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521 - Chapter 530

540 Chapters

제521화

“태준아,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어디 잘못된 건 아니니? 태준아!”명씨는 앞으로 달려나가 원태준의 다른 손을 덥석 잡았다.소명주는 정실부인답게 꼿꼿한 걸음으로 진 아가씨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두 사람이 꼭 맞잡은 손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자고로 남녀는 유별한 법인데, 네 행동은 너무 천박하고 헤프구나?”진 아가씨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금세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고였다.“부인, 저도 제 은인이 걱정되어 그러는 겁니다. 손을 놓았다가 은인께서 더 아프실까 봐 그러는 거랍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둘 다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딴마음을 품는 데 익숙한 터라, 서로의 속내를 단번에 꿰뚫어 본 것이다.생명의 은인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남녀 간의 정을 나누려는 뻔한 수작이었다.소명주는 진 아가씨라는 이 계집이 명심보다도 훨씬 더 얄밉게 느껴졌다.명씨는 더욱 역정을 냈다. “거기 멍하니 서서 뭣들 하는 게냐? 어서 의원을 모셔 오지 않고!”소명주가 곧장 맞받아쳤다.“어머님, 저런 근본도 없는 천것이 저희 집에 발을 들였는데 그냥 두실 작정이십니까?”진 아가씨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부인, 저는 근본 없는 여인이 아닙니다. 은혜를 갚으러 온 것입니다. 은인께서 저를 구해주신 그날부터 제 목숨은 은인께 달린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진 아가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제 발끝만 바라보았다. 잔뜩 겁먹은 토끼처럼 가녀리고 애처로운 모습이었다.소명주가 매섭게 캐물었다.“대체 어찌 된 일이냐?”진 아가씨는 그제야 입을 뗐다. “제 이름은 진채린입니다. 집에서 두부를 팔았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례를 치르려 은자 두 냥을 빌렸습니다. 두부를 팔아 갚으려 했건만, 그 무뢰배 무리가 억지로 저를 기방에 팔아넘기려 하였습니다. 다행히 은인께서 지나가시다 저를 구해주셨지요. 오늘 은인께서 제 짐을 챙기러 함께 가주셨는데, 그 무뢰배들이 또 들이닥쳤습니다. 은인께서 저
Read more

제522화

대청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진채린은 은혜를 갚겠다며 울먹이고, 소명주는 화를 참지 못해 손을 휘두르려 했다. 원태준은 진채린을 감싸고, 명씨는 옆에서 다급히 말렸다. 그 와중에도 명심은 한발 물러서서 느긋하게 다과나 먹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참다못한 원 노부인이 결국 소란을 잠재우려 나섰다. “여봐라, 우선 저 낭자를 별채로 모셔 가 편히 쉬게 하거라!”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장터에서 두부를 팔며 자란 진채린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그녀는 단번에 원 노부인이 이 집안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파악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얌전히 하인들을 따라 물러갔다. 물론 자리를 뜨기 전, 애틋함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원태준을 빤히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애절한 눈길 한 번에 원태준의 넋이 반쯤 빠져나간 듯했다.소명주는 분통이 터져 길길이 날뛰었다.“할머님, 저는 매일같이 아버님 일로 밖을 뛰어다니며 발이 닳도록 애썼는데, 돌아오는 보답이 고작 이겁니까?! 처음에는 명심을 귀첩으로 들이시더니, 이번에는 두부나 팔던 계집애까지 집에 들이시고요? 다들 잊으셨나 본데, 예전에 제가 개구멍을 빠져나가 바깥 소식을 알아오지 않았다면 우리 원씨 가문 여인들은 혼수는커녕 구경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원 노부인이 차갑게 받아쳤다. “요 며칠 위원후부에만 틀어박혀 아무 데도 나가지 않았다던데, 대체 어딜 그렇게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는 게냐?”소명주는 순간 뜨끔했다.“저, 전…”삼황자부에 다녀왔다고 당장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삼황자가 두 사람의 관계를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터라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제가 연줄을 대서 부군이 풀려난 걸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죠?”원 노부인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제 우리 가문으로 시집왔으니 너도 엄연히 원씨 가문의 사람이다. 집안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결국 네 앞날을 위한 일이기도 한데, 그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그런데
Read more

제523화

소명주는 다시 기세등등해졌다.원 노부인은 그 안하무인한 태도를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더 이상 소란을 피워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결국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명씨가 다급하게 말했다.“연화 군주의 수양딸이라고? 명주야, 네가 연화 군주께 부탁해서 네 시아버지를 하루빨리 풀려나게 해다오.”소명주가 비꼬듯 받아쳤다.“어머님, 제가 아버님을 돕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랍니다. 집안일만 해도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제가 무슨 기운이 남아서 아버님 일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겠어요?”명씨가 단호하게 말했다.“당장 사람을 시켜 진 아가씨를 돌려보내거라. 태준아, 오늘이 벌써 사흘째구나. 오늘부터는 무조건 명주 방에 머물도록 해라. 명주에게 소식이 있기 전까지는 어디에도 가지 말고!”원태준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채린 낭자가 돌아가면 그 무뢰배들에게 분명 괴롭힘을 당할 겁니다!”명씨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일단 돌려보내지는 마라. 그 아가씨는 내 처소에 두고 허드렛일이나 시키마. 명주야, 내가 직접 지켜볼 테니 진씨 아가씨가 감히 딴마음을 품지는 못할 게다.”소명주는 그제야 화를 누그러뜨렸다. “알겠습니다. 수양딸로 입적하고 나면 군주 마마께 부탁드려 알아봐 달라고 할게요.”이어서 소명주는 조 어멈을 바라보며 자초지종을 물었다.“조 어멈, 어서 말해보거라. 대체 어찌 된 일이냐?”*연화 군주가 소명주뿐만 아니라 소설아까지 수양딸로 삼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설씨 가문에까지 전해졌다.설현정은 마음이 다급해져 하마터면 또다시 이성을 잃을 뻔했다.“큰 오라버니, 어쩌면 좋아요? 군주 마마께서 정말 소설아를 수양딸로 들이신대요.”설연준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옥팔찌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현정아, 또 너무 조급하게 구는구나.”설현정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라버니, 절 좀 도와주세요. 전 그년이 화친왕의 측비가 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어요. 만약 연화 군주의 수양딸이 되어 신분까지
Read more

제524화

연화 군주가 수양딸을 들인다는 소식은 추월하의 귀에도 들어갔다.추월하는 곧장 안호연을 찾아가 따져 물었다.“아버지,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어머니는 왜 또 수양딸을 들이신대요? 그것도 한꺼번에 두 명씩이나요?”안호연은 추월하를 향해 손짓했다.“월하야, 이리 오너라.”추월하는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안호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어머니는 외출하셨다.”그제야 추월하는 문을 닫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그는 손을 뻗어 딸의 뺨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이번 네 어머니 일에는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추월하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정을 부렸다.“아버지, 이제 저는 더이상 사랑하지 않으시는 거예요?”그는 딸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무슨 섭섭한 소리를 하는 게냐. 수양딸을 몇이나 들이든 내가 가장 아끼는 건 우리 월하뿐이란다. 지난번에 네가 장 대가의 수묵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느냐? 널 주려고 특별히 구해왔단다. 어디 한번 보거라. 마음에 드는지.”탁자 위에는 그림 한 폭이 놓여 있었다.추월하는 그림을 받아 들고 안호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역시 아버지밖에 없어요. 아버지는 언제나 절 제일 아껴주신다니까요.”안호연이 말했다.“명주는 괜찮은 아이니 네가 잘 대해주거라. 하지만 소설아는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다 수습해 주마.”추월하는 그림을 두 손으로 소중히 끌어안은 채 입술을 오므렸다.“알겠어요, 아버지.”*한편, 이연주의 주선으로 연화 군주와 소설아는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만남의 장소는 여전히 이연주의 저택이었다.연화 군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설아야,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난 정말 널 내 수양딸로 삼고 싶단다.”부드럽고 정중한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나는 네게서 느껴지는 그 굳센 강인함이 좋단다. 차분하면서도 대범한 성정도 마음에 들고. 너처럼 든든한 딸을 하나 두고 싶구
Read more

제525화

연화 군주가 소명주를 수양딸로 거두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원씨 가문에서 그녀의 입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원태준은 그날 밤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그녀의 방에 머물렀다.진채린도 얌전히 굴며 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고, 명심마저 보기 드물게 예의를 갖추었다.역시 여자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야 시댁에서도 대접받는 법이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소명주는 곱게 단장한 뒤 위원후부로 돌아갔다.이번에는 위원후가 직접 문밖까지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명주야, 넌 정말 이 애비의 자랑스러운 딸이다!”위원후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소명주를 향해 삿대질하며 욕을 퍼붓고, 쓸데없이 친정에 들락거리지 말고 어서 시댁으로 돌아가라고 윽박질렀던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소명주가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아버지, 이전에 저더러 친정에 자주 오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위원후는 손을 크게 내저었다.“여기가 네 친정인데, 오고 싶을 때 언제든 와야지! 어서 들어가 보거라. 네 어미도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소명주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고 후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어머니!”“명주야!”모녀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다.고작 며칠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마치 생이별이라도 한 사람들처럼 서럽게 울었다.“명주야, 이제야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오는구나!”두 사람은 눈물을 닦고 세수를 한 뒤 화장까지 고쳤다. 민씨는 하인들을 모두 물리고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으며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어머니, 이건 분명 아버지의 공일 거예요.”민씨가 답했다. “딱 하나 흠이 있다면, 소설아 그 천한 년까지 덩달아 덕을 보게 생겼다는 거지.”소명주는 그제야 연화 군주가 자신뿐만 아니라 소설아까지 수양딸로 거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째서요? 아버지께 부탁해서 소설아만은 받아들이지 않도록 손을 써주시면 안 될까요? 전 소설아랑 더 이상 엮이기 싫어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거머리 같은 년이에요
Read more

제526화

평국공 부인이 제멋대로 나서자, 태후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연화 군주 역시 평국공 부인의 말에 굳이 답하지 않고 그저 웃어 보였다.“제 생각에 설아는 그리 복이 많은 아이는 아닙니다. 어릴 적에 고생을 제법 많이 했거든요. 진정 복이 많은 사람을 꼽으라면, 지난번 제가 만난 그 여인이야말로 참 복이 많은 사람이지요.”태후가 물었다.“누구를 말하는 게냐?”연화 군주가 대답했다.“위원후부 세자의 이낭 말입니다.”태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일개 이낭이 어찌 복이 많다 할 수 있느냐?”연화 군주가 웃으며 말했다. “태후 마마,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이 월 이낭은 본래 기루에서 이름난 기녀였는데, 웃음은 팔아도 몸은 팔지 않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위원후부 세자의 눈에 들면서… 그 위원후가 워낙 이곳저곳에서 여색을 탐하고 다니니, 위원후 부인도 단단히 작정하고 탕약에 약을 타 위원후가 더는 자식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하필 세자까지 그 약을 함께 먹는 바람에, 세자 역시 후사를 잇기 어려워졌다지 뭡니까.”태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최근 연세가 드시면서 기력이 쇠해 간혹 정신이 흐릿해지곤 했지만, 남의 집안에 얽힌 은밀한 이야기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런… 한낱 여인이 어찌 이리도 독하단 말이냐!”평국공 부인도 거들었다. “후사를 보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찌 세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답니까?”귀족 가문에서 대를 잇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대사였다.생식 능력이 없다면 당연히 세자 자리를 지키지 못할 터였다.연화 군주가 미소 지었다. “그런데 세자가 들인 이낭이 덜컥 회임을 하여 벌써 해산달이 다 되어간답니다. 의원의 진맥 결과 아들이라더군요. 그러니 이 이낭이 복이 있는 여인인지 아닌지, 두 분께서 한번 판단해 보시지요.”본래 천한 기루의 여인이었는데, 이제 하루아침에 후부 세자의 유일한 아들을 낳은 생모가 된 것이다.훗날 세자가 후부를 물려받게 되면, 이 아들이 곧 다음 세자가 될 터였다.소명준이
Read more

제527화

태후가 월 이낭을 부른 그날, 추영우는 서북쪽의 구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추영우는 돌아오자마자 황제를 찾아가 임무를 마친 일을 아뢰었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많은 하사품을 내렸고, 용비에게도 따로 상을 내렸다.용비는 각 궁의 마마들에게 축하의 뜻으로 떡을 보내고, 태후궁에도 떡을 올렸다. 덕분에 후궁 전체가 모처럼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아침 일찍, 궁 안의 상궁이 말했다. “태후 마마, 그 이낭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입궁하자마자 마침 화친왕 전하께서 돌아오시지 않았습니까. 듣자 하니 황궁 문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화친왕 전하의 행차를 피하느라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이제 곧 도착할 듯싶습니다.”다른 궁녀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제가 보기에는 역시 태후 마마께서 복이 가장 많으신 듯합니다. 이낭을 부르신 날도 태후 마마께서 정하신 것 아닙니까.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 그것도 하필 이 시간으로 정하셨으니까요. 이것만 보아도 태후 마마께서 타고나신 복이 얼마나 깊고 큰지 알 수 있지요.”이 세상에서 아무리 복이 많은 여인이라 한들 태후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원래 태후는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했고, 낳은 오황자도 자질이 평범했다. 게다가 오황자는 열 살이 되던 해에 큰 병을 앓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지금의 황제는 선황이 술김에 한 궁녀와 동침하여 낳은 아들이었다. 그 궁녀 역시 박복한 자여서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선황이 황제의 생모를 몹시 꺼려했던 탓에, 당시 후궁에서 조금이라도 지위가 있는 비빈들은 아무도 그를 거두어 키우려 하지 않았다. 결국 선황은 황제를 억지로 태후에게 떠넘기다시피 했다. 그런데 가장 촉망받지 못하던 그 황자가 훗날 황위를 물려받아 대통을 이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러니 태후의 복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태후가 월 이낭을 입궁시키려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연화 군주의 체면을
Read more

제528화

하지만 연화 군주는 시종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어서,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조금 전 만났을 때도 연화 군주는 그녀의 차림새가 너무 수수하다며 금팔찌 한 쌍을 선물로 내렸다.보석까지 박힌 묵직한 순금 팔찌는 보기만 해도 상당한 값어치를 자랑했다.연화 군주는 뱃속의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월 이낭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했다. 설마 연화 군주가 이미 사실을 알고, 자신은 치워버리고 아이만 거두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배를 감싸 쥐었다.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훑고 지나갔다.소설아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이낭,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궁에 들어온 건 이낭께 좋은 일입니다. 틀림없이 아이와 함께 무사하실 거예요. 이낭께서는 복이 많은 분이시니까요.”그 말을 들으니 월 이낭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불안해졌다.*양심전.추영우가 구제에 관한 상세한 경과를 보고하자 황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영의정과 좌우의정을 비롯한 조정 대신들도 앞다투어 그를 치하했다.국사를 모두 논의한 뒤 조정의 신료들이 물러가자, 서경수가 앞으로 나섰다.“폐하, 전 그럼 이만 태후 마마를 뵈러 가겠습니다.”황제는 기분이 한껏 좋은 터라 의아한 듯 물었다.“어마마마의 처소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 어찌 이리 서두르느냐?”서경수가 대답했다.“태후 마마의 궁에 대단한 복을 타고난 이가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그저 호기심이 생겨 한번 가보려는 것입니다.”추영우도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궁문 앞에서 소설아와 마주쳤기 때문이었다.“아바마마, 저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황제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허허 웃었다.“너희가 하나같이 가고 싶다 하니, 나도 궁금해지는구나.”서경수가 능청스럽게 말을 받았다.“아이쿠, 이거 큰일이군요. 폐하까지 나서시면 그 이낭의 복이 한층 더 커지겠습니다.”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꾸나. 나도 가서 한번 살펴봐야겠다
Read more

제529화

안호연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연화 군주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연화 군주는 그 모든 것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알고 보니, 저 사람은 여태껏 이런 식으로 나를 속여왔던 거구나.'이렇게 놓고 보니 그의 연기가 그리 훌륭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그에게 너무 깊이 빠져 있었기에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부군,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그렇소?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도 모르겠소.” 안호연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월 이낭이라는 여인은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태후 마마께서 만나보려 하신단 말이오?”연화 군주는 위원후부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었다.“지난번 말이 놀라 날뛰었을 때 그토록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월 이낭은 머리카락 한 올 상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월 이낭이 큰 복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겠어요?”안 대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부인이 너무 과장하는구려. 그런 일을 겪고도 무사한 걸 두고 어찌 큰 복이라 할 수 있겠소.”소설아가 웃으며 거들었다.“안 대인께서는 보고 들으신 것이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지 모르지만, 저희 여인들 눈에는 간담이 서늘할 만큼 놀라운 일이랍니다. 특히 후사는 후부의 대를 잇는 일과 직결되니, 무엇보다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지난번 일이 터졌을 때는 대인께서 직접 나서서 구해주시기까지 하셨지요.”소설아가 시선을 들어 안호연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설아의 입가에 번진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대놓고 그를 비꼬고 있었다.안 대인이 꾸며낸 낙마 사건은 소설아에게 중상을 입히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다친 것은 안 대인 자신이었다.그런데 이제 소설아는 그 사건을 되레 이용해 월 이낭의 기까지 세워주고 있었다.안 대인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말이다.“다 안 대인 덕분에 월 이낭이 오늘 같은 복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한편, 태후 곁에 있던 상궁이 황제에게 월
Read more

제530화

안호연이 따져 물었다. “태후 마마께서 월 이낭을 부르신다는 걸 어째서 내게 말해주지 않았소?”연화 군주가 대답했다. “원래는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부군께서 연회 준비로 바빠 보이셔서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태후 마마께서 사람을 하나 부르신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요. 그런데 부군,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시네요.”안호연은 입을 다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소설아는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궁을 나설 때, 일부러 월 이낭을 데리고 와 그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게 했다.“월 이낭이 가장 감사해야 할 분은 바로 안 대인이십니다. 대인께서 아니셨다면 태후 마마를 뵙고 용안을 뵐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까요. 월 이낭, 대인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올리세요.”소설아는 월 이낭을 부축한 채 안호연을 향해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궁 밖으로 나오자 안호연은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곧장 말에 올라타며 말했다. “부인, 몸이 좋지 않아 먼저 가겠소.”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훌쩍 떠나버렸다.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소설아와 연화 군주는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안호연은 오랜 시간 치밀하게 일을 꾸며 연화 군주의 눈을 피해 마침내 친아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모든 일이 틀어져 버렸다. 이제는 제 친아들이 태어나도 아버지라는 사실조차 밝힐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로서는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월 이낭은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큰 아가씨의 수완이 참으로 대단하십니다.”소설아가 가볍게 웃었다. “이낭은 제게 고마워해야 해요.”“제가 왜 큰 아가씨께 감사해야 합니까?”월 이낭은 소설아의 얼굴을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임신 후기에 접어들어 안 그래도 소변이 잦은데, 방금 궁에서는 몇 번이나 실수를 할 뻔했기 때문이다.처음은 황제를 뵈었을 때였고, 두 번째는 안호연과 마주쳤을 때였다.겨
Read more
PREV
1
...
49505152535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