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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Author: 청연
“전하, 밖으로 나오실 수 있습니까?”

그늘막은 앞쪽에만 얇은 발이 드리워져 있을 뿐, 소설아의 분부 없이는 단이와 수희도 감히 안으로 들어오거나 고개를 돌려 안을 들여다보지 않을 터였다.

소설아는 구석진 그늘막을 고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드물었다. 설령 누군가 가까이 오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전하의 무공이라면 사람이 다가오기 전에 이미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출 테니 말이다.

어째서 이토록 모습을 숨기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은밀한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을 설레게 했다.

추영우의 서늘한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안 된다.”

“전하, 어찌하여 자꾸 몸을 숨기시는 겁니까?”

소설아가 알기로 추영우에게는 곁을 내어준 여인도, 정혼자도, 사촌 누이도, 잊지 못하는 첫사랑도 없었다.

그에게는 가까이 두는 여인조차 없었고, 곁에서 시중드는 이들마저 모두 사내뿐이었다.

그렇다고 남색을 즐기는 것도 아니었다. 예전 소설아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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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4화

    “언니도 방금 보셨잖아요. 제가 용비 그 여우 같은 사람에게 사실대로 말했는데도 믿지 않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고집이 센지, 제 말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라니까요!”태자빈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소설아를 너무 얕봤구나! 감히 저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이야!”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게다가 소명지라는 아이는 그야말로 바보 천치더구나. 현정아, 안심하거라. 내가 저것들이 뜻을 이루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 방법을 써서 저들의 실체를 드러내면 그만이다. 용비가 이토록 어리석을 줄은 몰랐구나.”설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 상궁 쪽은요?”태자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비가 지난 세월 동안 황제의 총애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굴었는데, 이런 상황도 이제 끝낼 때가 되었다.”용비는 그저 잘생긴 얼굴 하나만을 믿고 설치는 것에 불과했다. 그 얼굴만 망가뜨리면, 무슨 수로 황제를 홀릴지 두고 볼 일이었다.“우리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자꾸나. 원 상궁 쪽은 알아서 잘 처리할 게다.”두 사람이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자, 소명지가 말했다. “용비 마마, 사람을 보내 설 아가씨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너무 슬퍼서 쓰러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요. 설 아가씨도 참 투기가 심하네요. 전하께서 겨우 측비 한 명을 들이시겠다는데 반응이 저리 격하다니요. 설마 전하와 평생 단둘이 해로하기라도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소명주는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용비 마마, 소녀도 잠시 자리를 비우고 싶습니다.”용비는 어린 궁녀에게 소명주를 안내하라고 시키려 했다. 하지만 소명주는 곧장 떠나지 않고 소명지를 바라보며 물었다.“명지야,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소명주는 더 이상 소명지가 함부로 입을 놀리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먼 훗날 삼황자가 즉위하면 태자빈은 궁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겠지만, 지금의 태자빈은 엄연히 높은 지위에 있어 자신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다. 삼황자가 황위에 오르기도 전에 태자빈의 손에 먼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3화

    추영우가 떠난 뒤, 소설아는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고는 태자빈을 슬쩍 살펴보았다.태자빈은 갓 스물을 넘긴 나이로, 이목구비가 설현정과 어딘가 닮아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같은 교육을 받으며 자란 탓인지 단정하게 앉아 있는 자세마저 비슷했다. 다만 태자빈은 수양과 인내심 면에서 설현정보다 한 수 위였다.평국공 설씨 가문의 여식들은 어려서부터 떠받들려 자란 탓에 오만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남을 억누르는 방식 또한 신분을 내세워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신분에 유독 집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설현정이 추영우의 혐오를 뻔히 알면서도 화친왕비라는 자리를 기어코 놓지 못하는 이유 역시 바로 그 때문이었다.소설아가 보기에, 태자빈 역시 두려워할 상대가 못 되었다. 소명지처럼 뼈 있는 말을 못 알아듣고 상황 파악도 못 하는 얼간이를 만나니, 태자빈조차 허둥지둥 대지 않는가. 실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꼴이었다.하지만 소설아가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대체 설현정의 그 '불임약'이 어디서 났느냐는 것이었다. 현재 태자에게는 두 딸과 태자빈이 갓 낳은 아들뿐이었다. 그 두 딸조차 총애받지 못하는 시첩의 소생이었다. 반면 태자의 세 측비는 모두 회임조차 하지 못했다. 소설아는 그 불임약이 틀림없이 태자빈의 손에서 나왔을 것이라 강하게 의심했다.머지않아 당유화가 태자에게 시집가 측비가 될 터였다. 그녀가 출가하기 전에 꼭 한 번 만나, 반드시 태자빈을 몹시 경계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다들 다과 좀 드시지요.”용비가 소명지의 손을 잡고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명지야, 넌 동생인데 어찌 이리 일찍 정혼을 한 게냐? 참으로 아쉽구나. 정혼만 안 했어도 내 널 며느리로 삼았을 텐데.”그 말에 소명지는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소설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소설아는 자신이 보국공 가문의 작은 공자를 놓친 걸 뼈저리게 후회할 거라고 했지만, 후회는 무슨 얼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2화

    그는 방금 소설아의 입술이 아직도 부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제 자신이 너무 세게 힘을 준 탓이었다.그는 그저 소설아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오히려 용비가 소설아를 자신의 측비로 들이려는 마음을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신과 소설아의 아이라니… 추영우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소용돌이쳤다. 하마터면 끓어오르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할 뻔했다. 그는 몰래 허벅지를 꼬집고 이를 악문 채, 애써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휘야, 이리 오렴. 어미가 얼굴 좀 보자꾸나.”추영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천천히 다가갔다. 다가서기 직전, 그는 아주 미세하게 설현정을 곁눈질했다. 단 한 번의 눈길에 담긴 혐오감은 실로 생생했다.용비의 눈에는 추영우가 소설아와 나란히 서 있는 것조차 혐오스러워하는 듯 보였다.용비는 왼손으로는 추영우를, 오른손으로는 소설아를 잡은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훗날 태어날 아이는 누구를 닮든 이 어미는 다 좋을 것 같구나.”설현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용비 저 여자는 정말 구제 불능의 바보 천치구나!’태자빈은 더는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며 나섰다.“용비 마마, 이러시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현정이가 버젓이 여기 있지 않습니까.”용비는 눈을 치켜뜨며 맞받아쳤다.“태자빈 마마, 제가 무얼 어쨌다고 그러십니까? 저도 현정이의 아이를 보고 싶습니다만, 현정이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데 저인들 어찌하겠습니까?”태자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국공 어르신께서 이미 귀의를 모셔 오러 가셨습니다. 귀의를 모셔 오면 현정이도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용비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옛날 황후 마마께서도 귀의를 모셔 오지 못하셨지 않습니까?”과거 황후는 회임했으나 끝내 유산하고 말았다. 잃은 아이는 이미 형체를 갖춘 사내아이였다. 유산 후 황후는 비통함을 이기지 못해 하혈이 멈추지 않았고, 태의는 유산으로 몸의 근본이 크게 상해 다시는 회임할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1화

    태자빈은 장차 황후가 되어 대하의 국모가 될 몸이었다. 그러니 마땅히 어질고 정숙하며 덕과 용모를 두루 갖추어야 했고, 투기를 부린다는 오명을 써서는 결코 안 되었다.태자빈은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명지를 보아하니, 내 뜻을 단단히 오해한 듯하구나. 황자께서 측비를 들이는 일은 위원후께서 첩을 들이듯 마음에 드는 여인을 그저 집안에 들이는 것과는 다르단다. 이곳은 황가이고, 황가의 법도는 엄격하지. 내 비록 태자빈의 신분이라 하나, 말과 행동을 매사에 삼가야 하는 법이다.”이는 위원후부의 가풍이 좋지 못하고 위원후에게 처첩이 많다는 사실을 은근히 비꼬는 말이었다. 동시에 소명지에게 자신이 태자빈임을 상기시키며, 말버릇을 조심하라는 경고이기도 했다.“황자의 측비는 옥첩에 이름을 올리고 고명을 받아 녹봉을 누리는 자리다. 어찌 농담 한마디로 정할 수 있겠느냐?”태자빈은 용비에게 시선을 돌렸다.“용비 마마, 마마께서는 타국 출신이시니 본디 황가의 법도를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겠습니다.”용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출신 신분 탓에 그녀는 기껏해야 비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고, 자신이 낳은 황자 역시 황위를 계승할 수 없었다. 예전에 처음 입궁했을 때도 양비 그 천한 것이 법도를 모른다며 자신을 조롱했건만, 이제는 태자빈마저 감히 제 면전에서 기어오르고 있었다.용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채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태자빈 마마께서 그리 이해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하군요.”태자빈은 거드름을 피우며 고개를 끄덕였다.“소 씨 가문 출신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굳이 탓하지 않겠습니다. 측비에 관한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은 편이 좋겠습니다.”설현정은 태자빈의 손을 꼭 잡고 가슴을 활짝 편 채 고개를 꼿꼿이 세웠다.하지만 소명지가 그 복잡하고 뼈 있는 속내를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녀가 아는 것이라곤 설현정과 태자빈이 온갖 구실을 대며 추영우가 측비를 들이는 것을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0화

    “불임약을 먹더니 머리까지 어떻게 되어버린 것이냐?”설현정은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길이 없었고, 분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태자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현정아, 혹시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니니?”설현정은 온몸이 짙은 어둠에 휩싸인 듯 뼛속까지 시려왔다. 심지어 태자빈마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것이었다.반면 소설아는 시종일관 담담했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껏 그 누구도 그녀가 조급해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듯했다.소설아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설현정은 결국 소설아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남을 이길 수 있겠는가?태자빈은 설현정의 손을 잡아끌었다.“현정아, 진정하거라. 전하께서도 여기 계시니, 오해가 있다면 풀어버리면 그만이란다.”평국공부의 여식들은 단아하고 기품이 있으며, 침착하고 속이 깊기로 유명했다. 경성의 세가 여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소설아 따위는 감히 우러러볼 자격조차 없었다. 그런 소설아 같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수양딸 때문에 어찌 평정심을 잃는단 말인가?설현정은 몇 차례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조금씩 감정을 가라앉혔다.추영우도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담담히 입을 열었다.“형수님, 제가 설 아가씨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태자빈이 대답했다.“편히 물어보시지요.”추영우는 고개를 들어 설현정을 한 번 바라본 뒤,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설 아가씨는 제 왕비가 되기 싫은 겁니까?”방금 전 설현정이 내뱉은 말에 상처를 받은 듯했다. 목소리는 무척 낮았고, 그 안에는 희미한 억울함마저 묻어났다. 차가운 얼굴과 어우러진 그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설현정은 입을 꾹 다물었다.태자빈이 입을 가리며 미소 지었다. “현정아, 멍하니 뭐 하는 거니? 어서 대답하지 않고.”“소녀, 기꺼이 전하의 왕비가 되겠습니다.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39화

    용비는 애초에 그저 농담 삼아 말을 꺼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추영우와 설현정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자, 오히려 정말로 흥미가 동했다.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웃었다.“휘야, 네게는 이미 법도를 잘 지키는 정비가 있으니, 성정이 조금 발랄하고 톡톡 튀는 측비를 짝지어 주면 더 좋지 않겠느냐? 현정이는 폐하께서 너를 위해 골라주신 아이이니, 이 어미도 네게 측비 하나쯤 골라주고 싶구나.”추영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짙은 안개처럼 어두운 기색이 서렸다. 무의식적으로 반박하려 입을 열었지만, 용비는 그의 어머니였기에 불효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고, 무언가를 억누르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용비는 오히려 흥이 더욱 돋았다.“휘야, 네 생각은 어떠하냐? 오늘 마침 이렇게 모였으니, 아예 정해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태자빈이 입을 열었다.“용비 마마, 이러시면 억지로 짝을 맺어주시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소씨 가문의 큰 아가씨에게는 의향을 물어보셨는지요?”용비가 미소 지었다.“그럼 내가 직접 물어보마.”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용비는 소설아가 천박하고 허영심이 많으며, 이미 휘에게 푹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보았다.사실 용비가 소설아를 휘의 측비로 맺어주려는 데에는 아들을 위하는 마음도 있었다. 휘에게 인생이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탄하지만은 않으며, 사랑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자신조차 황제와 평생 둘만을 바라보며 해로하지 못했거늘, 휘라고 해서 그렇게 살게 둘 수는 없었다.어쩌면 소설아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아야, 추영우와 설현정도 서로를 향한 진심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휘의 측비가 되겠느냐?”소설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린 소녀처럼 수줍은 기색을 내비쳤다.“저는 용비 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그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로구나. 휘야?”용비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눈빛으로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화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5화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하녀가 코웃음을 쳤다."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하녀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화

    대청에서 나온 소설아는 거처를 새로 옮겼다.그 연놈이 더럽힌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이 후부도 이제는 더는 머물 곳이 못 되었다. 하지만 조정의 법도상 여인은 홀로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후부를 떠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했다.소설아가 하녀들을 시켜 이삿짐을 옮기게 하고, 거처를 옮긴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소명주의 시녀가 찾아왔다. "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노비를 보내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화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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