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apítulo 361 - Capítulo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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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대청 안, 소명남은 서경수를 본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그는 그날 밤에 보았던 구황자 전하가 이런 생김새가 아니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구황자 전하는 성이 서씨도 아닌 듯했다.이 서 대인이라는 자는 겉모습이 온화하고 수려한 데다 몸에 걸친 의복과 장신구도 귀티가 흘러넘쳐, 보기에는 구황자 전하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이 서 대인이라는 사람도 혹시 설아를 연모하는 자는 아니겠지? 제 발로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다니, 쯧쯧.'어쩐지 설아가 원태준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했다. 그저 용모와 기품만 보아도 원태준과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는 사내였다.“서 대인, 차를 드시지요. 누이동생이 곧 올 것입니다.”소명남이 넌지시 떠보며 물었다. “서 대인께서는 춘추가 어찌 되시는지요? 혼인은 하셨습니까? 댁은 어디십니까?”서경수는 길게 뻗은 눈매를 살짝 깜빡이며 그가 단단히 오해했음을 금세 알아차렸다.그는 굳이 해명하지 않고 오히려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 나이는 스물입니다,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았으며, 금릉항에 살고 있습니다.”“금릉항이라고요?”소명남은 숨을 들이켰다.금릉항 일대는 온통 왕부와 공주부뿐이었으니, 서 대인의 신분은 과연 보통이 아니었다.상대의 신분이 존귀했으나 소명남은 비굴하게 아첨하며 빌붙을 생각이 없었다. 누이동생의 일생이 걸린 대사였으니, 오라비로서 반드시 엄격하게 살펴야 했다.“제 누이는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닙니다. 서 대인께서 만약 뜻이 있으시다면 부모님께 고하신 후 당당히 찾아오십시오. 사사로이 왕래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닙니다.”서경수가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었다. “알겠습니다. 이후 처소로 돌아가 어머니께 고하도록 하겠습니다.”소명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예? 이렇게 쉽게 승낙한다고?'서경수가 다시 물었다. “혹 더 물으실 것이 있으십니까?”소명남이 혹시 집 밖에 여인이라도 몰래 두었는지 물어보려던 순간, 소설아가 안으로 들어왔다.“둘째 오라버니, 이분은 도찰원의 서 대인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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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그녀는 참수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하녀로 변장한 채 한밤중에 원씨 가문에 잠입하여 서신을 모조리 빼내어 파기했다.원 부인 명씨의 별장에 있던 금괴들 역시 그녀가 발 벗고 나서 숨겨주었다.서신을 제때 파기한 데다 진왕마저 옥중에서 급사하는 바람에, 원씨 가문이 진왕과 결탁하여 모반을 꾀했다는 증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씨 가문은 누명을 벗고 혐의를 씻을 수 있었다.전생에 원씨 가문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고생한 것이 완전히 헛수고만은 아니었던 셈이다.적어도 원씨 가문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으니, 그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된 것이다.서경수가 픽 웃으며 물었다. “금괴는 어찌 되었습니까?”소설아는 그가 이것을 물어볼 줄 알았다. 서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금괴가 아니던가.“금괴는 명씨의 별장에 있습니다. 그날이 되면 대인께서는 사람을 데리고 가 서신을 수색하십시오. 저와 둘째 오라버니는 금괴를 찾겠습니다. 찾아낸 금괴는 정확히 반으로 나누지요.”“둘이서만 금괴를 수색하겠다고요? 그때 내 사람을 붙여 함께 가도록 합시다. 두 분만 가셨다가는 별장 문턱조차 넘지 못할까 염려스럽군요. 도찰원 사람이 곁에 있으면 일을 처리하기가 훨씬 수월할 겁니다.”서경수는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 눈치였다.소설아가 물었다. “누구를 저희와 함께 보내실 생각입니까? 금괴에 관한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서경수가 눈꼬리를 휘며 넌지시 말했다. “오 내관 말입니다.”소설아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오 내관이라니. 장공주부의 태감이 아니던가?서 사장님은 돌아올 금괴의 몫이 줄어들까 염려되어 제 심복 태감을 곁에 단단히 붙여두려는 속셈이 분명했다.“좋습니다. 오 내관이라면 구면이니까요.”서경수가 도찰원 호패 두 개와 관복 두 벌을 꺼내 내밀었다. “그럼 그렇게 정한 겁니다. 내일 유시, 시간에 맞춰 가택 수색을 시작하겠습니다. 참, 내일 곧장 별장으로 가실 겁니까?”소설아가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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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민씨는 소설아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는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 애가 원씨 가문엔 뭣 하러 간단 말이냐? 당장, 당장 사람을 보내 그 애를 불러오거라! 명주의 혼수부터 채워 넣어야 한다! 원씨 가문에서 혼수를 재촉하러 오기 전인 지금 채워 넣으면 늦지 않을 게야!”방 어멈이 대답했다. “부인, 큰 아가씨께서는 그저 전언만 남기셨을 뿐, 정말 가셨는지, 언제 가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혹여 전답과 가옥 문서를 큰 아가씨께서 원씨 가문으로 가져가신 건 아닐까요? 큰 선물을 주시겠다고 하셨으니, 원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둘째 아가씨께 직접 건네주려는 속셈이 아닐는지요?”소명주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머니, 언니가 원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제게 그 문서를 건네면, 마치 저를 불쌍히 여겨 베풀어 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원씨 가문 사람들이 저를 우습게 볼 텐데요! 언니는 어찌 제 처지를 이리도 생각해 주지 않는단 말입니까!”민씨가 소리쳤다. “안 된다. 사람을 보내 지키고 있다가, 그 애가 보이거든 당장 내 앞으로 잡아 오거라!”방 어멈이 조심스레 말했다. “부인, 이 늙은이의 말은 듣지 않으실까 염려스럽습니다. 오늘 같은 자리에서 실랑이라도 벌어지면 보기 흉할 터이니, 누군가 가서 타일러 모셔 오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민씨는 신부를 보내야 했고, 소명준은 소명주를 업어 가마에 태워야 했으며, 소명천은 아직 요양 중이었다. 부릴 만한 사람은 소명지뿐인데, 명지는 또 워낙 철이 없으니…민씨가 뾰족한 수가 없어 전전긍긍할 때, 왕 부인이 먼저 나섰다. “정 그렇다면 내가 가서 타일러 볼게. 설아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자리의 중함은 분별할 터. 내게 맡겨. 내 반드시 그 아이를 달래어 데려올게.”왕 부인은 주례를 맡은 증혼인이었으니 원씨 가문에 가는 것도 이치에 맞았다. 게다가 왕 부인은 신분이 존귀하니 권세로 소설아를 억누른다면 소설아로서도 속수무책일 터였다.“월희야, 참으로 폐를 끼치게 되었어.”민씨가 감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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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명심이 당장이라도 사람을 부르러 갈 기세를 취하자, 소설아가 단 한마디로 그녀의 화기를 잠재웠다.“소명주가 망신당하는 꼴, 보고 싶지 않니?”명심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명주 언니는 곧 제 새언니가 될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가 어찌 언니가 망신을 당하게 그냥 내버려 두겠어요?”소설아는 담담히 덧붙였다.“듣고 싶지 않다면 이쯤에서 그만두마.”잠시 망설이던 소명심이 끝내 입을 열었다.“… 말해 보세요.”“조용히 굴면 알려주마.”“조용히 할 테니, 어서 말해 주세요.”소설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명주의 혼수는 부풀려진 게 한두 개가 아니란다. 전장도 없고, 향로 가게도 없으며, 궤짝 밑바닥에 넣어 두는 비상금용 은자 따위도 없지. 심지어 궤짝 몇 개는 텅 빈 채로 백지만 채워져 있다.”명심의 두 눈이 번쩍 빛났다. “설아 언니, 전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방해하지 않을 테니 푹 쉬며 극 구경이나 하셔요.”명심의 집안은 가난하여 그리 많은 혼수를 장만할 형편이 못 되었다. 그런데 소명주는 자신의 혼수가 넉넉하다는 것을 믿고, 알게 모르게 여러 번 그녀를 헐뜯고 무시했었다.알고 보니 그년도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였던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그동안 그리도 허세를 부렸단 말인가!'어디 그 가면을 벗겨 주마.'하지만 이 일은 무엇보다 교묘하게 처리해야 했다. 고모인 명씨에게 자신의 소행임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명심은 엉덩이에 불이 붙기라도 한 듯 황급히 자리를 떴다.눈엣가시 같던 소명심이 자리를 뜨자, 소설아는 다시 느긋하게 무대에 시선을 돌렸다. 과연 한때 황성에서 이름을 떨쳤던 이원반답게, 배우들의 노래는 귀를 사로잡을 만큼 뛰어났다. 마침 무대에서는 극이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명심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의 안내를 받으며 왕 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설아야, 네가 정말로 여기 있었구나. 네 어머니가 사흘 밤낮으로 너를 찾아 헤맸단다. 설아야, 성질을 부리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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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왕 부인은 애써 침착한 척했으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마저 숨기지는 못했다.서신을 쥔 순간, 과거 사기를 당하고 협박받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던 뼈저린 기억이 다시금 뇌리를 스쳤다.그때 그녀의 나이는 고작 열일곱, 한창 정인에 대한 환상을 품을 나이에 어쩌다 사기꾼 무리와 엮였던 것이다.한가득 품었던 진심을 짓밟힌 것은 물론이요, 명성이 더럽혀질까 봐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 했다.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은자를 내어주다 보니, 급기야 혼수마저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렵고, 명예가 실추될까 무서워 그 누구에게도 감히 털어놓지 못한 채, 그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을 홀로 견뎌내야 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때의 어리숙한 소녀가 아니었다. 만약 소설아가 감히 자신을 협박하려 든다면, 그녀 역시 자신이 쥔 수단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참이었다.소설아가 입을 열었다. “왕 부인, 처음에 부인께서 이 서신을 쓰셨을 때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어찌 부인을 협박하겠습니까?”왕 부인이 매섭게 따져 물었다. “대체 누구냐? 누가 너를 사주한 게야!”“부인, 진정하시고 제 말씀을 들어보시지요.”소설아는 평온한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며칠 전, 저 역시 표적이 된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강남의 세가 도련님이라 칭하는 자가 번번이 제게 환심을 사려 들었지요. 은밀히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그 강남 세가 도련님이라는 자는 전문적으로 사기를 치는 난화문의 일원이었습니다.”왕 부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자신이 과거 사기를 당했던 수법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지 않은가.“부인, 난화문의 사기꾼들을 끌어들여 저를 해치려 한 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왕 부인이 물었다. “누구냐?”소설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부인의 막역한 지기이신, 후작 부인 민씨입니다.”“그 아이는 늘 부처님을 모시며 불공을 드리는 사람인데,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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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믿겠다.”왕 부인은 의자 등받이를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나무에 파고들 지경이었다.그녀는 그 역겨운 사내놈들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소설아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시선을 들어 올렸다. “부인, 아직도 제가 부인과 함께 후부로 돌아가길 바라십니까?”왕 부인이 대답했다. “필요 없다. 네가 오늘 무엇을 하려 하든, 내 기꺼이 도우마.”소설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왕 부인, 오늘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저 편히 앉아 극이나 감상하시면 됩니다.”왕 부인이 말했다. “미안하구나. 내가 널 오해했다. 네게 큰 빚을 졌으니,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거라.”소설아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아 눈빛에 어린 속내를 감추었다.“감사합니다, 부인. 부인의 말씀을 깊이 새겨두겠습니다.”왕 부인이 깨뜨린 찻잔을 치우기 위해 하녀들이 다가왔고, 방 어멈 역시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의 대화가 끊긴 듯하자, 방 어멈이 물었다. “부인, 큰 아가씨. 말씀은 다 나누셨습니까? 이제 후부로 돌아갈까요?”왕 부인이 싸늘하게 대꾸했다. “돌아가서 네 주인에게 전하거라. 설아도 돌아가지 않고, 나 또한 돌아가지 않겠다고.”방 어멈이 무언가 더 말을 얹으려 했으나, 왕 부인이 눈짓을 보내자 곁에 있던 큰 하녀가 방 어멈을 쫓아내 버렸다.*민씨는 후부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또 기다린 끝에 마침내 방 어멈이 돌아오자 다급히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소설아는? 월희는 어찌하고?”방 어멈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보고했다. “부인, 큰 아가씨께선 돌아오지 않겠답니다. 게다가 큰 아가씨가 왕 부인께 대체 무슨 말을 속닥거렸는지, 왕 부인마저 오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민씨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상세히 고해보거라. 대체 어찌 된 일이냐?”방 어멈이 변명하듯 말했다. “저도 자세한 연유는 모릅니다. 그저 큰 아가씨께서 왕 부인께 서신 한 통을 건네셨는데, 겉봉을 본 왕 부인의 안색이 돌변하셨습니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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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원태준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붉은 비단 끈을 잡고 소명주를 이끌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는 손에 상처를 입어 원래 붕대를 감고 있었으나, 오늘은 혼롓날이라 특별히 붕대를 풀고 붉은 천을 감아 둔 참이었다.소설아는 푸른빛 치마를 입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의도적으로 수수하게 차려입었으나, 타고난 미색이 워낙 뛰어나 어디에 있든 그토록 눈부시게 빛났다.원태준은 단번에 그녀를 발견했다.잠시 멈칫하던 그는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저리 수수하게 입고 연지곤지 하나 찍지 않다니, 누구 보라고 저리 가련한 척을 하는 게야?'그날 밤엔 그리도 매몰차게 굴길래 정말로 자신을 싹 잊은 줄 알았건만, 이제 와서 자신이 혼인하는 꼴을 보러 달려온 건 또 무슨 심보란 말인가?'역시 말과 속내가 다른 여자였군. 지금쯤이면 후회에 사로잡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을 게 분명해.'원태준은 기분이 한껏 좋아져 걸음마저 가벼워졌다. 소설아가 고집을 꺾고 얌전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녀를 첩실로 받아줄 생각이 아직은 남아 있었다.그는 신부를 이끌고 혼례가 치러질 대청으로 걸음을 옮겼다. 상석에는 명씨와 원 시랑이 이미 단정히 앉아 있었다.잠시 기다려도 신랑 신부가 들어오지 않자, 명씨가 곁에서 작은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강북 최고 지방관 부인이신 왕 부인을 증혼인으로 모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이미 여기저기 말을 다 흘려놓았는데, 어찌 임박해서 사람을 바꾼답니까?”원 시랑이 대꾸했다. “채 부인은 호부 시랑의 부인이니, 그분을 증혼인으로 모신 것만 해도 꽤 훌륭한 일이오.”명씨가 입술을 삐죽였다. “뭐가 훌륭하단 말입니까, 그게 어찌 같습니까? 강북 최고 지방관 총독은 막강한 군권을 쥐고 있어 일방의 제후나 다름없는 자리 아닙니까.”원 시랑이 핀잔을 주었다. “그 입 다무시오. 이따 채 부인 귀에라도 들어가면 어찌 감당하려고 남의 원한을 사려 드오?”“알겠습니다. 아들 내외가 오니 그만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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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막 천지신명께 절을 올렸을 때, 집사의 다급한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대인, 마님!”원 시랑이 손을 들어 배당 의식을 중단시켰다. “또 무슨 일이냐?”하인이 헐떡이며 대답했다. “대인, 대문 밖에 관원 나리들이 한 무리 들이닥쳤는데, 그 기세가 아주 등등합니다!”“관원들이라고?”“예, 다들 관복을 빼입으셨습니다.”'오늘 같은 날 조정에서 하객이 오더라도 으레 평상복 차림일 터. 관복을 입었다면 이제 막 궁에서 나왔다는 뜻인데… 설마 폐하께서 내리신 하사품이란 말인가!'원 시랑의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태준아, 아비를 따라 나가보자꾸나.”하객들이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원씨 가문이 참으로 복덩이 며느리를 얻었군 그래. 궁에서 하사품이 연달아 두 번이나 오다니 말이야.““그도 그럴 것이, 신부가 평소에도 궁에 자주 드나든다지 않소.”“향로 아시지요? 신부의 혼수 중에 그 귀한 향로 가게도 포함되어 있다지 뭡니까.”“아이고, 당장 신부랑 안면부터 터야겠소. 향로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아니오!”그들의 칭찬을 엿들은 소명주는 기쁨에 겨워 입술이 씰룩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원 시랑이 밖으로 나가 살펴보니, 새로 도찰원에 부임한 서 군왕이 아닌가!“서 대인께서 친히 발걸음해 주시니 누추한 집안에 빛이 납니다.”서경수는 마치 길 가다 금덩이라도 주운 사람처럼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있었다. “원 대인, 축하하오, 축하해. 축하주나 한잔 얻어 마실까 하고 왔소이다.”이내 누군가 안으로 소식을 전했다. “도찰원의 서 대인께서 도찰원 관원들을 절반이나 이끌고 축하주를 드시러 왔답니다!”“단순한 서 대인이 아니지. 저분은 장공주 마마의 외동아들이신 서 군왕 전하 아니시오. 서 군왕께서 친히 오셨다는 건 장공주 마마, 나아가 황실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소!”원 시랑이 황송해하며 물었다. “서 대인께선 방금 궁에서 나오는 길이지요?”서경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막 궁에서 나오는 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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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원씨 가문 사당 문 앞에는 두 명의 하인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시랑부 전체가 경사스러운 분위기로 들떠 있었고, 두 하인 역시 상으로 받은 은전으로 술과 땅콩을 먹고 마시며 농땡이를 피우는 중이었다.두 사람은 누군가에게 입이 틀어막힌 채 바닥에 짓눌렸을 때조차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소설아의 설명에 따라 도찰원의 관원들은 순식간에 밀실을 찾아내어 그 안에 있던 서신들을 손에 넣었다.그 시각, 서경수는 원 시랑의 청을 받아 상석에 앉아 축하주를 들고 있었다.연회는 화청에 마련되었고, 한가운데 병풍을 쳐서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 자리하도록 구분해 두었다.원 시랑은 아들 원태준을 데리고 서경수 앞으로 다가가 공손히 술을 올렸다.“서 군왕 전하께서 친히 왕림해 주시니 경사 위에 경사가 더해진 겹경사입니다. 전하께서 친히 오시어 이리 축하주를 들어주시니 제 못난 자식 놈에겐 더할 나위 없는 큰 복이지요. 태준아, 어서 전하께 한잔 올리거라.”원태준은 두 손으로 술잔을 받쳐 들고, 공손히 허리를 굽혀 술을 올렸다.서경수는 한 손으로 술잔을 들어 가볍게 짠 하고 부딪치기만 할 뿐 입에는 대지도 않은 채, 그 술잔을 고스란히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잔에 술이 찰랑이도록 가득 차 있었던 터라, 탁자에 내려놓는 반동으로 술이 반 이상 엎질러지고 말았다.원 시랑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서 군왕 전하, 어찌…”서경수는 입술을 살짝 달싹이며 빙긋 웃었다. 곱고 매혹적인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것이,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시랑 대인께서 이리도 성대히 맞아 주시니, 내 마음이 몹시 흡족하오.”“허나, 내가 오늘 이 집 문턱을 넘은 건 축하주를 마시기 위함이 아니오.”원 시랑은 덜컥 겁이 났다. “그렇다면 서 군왕 전하께선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아까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던 수명의 도찰원 관원들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 그중 우두머리 격인 관원이 서경수 곁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서경수가 그제야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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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명씨는 머리에 꽂았던 비녀와 장신구를 서둘러 빼낸 뒤, 몇몇 하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향했다. 대문 앞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시랑부 전체가 이미 관군들에게 겹겹이 포위되어 있음을 깨달았다.문 앞을 지키는 병사들이 사람들을 일일이 검문한 뒤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눈썰미가 매서운 경비병이 단번에 명씨를 알아보고 앞을 가로막았다. “시랑 부인, 당신은 나갈 수 없소.”소설아는 무리 속에 섞여 시랑부를 아주 태연하게 걸어 나갔다.문을 나설 무렵, 그녀가 고개를 돌려 명씨를 슬쩍 쳐다보았다.소설아는 줄곧 감정의 동요 없이 평온한 기색이었으나, 이때만큼은 보기 드물게 속내를 드러냈다.소설아는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명씨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여유와 연민이 어려 있었다.명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제야 그녀는 소설아가 앞서 말한 ‘구경거리’의 의미를 깨달았다.“소설아, 당장 거기 서지 못하겠느냐! 당장 말해라! 네년이 우리를 모함한 것이지! 네년 짓이 틀림없다! 어쩐지 오늘 발걸음을 했다 싶더니, 다 미리 작당을 하고 온 게로구나!”명씨가 그녀를 뒤쫓아가려 했으나 경비병에게 가로막혀 내동댕이쳐졌다.소설아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대문 밖에는 오 내관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소설아를 보자 굽실거리며 아부하는 웃음을 띠었다. “큰 아가씨, 어서 마차에 오르시지요!”경비병들에게 끌려가던 명씨는 태감이 소설아 앞에서 쩔쩔매며 극진히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자, 두 눈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소설아, 내게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마라!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라, 네년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말 테다!”하객들이 모두 쫓겨난 후, 원씨 가문의 남정네들은 모조리 포박되어 하옥되었다.여인네들은 전부 어느 한 별채에 갇힌 채 삼엄한 감시를 받게 되었다.“어머님, 안심하십시오. 별일 없을 겁니다. 아버님께서 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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