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을 떴을 때 민씨는 침상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웬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민씨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황급히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리고는 뒤로 몸을 물리며 날카롭게 외쳤다.“무슨 짓이냐?”“부인, 그리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저희는 부인을 위해 일을 처리해 드렸으니, 약조한 대가를 받으러 왔을 뿐입니다.”왕준은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그 눈빛에는 원망마저 서려 있었다.이 멍청한 여자만 아니었다면, 그가 금의위의 표적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인두에 데인 상처가 은근히 욱신거렸다.“어째서 내가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말이냐? 소설아를 너희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나 아니더냐?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어찌 소설아에게서 은자를 뜯어낼 수 있었겠느냐? 돈을 좀 벌었다고 의리마저 저버릴 셈이냐?”민씨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악을 썼다.“오 대인을 불러오너라! 내가 직접 오 대인과 이야기하겠다!”“안심하십시오, 부인. 부인처럼 나이 든 여인에게는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 다만 부인의 물건 몇 가지를 챙겨 두었을 뿐이지요.”왕준은 새빨간 원앙 수가 놓인 속옷을 흔들어 보였다.“부인께서 아직도 오 대인을 마음에 두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오늘 밤 이곳에서 묵고 가시지요. 제가 오 대인을 불러 회포라도 풀게 해드리겠습니다.”민씨는 순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입에 올린 오 대인이란, 예전에 자신을 속여 사기를 친 바로 그 사내였다.“너, 너… 내 물건을 가져다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민씨가 황급히 몸을 살펴보니, 속옷뿐 아니라 비녀 한 개와 손수건 한 장도 사라져 있었고, 목에 걸고 있던 염주마저 감쪽같이 없어져 있었다.그녀는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달싹였다.“애초에 약조하지 않았더냐! 향로는 너희가 강남으로 가져가 팔고, 경성에서 나는 수익은 내 몫으로 하기로 했잖느냐. 그런데 이제 와 내 물건까지 훔쳐 가다니, 약조를 저버릴 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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