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631 - Chapter 640

736 Chapters

제631화

소명주는 손을 들어 머리 장식을 매만지며 몸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안주인다운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부군, 언니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세요? 하녀들까지 왜 저렇게 멀찍이 물려 두셨어요?”소명주는 원태준에게 다가가 팔을 끼며 곁눈질로 소설아를 흘겨보았다.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원태준은 소명주를 한 번 힐끗 바라보더니, 어딘가 켕기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마주쳐서 인사만 나눴을 뿐이다.”소명주가 웃으며 말했다.“부군은 모르시죠? 요즘 언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설씨 가문의 세자 저하께서도 언니에게 청혼하고 싶어 하신다더라고요. 그런데 언니는 세자 저하께는 마음이 없는 모양이에요. 화친왕 전하를 마음에 두고 있다지 뭐예요.”말은 에둘러 했지만, 결국 소설아가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마음을 주며 꼬리를 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소설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래?”원태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소명주의 손을 슬며시 뿌리쳤다.“둘째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테니, 이만 가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원태준은 더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원태준의 모습이 멀어지자 소명주가 코웃음을 쳤다.“언니, 설씨 가문 세자까지 꼬여 놓으시더니 이제는 동생 남편까지 넘보시는 거예요? 정말 갈수록 뻔뻔해지시네요. 눈앞에서 딱 들키고도 태연하시니 말이에요. 어쩐지 평소에도 이 남자 저 남자 가리지 않고 꼬여내시더라니.”소명주는 몸을 살짝 기울인 채 소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입가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소설아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동생아, 환한 대낮에 몇 마디 나눈 것을 두고 바람이라 하지는 않는단다. 네가 태준 오라버니와 내 침상에서 뒤엉켜 있던 것이야말로 진짜 바람이지.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서로 끌어안고 있던 너희 둘을 내가 직접 보았잖니. 그게 바로 현장에서 들킨 것이고. 명주 너와 오라버니야말로 남녀가 몰래 정을 통하다 들킨 사이 아니렀니? 정 인정하기 어렵다면 얼마
Read more

제632화

소명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배 장군이요?”뒤에 서 있던 책사가 대신 설명했다.“부원 대장군 배율승을 말씀하시는 겁니다.”소명주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전생의 그녀는 날마다 저택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며, 안살림과 사내 문제에만 신경을 썼다. 그렇기에 조정의 일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굵직한 사건 몇 가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이를테면 삼황자가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 구황자가 황제와 태자를 죽인다는 것, 그리고 구황자의 시신이 성벽 위에 사흘 밤낮 내걸린다는 것까지…하지만 구체적인 내막이나 자세한 사정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 밖에도 떠도는 소문 몇 가지를 주워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소명주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이건 삼황자의 신임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됐다.소명주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전하, 제 점괘는 대개 꿈을 통해 나타납니다. 오늘 밤 점을 쳐본 뒤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삼황자는 손목의 염주를 느긋하게 만지작거리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한동안 소명주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눈가에는 줄곧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좋다. 이쪽은 맹 선생이다. 잘 기억해 두거라. 결과가 나오거든 맹 선생에게 알려 주면 된다. 앞으로는 맹 선생이 그대와 연락을 주고받을 것이다.”소명주는 저택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곧장 화청으로 향했다.민씨는 소명주를 보자 반가운 듯 웃으며 손짓했다.“명주야, 어디 갔었니? 여기저기서 너를 찾았단다.”민씨는 손님들을 둘러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명천이가 금의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명주 덕분이에요. 오늘 같은 잔치에 명주 같은 일등 공신이 빠져서야 되겠어요?”소명주가 웃으며 말했다.“어머니도 참, 과찬이세요. 소씨 가문의 딸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손님들은 저마
Read more

제633화

소명주는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눈을 반짝였다.“둘째 오라버니, 역시 생각이 깊으세요! 정말 오라버니답다니까요.”소명천도 흐뭇한 듯 웃었다.“명주야, 너무 치켜세우지 말거라.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삼황자 전하와 연을 맺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두 사람은 서로의 공을 치켜세우며 한동안 기분 좋게 말을 주고받았다.그러다 소명주가 문득 물었다.“그 배 장군이라는 분은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세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소명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진 채, 전생의 나날을 떠올렸다.전생의 그는 금의위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통령으로 승진했고, 천 명에 이르는 부하를 거느렸다.워낙 씀씀이가 넉넉한 성격이라 휴가만 나면 부하들을 데리고 술집과 찻집을 드나들었고, 부하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낌없이 도와주었다.그런 그를 부하들은 진심으로 따랐으며, 상관들 역시 하나같이 그를 칭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군영으로 발탁된 소명천은 처음에는 군량을 운송하는 일을 맡았다.군량을 운송하는 일은 겉으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전쟁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아무리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다 한들 군량이 떨어지면 전쟁을 이어갈 수 없는 법이었다.조정에서 내려보낸 군량은 경성을 떠난 뒤 여러 관문을 거치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떼어먹히기 일쑤였다. 그렇게 수없이 새어나간 뒤 변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정작 병사들에게 돌아갈 몫은 얼마 남아 있지도 않았다.부족한 군량은 사비를 털어 채워 넣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후방의 보급 업무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는 전선으로 발탁되었고, 그곳에서도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웠다. 그 공을 인정받아 품계가 거듭 올라갔고, 마침내 정삼품 대장군의 자리에까지 올랐다.이번 생에서는 분명 전생보다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소명천의 눈빛이 번뜩였다.“우리가 배 장군에게 군량을 대주는 건 어떻겠느냐!”배 장군이 상경한 뒤 이토록 오래 머물고 있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Read more

제634화

“좋아요. 그것도 참 괜찮은 생각이네요.”소명주가 곧장 맞장구를 쳤다.설령 소설아를 정신 차리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한바탕 골탕을 먹일 수는 있을 터였다.“둘째 오라버니, 소설아만 믿고 있을 수는 없어요. 우리도 직접 방법을 찾아야죠. 배 장군은 평소에 뭘 좋아해요? 그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서 그쪽으로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요?”소명천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배 장군은 딱히 좋아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없다. 여색도 가까이하지 않고. 듣기로는 죽은 부인을 무척 아꼈다고 하더구나.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재혼도 하지 않은 채, 벙어리인 아들 하나만 데리고 살고 있다더라... 안살림을 맡아줄 여인조차 없는 모양이야.”소명천은 거기까지 말하고 소명주를 힐끗 바라보았다.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소명주가 배 장군의 후처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아쉬운 일이었다. 소명주는 얼마 전 막 혼인한 데다, 소명지 역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다.배 장군은 등불을 들고 찾아 나선다 해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울 만큼 귀한 사내였다. 대대로 무장을 배출한 배씨 가문 출신인 데다 병법에도 능했고, 전장에 나가면 누구보다 용맹하게 싸워 참전한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소명주는 소명천의 속내를 눈치챈 듯 물었다.“둘째 오라버니, 그럼 배 장군은 나이가 어떻게 되고, 생김새는 어때요?”전생에 소명천은 운 좋게도 배 장군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용모는 준수하며, 풍채와 기품 또한 남달랐지.”배 장군은 젊은 시절 지나치게 준수한 외모 때문에 전장에 나설 때마다 적군에게 만만하게 보이곤 했다. 한때는 얼굴을 가리고 전장에 나서야 했을 정도였다.하지만 연이어 몇 차례 승리를 거두자, 그제야 적군도 그를 제대로 대하기 시작했다.“배 장군은 나보다 열 살쯤 많지만, 생김새만큼은 나한테 뒤지지 않는단다.”그 말을 들은 순간, 소명주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세상에 배 장군처럼 한결같은 남자는 정말 드물었다.원태준과 비
Read more

제635화

“자식은 역시 제 자식이 제일이지요. 아무리 어릴 때부터 곁에 두고 키우지 않았어도, 제 핏줄로 이어진 자식은 절로 마음이 가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양녀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아무리 정을 주고 공을 들여도 제 마음대로 되질 않으니 말이예요.”연회 자리에서 민씨는 한편으로는 소명주를 치켜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설아를 은근히 깎아내렸다.주변에 있던 여인들도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그럼요. 아무래도 제 핏줄이 가장 소중하지요.”“오늘처럼 큰 경사를 치르는 자리에서 양녀가 제 자리를 지키지도 않았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나요?”소명천은 마침 밖으로 나가려다 민씨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어머니, 그만하세요. 설아을 그렇게 헐뜯지 마세요. 설아가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데요.”민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명천을 바라보았다.“명천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하는 게냐?”소명천은 코끝을 슬쩍 문지르며 대답했다.“어머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알고 있어요. 다들 들으셨겠지만, 설아는 그동안 저희에게 잘해줬어요. 예전에는 서로 오해가 좀 있었지만, 어느 집안이든 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오해만 풀렸다면 그걸로 된 거죠.”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설아도 일부러 자리를 비운 게 아니에요. 제일 먼저 저한테 축하 인사를 전해주기도 했고요. 다만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에요.”소명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소명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둘째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지금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명주 언니가 도와준 덕분이잖아요. 언니 편을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어째서 소설아를 두둔하는 거예요? 오라버니, 혹시 약이라도 잘못 드신 거예요?”소명준은 소명천을 힐끗 바라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명주는 눈매를 살짝 내리깔며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명지야, 그만하거라. 나는 둘째 오라버니를 원
Read more

제636화

주모운이 물었다.“아, 그래요? 오늘 연회에서는 보이지 않던데요.”소명지가 대답했다.“어머니께서 내쫓으셨어요. 오씨 성을 가진 천한 여자인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소설아 언니가 그 여자를 안 대인부까지 데려갔대요. 군주 마마께서 아끼는 손님이라나 봐요.”그 말을 들은 주모운의 머릿속에 문득 지난번 안 대인부에서 보았던, 오윤녕과 쏙 빼닮은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 사람 이름은 알고 있나요?”소명지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이름은 몰라요. 오씨라는 것만 알아요. 그런데 말투가 주 도련님과 조금 비슷하던데요.”주모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소명지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주 도련님, 제가 도련님을 두고 천한 사람이라고 한 건 아니에요. 도련님은 비록 작은 고을 출신이시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분이잖아요.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주모운은 빙그레 웃었다.“소 아가씨는 참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분이신데, 제가 어찌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하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비웃었다.말로는 저렇게 떠받들면서도, 결국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얕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아까 연회 자리에서도 자신을 가장 끝자리에 앉히지 않았던가.자신과 원태준은 모두 선비 출신이었지만, 원씨 가문의 공자는 소명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결국 소명지 역시 자신을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부인께서 그 두 사람을 어디로 내보내셨는지는 아세요?”큰형이 보내온 편지에는 오윤녕의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왕선우 역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어떤 이는 왕선우가 정인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경성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했다.그런데 얼마 전 안 대인부에서 오윤녕과 뒷모습이 닮은 여인을 본 뒤로, 주모운은 그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주 도련님은 왜 그 두 사람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세요?”소명지가
Read more

제637화

빗방울이 후두둑 청기와 위로 떨어지자, 주위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소설아는 소맷자락을 여미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소명천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입가에 비굴함과 아첨이 뒤섞인 웃음을 띠고 있었다.“설아야, 요 며칠 집에서 몸을 추스르며 많은 생각을 했단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이제야 깨달았어. 우리가 잘못했다. 우리가 네 선의를 저버렸던 게지.”그는 손으로 가슴을 두어 번 두드렸다. 어느새 눈시울까지 붉어져 있었다.“요 며칠 자꾸 꿈을 꾼단다. 어릴 적 네가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어눌한 목소리로 ‘둘째 오라버니’ 하고 부르던 꿈 말이야. 맛있는 게 생기면 넌 먹지도 않고 늘 내게 남겨주려고 했었지. 한번은 내가 실수로 돌을 던져 너를 다치게 한 적도 있었어. 그런데 너는 내가 혼날까 봐 상처를 숨기고, 할머님께도 말하지 않았지.”소명천은 눈물을 훔쳤다.“난 참 몹쓸 오라버니였어. 네가 베풀어 준 다정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너를 때리고 욕하면서 네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았으니… 설아야, 이 오라버니는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한 번만 속죄할 기회를 다오.”소명천의 목소리가 잠기더니, 끝내 억누르지 못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설아야, 이 오라버니가 예전에 정말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 다시는 나를 밀어내지만 말아 다오… 네가 다시 한번 나를 ‘둘째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면 좋겠구나…”소명천의 눈물이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전생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이룬 성공에 소설아의 도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큰 도움도 아니었다.소설아가 해준 일이라고는 그저 돈을 대준 것뿐이었다.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도 자신이었고, 직접 전장에 나선 것도 자신이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져 온 것도 자신이었다.그러니 이렇게 무릎 한 번 꿇는 것으로, 소설아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은혜는 거의 다 갚는 셈이었다.돈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Read more

제638화

소설아는 그제야 경계심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물었다.“언제 가면 돼요?”소명천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한꺼번에 떠올랐다.“설아야, 승낙하는 거니?”소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시간이 되는지 좀 볼게요.”미리 상황을 알아보고 정말 위험한 일이 없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그저 둘째 오라버니가 정말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것이기를 바랄 뿐이었다.소명천이 서둘러 말했다.“다 네 뜻에 맡기마. 네가 언제 시간이 되는지 정하거라. 우리는 그때에 맞추도록 하마.”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천한 것이 드디어 마음을 열었구나.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소설아만 잘 구슬려 놓으면, 앞으로의 앞날은 순탄할 터였다.금의위에 들어간 이상, 동료들을 대접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금의위에는 공신 가문의 자제들이 많았으니,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위아래로 두루 인맥을 다져 놓기만 하면, 승진길도 탄탄대로일 터였다.이번 생에는 전생보다 훨씬 더 화려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한편, 소명주는 배 장군이 평국공부에 갔다는 소식을 알아냈다.소명주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평국공부로 향했다.지난번 소명주의 귀띔 덕분에 설현정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기에, 소명주가 먼저 찾아오자 설현정은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명주야, 어쩐 일이니?”소명주는 배 장군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왔다는 말은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설아 언니가 궁에서 나오신 뒤로 크게 앓으셨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좀 괜찮아지셨을까 싶어서 한번 뵈러 왔어요.”지난번 궁에서 설현정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소명주의 도움이 분명히 있었다.소명주에게는 나름의 재주가 있었고, 설현정은 언젠가 태자빈 언니에게 소명주를 소개해 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배율승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명주를 굳이 내보내지 않았다.“온 김
Read more

제639화

“아앗!”소명주는 일부러 목소리를 한껏 높이며 배율승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곧 그의 품에 안길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눈을 감았다.곧 벌어질 일을 떠올리자 소명주의 가슴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옛말에도 여자가 남자를 쫓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소명주는 자신이 절세미인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자태가 있다고 생각했다.혼인한 뒤에도 그 자태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깊은 매력이 더해졌다고 여겼다.웬만한 남자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터였다.무심코 몸이 닿은 것처럼 만들면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행실이 나쁘다는 인상을 주지도 않을 터였다.한번 몸이 스치고 나면 자연스레 거리가 가까워지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도 애매해지기 마련이었다.예전에 원태준을 손에 넣은 것도 바로 이 수법이었다.소명주는 벌써 뺨을 붉게 물들인 채,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펼치고 있었다.배율승에게 거의 닿을 듯한 순간,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몸을 살짝 틀어 손쉽게 그녀를 피했다.“쿵!”요란한 소리와 함께 소명주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얼굴부터 바닥에 곤두박질쳤다.너무 아파서 숨을 몇 번이나 헐떡였다.“으윽…”빌어먹을. 어쩜 이렇게 눈치가 없단 말인가!소명주는 통증을 억누르며 눈을 떴다. 몇 마디 말이라도 건네 어색한 상황을 수습해 보려 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멀어져 가는 배율승의 뒷모습뿐이었다.어머, 자신에게 매력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저 배 장군이 너무 빨리 자리를 떠난 것뿐이었다.역시 전장을 누비던 사내라 그런지, 행동 하나하나가 빠르고 시원시원했다.하지만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힌 탓에 통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소명주는 아픈 이를 악물고 한참을 버티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배율승은 대청으로 돌아오자 얼굴을 잔뜩 굳힌 채 말했다.“평국공, 지금 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재혼할 생각도 없고, 여인을 들일 생각도 없습니다. 설령 그런 생각이 있
Read more

제640화

설현정은 할 말을 잃었다.“아니, 이렇게 그냥 받기만 하고 가신다고요?”유모가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어쩌겠어요?”설현정은 속으로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이 유모는 정말이지 눈치가 너무 없었다.배 도령이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설현정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건넸다.“제가 하인들에게 꿀을 넣은 다과를 좀 준비하라고 했답니다. 그것도 드시고 가시는 건 어떠세요?”유모가 배 도령을 바라보며 그의 뜻을 물었다.배 도령은 천 주머니에 머리를 파묻고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붉은 보석 두 알을 꺼내 유모에게 몇 차례 손짓했다.유모가 설현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도련님께서 물으십니다. 지난번 군주 마마의 연회에서 이 보석 장신구를 하고 있던 아가씨가 누구였느냐고 하십니다.”설현정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장공주의 연회에서 붉은 보석을 하고 있던 사람은 소설아뿐이었다.배 도령은 기억력이 대체 얼마나 좋은 걸까. 그때 본 것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니.설현정은 소설아가 배 장군과 연을 맺게 둘 수 없었다.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 저는 기억이 안 나는걸요. 붉은 보석 장신구를 한 아가씨가 있었던가요?”배 도령은 포동포동한 뺨을 손으로 몇 번 문지르더니, 손가락으로 문밖을 가리켰다.유모는 배 도령의 뜻을 알아차리고 아이를 안은 채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설현정이 황급히 뒤따라가며 물었다.“왜 가시는 거예요? 다과도 아직 드시지 않았는데요?”유모가 말했다.“도련님께서 설 아가씨는 거짓말쟁이라 하셨습니다.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말해주지 않으니, 거짓말쟁이를 보면 속이 메스껍다고 하십니다.”설현정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다시 배 도령을 붙잡으려는 순간, 마침 평국공이 배율승을 데리고 다가왔다.평국공은 설현정이 배 도령을 잘 달래놓은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배 도령이 떼를 쓰며 당장 집에 가겠다고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억지로 붙잡아 두었다가는 오히려 배율승의 마음만 상하게
Read more
PREV
1
...
6263646566
...
7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