구나. 난초 향 같은데 은은하면서도 무척 고상하구나.”채여진은 평소 향을 좋아해 직접 조향하는 취미가 있었지만, 이런 색다른 난초 향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다. 연꽃처럼 맑고 청아하지도, 계화처럼 짙고 화려하지도 않았으나, 코끝에 은은히 맴도는 향은 그윽하면서도 품격이 넘쳤다.처음에는 다른 속셈을 품고 소설아에게 접근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이 진심으로 탐이 났다. 듣자 하니 구황자가 최근 난초를 유난히 아껴 황자부에 희귀한 난초를 여럿 들여놓았다고 했다. 오늘 소설아가 난초 향을 두른 것도 분명 구황자를 의식한 행동일 터였다.‘요망한 양녀 같으니.’소설아는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심심풀이 삼아 직접 만든 향이랍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조향법을 적어 드리겠습니다.”“설아 너도 조향을 즐기는구나?”채여진이 부드럽게 웃었다.“잘됐네. 오늘은 우리 둘이 나눌 이야기가 아주 많겠어.”두 사람이 금세 가까워진 모습을 본 소명지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소명주의 팔을 붙잡았다.“명주 언니, 여진 언니는 왜 설아 언니랑 저렇게 친하게 지내는 거죠? 어서 가서 둘을 떼어 놓아요. 설아 언니가 여진 언니를 빼앗아 가게 둘 순 없어!”하지만 소명주는 조금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채여진은 침착하고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수완은 소명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소명주는 동생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며 나직이 말했다.“여진 언니께서 다 생각이 있으실 거란다. 넌 괜히 나섰다가 일을 망치지만 말거라.”소명지는 눈을 크게 떴다.“언니 말은… 여진 언니가 설아 언니를 방심시키려고 일부러 친한 척하는 거란 말씀이세요? 오늘 화연에서 본때를 보여주려고요?”소명주는 화들짝 놀라 재빨리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알면 됐지. 그걸 왜 입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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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주모운은 겉으로는 뜻이 높고 강직한 선비인 척했지만, 실상은 잇속 계산에 누구보다 밝은 인간이었다. 소명지를 꾀어낸 것 역시 그녀의 혼수를 노려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는 속셈 때문이었다.그는 집안의 셋째 아들로, 위로 두 형이 있었고 조카들도 여럿이었다. 집에는 성질 사나운 노모까지 모시고 있었다. 주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글을 배운 사람인 그는 향시에 급제한 거자였고, 온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두 형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를 뒷바라지했고, 그가 훗날 과거에 급제해 집안을 일으켜 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주모운은 세상을 살아가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었다. 과거에 낙방한 뒤에는 동문들에게도 외면당했고, 글을 써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자기 한 몸 건사하기조차 빠듯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인의 재산에 기대려는 궁리만 하게 된 것이다.전생에도 소설아가 야반도주한 두 사람을 찾아내 소명지를 데려오자, 주모운은 뻔뻔하게도 은자 십만 냥을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자신과 소명지 사이의 일을 세상에 모조리 퍼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결국 소설아는 달래고 타이른 끝에 은자 오만 냥을 쥐여 보냈다. 그런데도 소명지가 보국공부에 시집갔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또다시 찾아와 두 차례나 돈을 뜯어 갔다.참으로 끝없는 탐욕을 지닌 인간이었다.아까 길을 잘못 든 척 규수들이 있는 쪽을 기웃거린 것 역시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장공주부에는 시중드는 하녀가 수두룩했으니,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일부러 어수룩한 선비인 척 연기를 했다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다.아니나 다를까, 주모운이 슬그머니 자리를 뜨자 멀지 않은 곳에서 소명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명주 언니, 방금 그 공자는 어느 집 자제일까요? 제법 준수해 보이던데. 혹시 과거에도 급제했을까요?”소명주가 얼른 나무랐다.“목소리를 낮추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외간 사내를 품평하는 건 규수가 할 짓이 아니란다.”소명지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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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장공주는 상석에 앉아 화청을 가득 메운 규수들을 둘러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오늘 이렇게 여러 규수들과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쁘구나. 잠시 후에는 준비해 둔 과일을 물가에 놓고 칠석 풍습을 즐겨도 좋고, 바늘과 오색실을 가지고 솜씨를 겨뤄 보아도 좋으니 마음껏 즐기도록 하여라.”탁자 위에 마련된 물건들은 규수들의 단정한 몸가짐과 손재주를 자연스럽게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화연은 규모가 성대해 시회뿐 아니라 남성 손님들을 위한 기마와 활쏘기 시합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의 주인공인 두 황족과 귀족 규수들이 자연스럽게 마주할 기회를 마련해 둔 자리이기도 했다.추영우는 장공주의 뒤편에 조용히 서 있었다. 검은 옷에 옥대를 두른 그는 금옥처럼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풍겼다. 깊고 짙은 눈동자는 마치 만년설이 덮인 검푸른 호수처럼 차갑고도 고요했다.소설아는 구황자의 심기가 몹시 언짢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원치도 않는 혼담 자리에 끌려와 수많은 규수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반면 그의 곁에 선 서경수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감돌았고, 담담한 눈빛에서도 기분 좋은 여유가 엿보였다. 수수한 빛깔의 두루마기를 걸친 그의 몸에서는 학자다운 면모가 자연스레 풍겨 나왔다. 마치 강남의 유서 깊은 명문세가에서 공들여 길러낸 귀공자를 보는 듯했다.추영우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차가움과 따스함이 한데 대비되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그때 서경수가 장공주의 시선이 닿지 않는 틈을 타 소설아를 향해 슬며시 눈을 찡긋했다. 워낙 작은 동작이라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눈치채기 어려웠을 것이다.곧이어 소설아가 다시 추영우를 바라보자, 그의 안색은 아까보다 한층 더 싸늘해져 있었다.소설아는 이 자리에 모인 규수들의 관심이 구황자에게 더 쏠려 있는지, 아니면 서 군왕에게 향해 있는지 살펴보려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채여진과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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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사실 구황자의 표정은 늘 무뚝뚝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를 흠모하며 지켜봐 온 채여진은 미세한 눈빛 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의 짐작이 맞다면, 지금 구황자는 분명 질투하고 있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채여진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소설아 저 천박한 후작부의 양녀가 감히 구황자 전하를 홀린 것도 모자라, 서 군왕 전하와도 심상치 않은 사이라니!’참으로 악독하고도 음탕한 계집이었다.‘전하께서는 대체 어쩌다 저런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신 거지?’분노에 휩싸인 채여진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설아 같은 장사치 출신의 천한 계집이 분명 무슨 간교한 술수를 써서 구황자를 홀려 놓았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안 되겠다. 반드시 기회를 잡아 전하께 저 계집의 추악한 본모습을 낱낱이 알려 드려야 해.’그러나 소설아는 채여진의 복잡한 속내를 헤아릴 겨를이 없었다. 그때 막 부마가 화청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부마는 장공주의 손을 다정히 맞잡은 채 등장해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을 드러냈다. 소설아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 자연스레 몇 번 더 시선을 주었다.부마는 이미 마흔을 넘긴 나이였지만, 몸가짐은 꼿꼿하고 용모 또한 준수했다. 백 년 명문인 서씨 가문의 자제로, 한때 과거에서 탐화랑에 오른 인물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이름난 미남이었으리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았다.장공주의 눈에 든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원래 명문가에서는 자제가 부마가 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공주와 혼인하면 조정에 나아가 벼슬길에 오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서씨 가문 안에서도 적잖은 반대가 있었으리라.하지만 지금 보니 두 사람의 금실은 무척 좋았다. 세간에서도 부마가 첩을 들였다는 소문은 한 번도 들린 적이 없었다.소설아는 잠시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설아야, 우리 함께 바구니를 놓으러 가자구나.”채여진이 바구니를 든 채 가녀린 미소를 지었다.장공주는 화연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참외와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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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초가을의 바람을 타고 꽃향기가 은은하게 흩날렸다. 장공주부의 연무장에는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고 장쾌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푸른 하늘 위로는 늠름한 매가 선회하고, 대하의 뛰어난 사내들은 준마를 타고 금빛 햇살이 부서지는 들판을 힘차게 내달렸다.“구황자 전하께서 오늘 직접 출전하신대? 승마복까지 갈아입으셨잖아?”“아닐 거야. 기껏해야 두어 바퀴 가볍게 달리시는 정도겠지. 예전 연산 사냥 때도 폐하께서 직접 나서라 하셨는데 끝내 핑계를 대고 사양하셨잖아.”“전하처럼 뛰어난 풍모와 고고한 기품을 지닌 분께서 직접 솜씨까지 보여 주신다면 얼마나 좋겠어. 참으로 아쉽네.”무장 가장자리에 드리운 천막 아래에서는 규수들의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다.자리에 앉은 소설아는 단번에 무리 속에 섞여 있는 추영우를 발견했다.붉은 승마복을 차려입은 그는 푸른 초원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들판을 휩쓰는 한 줄기 불꽃 같았다. 세찬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옷자락에 수놓인 화려한 붉은 꽃무늬 자수와 술이 힘차게 휘날렸고, 손에 든 은빛 활은 눈부신 광채를 발했다.강렬한 붉은빛과 서늘한 은빛이 어우러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기세를 자아냈다. 은빛 안장을 얹은 백마는 바람을 가르며 내달렸고, 그 위에 탄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처럼 눈부시고도 압도적이었다.소설아는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맑은 눈동자에는 붉은 불꽃이 어린 듯했고, 흰 뺨은 어느새 취한 사람처럼 은은한 홍조로 물들어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채여진은 억울함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조금 전 그녀는 구황자가 소설아를 향해 몇 차례나 시선을 보내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심지어 두 사람의 눈길은 허공에서 잠시 마주치기까지 했다.채여진은 용비 마마보다 자신이 구황자를 더 잘 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전하는 본래 냉정하고 과묵한 성정이라 이런 기사 시합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그토록 존귀하고 고결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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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오 내관이 웃으며 말했다.“원래라면 안 되는 일이지요. 허나 오늘은 특별한 날 아니겠습니까. 공주 마마께서도 특별히 예외로 허락하신 일입니다. 사실 도박이라기보다는 그저 가벼운 내기로 흥을 돋우는 정도에 가깝지요. 그래야 사내들의 시합 의욕도 한층 살아나지 않겠습니까.”소설아는 단번에 이해했다. 이것이 바로 계급의 특권이었다.평민에게는 금지된 일도, 권력자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허용된다. 권력만 거머쥔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명문대가의 내당에서 정실부인과 총애받는 첩이 피 튀기듯 다투는 것 또한, 결국 그 얄팍한 권력이라도 더 쥐기 위한 싸움 아니던가.“이 일, 혹 서 군왕 전하께서 주도하신 겁니까?”소설아는 장부가 적힌 책자를 받아들고 휙휙 넘기며 물었다.“아가씨께서 어찌 아셨습니까? 맞습니다. 서 군왕 전하께서 제안하신 일입니다.”오 내관이 웃으며 답했다.소설아가 모를 리 없었다. 이익을 좇는 서경수라면 이런 돈벌이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장부를 살펴보니 서 군왕의 배당은 비교적 정상적인 세 배였다. 그러나 구황자의 배당은 지나치게 기이했다. 무려 구 배에 달했던 것이다. “이 배당률은 무슨 뜻입니까? 구황자 전하의 기량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겁니까? 보기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소설아의 시선이 자연스레 밖으로 향했다. 준마 위에 오른 구황자는 여전히 늠름하고 훤칠했다.그 순간, 추영우 역시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즉각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스쳤다가 이내 짧게 엇갈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 공기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스쳤다.구황자 역시 줄곧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정확히 시선이 맞닿을 수 있겠는가.그 짧은 장면을 채여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톱은 어느새 손바닥을 파고들 듯 깊게 눌려 있었다.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구황자를 잘 안다고 자부했다. 예전에는 그것이 자랑이었지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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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오 내관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세 번이나 치며 말했다.“아가씨, 구황자 전하께 돈을 거시다니, 이, 이건… 무조건 밑지는 장사 아닙니까? 아무리 구황자 전하를 연모하신다 해도 은자를 종잇장처럼 날리시면 아니 되지요. 게다가 낭자께서 전하께 은자를 걸었다는 사실을 전하께서 아시면, 크게 노하실 텐데 그럼 큰일입니다!”추영우는 금의위를 관장하고 있어 황상 외에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금의위의 수단과 행보는 음험하고도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가 금의위를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잔혹한 수법은 조정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얼마 전 호부 우시랑 가문의 도련님이 그를 보고 곱상하게 생겼다며 희롱했다가, 바로 다음 날 호부 우시랑 가문 전체가 가산을 적몰당한 일도 있었다. 막강한 배경이 없다면 감히 건드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오 내관은 소설아의 손에 들린 은표를 힐끗 보며 열성적으로 덧붙였다.“역시 서 군왕 전하께 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소설아는 눈을 들어 오 내관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관 어른, 서 군왕 전하의 사람이시지요? 사람들에게 서 군왕 전하께 돈을 걸라고 은근히 부추기는 것도 모두 서 군왕 전하의 뜻이겠지요. 저는 그 얄팍한 수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은자 만 냥, 구황자 전하께 걸겠습니다.”오 내관의 눈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어린 주제에 어찌 눈치챈 것이지?’오 내관은 아까부터 이어진 조언이 전부 허사가 되자 말문이 막혀 버렸다.소설아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세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서경수가 벌인 판인데, 그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 없었다. 남들은 그를 몰라도 그녀는 그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본래 수중에 들어온 이익을 절대 놓치지 않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이전에는 처분 곤란한 향료를 팔아 넘기기 위해 소명주에게 미남계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오늘의 기사 시합 역시 겉으로는 체면을 위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합 중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부러 흐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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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채여진은 소설아가 자신만큼 구황자를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그녀는 소설아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잠시 후면 소설아가 그 큰돈을 몽땅 잃을 것이라 생각하니, 꽉 막혔던 숨통이 탁 트이는 듯했다.'사내에 제대로 홀렸구나. 그냥 판돈이나 몽땅 날려버려라!'“어머, 설아 너도 참 고집불통이구나. 내관 어른의 좋은 뜻을 그리 허비하다니.”오 내관은 장부를 들고 아주 살갑게 물었다. “아가씨께서도 판돈을 거시겠습니까? 다들 서 군왕 전하를 눈여겨보고 계십니다.”채여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럼 오천 냥, 아니… 만 냥을 내겠습니다. 서 군왕 전하께서 이기시는 쪽에 걸겠습니다!”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은자라도 톡톡히 따서 산산조각 난 마음을 달래야 하지 않겠는가.오 내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장부에 적었다. “여기 표를 잘 간직해 두십시오. 시합이 끝나면 이 표를 보고 은자로 바꿔 드릴 것입니다. 허나 돈을 잃으시면, 시랑부에서도 지체 없이 이 만 냥을 보내주셔야 합니다.”채여진이 서명하고 지장을 찍자, 오 내관은 자리를 떴다.채여진은 소설아를 힐끗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은자를 몽땅 잃고 나면 어디 한 번 실컷 울어보시지!'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하녀가 슬며시 다가와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그 목소리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아가씨, 아가씨! 구황자 전하께서 방금 아가씨 쪽을 여러 번이나 쳐다보셨습니다!”채여진은 하녀를 흘겨보며 입을 다물라는 눈치를 주었다.하녀는 억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가씨, 구황자 전하께서 아주 은밀하게 보시긴 했지만,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말을 마친 하녀는 상이라도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채여진은 화가 치밀어 꾸짖었다. “그 입 다물거라. 한 번만 더 헛소리를 지껄이면 노비 시장에 팔아버릴 테다.”구황자가 어찌 자신을 보고 있었겠는가. 전하는 필시 저 천박한 소설아 년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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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주모운이 황급히 사과했다. “낭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입니다.”사과하는 태도는 진실하고 눈빛은 맑았으나, 정작 손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소명지는 즉시 불같은 성질을 누르고, 고상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자책하실 것 없습니다. 제 잘못도 있는걸요. 제가 너무 급하게 걷느라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소명지가 워낙 빨리 걸었던 탓에, 뒤따라오던 규연은 이제야 간신히 쫓아온 참이었다.규연은 웬 낯선 사내가 소명지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대체 누구시기에 감히 우리 아가씨를 붙잡고 놓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장 저희 아가씨를 놓아주십시오! 지금 손을 놓지 않으시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규연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떼어내려 하자, 주모운은 그제야 허둥지둥 손을 놓았다.손을 놓은 후, 그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연신 읍을 하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순간 당황하여 미,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주모운은 얼굴이 순식간에 귀밑까지 붉어졌다. 턱이 가슴에 닿을 만큼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서는 순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그때 옆에서 하인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 저희 도련님께서는 생각에 잠기시면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십니다. 결코 고의가 아니었으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소명지 역시 얌전하게 예를 표했다. “나는 괜찮으니, 얼른 도련님을 모시고 가보거라.”그녀는 단번에 이 남자가 방금 화청에서 길을 잘못 들었던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원래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은 어딘가 엉뚱하고 고지식한 구석이 있는 법이었다. 소명지는 그가 무례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약간 귀엽게 느껴졌다.규연이 소리쳤다. “아가씨, 괜찮긴요! 꽃신이 다 더러워졌지 않습니까.”시선을 내려 꽃신을 살펴보니, 흙먼지가 잔뜩 묻은 데다 끝에 장식된 진주 한 알까지 비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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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주모운은 말을 마치고 하인을 데리고 떠났다.소명지는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며 멀어지는 주모운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규연은 소명지의 팔짱을 끼고 뒷간으로 향하며 툴툴거렸다. “둘째 아가씨, 저 자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계속 둘째 아가씨만 빤히 쳐다보고, 완전 예의 없는 난봉꾼이 따로 없습니다!”소명지가 규연을 가볍게 찰싹 때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냐. 괜히 허튼소리 하지 마라.”“저런 가난한 선비 주제에 감히 우리 둘째 아가씨를 넘보다니요! 우리 아가씨께서는 지체 높은 댁으로 시집가실 분인데 말입니다!”소명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체 높은 곳으로 시집가는 게 무어가 좋단 말인가.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치를 봐야 할 뿐만 아니라, 깐깐한 동서들과 여우 같은 첩실들까지 감당해야 했다.차라리 장래가 유망한 자를 골라 낮춰 시집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 부군이 처가의 배경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라면 감히 함부로 첩을 들이지 못할 것이고, 자신의 혼수만 두둑하다면 평생 고생할 일은 없을 터였다.방금 전 그 주모운도 꽤 괜찮은 사내였다. 내년에 진사로 급제한다면 그 역시 전도가 무궁무진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부군의 큰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지극정성으로 내조한다면, 훗날 부군도 그녀에게 만 냥의 금을 안겨주며 호강시켜 주리라.“명지야, 어찌 이제야 오는 게냐. 시합이 벌써 시작되었으니 어서 와 앉거라!”이윽고 기사 시합이 시작되었다.시합은 총 두 판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판은 고정된 과녁을 맞히는 것으로, 한 사람당 열 발의 화살이 주어지며 상위 세 명만이 다음 판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판은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이었다. 비둘기의 몸에 오색 명주실을 매달고, 그 명주실에 옥가락지를 묶어 둔 뒤 하늘로 날려 보내 그 옥가락지를 명중시키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다.그렇게 시합이 시작되었다.추영우는 두 다리로 말의 배를 단단히 조인 채 팔을 들어 활시위를 보름달처럼 팽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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