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apítulo 391 - Capítul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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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소설아는 민씨가 하사한 하녀를 데리고 의란거로 돌아왔다.“이름이 무엇이고, 올해 나이는 몇이냐? 할 줄 아는 것은 무엇이고, 예전에는 어느 댁에서 일했으며, 몇 등 하녀였느냐?”“큰 아가씨, 저는 영작이라 하옵고 올해 열일곱입니다. 장부를 볼 줄 알고 바느질 솜씨가 제법 좋으며, 자신 있는 요리도 몇 가지 할 줄 압니다.”영작은 겉보기에는 순박해 보였으나,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일부러 답하지 않았다.소설아는 단이가 건네주는 따뜻한 찻잔을 받아 들고 우아하고 여유롭게 한 모금 마신 뒤, 서두르지 않고 다시 물었다.“예전에는 어느 댁에서 일했으며, 몇 등 하녀였느냐고 묻지 않았느냐.”영작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인 채 발끝만 바라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예전에는 경성 외곽에 사는 한 향신 댁에서 일했습니다. 안주인을 모시는 몸종이었습니다.”소설아가 다시 물었다.“어느 향신 말이냐?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냐?”영작은 흠칫하며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 향신 운운한 것은 그저 지어낸 거짓말이었으니,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또 다른 거짓말을 끝없이 보태야 했다. 그녀는 말을 할수록 실수만 늘어날까 두려워 입술만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희가 꾸짖었다.“아가씨께서 물으시는데 어찌 대답을 못 하느냐! 어쩐지 예의범절을 모른다 했더니, 정말 시골구석에서 굴러먹다 온 것이냐?”바로 그때, 우연이 소설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안방마님을 곁에서 모시던 몸종이 팔려 왔다는 건, 필시 큰 죄를 지었거나 행실이 단정치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큰 아가씨, 이런 자는 곁에 두시면 아니 됩니다.”우연은 겉으로는 소설아와 귓속말을 나누는 듯 보였으나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았다. 마치 영작이 들으라는 듯 일부러 낸 소리 같았다.영작이 다급하게 외쳤다.“큰 아가씨, 저는 부인께서 보내서 온 것입니다!”소설아가 손을 내저었다.“그렇다 하니, 마당에서 궂은일이나 하게 하여라. 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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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소설아의 말을 듣자 월 이낭은 그제서야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아가씨. 저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춘향 저 아이가 좀 둔하긴 해도 손발이 제법 재빠르답니다. 제 처소는 크게 할 일도 없으니, 큰 아가씨께서 사람을 보내주셔도 할 일이 없어 허송세월만 보낼 것입니다.”소설아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알겠습니다. 그냥 한 번 물어본 것이니, 필요 없다면 관두지요.”그녀는 다시 물었다.“참, 부인 처소에 새로 온 연 어멈과 이낭께서 아주 가깝게 지내신다 들었습니다”월 이낭이 웃으며 답했다.“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연 어멈이 의술을 조금 안다 하여, 부인께서 제 태중의 아이를 살피라 보내신 것뿐입니다. 큰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세자 저하께서 편찮으신지라 제가 품은 아이가 무척 중요하지 않습니까. 큰 아가씨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연 어멈은 부인의 사람이니 그 자가 오고 나서 저는 도리어 바짝 긴장하고 있답니다.”“그런 것이었군요. 이낭, 몸조리 잘하시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부광각에서 나오자, 단이가 소설아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춘향이 말로는 월 이낭과 연 어멈이 구면인 것 같다 합니다. 춘향이 슬쩍 물어보니, 월 이낭은 초면이라며 딱 잡아뗐다 합니다. 그리고 연 어멈이 매일 제시간에 찾아와 월 이낭의 진맥을 보는데, 뱃속 아이가 사내아이라는 것을 알고는 월 이낭보다 연 어멈이 더 기뻐하며 흥분했다 합니다.”소설아는 그 말을 들을수록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이 연 어멈이란 자는 대체 어디서 굴러온 것일까? 혹여 뱃속 아이의 친부가 보낸 자는 아닐까? 허나 겉보기에는 분명 민씨 부인의 사람이지 않은가. 월 이낭 아이의 친부가 어찌 민씨 부인과 연관이 있단 말인가?'“연 어멈을 계속 주시하거라.”소설아는 생각할수록 앞뒤가 맞지 않아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으나, 아직 갈피를 잡기도 전에 서경수가 그녀를 찾아왔다.두 사람은 천배취에서 만났다.“소명주와 안 대인은 무슨 사이요?”서경수는 오자마자 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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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어렵지 않지요.”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경수도 마침내 상황을 눈치챘다. “소 아가씨 말은, 안 대인과 소명주가…”그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소명주가 감히 안 대인을 건드렸다간 나중에 제명에 죽지도 못할 것입니다. 연화 군주가 그 계집의 가죽을 홀라당 벗겨버릴 테니까요.”소설아가 고개를 내저었다.“소명주가 아닙니다.”소명주는 시랑부에 갇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처지였다. 안 대인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민씨 부인 뿐이었다. 연 어멈 또한 민씨 부인을 모시라고 보내진 자이지, 소명주에게 간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월 이낭 뱃속 아이의 친부 역시 안 대인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정상적인 사내라면, 제 핏줄을 잉태한 여인이 다른 사내의 첩이 되는 꼴을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볼 리 없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말이다. 허나 안 대인에게는 참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월 이낭이 남의 첩이 되어야만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었으니까.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대로 계속 파헤치다 보면, 또 어떤 엄청난 비밀이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었다.서경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민씨라고요? 위원후 부인 말입니까? 안 대인은 외모가 준수하고 고아한 데다 음률에도 정통한 사내입니다. 그런 자가 어찌 민씨 따위와 눈이 맞는단 말입니까?”안 대인은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미남이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으나 여전히 그 풍채는 예전 못지않았고, 그러니 연화 군주가 그토록 철통같이 감시하는 것이기도 했다.소설아가 피식 웃었다.“연화 군주께서 너무 숨 막히게 쥐어짜시니, 안 대인의 눈에는 길가의 암캐조차 제법 자태가 고와 보였나 봅니다.”서경수가 배를 잡고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다시 봤습니다. 아가씨 입도 제법 험하시군요. 자, 실없는 소리는 이쯤 해두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서경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껄렁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고쳐 앉으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금괴는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구황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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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이건 제가 생각해 낸 묘안이니, 아무 대가도 없이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서경수는 추영우의 그 싸늘한 얼굴을 떠올리더니 슬그머니 소름이 돋는 듯했다. “조만간 제가 구황자 전하를 불러낼 테니, 전하를 구슬려 한배를 타게 만드는 건 아가씨께서 알아서 하십시오.”소설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안 대인이 중간에서 손을 써준 덕분에, 시랑부의 여인들은 이튿날 바로 풀려날 수 있었다.“경성을 벗어나선 아니 되며, 관아에서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야 한다.”“예, 나으리.”시랑부 문 앞에 선 명씨는 한때 위세 당당했던 대문을 올려다보며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했다.졸개 한 무리가 소명주의 혼수를 짊어지고 뒤따라 나오며 물었다.“마님, 이 혼수들은 어디로 옮길까요?”소명주가 답했다.“우선 저쪽 골목 쪽으로 가져가거라. 그곳에 내 명의로 된 저택이 하나 있다.”명씨는 내심 소명주에게 감탄했다. 설마 하니 이런 난리 통에 혼수까지 고스란히 챙겨서 나올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그녀가 관원에게 다가가 물었다.“내 혼수도 가져갈 수 있겠는가?”우두머리 관원이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어째서?”“윗선에서 분부하셨소. 저 부인은 갓 시집왔으니 아무 죄가 없고, 혼수 또한 원씨 가문과는 아무런 무관하니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소.”명씨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명주야, 당분간은 네 신세를 좀 져야겠구나.”명씨가 제 앞에서 한껏 몸을 낮추며 굽실거리는 꼴을 보자, 소명주는 득의양양하여 미칠 지경이었다.일행이 소명주의 혼수로 마련된 저택에 도착하자, 소명주가 어린 하녀에게 분부했다.“먼저 물을 끓여 차를 한 주전자 내오거라. 그리고 주방에 일러 간단히 요기할 거리를 준비하라 하고, 따뜻한 물을 넉넉히 데워두어라. 밥을 먹고 나면 모두 씻어야 하니까.”지시를 마친 소명주가 명심을 바라보았다.“명심아, 우리는 원씨 가문의 사람이라 경성을 떠날 수 없지만 넌 아니지 않니. 넌 지금 당장 떠나도 좋아.”명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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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소설아가 피식 웃었다.“명주야, 넌 아직 첫날밤도 치르지 않았잖니? 처녀가 어찌 회임을 한단 말이냐?”소명주가 처녀라는 것은 민씨 부인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소명주와 원태준이 한 침상에서 뒹굴다 간통으로 발각되었을 때조차, 민씨 부인은 소명주가 결백한 처녀라고 득득 우겨대지 않았던가.소설아의 눈빛에 혐오감 어린 조소가 스쳤다.“명주야, 정녕 네가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그 소중한 처녀라는 명성은 어쩌고 이제 와서 딴소리란 말이냐?”소명주가 악을 썼다.“언니, 제 앞에서 비웃지 마세요! 원씨 가문의 가산이 적몰된 것도 언니 짓이죠? 어떻게 이렇게까지 독할 수가 있어요? 언니가 가질 수 없으니 차라리 부숴버리겠다는 거잖아요! 어쩜 사람 심보가 이토록 악독할 수가 있단 말이에요!”소설아는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바라보듯 무심한 눈길을 던졌다.“명주 네가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구나. 내게 그런 능력이 어디 있겠니? 정말 그런 힘이 있었다면, 진작 네 정절을 기리는 열녀문(烈女門:조선시대에 남편을 위해 절개를 지키거나 희생적인 삶을 산 여인, 즉 열녀를 기리고자 세운 기념문)부터 세워 주었을 게다.”소명주는 분통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다.만약 이곳이 민씨 부인의 처소였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소설아를 흠씬 두들겨 팼을 것이다.“서 사장님과 몰래 결탁한 게 바로 언니였군요? 향료 장사도 두 사람이 짜고 절 함정에 빠뜨린 거잖아요! 언니도 참 어리석으시네요. 외간 사내와 앞잡이가 되어 제 핏줄을 해치면, 장공주부로 시집갈 수 있을 줄 아셨어요? 그분은 장공주 마마의 하나뿐인 아드님이십니다. 그토록 존귀한 신분인데 어찌 언니 같은 수양딸을 정실로 맞이하겠어요? 서 사장님은 그저 언니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뿐이라고요. 제 앞에서 더 이상 얄팍한 수작 부릴 생각 마세요. 언니가 한 짓, 전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안 대인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기자, 소명주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당당했다.“눈치가 있으시다면 제 혼수나 고스란히 돌려놓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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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정, 정말이냐?”소명주는 연신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예.”“뭘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그년을 묶어 오지 못해!”민씨 부인이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당장이라도 사람을 부를 기세였다.소명주가 다급히 이를 말렸다.“어머니, 먼저 진정하세요. 어차피 연화 군주께 향로를 드리러 간 거예요. 침착하게 굴어야 꼬투리를 잡히지 않아요. 우선 연 어멈을 불러다 물어보시지요.”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연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부인, 안심하십시오.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연화 군주 마마께서는 본디 향을 조제하는 것을 즐기시지 않습니까. 만약 안 대인 댁에 무슨 낌새가 있었다면, 제게도 진즉 소식이 닿았을 겁니다.”민씨 부인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며칠 뒤에 영작을 불러다 자세히 물어봐야겠다.”소명주가 입술을 꾹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연 어멈, 아버지께 전갈을 넣어다오. 연화 군주께서 설아 언니를 내치시도록 방도를 마련해 달라고 말이야. 언니가 군주와 오래 어울리다 보면, 행여 군주께서 위원후부에 마음이라도 두실까 두렵구나…….”연 어멈이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늙은이가 곧바로 사람을 보내 전갈을 올리겠습니다.”연 어멈이 물러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민씨 부인은 이를 바득 갈았다.“소설아, 그 천한 년은 더는 살려두어선 안 되겠구나.”*소설아는 향로를 챙겨 안 대인의 댁으로 향했다.진씨 성을 가진 어멈이 그녀를 맞이했다. 수화문을 지나 본채에 채 닿기도 전, 두 명의 늙은 어멈이 어린 하녀 하나를 밖으로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어린 하녀는 엉엉 울며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었다.“어멈, 전 대인 나리를 유혹하려 한 적 없어요! 그저 뜰에서 꽃을 꺾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라고요. 대인 나으리께서 그저 두어 마디 물으셨을 뿐인데… 제발 살려주세요, 저를 내다 팔지 말아 주세요…”하녀는 고작 열 살 남짓 되어 보였고, 체구도 작고 깡말랐으며 머리카락마저 누렇게 뜬 것이 그야말로 어린아이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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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소설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화청 안에는 시중드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단이와 수희는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하인들의 거처로 끌려갔기에, 그 널찍한 화청 안에는 소설아와 안 대인, 단 둘뿐이었다.방금 전 그 어린 하녀는 안 대인과 고작 말 한마디를 섞었을 뿐인데도 밖으로 내다 팔릴 위기에 처했었다. 그런데 지금 외간 사내와 단둘이 화청에 남아 피리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연화 군주가 알게 된다면? 십중팔구 향로고 뭐고 당장 짐을 싸서 쫓겨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소설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계하는 눈빛으로 안 대인을 쏘아보았다.안 대인은 손을 뻗어 옷자락을 매만지더니 빙그레 웃으며 다가왔다.“이 아가씨는 뉘 댁 규수인지 모르겠소만?”과연 안 대인은 인물이 훤칠했다. 온화하고 고아한 자태에 기품이 흘러넘쳤고, 눈빛 또한 무척이나 부드러워 보였다. 그의 손에는 피리가 들려 있었는데, 피리를 쥔 품이 마치 붓을 쥔 듯하여 전신에서 문인의 고아한 운치가 물씬 풍겼다.“내가 방금 곡을 하나 지었는데, 아가씨께서 감상하며 내 귀를 좀 빌려주시겠소? 어떠시오?”안 대인의 말을 듣는 순간, 소설아는 그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렸다.만약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고 곡조가 울려 퍼질 때 연화 군주가 들이닥쳐 이 꼴을 본다면, 필시 분통이 터져 길길이 날뛸 것이다. 반대로 싫다고 거절한다 해도,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며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연화 군주의 눈에는 안 대인을 유혹하려 든다고 비칠 게 뻔했다.안 대인이 또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이리 영특하게 생긴 아가씨가, 어찌 이리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거요?”소설아는 한껏 경계하며 그를 주시했다. 안 대인이 무어라 떠들든 간에, 그녀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묵묵부답이었다.“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동의한 것으로 알겠소.”안 대인이 옥퉁소를 집어 들고 연주할 채비를 했다.“잘 들어보시오. 이제 시작하겠소.”소설아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 찻잔을 집어 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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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군주 마마,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만 너무 두려워서…”소설아는 겉으로는 겁에 질려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듯 보였으나, 그녀의 말에는 뼈대가 뚜렷했다. 단 세 마디 만에 상황을 명확히 설명해 냈고, 자신은 무고하다며 완벽하게 빠져나갔다.먼저 다가온 것은 안 대인이였고, 자신은 놀랐을 뿐이며, 곡조 따위는 듣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연화 군주 앞에서도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안호연 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연화 군주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스쳤다.“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비록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나 네가 경솔하긴 했다. 어찌 제대로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손부터 쓴단 말이냐.”이내 고개를 돌려 지시했다.“유 어멈, 이 아이를 배웅해 주거라.”저택을 나서는 길, 소설아가 물었다.“유 어멈, 군주 마마께서 많이 노하셨습니까? 이 일로 저를 미워하시면 어쩌지요?”유 어멈이 웃으며 답했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 아가씨께서는 행실이 이리 단정하신데, 군주 마마께서 아끼시면 아끼셨지 미워하실 리 없습니다.”오랫동안 연화 군주 곁에서 모셔 온 유 어멈은 제 주인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만약 연화 군주가 소설아를 정말로 눈엣가시로 여겼다면 자신에게 배웅을 맡기지도 않았을 터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택에 붙잡아 두고 단단히 손을 봐주었을 것이다. 연화 군주는 안 대인을 유혹하려는 여인이라면 치를 떨며 싫어했다. 소설아가 제아무리 대인에게 찻잔을 던지는 무례를 범했다 한들 제 몸가짐을 깨끗이 하려 한 것이니, 연화 군주로서는 오히려 곁에 두고 깊이 사귈 만하다고 여긴 것이다.안호연은 소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저 계집애, 역시 만만한 잡것이 아니었어.'“부인, 저 아가씨 꽤나 속이 시꺼먼 구석이 있어 보이는데, 진정 계속 교류할 참이오?”연화 군주가 웃으며 답했다.“부군, 그저 오해일 뿐이었으니 훌훌 털어버리시면 됩니다.”사실 처음에는 소설아의 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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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정양문에 자리한 인력 시장은 관아의 정식 인가를 받은 노비 거래 시장이었다.“큰 아가씨, 사람을 새로 들이시려고요?”소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열 살에서 열세 살 사이로, 체구가 작고 마른 계집아이들을 데려오라 하거라.”인력 시장 세 곳을 연달아 둘러본 끝에, 소설아는 마침내 안 대인 댁에서 쫓겨난 그 어린 하녀를 찾아냈다.어린 하녀의 뺨에는 아직도 따귀를 맞은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밖으로 끌려 나온 아이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누가 보아도 크게 놀라 혼이 나간 기색이 역력했다.“이 아이를 사겠다.”소설아는 아이를 데리고 곧장 큰어머니 댁으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큰 하녀에게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라 일렀다.별채로 돌아온 소설아는 단이에게 먹을 갈게 했다. 한바탕 붓을 놀려 그림을 그린 뒤, 그녀가 단이를 불렀다.“어떠냐? 잘 그려졌느냐?”몇 번의 붓놀림만으로 사람의 형상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다.“큰 아가씨, 이건 연 어멈이 아닙니까? 어쩜 이리 똑같습니까! 큰 아가씨 솜씨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제가 당장 그 어린 하녀를 데려오겠습니다.”단이가 감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어린 하녀가 방으로 들어오자, 단이가 화상을 내밀며 물었다.“잘 보거라. 이 화상에 그려진 연 어멈을 저택에서 본 적이 있느냐?”어린 하녀는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본 적 없습니다.”단이가 이번에는 영작의 화상을 보여주었다.“그럼 이 사람은? 본 적 있느냐?”아이는 또 한참을 보았으나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둘 다 본 적이 없단 말이냐?”단이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어린 하녀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잔뜩 주눅 든 얼굴로 애원했다.“아가씨, 제발 절 버리지 마십시오. 저 정말 뭐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아까 안 대인 댁에서도 제가 먼저 대인 나으리를 유혹한 것이 아닙니다. 먼저 말을 걸어오신 것도 나으리셨습니다. 제가 꺾은 꽃이 참 곱다고 하시기에, 저는 꽃만 바라보고 있다가 나으리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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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두 관사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께서는 참으로 마음이 너그러우십니다. 하녀들에게 줄 물건까지 다 사주시고 말입니다.”“우리 큰 아가씨께서는 저희를 친자매처럼 대해 주신다네. 지난 설에는 이렇게 커다란 금팔찌까지 하사하셨는걸.”단이가 짐짓 손을 뻗어 손목에 찬 금팔찌를 자랑스레 내보였다.“아이고, 아가씨께서는 정말 살아 있는 보살이십니다. 이 금팔찌 하나만 해도 두 냥은 족히 나갈 터인데요.”“관사 어멈, 이 가게의 진짜 주인어른은 누구신가? 평소 명절 때면 하인들에게 어떤 상을 내리시는지 아는가?”두 관사 어멈은 이 씀씀이 큰 손님을 단골로 붙잡아두기 위해 아는 것은 모조리 털어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이는 원하는 정보를 쏙쏙 뽑아낼 수 있었다.이 가게의 주인이 강남의 이름난 명문가 사람이라, 평소에는 관사 어멈들이 가게를 맡아 관리한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연 어멈과 생김새가 묘하게 닮은 이 관사 어멈 역시 성이 연씨였다. 연 관사의 언니는 본디 본가에서 일하던 자였는데, 오래전 노부인의 은혜를 입어 노비 신분에서 벗어났다 했다. 그 언니는 외지 상단의 점주에게 시집을 갔으나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최근에야 다시 본가로 돌아와 일을 돕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줄곧 이 가게에서 잔심부름을 거들다 최근 주인이 새 임무를 내린 탓에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소설아는 분을 얼굴에 발라보는 척하며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를 귀담아들었다.앞서 어린 하녀가 말하길, 연화 군주가 이 가게의 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도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이곳 물건을 사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으로 보아, 이 연지 가게는 십중팔구 안호연의 개인 재산이며 연화 군주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안 대인은 이 사실이 연화 군주의 귀에 들어갈까 두려워, 군주가 다신 이 가게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수를 쓴 것이리라.저택으로 돌아온 소설아는 단이에게 일러 사 온 연지와 분을 아랫사람들에게 나누어주도록 했다.단이와 수희는 일부러 영작이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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