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밤, 상염은 유난히 이상했다. 한동안 경계하는가 싶으면 이내 긴장을 풀었고, 잠시 후에는 또다시 귀를 쫑긋 세우며 주위를 살폈다.그럴 때마다 소설아는 전하께서 오신 줄 알았지만, 상염은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편안하게 몸을 늘어뜨렸다.그렇게 밤이 깊어지도록 전하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소설아가 일어나 단장을 하고 있을 때 단이가 찾아와 소식을 전했다.“큰 아가씨, 듣자 하니 어젯밤 후부에 도둑이 들었다고 합니다.”“도둑이 들었다고? 후부에서 무언가 잃어버린 것이 있느냐?”소설아가 물었다.단이가 고개를 저었다.“잃어버린 것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사랑채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합니다.”소설아가 가서 보니, 관사가 하인들에게 지붕을 손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냐?”관사가 대답했다.“큰 아가씨, 아무래도 지붕 위에서 누군가 싸움을 벌인 듯합니다. 보아하니 목숨을 걸고 싸운 모양인지, 다툼이 아주 치열했던 듯합니다.”사랑채 지붕은 거의 뜯겨 나가다시피 했고, 벽에도 구멍이 여러 군데 뚫려 있었다.부서진 기와 조각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탁자와 걸상도 다리가 부러지는 등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사랑채는 소설아의 처소에서 꽤 떨어져 있었고, 어젯밤에는 바람 소리마저 유난히 거셌던 탓에 그녀는 아무런 소란도 듣지 못했다.소설아는 바닥에 흩어진 기와 조각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사이에서 낯익은 쪽빛 천 조각 하나를 발견했다.‘설마… 전하께 드린 향낭인가?’“큰 아가씨, 기와가 떨어져 다치실 수 있으니 조금 물러나 계시옵소서.”관사가 조심스레 말했다.소설아는 사람을 시켜 쪽빛 천 조각을 주워 오게 했다. 손에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자신이 전하께 드렸던 향낭이었다.향낭에 달린 술은 온통 헝클어져 있었고, 실이 끊어진 자리를 보니 억지로 잡아뜯긴 흔적이 역력했다.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향낭에는 희미하게 피 얼룩까지 남아 있었다.‘전하께서 어젯밤 다녀가신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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