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Kabanata 251 - Kabanata 260

340 Kabanata

제251화

채여진은 눈앞이 새까매졌다.호부시랑 댁 규수에다 고모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후궁이라지만, 은자 만 냥은 그녀에게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 사실이 아버지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꾸지람으로 끝날 리 없었다.‘안 돼. 이대로 돈을 잃을 순 없어!’아직 경합은 끝나지 않았다. 기회는 남아 있었다. 지금 당장 오 내관을 찾아가 판돈을 다시 걸어야 했다!채여진은 손에 쥔 패를 꽉 움켜쥔 채 쏜살같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평소의 단아하고 조신한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소명지는 화들짝 놀라 소명주를 와락 끌어안았다.“명주 언니, 여진 언니 어디 몸이 불편하신 건 아니겠죠?”찻상을 걷어차고 정신없이 뛰쳐나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게다가 여기는 장공주부다. 채여진의 집안이 아무리 대단한 명문가라 한들, 이곳에서 저토록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것인가.“명주 언니, 저 너무 무서워요.”소명주는 규연에게 엎어진 찻상을 정리하고 깨진 찻잔을 치우게 한 뒤, 소명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걱정하지 마라. 설아 언니가 또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지.”“설아 언니는 저기 그늘막 아래에 계시잖아요. 저렇게 먼데 어떻게요? 평소엔 그렇게나 가녀린 척하더니, 방금 언니도 보셨잖아요. 어찌나 정신없이 날뛰던지. 명주 언니, 정말 귀신이라도 들린 거 아니에요?”소명주는 피식 웃었다.“차라리 저렇게 미쳐 날뛰는 편이 낫지. 그래야 설아 언니를 제대로 손봐줄 수 있을 테니까. 우리처럼 체면을 차리는 사람들은 도무지 그 여자를 당해낼 재간이 없더라.”*채여진은 오 내관에게 달려가 판돈을 다시 걸게 해 달라며 막무가내로 매달렸다. 그러나 오 내관은 아까와는 달리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이미 경합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번 건 판돈은 거둘 수 없습니다. 패를 바꾸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요. 다만 여윳돈이 있으시다면 추가로 더 거실 수는 있습니다.”채여진도 오 내관 앞에서까지 억지를 부릴 수는 없었다. 결국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맥없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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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민영하는 거절당하고도 실망한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기회가 된다면… 이 동생을 먼저 헤아려 주세요, 설아 언니.”그때 마침 다가오던 소명지가 민영하의 말을 엿듣고는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민영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민영하, 주제 파악이나 하시지! 네 아비는 고작 종오품 관원인데 감히 명문가에 시집갈 꿈을 꿔? 헛꿈도 정도껏 꾸렴!”민영하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저희 아버지는 비록 종오품이시지만 실권을 쥐고 계십니다. 병부에서 중책을 맡고 계시니, 지금 처지로만 따져도 몰락한 공신 가문보다 훨씬 나은 편입니다.”소명지는 당장이라도 민영하의 머리채를 휘어잡을 듯 달려들었다.“지금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규연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앞으로 나섰다.“둘째 아가씨, 비키십시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민영하를 따라온 하녀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두 하녀는 서로에게 달려들어 금세 뒤엉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소설아는 찻잔을 든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머금은 그녀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사람을 불러라. 저 방자한 하녀 둘을 끌어내거라.”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어조 또한 담담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두 하녀는 서로를 노려보다 마지못해 몸을 떼어냈다.여기는 장공주부였다. 일개 하녀들이 함부로 난동을 부릴 곳이 아니었다.소설아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두 하녀를 바라봤다.“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거라.”두 하녀는 서로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이내 물러났다.소명지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설아 언니, 제가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계실 거예요?”소설아는 옅게 미소 지었다.“나는 옳은 편에 설 뿐이다. 핏줄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지는 않아.”전생에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모든 것을 바쳤건만, 끝내 그런 비참한 결말을 맞고 말았다.이번 생만큼은 달랐다. 소설아는 소명지를 돕기는커녕, 직접 벼랑 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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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우웅…”힘차게 당겨진 활시위가 울리자, 오색 깃털을 단 전서구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전서구에 매달린 옥가락지는 워낙 가볍고 얇아 오색 실타래와 함께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렸다.이번 두 번째 경합의 규칙은 단순했다. 화살로 옥가락지를 꿰뚫되 옥가락지를 깨뜨려서는 안 되고, 전서구 또한 다치게 해서는 안 됐다.경합이 시작되자 추영우와 서경수는 동시에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슈웅.”“슈웅.”두 발의 화살이 같은 전서구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추영우의 화살이 옥가락지를 꿰뚫으려는 순간, 뒤따라온 서경수의 화살이 그의 화살을 살짝 튕겨 냈다. 그 바람에 두 화살은 모두 목표를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서경수는 말안장 위에 앉은 채 추영우를 향해 싱긋 웃었다.“구황자 전하, 실례했습니다.”추영우는 그를 차갑게 한 번 훑어볼 뿐이었다.“상관없습니다. 다시 하시지요.”두 사람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이번에는 서로 다른 전서구를 노렸다. 두 화살은 거의 동시에 옥가락지를 정확히 꿰뚫었다.점수를 기록하던 관리가 화살을 확인한 뒤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구황자 전하와 서 군왕 전하, 각각 일 점!'하얀 옷을 입은 추영우와 붉은 옷을 입은 서경수는 푸른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거침없이 말을 몰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막힘없이 활을 쏘아 올리는 두 사람의 늠름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연회장에 모인 귀족 영애들은 넋을 잃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저 둘 가운데 누구와 혼인할 수만 있다면, 세 번을 다시 태어나도 여한이 없을 터였다.경합장 안에서는 관리들이 점수를 기록했고, 밖에서는 규수들이 숨죽인 채 점수를 세고 있었다.“여덟, 아홉, 열! 구황자 전하께서 벌써 열 발이나 맞히셨어!”“서 군왕 전하도 아홉 발째셔. 어머, 열 발째 또 맞히셨어!”“윤가 도련님도 만만치 않으시네. 벌써 여섯 발이나 성공하셨어!”“구황자 전하, 일 점 추가!”추영우와 서경수는 엎치락뒤치락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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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구황자의 차가운 태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윤청안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는 말을 몰아 서경수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서 군왕 전하, 정말 아깝습니다. 한 끗 차이였는데 말입니다.”서경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내기에선 내가 이긴 셈이지.’경합이 시작되자마자 자신이 쏜 첫 번째 화살이 추영우의 화살을 살짝 건드렸을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추영우는 워낙 뒤끝이 길고 좀스러운 성미였다. 분명 가만있지 않을 터였다.예상대로였다. 경합 내내 추영우는 마음만 먹으면 일찌감치 승부를 끝낼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서경수를 애태웠다.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가, 마지막 순간 가차 없이 꺾어 버리는 방식이었다.‘쯧, 역시 뒤끝 하나는 끝내주는군.’하지만 그마저도 모두 서경수의 계산 안에 있었다.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체면까지 구긴 것은 아니었다. 오늘 경합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자신에게 걸린 판돈만 무려 십오만 냥이었다.이렇게 패배했으니 그 돈은 고스란히 자신의 차지가 된 셈이었다.자신은 은자를 손에 넣고, 구경꾼들은 박진감 넘치는 경합을 즐겼다.그야말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장사였다.곧이어 시상식이 시작됐다. 추영우는 우승 상품인 비녀를 무심히 집어 들어 품에 넣었다.장공주가 미소를 띠며 물었다.“영우야, 오늘은 유난히 승부욕을 보이는구나. 혹 마음에 둔 낭자라도 생긴 것이냐? 과연 어느 낭자가 네 비녀의 주인이 될지 궁금하구나.”추영우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히 답했다.“고모님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이 비녀는 집에 가져가 고양이 장난감으로나 쓸 생각입니다.”장공주는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영우는 여전히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진정 마음에 둔 여인이 있다면 용비에게 미리 일러 혼사를 준비하게 하거라.”용비의 이름이 나오자 추영우의 눈빛이 잠시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내 평정을 되찾은 듯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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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아가씨, 어찌 그늘막에 계시지 않고 이곳에 계십니까? 정말 한참을 찾았습니다.”오 내관이 두툼한 은표 다발을 받쳐 든 채 소설아 앞으로 다가왔다.“여기 원금을 합쳐 도합 십만 냥입니다. 직접 확인하신 뒤 장부에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내관 어른, 바깥은 볕이 따가우니 안으로 드시지요.”소설아는 일부러 채여진이 있는 정자 앞에서 오 내관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발을 걷어 안을 들여다보니, 채여진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닥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다.“여진 언니,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내관 어른께서 볼일이 있으시다고 해서요.”대답을 듣기도 전에 소설아는 오 내관을 대동하고 정자 안으로 들어섰다.오 내관은 채여진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여진 아가씨, 그 일만 냥은 사람을 보내 장공주부로 보내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채시랑부로 사람을 보내 받으러 가면 되겠습니까?”채여진은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대답했다.“사람을 보내 가져가시지요.”오 내관은 혀를 차며 말했다.“여진 아가씨, 고작 은자 좀 잃었다고 그리 낙심하지 마십시오. 어서 기운을 차리셔야지요.”그는 채여진을 한바탕 놀려대듯 말한 뒤, 소설아에게 천 냥짜리 은표 다발을 내밀었다.“설아 아가씨, 번거로우시겠지만 확인해 보시겠습니까.”소설아는 은표를 받아 한 장 한 장 세기 시작했다.곁눈질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채여진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그녀는 아랫입술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깨문 끝에야 겨우 쏟아지려는 눈물을 억눌러 낼 수 있었다.소설아는 정말로 악독했다. 뒤로는 구황자 전하와 몰래 내통하더니, 이제는 거액의 은자까지 손에 넣고 그것도 모자라 일부러 자신의 눈앞까지 찾아와 보란 듯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참으로 악독한 여자였다. 그녀는 정인도 잃고, 이제는 재물마저 잃었다.팔자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채여진은 숨쉬기조차 버거웠다.가슴에 수천 자루의 칼이 박힌 듯,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소명주는 금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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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명주 언니의 말대로 해요! 어서 내놓으세요!”소명지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 억지로라도 빼앗으려 달려들었다.그때 민영하가 불쑥 나서서 소설아 앞을 가로막았다. “명지야,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니?”그러고는 소명주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명주 언니, 언니 말은 지금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아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서 설아 언니의 은표를 빼앗으려는 거 아닌가요? 전 절대 납득할 수 없어요!”“우리랑 설아 언니 일에 네가 무슨 상관이지? 네가 납득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야!”채여진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소명주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오늘 소설아가 은표를 내놓지 않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험한 오명을 뒤집어씌울 참이었다.민영하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렇다면 내관 어른과 공주 마마를 모셔 와서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청하겠어요.”소명지가 매섭게 쏘아붙였다. “민영하! 너희 아버지는 병부 소속이시고, 여진 언니 아버지는 호부시랑이셔. 여진 언니가 시랑 어른께 말씀드려서 너희 아버지 부대의 군자금을 깎아버리면 어쩔 건데?”소설아가 참지 못하고 '푸흡'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채 시랑 어른의 관직이 무사하지 못하실 텐데… 어찌 감당하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냐?”호랑이 같은 적보다 미련한 아군이 더 무섭다더니. 조정에서 부패를 엄단하는 이 마당에, 소명지는 제 손으로 채씨 가문을 불구덩이 속으로 냅다 밀어 넣고 있는 꼴이었다.채여진은 소명지를 살벌하게 흘겨보고는, 이내 나긋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지가 농을 한 것이니 다들 괘념치 말거라. 나 같은 연약한 여식이 어찌 아버지를 쥐락펴락하겠느냐.”소설아가 웃으며 맞받아쳤다. “과연 농이었군요. 전 또 호부 관리들이 죄다 강도 같은 줄 알았습니다!”민영하가 소설아의 손을 이끌고 자리를 떴다. “설아 언니, 이만 가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 더 있다가는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은표를 뜯어내려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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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채여진은 두 손으로 비녀를 받아 들고도 한동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이, 이건 공주 마마께서 우승 상품으로 내놓으셨던 점취 비녀잖아?'이토록 귀한 물건을 선뜻 자신에게 내리시다니. 구황자 전하께서 경합에서 우승하신 뒤, 오직 자신을 위해 특별히 하사하신 것이란 말인가?이 비녀를 받는다는 것은 곧 그녀에게 '예비 구황자비'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과 다름없었다.채여진은 불과 일초 전까지만 해도 구황자 전하께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서러움에 빠져 있었지만, 순식간에 기쁨이 벅차올라 하마터면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가, 감사합니다, 전하! 성은이 망극합니다!”추영우는 비녀를 툭 던져주듯 건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채여진은 구황자 전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온몸 가득 차오른 환희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스며든 듯했다.얼마 전 호부 우시랑이 구황자 전하의 손에 가산을 몰수당하고 멸문지화를 당한 일이 있었다. 채여진의 아버지는 호부 좌시랑이었기에, 동료의 참변을 전해 듣고는 다음 차례가 채씨 가문이 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하지만 제법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채씨 가문은 여전히 무사했다.채여진은 줄곧 자신이 구황자 전하의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으며, 채씨 가문이 화를 면한 것 역시 자신의 체면 덕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구황자 전하께서 소설아를 은밀히 바라보시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점취 비녀를 하사받고 나니 다시 기세가 살아났다. 어쩌면 아까 구황자 전하께서 몰래 바라보신 사람도 사실은 자신이 아니었을까.그저 잘못 본 것일 뿐이리라. ‘그래, 구황자 전하의 진정한 정인은 바로 나야!’'와하하하!'‘오늘 하루, 기분이 참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구나.’채여진은 점취 비녀를 머리장식에 깊숙이 꽂고는 한껏 교태를 부리며 연회장으로 돌아갔다.남자 귀빈들의 기사 경합이 막을 내리자, 이어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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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장공주가 뚜껑을 꾹 누르자, 은방울꽃 모양의 봉오리가 활짝 피어나는 듯하더니 병 입구에서 고운 물안개가 분사되어 나왔다.물안개가 공중에 흩어지는 순간, 사람들은 넋을 빼앗길 만큼 매혹적인 꽃향기를 맡았다. 안개처럼 퍼진 향기는 옷자락에 사뿐히 내려앉았고, 그 위로 은은한 향이 배어들었다.장공주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참으로 신기하구나!”장공주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유리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병 자체는 서역에서 포도주를 담는 데 쓰는 유리병이 맞았지만, 병 입구를 교묘하게 개조해 작은 장치를 달아 놓은 것이었다.“솜씨가 참으로 기발하구나. 이처럼 물안개처럼 흩뿌려지는 향료는 난생처음 본다. 어서 말해 보거라. 이를 어찌 만든 것이냐?”소설아가 공손히 답했다.“공주 마마께 아룁니다. 향료를 증류하고 정제하여 얻어낸 정수입니다. 저는 이를 향로라 부릅니다. 이 향은 은방울꽃 향로라 하시면 됩니다.”그녀는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손목에 살짝 뿌려 두시면 움직일 때마다 향기로운 기운이 은은하게 퍼져 나갈 것입니다. 향낭을 지니는 것보다 향기가 오래 머물고, 사용하기에도 훨씬 간편합니다.”이는 그녀가 우연히 손에 넣은 조향 서책에 적혀 있던 방법이었다. 바다 건너에서 온 어느 유람객의 비법인 듯했다. 원래 향을 배합하는 일을 좋아하던 그녀가 호기심에 몇 번 시도해 본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대하에서 향을 만들고 배합하는 일은 무척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로 여겨졌다. 이토록 특별한 향을 만들어 낸 데다 발상까지 참신하니, 소설아는 단숨에 연회장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이 되었다.“향로라. 이름도 참 좋구나.”장공주는 유리병에서 좀처럼 손을 떼지 못했다.“또 어떤 향로가 있느냐?”소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지금은 매화, 계화, 치자화, 소창란, 단향목 향로 정도가 있습니다. 마마께서 특별히 좋아하시는 향이 있으시다면 하명해 주시옵소서. 평소 향 짓기를 좋아하오니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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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오 내관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다시 한번 외쳤다.“다음으로 춤을 올릴 이는 위원후부 소명주이옵니다!”소명지가 번쩍 손을 들며 소리쳤다.“여기 있습니다, 내관 어르신! 저희 언니가 곧 준비할 것입니다!”소명주는 이마를 짚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명지 네가 내 이름을 올린 것이냐?”거의 이를 악문 채 겨우 쥐어짠 목소리였다.소명지는 언니의 분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명주 언니! 어서 가서 준비하세요. 멋진 춤으로 좌중을 압도해서 갈채를 받아내자고요! 설아 언니의 기를 확 꺾어버려요! 어서요, 이미 제가 언니가 입을 무복까지 다 준비해 뒀답니다.”소명주는 당장이라도 소명지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옷은 또 언제 준비한 게냐?”“아까 설아 언니가 그놈의 향로인지 뭔지를 들고 으스댈 때, 제가 규연이한테 시켜 마차에서 가져오라고 했죠. 명주 언니, 저 똑똑하죠?”소명지는 칭찬이라도 바라는 듯 우쭐대며 고개를 까닥였다.참으로 똑똑하기는 개뿔.소명주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쩌다 저런 멍청한 여동생을 두게 되었단 말인가.“그런 걸 결정하기 전에, 나랑 한마디 상의라도 할 순 없었느냐?”“상의할 게 뭐 있나요? 꾸물거리다간 기회를 놓칠 텐데요. 아까도 한발 늦었으면 명단에도 못 올릴 뻔했다고요.”소명주의 춤 실력은 그저 평범한 수준이었다. 애초에 이 자리에 올 때도 따로 준비한 것이 없어 연습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무대에 올라가면 망신만 당하지 않아도 다행인 상황이었다.“오 내관에게 발목을 삐었다고 하고 춤을 출 수 없다고 말하면 안 될까.”소명지가 맹한 얼굴로 되물었다.“명주 언니, 발목 안 삐었잖아요? 멀쩡한데 왜요?”그때 민영하가 끼어들었다.“바보 같은 것아. 망신당할까 봐 겁나서 안 추려는 거잖아.”소명지는 발끈하며 쏘아붙였다.“그 입 다물어! 우리 명주 언니의 가무는 천하일품이라고! 예전에 어머니께서도 매일같이 칭찬하셨거든! 두고 봐, 이따 명주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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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소명주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그녀의 큼지막한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민영하는 배를 부여잡고 낄낄댔다. “아이고, 소명지! 눈이 부셔서 그만 눈이 다 멀 뻔했지 뭐니. 저렇게 독특한 춤은 참으로 오랜만이야! 어찌나 독특한지, 세간의 웃음거리로 길이 회자되겠어! 하하하!”민영서 역시 즐거워 어쩔 줄 몰랐다. “놀랄 만한 춤이라고? 난 또 장님이 나와서 춤추는 줄 알았어!”소설아는 담담한 눈길로 소명주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전생의 민씨는 소설아에게 철저한 억압식 교육을 일삼았다. 아무리 잘해 봐야 돌아오는 것은 깎아내리는 말뿐이었다.어렸던 그녀는 가족의 정에 헛된 환상을 품고 있었기에, 억눌리면 억눌릴수록 어떻게든 더 잘 해내려 발버둥 쳤다.언젠가는 민씨도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고, 그 성과를 진심으로 인정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철이 들고 나서야 그런 혹독한 방식은 오직 자신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민씨는 소명주에게만큼은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을 쏟아부었다. 온갖 칭찬하는 말들로 소명주를 북돋우는 한편, 소설아를 철저히 깎아내리며 소명주를 치켜세우곤 했다. 분명 소설아의 춤사위가 훨씬 경이롭고 빼어났건만, 민씨의 입을 거치면 그마저도 ‘명주의 반만큼도 가볍고 영특하지 못하다’며 폄하되기 일쑤였다. 결국 소설아는 끝끝내 민씨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하도 민씨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대니, 소명주는 정말로 제 춤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살아온 모양이었다.오늘 이 자리에 민씨가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만약 있었다면, 소설아는 반드시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부인, 이것이 바로 부인께서 입이 닳도록 칭찬하시던 제비처럼 가벼운 몸놀림입니까? 옷소매가 시원스레 뻗어 나가는 우아한 춤사위란 말입니까?’소명주가 쫓기듯 자리에 돌아와 앉자, 소설아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명주의 춤 솜씨가 또 늘었구나. 이 언니는 도저히 따라갈 엄두도 못 내겠어.”소명주는 수치심에 두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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