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441 - Chapter 450

544 Chapters

제441화

몸에 흉터라도 남는다면 구황자 전하께 시집가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고, 앞으로 이어갈 향로 장사에도 적잖은 타격이 생길 터였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당장이라도 누군가 칼을 들고 달려들어 그녀의 몸에 손을 댈 기세였다.물론 소명주와 다른 형제들은 내일 하겠다고 할 터였다. 오늘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기꺼이 몸을 내어놓겠다고 약속하고, 정작 내일이 되어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나면 정말로 몸을 상하게 했는지 확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소설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곧게 폈다. 소나무처럼 꼿꼿한 자태였다.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대사님, 기꺼이 하겠습니다.”그녀의 희고 고운 얼굴에 금세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다.“부인께서 병석에 누워 계신 모습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갔는지 모릅니다. 차라리 제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부인의 병을 낫게 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뻐하기도 모자랄 판에 어찌 마다하겠습니까?”소설아는 원통 대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대사님, 그러니 제 몸부터 살펴 주십시오. 저는 수양딸이니, 부인께 진 은혜가 더욱 크지 않겠습니까.”소설아의 대답을 들은 민씨는 그제야 두 눈을 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창백하던 입술에도 조금씩 핏기가 돌아왔다.민씨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참으로 착한 아이들이구나. 이 어미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하지만 민씨는 속으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잘됐구나. 드디어 저 요망한 년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겠어!’소명주 역시 벅찬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때 어린 하녀 하나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쟁반 위에는 날카로운 비수 한 자루와 빈 그릇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소씨 가문 가주의 눈가에 흐뭇한 빛이 번졌다.“역시 우리 소씨 가문의 자식들답다. 하나같이 효심이 지극하니 참으
Read more

제442화

여인들이 둥글게 모여 서서 소설아를 가운데로 에워쌌다.“허벅지 살을 베는 것이라 하였지요?”소설아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다리를 드러냈다.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듯 매끄럽고 고운 피부는 백옥처럼 아름다웠다.소명주는 그 눈부시도록 뽀얀 살결에 시선을 빼앗겼고, 이내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까무잡잡한 편인 데다 다리에는 오돌토돌하게 닭살까지 돋아 있었다. 피부를 하얗고 곱게 만들어준다는 온갖 비방을 다 써보았지만, 소설아처럼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가질 수는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질투가 나서 견딜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피부가 하얗고 고우면 뭐 한단 말인가. 곧 살점 하나가 떨어져 나갈 텐데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요행히 살아남는다 해도 나중에 시집갈 때 흉터 때문에 소박맞기 십상일 터였다.흉터로 푹 파여 울퉁불퉁해진 허벅지를 좋아할 사내는 없을 테니까.소명주의 얼굴에 또다시 자신의 꾀가 먹혀들었다는 듯한 통쾌한 미소가 번졌다.소설아가 치맛자락을 마저 천천히 걷어 올리자, 허벅지 안쪽에 붉은 두드러기가 잔뜩 돋아 있는 것이 보였다.소설아는 그곳을 가볍게 문지르며 물었다.“이런 발진도 치료하실 수 있으신지요? 요 며칠 몸에 붉은 두드러기가 나서 가려워 견디기가 힘듭니다.”그렇게 말하며 소매를 걷어붙이자, 뽀얀 팔뚝에도 붉은 두드러기가 가득 돋아 있었다.여의원이 다가와 안색을 살피고 진맥을 해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큰 아가씨 몸에 난 이 두드러기들은 독충에 물린 것 같습니다.”소설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독충이요? 어디서 독충에 물렸단 말입니까?”그러자 단이가 거들었다.“큰 아가씨, 아무래도 매일 화초를 만지신 탓인 듯합니다. 계곡 근처에서 캐온 화초들도 더러 있으니 그곳에 어떤 독충이 묻어왔을지 모를 일이지요.”여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원인은 그것인 듯합니다. 큰 아가씨께서는 당분간 화초를 가까이하지 마십시오. 약을 몇 첩 지어 드시고 약물로 목욕을
Read more

제443화

이연주가 연화 군주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소곤거렸다.“봤어? 딱 봐도 연기잖아.”연화 군주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여의원이 입을 열었다.“큰 아가씨께서는 독충에 물리셨습니다. 당분간은 아가씨의 피나 살을 약재로 쓸 수 없습니다. 몸이 완전히 나은 뒤에야 가능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민씨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소설아는 그런 민씨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부인,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몸을 내어드리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며칠 미뤄졌을 뿐이잖아요. 두 동생이 이토록 효심이 깊은데, 그동안은 저 아이들부터 몸을 내어 부인을 모시면 되겠네요.”소설아가 중독된 이상, 원통 대사가 입이 닳도록 설득한다 해도 그녀의 살을 베어내게 할 방도는 없었다.소명지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찔하더니 멈추지 않고 딸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소명주는 겉보기엔 제법 침착해 보였지만, 곁눈질을 하며 채 부인에게 연신 눈치를 주었다.채 부인이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설아, 하필 이때 독에 중독되다니 참으로 공교롭구나. 마치 이 일을 피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민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따져 물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어쩌다 갑자기 독충에 물렸단 말이냐?”명씨도 곧장 거들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보아도 독충에 물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소씨 가문의 가주가 소설아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설아야, 이 할애비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우리 소씨 가문에는 제 목숨이 아깝다고 잔꾀나 부리는 자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 얄팍한 수를 썼다가는 가문에서 쫓겨날 줄 알거라!”가주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엄중했다. 소설아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정말로 가문에서 내쳐 저택 밖으로 쫓아낼 기세였다.그 말을 들은 소명주의 입가에 다시금 은근한 미소가 번졌다. 소설아가 가문에서 쫓겨난다면, 그녀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채 부인이 곧장 나섰다.“내
Read more

제444화

채 부인은 처음에는 그저 기분 탓이려니 여기고 두어 번 긁적였을 뿐,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겼다.그녀는 여전히 초록빛 국화 화분을 품에 안은 채 꽃을 바라보았다.‘여진이가 이 국화 화분을 받으면 틀림없이 좋아하겠지.’생각할수록 마음에 쏙 들었다. 채 부인은 화분을 품에 꼭 끌어안고 좀처럼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미친 듯이 가려워졌다. 손톱이 닿는 대로 벅벅 긁어도 가려움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결국 채 부인이 다급히 의원을 불러 세웠다.“제 몸 좀 살펴주십시오!”소매를 걷어 올리자 팔뚝을 따라 붉고 흉측한 발진이 줄줄이 돋아난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의원은 얼굴이 굳었다.“부인께서도 독충에 물리셨습니다. 어서 그 화분부터 내려놓으십시오!”채 부인은 기겁하며 품에 안고 있던 초록빛 국화 화분을 황급히 바닥에 내려놓았다.“아이고, 가려워라! 어찌 이리 가려운 게냐?!”그와 달리 소설아는 태연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몸이 가려운지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좀처럼 긁지도 않았다.채 부인은 가려움을 견디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가려워 죽겠네! 어찌 이렇게 가려운 게야!”그러다 문득 소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설아 너는 어찌 그리 태연한 게냐? 하나도 안 가려운 게냐?”의원이 대신 대답했다.“아마 큰 아가씨께서 인내심이 남다르신 모양입니다.”의원은 처방전을 써 주고 약을 쓰는 법과 주의할 점을 일러준 뒤 물러갔다.소설아가 빙긋 웃었다.“부인, 아까는 그리 심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 이리 괴로워하십니까?”이연주도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채 부인, 보는 눈이 이리 많은데 대놓고 긁어대는 건 체통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조금만 참아 보시지요.”“미안하지만, 가려워 미칠 지경이라 이만 가보겠습니다.”채 부인은 처방전을 움켜쥔 채 황급히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떴다. 당장 저택으로 돌아가 약을 달이고 약물에 몸을 담가야 했다. 정말이지 온몸이 가려워 견
Read more

제445화

민씨는 입을 벌린 채 연신 입술만 뻐끔거렸다. 목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 소리만 흘러나왔다.소명천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예전에 귀의에게 당해 한동안 말을 잃었던 그였기에, 민씨가 벙어리가 된 까닭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분명 말을 못 하게 만드는 약을 먹은 것이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가운데 귀의와 연이 닿은 이는 소설아뿐이었다.‘참으로 독한 계집이구나.’소명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하지만 그는 감히 이 사실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정말 제 살을 내놓으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몰랐다.결국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이연주가 연화 군주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가자. 우리 명주의 지극한 효심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지. 효심이 어찌나 넘쳐나는지, 혹여 제 살을 너무 많이 베어내기라도 하면 우리가 곁에서 잘 살펴줘야 하지 않겠어?”분명 소명주를 향해 조롱하는 말이었다.그녀는 곧 명씨에게도 고개를 돌렸다.“부인, 참으로 복도 많으십니다. 이리 효심 깊은 며느리를 두셨으니, 훗날 부인께서 병석에 누우셔도 머리맡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줄 사람이 있지 않겠습니까?”명씨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할 말도 찾지 못한 채 내실로 따라 들어갔다.민씨는 사지로 내몰린 사람처럼 비장한 표정을 짓고 돌아서는 소명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끝내 두 줄기 눈물을 흘렸다. 지금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눈물을 삼키는 것뿐이었다.소명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실로 향하던 중, 문득 창가에 놓인 초록빛 국화 화분을 발견했다.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소명주는 곧장 화분 앞으로 다가가 덥석 품에 안았다.“언니가 키운 꽃이 참 곱네요.”속으로는 제발 독충에게 한 번만 물려 주길, 그래서 당장 온몸에 증상이 나타나 주길 간절히 빌었다.소설아가 곧장 경고했다.“명주야, 어서 내려놓거라. 그러다 독충에 물리면 어쩌려고 그러느냐.”하지만 소명주는
Read more

제446화

연화 군주는 이를 악물고 치미는 화를 억눌렀다. 어린 내관들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끝까지 들어볼 작정이었다.두 내관의 목소리가 대숲 너머에서 다시 들려왔다.“망방루라니, 그건 또 어찌 알았어?”“내 두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지난번 쉬는 날에 우연히 그 앞을 지나는데 딱 마주쳤지 뭐야. 너, 절대 비밀로 해야 해. 안 대인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내 목숨이 몇 개라도 남아나질 않을 테니까.”“알았어. 우리가 명색이 형님 아우 하며 지내는 사이인데, 그 정도도 못 해주겠어? 앗, 마마께서 오신다. 얼른 가자…”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이내 대나무 숲 너머는 다시 고요해졌다.연화 군주는 재빨리 몸을 돌려 뒤를 쫓았다. 두 내관이 어느 소속인지부터 알아내 당장 붙잡아 캐물을 생각이었다.그러나 대나무 숲을 돌아 나가 보니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두 내관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연화 군주는 곧장 궁녀를 불러 물었다.“방금 밖에서 떠들던 자들이 누구냐?”어린 궁녀가 황급히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핀 뒤 돌아와 고했다.“군주 마마, 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찾으시는 사람이 있다면 하명만 내려주십시오. 소인이 당장 알아보겠습니다.”“어린 내관 둘이었다.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방금 대나무 숲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궁녀가 다시 밖으로 나가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끝내 두 내관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연화 군주가 직접 나가 찾아보려던 순간, 마침 태후가 어화원에서 돌아왔다.“연화야, 네가 어쩐 일이냐?”태후는 설씨 가문의 규수를 데리고 어화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다.“요즘 날씨가 변덕스러워 태후 마마의 옥체가 상하신 것은 아닌가 염려되어 찾아뵈었습니다.”연화 군주는 태후의 안색을 살폈다.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돌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옥체가 더없이 강건해 보여 조금도 병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대체 누가 태후 마마께서 편찮으시다는 소문을 퍼뜨린 거
Read more

제447화

안호연은 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캐묻지도 않았고, 위원후부에 관해서도 더 묻지 않았다.연화 군주는 자신이 뭔가 단단히 잘못 짚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정을 부렸다.“부군은 저한테 관심도 없으신가요?”그제야 안호연은 읽던 서책을 내려놓고 연화 군주를 품에 끌어안았다.“내가 말했잖소. 나는 당신이 내리는 모든 결정을 존중한다고. 당신 마음에 들면 그냥 들이면 되오. 수양딸 하나 더 들이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그럼 제가 위원후부 아가씨를 우리 집으로 불러볼 테니, 부군도 한번 보실래요?”“당신 좋을 대로 하시오.”안호연이 연화 군주의 코끝을 가볍게 잡으며 덧붙였다.“슬슬 궁금해지는군. 그 아가씨가 대체 어떤 점이 당신 마음에 쏙 들었단 말이오?”연화 군주가 웃으며 대답했다.“효심이 아주 깊답니다.”“제 살을 베어 어미를 구했다는 그 아가씨 말이오?”안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효심이 깊군. 얼마 전 당신이 옥패를 내어준 것도 그 아가씨였소?”“어쩜 그리 잘 기억하세요?”“당신 옥패니까 기억하는 거지…”*위원후부.제 살을 베어낸 소명주는 살을 찢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엄살로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칼날이 살갗을 파고드는 순간, 뼈마디까지 저릿하게 울리는 끔찍한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내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소명주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제 살을 베어낸 순간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그녀가 의식을 잃은 사이 여의원이 급히 지혈하고 상처를 단단히 싸매 주었다.소명주는 민씨의 침상으로 옮겨진 뒤 꼬박 하루 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힘겹게 눈을 뜬 소명주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방 어멈이었다.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민씨는 붓으로 종이에 글을 써가며 방 어멈을 거세게 추궁하고 있었다.하얀 종이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네년이
Read more

제448화

연화 군주가 소명주를 수양딸로 들인다는 소식이 춘경원에 퍼지자, 얼어붙었던 집안에 봄기운이 돌아온 듯 모두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며칠째 앓아누워 있던 민씨의 병은 거짓말처럼 나았고, 소명주 역시 상처의 통증 또한 전보다 한결 덜한 듯했다.약을 갈아 붙일 때마다 피와 살이 엉겨 붙은 허벅지를 마주하면 민씨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소명주는 그런 어머니를 달래며 웃었다.“어머니, 이건 제게 훈장이나 다름없어요.”민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가주 어르신께서 네 효행을 벌써 널리 퍼뜨리셨다더구나. 이 일을 잘만 꾸미면 어쩌면 조정에서 포상까지 내릴지도 모른다.”“어머니, 군주 마마의 수양딸이 되는 것이 조정의 포상을 받는 것보다 백번은 낫지요!”연화 군주는 삼황자와 몹시 각별한 사이였다. 그러니 연화 군주와 가까워지기만 한다면, 자연스레 삼황자와 연을 맺을 기회도 생길 터였다.그녀가 노리는 것은 고작 알량한 포상 따위가 아니었다. 훗날 삼황자를 황제의 자리에 올리는 데 공을 세우는 것, 그보다 훨씬 큰 야심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가문에 둘도 없는 효녀가 태어났다며 위원후 역시 몹시 흡족해했다. 소명주가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지내고 있어도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민씨는 소명주가 안 대인의 저택을 방문할 때 입을 옷부터 몸단장에 필요한 것까지 서둘러 마련하기 시작했다.옷감 장수가 새로 들어온 고급 비단을 들고 찾아왔고, 장신구를 파는 이들도 올해 유행하는 귀한 장신구들을 한가득 가져와 직접 고르게 했다.소명지는 옷감 장수와 장신구를 파는 이들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냉큼 춘경원으로 달려왔다.“명주 언니, 저도 살을 베어내려 했어요! 그런데 자꾸 딸꾹질이 나고 구역질까지 나서… 설아 언니가 제게 무슨 몹쓸 약을 썼는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규연이가 급히 물이라도 마시게 하려고 저를 데리고 나갔던 거예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언니가 제 살을 베어낼 줄 알았다면, 제가 어찌 규연이를 따
Read more

제449화

이연주와 함께 연화 군주 앞에서 여러 차례 의심의 싹을 심어 두었으니, 군주 역시 이미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품었을 터였다.어쩌면 이번 연회도 연화 군주가 안 대인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일지 몰랐다.“왕 선생님께 전하거라. 군주 마마께서 대체 무슨 속셈으로 자리를 마련하셨는지 알아보라고.”“예, 큰 아가씨.”모든 안배를 마친 소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춘경원으로 가보자구나.”그녀는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에도 흰 꽃을 꽂았다. 누가 보아도 상가에 문상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을씨년스러운 차림이었다.춘경원에 들어서니 과연 마당을 오가는 어린 하녀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고, 하나같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큰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만면에 웃음을 띠고 소명주에게 보신탕을 떠먹이던 민씨는 소설아가 왔다는 말에 손을 멈칫했다.“그년이 여긴 무슨 일로?”소설아는 느긋한 걸음으로 안방에 들어서더니 공손히 예를 올렸다.“부인, 문병을 왔습니다. 대사님께서 이레 동안 약을 드셔야 한다 하셨는데, 혹시 약에 쓸 고기가 더 필요한가 싶어 여쭈러 왔습니다.”민씨는 들고 있던 약사발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필요 없다. 명주의 지극한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킨 덕분에 약을 한 첩 달여 먹었더니 벌써 말끔히 나았다.”소설아는 고개를 들어 민씨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정말 다 나으신 겁니까?”민씨가 코웃음을 쳤다.“당연하지. 왜, 내가 나았다니 속이라도 쓰린 게냐?”소설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뒤 허공을 향해 꾸벅 절을 올렸다.“제가 날마다 향을 피우며 올린 기도가 드디어 신령님을 감동시켰나 봅니다.”민씨가 왈칵 성을 냈다.“소설아, 이 뻔뻔한 년! 명주가 제 살을 베어 어미를 살린 덕분에 내가 나은 것을 두고, 네년이 무슨 공이라도 세운 듯 구는 게냐!”소설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부인, 저도 제 살을 베어내려 했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원래라면 제가 가장 먼저 살을 내어드리려 했지요. 따지고
Read more

제450화

서북 지역에 지룡이 발생한 뒤, 채여진은 다시금 황제의 총애를 얻었다. 황제는 무려 이레 동안이나 금운헌에 머물렀다.그중 나흘은 채 귀인의 처소인 편전에서, 사흘은 양비가 머무는 정전에서 밤을 보냈다. 그 덕에 채 귀인은 첩지 하나를 올려 채빈으로 봉해졌다. 빈이 되면 전각 하나를 오롯이 쓸 수 있었기에 채여진은 온실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온실전은 양비의 금운헌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양비는 조카딸의 품계가 올랐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다. 그녀는 채빈에게 축하 선물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경사를 함께 기뻐하자며 궁 안의 다른 비빈들에게 떡을 돌렸다. 양비가 용비에게 보낸 떡은 유독 각별했다. 엽전만 한 크기의 삼색 꿀떡은 알록달록한 빛깔이 무척이나 화사하고 경사스러워 보였다.하지만 그 알록달록한 삼색 꿀떡은 용비의 눈에 그저 조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제 친아들의 생일조차 이용해 먹었으면서 황제를 붙잡아 두지도 못했냐는 암묵적인 비아냥이었기 때문이다. 용비는 떡을 단 한 입도 대지 않고 모조리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발로 갈기갈기 짓이겨 버렸다.한편 서북 지역에 지룡이 발생한 이후 가옥이 무너지고 산천이 뒤틀리는 등 현지의 피해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했다. 황제는 태자가 직접 구제에 나서기를 내심 바랐다. 그런데 태자가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삼황자가 불쑥 나서서 태자 형님의 근심을 덜어주겠다며 자진해서 서북으로 가기를 청했다. 원래 태자는 구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나, 삼황자가 중간에 끼어들자 도리어 묘한 흥미가 동하기 시작했다. 양측이 서로 가겠다고 나서니 황제는 졸지에 난처해져 누구를 보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바로 이 중대한 시점에, 서경수가 소설아를 밖으로 불러냈다. 약속 장소는 여느 때처럼 천배취의 단독 칸막이 방이었다.소설아는 문을 열고 들어가 쓰개치마를 미처 벗기도 전에, 방 안에 있는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서경수였고, 다른 한 명은 다름 아닌
Read more
PREV
1
...
4344454647
...
5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