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밖으로 나오실 수 있습니까?”그늘막은 앞쪽에만 얇은 발이 드리워져 있을 뿐, 소설아의 분부 없이는 단이와 수희도 감히 안으로 들어오거나 고개를 돌려 안을 들여다보지 않을 터였다.소설아는 구석진 그늘막을 고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드물었다. 설령 누군가 가까이 오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전하의 무공이라면 사람이 다가오기 전에 이미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출 테니 말이다.어째서 이토록 모습을 숨기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은밀한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을 설레게 했다.추영우의 서늘한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안 된다.”“전하, 어찌하여 자꾸 몸을 숨기시는 겁니까?”소설아가 알기로 추영우에게는 곁을 내어준 여인도, 정혼자도, 사촌 누이도, 잊지 못하는 첫사랑도 없었다.그에게는 가까이 두는 여인조차 없었고, 곁에서 시중드는 이들마저 모두 사내뿐이었다.그렇다고 남색을 즐기는 것도 아니었다. 예전 소설아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을 때, 그의 몸은 분명 사내다운 반응을 보였으니까.“전하, 제게 말씀해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대체 무슨 연유로 매번 모습을 감추시는 겁니까?”추영우는 대답하지 않았다.소설아는 아직 용비와 정면으로 맞설 수 없었다. 신분은 미천했고, 알량한 잔꾀만 믿고 덤볐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최근 추영우는 권력을 손에 쥐고 세력을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용비와 맞서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거머쥐어야 했다.용비는 무엇보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녀가 소설아의 존재를 알게 되면 괜한 골칫거리만 늘어날 뿐이었다.추영우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질문이 너무 많군.”소설아는 입술을 삐죽였다.'그래, 끝내 말씀하기 싫으시다면야.'그녀는 곧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전하, 저 오늘 전하께서 주신 옥비녀와 귀걸이, 팔찌를 하고 왔습니다.”“전하, 제게 잘 어울립니까?”긴 침묵 끝에 가림막 너머에서 아주 작은 “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너무도 작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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