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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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배율승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드디어 아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태어난 뒤 지금까지 아들은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변경의 의원들은 태중에서부터 생긴 병이라고 했다.부인이 아이를 품었을 때 마음속에 울화가 쌓인 데다 독까지 당했으니, 아들이 무사히 태어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배율승은 틈만 나면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의 의원을 찾아다녔다. 이름난 의원이라면 누구든 찾아가 보았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아들 배도혁이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렇게 또렷한 목소리로 말이다.배율승은 기쁨을 참지 못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배도혁은 비록 말을 하지 못했을 뿐, 생김새가 준수하고 영특한 아이였다. 세 살에 글을 깨쳤고, 네 살에는 병서까지 읽을 줄 알았다.가끔 아이의 기분이 좋을 때면 책에서 익힌 병법을 모래판 위에 직접 펼쳐 보이기도 했다.손놀림은 아직 서툴렀지만, 그 자질이 남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자라면 훗날 이루어낼 성취도 자신 못지않을 것 같았다.문제는 말을 못 한다는 것이었다.말을 못 하니,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한단 말인가.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치르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설령 전장에 나가지 않고 후방을 지키는 자리에 앉더라도, 사람들을 이끌려면 말로 뜻을 전할 줄 알아야 했다.“도혁아, 다시 한번 말해보렴.”배율승이 유모에게서 아이를 받아 품에 안고 다정하게 달랬다.그러나 배도혁은 고개를 숙인 채, 다시는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아이가 유모를 향해 손을 뻗자, 배율승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유모에게 다시 건넸다.배도혁은 유모 품으로 돌아가 손짓을 하더니, 다시 한번 외쳤다. “어머니.”유모가 말했다. “장군님, 도련님께서 마님이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배율승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네 어미는 이제 없단다.”배도혁은 다급한 듯 포동포동한 뺨을 문지르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유모가 말했다.“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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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어째서 좋은 일이란 좋은 일은 죄다 소설아에게만 몰려가고, 명주는 하는 일마다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걸까.안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붉은 보석 장신구를 한 아가씨라… 생각났습니다. 그 아가씨를 말씀하시군요. 내일 그 아가씨에게 전해 뜻을 물어본 뒤, 장군께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배율승이 말했다.“대인께서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살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제 아이의 병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반드시 대인께 후하게 사례하겠습니다.”안호연은 소설아에게 이 일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소설아가 그동안 명주의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가로채 갔으니, 이제는 하나쯤 돌려줄 때가 되었다.안호연은 명주를 배율승 앞에 데려갈 생각이었다.명주와 소설아는 친자매 같은 사이였으니, 명주가 잘 꾸민다면 소설아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게다가 배 도령은 아직 어린 데다 병까지 앓고 있으니, 얼마든지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설령 소명주가 배 도령의 벙어리 증세를 고치지 못하더라도, 배율승이 계속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을 터였다.만에 하나 정말로 배 도령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명주는 배율승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될 것이고, 그 덕분에 그녀의 신분 또한 한층 높아질 수 있을 터였다.배율승을 배웅한 뒤, 안호연은 곧장 월하의 처소로 향했다.“월하야, 지난번 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붉은 보석으로 장신구를 만들지 않았느냐? 하루만 아버지에게 빌려줄 수 있겠느냐?”*한편, 소명주는 설현정의 배웅을 받으며 저택을 나섰다.설현정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명주 너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야. 다음에 나와 함께 입궁해서 태자빈 언니를 뵙는 건 어떠니?”소명주는 태자빈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태자빈이 아무리 존귀한 신분이라 해도,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오를 사람은 태자가 아니었다. 태자빈 역시 선제의 비빈들을 따라 황실 사찰로 들어가게 될 터였다.그다지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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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소명주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갈 겨를도 없이 곧장 안 대인부로 향했다.날이 이미 어두워진 뒤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명주를 본 연화 군주는 다소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오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게냐?”소명주는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마땅한 핑계조차 생각해 두지 못한 터라,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며 머뭇거렸다.그때 안호연이 나서서 상황을 풀어주었다.“연화, 내가 명주를 부른 것이오. 방금 배 장군이 나를 찾아와 명주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 배 장군의 일이 급한 터라 내가 명주를 불렀소.”연화 군주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안호연이 말했다.“배 도련님 일 때문에 불렀소. 배 장군이 오늘 아들을 데리고 평국공부에 다녀왔는데, 그곳 부중 의원이 난치병에 능하다고 들었건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는군. 당신도 알다시피 배 장군은 아들 일로 머리가 셀 지경이오. 전에도 내가 나서서 태의를 찾아준 적이 있소.”연화 군주가 다시 물었다.“그게 명주와 무슨 상관이죠? 명주가 진맥을 볼 줄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소명주 역시 안호연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 수 없어, 그저 곁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호연이 말했다.“지난번 연회에서 배 도련님이 명주를 보고 갑자기 말을 했다는구려. 배 장군의 뜻은, 명주가 배 도련님을 한 번 더 만나게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오. 자주 만나고 가까이 지내다 보면 혹시 병세에도 도움이 될지 모르니 말이오.”안호연은 배 도령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설령 배 도령이 소명주가 그날 붉은 보석을 걸치고 있던 아가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해도, 어차피 말로는 그 사실을 알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소명주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연회가 열리던 날, 그녀는 물에 빠진 뒤 곧장 자리를 떠났기에 배 도령이라는 아이를 본 적조차 없었다.그녀는 이것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마련해 준 기회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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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월하는 참 효심이 깊구나.”연화 군주는 웃으며 탕을 받아 들고는 월하의 손을 잡아 제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온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소명주는 차가운 의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그 모습을 보니 연화 군주가 월하를 얼마나 아끼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안호연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조금도 없었다.월하는 방 안으로 들어온 뒤 줄곧 소명주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지난번 아버지가 소명주가 자신의 친딸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월하는 소명주에게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소명주가 정말 아버지의 친딸이라면, 위원후 부인이 소명주의 친어머니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소명주는 아버지를 닮은 데도 없었고, 민씨와 닮은 구석도 없었다.굳이 닮은 사람을 찾는다면, 오히려 위원후를 꽤 닮아 있었다.안호연은 월하가 계속해서 소명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됐소. 시간도 늦었으니 명주를 데려다주고 오겠소. 연화, 월하도 이제 그만 쉬거라.”말을 마친 안호연은 소명주를 데리고 저택을 나섰다.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시작하자 안호연이 입을 열었다.“배 장군이 붉은 보석 장신구를 한 아가씨를 찾고 있다는구나.”소명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아가씨가 소설아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괘씸했다.어째서 좋은 일은 하나같이 저 여자에게만 돌아가는 걸까!“내일 아버지가 붉은 보석 장신구를 챙겨 주마. 내가 밖에서 연화를 붙잡아 둘 테니, 사람을 만나고 나면 잊지 말고 장신구를 벗어 놓거라. 연화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아버지, 알겠어요.”소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안호연이 다시 물었다.“그런데 나를 찾아온 건 무슨 일 때문이냐?”시간이 없었던 탓인지 소명주도 억울한 척 둘러대지 않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그냥 여쭤볼 게 있어서요. 오윤녕 그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마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안호연은 소명주가 마차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말했다.“내일 아침이면 일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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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들개는 뼈만 앙상하게 드러날 만큼 비쩍 말라 있었다. 여러 날을 굶은 것이 분명했다. 눈빛은 사납기 그지없었고, 사람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기세도 한층 흉흉했다.놈은 단 한 입에 왕선우의 솜옷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윤녕아, 뒤로 물러서 있거라.”왕선우는 오윤녕을 제 뒤로 바짝 감싸며 품에서 손난로를 꺼냈다.그리고 안에 담긴 뜨겁게 달아오른 숯불을 들개의 눈을 향해 뿌렸다.들개는 뜨거움에 캥캥거리며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퉁소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다급해졌다. 마치 구슬이 바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듯 빠르고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들개는 두어 걸음 물러나는 듯하더니,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녹빛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윤녕아, 얼른 골목 입구로 가서 사람을 불러오거라. 어미한테는 아직 손난로가 두 개나 더 있으니 걱정말고.”왕선우는 오윤녕을 뒤로 밀어내며 품속에서 또 손난로를 꺼내는 시늉을 했다.“오늘따라 추워서 손난로를 몇 개 더 챙겨 오길 잘했지.”오윤녕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왕선우를 돌아보았다.“얼른 뛰래도!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빨리 골목 입구로 가서 사람을 불러오거라!”왕선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오윤녕은 몸을 돌려 골목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그 순간 들개 두 마리가 오윤녕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왕선우가 재빨리 두 들개를 향해 몸을 던졌다.왕선우는 들개들을 향해 있는 힘껏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들개 한 마리가 그녀의 다리를 덥석 물어뜯는 순간, 솜바지가 순식간에 피로 붉게 물들었다.곧이어 나머지 들개들까지 우르르 달려들었다.그때 퉁소 소리의 곡조가 바뀌었다. 그러자 들개 두 마리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오윤녕을 뒤쫓기 시작했다.오윤녕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들개의 으르렁거림에 온몸이 굳어질 듯했지만, 있는 힘껏 앞만 보고 달렸다.골목 입구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그 순간, 들개 한 마리가 뒤에서 달려들어 오윤녕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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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소설아는 병실로 들어가 왕선우의 상태를 살폈다.의원의 말로는 왕선우의 상태가 매우 위중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깨어날 수 있을지는 온전히 그녀의 몸이 얼마나 버텨 주느냐에 달려 있었다.왕선우는 두 다리의 살점이 들개에게 심하게 뜯겨 나갔고, 출혈도 워낙 심했다. 설령 요행히 목숨을 건진다 해도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 채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할 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왕선우가 의식을 되찾았다.안호연은 직접 병실 입구까지 나와 오윤녕을 배웅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웃어 보거라. 어머니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오윤녕은 코를 훌쩍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대인,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병실 문이 닫히자 소설아는 그제야 안호연을 찬찬히 살폈다.안호연의 얼굴에 어려 있는 걱정은 조금도 꾸며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새하얀 여우 가죽옷은 어느새 피로 얼룩져 있었다.소설아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경고했다.“안 대인, 윤녕이에게서 좀 떨어져 계세요.”안호연은 빙긋 웃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에는 온화한 기색이 감돌았다.그는 본래 외모가 준수한 데다 몸가짐도 단정했다. 명문가 도련님 특유의 고귀한 기품이 배어 있으면서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위압감은 없었다. 오히려 곁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설아야, 오해하지 말거라. 네 체면을 생각해서 도와준 것뿐이니.”소설아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대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대인의 도움은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더 나서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어머니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안호연의 눈빛이 순간 서늘하게 변했다.“설아야, 네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구나?”소설아가 차갑게 대꾸했다.“오해인지 아닌지는 대인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안호연은 의자 위에 놓인 비단 손수건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굳이 손을 뻗어 집어 들지는 않았다.“오 아가씨께 대신 전해 주거라. 그저 조금 손을 쓴 것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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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안호연의 확답을 듣고 나자 소명주의 마음에는 이제껏 느껴 본 적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오늘은 사흘째 되는 날이라 다시 원태준과 합방할 수 있는 날이었다.평소 같았으면 소명주는 벌써 채홍을 서재로 보내 원태준의 발목을 붙잡아 두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채홍이 말했다.“부인, 진 이낭이 또 도련님께 두유를 가져다드렸대요. 명심 아가씨는 또 두통을 앓고 계시고요.”진채린이 첩으로 들어온 뒤로 저택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두부를 먹어야 했다.진채린은 두부를 먹으면 몸에 좋다며, 매번 두부 요리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올렸다.명심은 걸핏하면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엄살을 부렸고, 원태준이 곁에서 어루만져 주기를 바랐다.사흘마다 원태준과 합방하려면 무슨 큰 난관을 몇 겹이나 넘어야 하는 것처럼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소명주가 피식 웃었다.“저 둘이 알아서 난리를 치게 내버려 둬라.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내일은 배 장군을 만나러 가야 했다.배 장군을 한 번 본 뒤로, 소명주에게 원태준은 더 이상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말 그대로 배 장군을 한 번 본 것이 평생의 인연을 그르친 셈이었다.배 도령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배 도령의 마음만 사로잡는다면 배 장군이 제 발로 찾아와 청혼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전에 사놓으라고 했던 구슬이랑 팽이,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까지 전부 준비하거라!”이튿날 아침, 소명주가 화장을 하고 있을 때 진채린이 찬합을 들고 문안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오늘은 날이 밝기도 전에 진채린이 벌써 일어나 두유를 만들어 원태준에게 가져다주고, 몸보신을 시키려는 참이었다.“부인은 하루 종일 밖으로만 다니시니 얼굴이 다 타셨네요. 부인, 두유 좀 드셔보세요. 두유가 미백에 좋다잖아요. 매일 한 그릇씩 드시면 저희처럼 두부를 파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피부가 뽀얗고 깨끗해지실 거예요. 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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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민씨는 눈가가 붉어졌다.“군주 마마, 어찌 저를 이렇게 놀리실 수가 있습니까? 그날 밤 물에 빠진 뒤로 저는 지금까지도 악몽을 꾼답니다. 요 며칠 겨우 좀 나아졌는데, 군주 마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오늘 밤은 또 잠을 설치겠네요.”안호연이 연화 군주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연화, 너무 매몰차게 굴지 마시오. 민 부인도 물에 빠지고 싶어서 빠진 것은 아니지 않소.”연화 군주는 속으로 짜증이 치밀었다.‘진작 설아를 불렀어야 했는데…’자신은 말재주가 없어서, 이 두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때, 어린 하녀가 와서 알렸다. “군주 마마, 배 장군께서 오셨습니다.”안호연이 말했다.“배 장군께서 오셨으니, 연화, 당신은 민 부인과 함께 화청에서 차나 마시며 기다리시오. 내가 나가서 배 장군을 맞이하겠소. 명주야, 너는 객실에서 기다리거라. 이따 내가 배 도련님과 유모를 데려오마.”연화 군주는 민씨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어제 보던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해서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민 부인은 편히 계세요.”안호연이 말했다.“연화, 마침 가는 길이 같으니 내가 바래다주겠소.”두 사람이 나란히 길을 걷는 동안, 안호연이 물었다.“연화, 어째서 민 부인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오?”연화 군주가 코웃음을 쳤다.“지난번에 부군도 똑똑히 보셨잖아요. 민씨는 정말이지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과는 되도록 왕래를 줄이는 게 나아요. 지난번에 부군께서도 그 여자의 행실이 문란하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생각이 달라진 건가요?”안호연이 웃으며 말했다.“어디 생각이 달라졌다는 거요? 앞으로 민 부인과 거리를 두면 되지, 아예 왕래를 끊을 필요까지야 있겠소. 그런데 내 눈에는 명주가 꽤 괜찮은 아이 같소. 현숙하고 단정한 것이, 민 부인과는 전혀 다르던데.”“그 정도면 됐어요.”연화 군주가 떠난 뒤, 소명주와 민씨는 함께 객실로 들어갔다.“어머니, 이건 아버지께서 저한테 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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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화청에서는 배 장군이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유모가 배 도령을 안고 돌아왔다.“장군님, 도련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아가씨는 전에 만났던 그분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가짜라고요. 머리에 쓴 붉은 보석 장신구도 전에 그 아가씨가 하고 있던 것과 다르다고 하십니다.”배 도령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포동포동한 볼살이 파르르 떨렸고, 맑고 예쁜 눈에는 경멸의 빛이 번뜩였다.앳된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배율승은 아들의 얼굴에서 이렇게나 풍부한 표정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그가 유모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혁이가 대체 왜 저러는 게냐?”유모가 충실하게 답했다.“도련님께서 사기를 당한 것 같아 속이 메스껍다고 하십니다.”배율승은 그만 실소를 흘렸다.그는 안호연을 담담하게 한 번 흘겨보았을 뿐, 화를 내지는 않았다.안호연이 자신에게 접근하기 위해 아무나 데려다 대신 내세운 것임을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들춰내지는 않고 물었다.“대인,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안호연은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은 몰랐던 터라,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뭔가 오해가…”배율승이 두 손을 모아 읍하며 말했다.“그렇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소명주도 서둘러 뒤따라 나왔다. 연화 군주에게 들킬까 염려되어 몸에 걸친 붉은 보석 장신구부터 급히 벗어냈다.화청까지 쫓아갔을 때는 마침 배 장군이 막 자리를 떠나려던 참이었다.소명주는 곧장 걸음을 늦추고 몸을 살짝 숙여 예를 올렸다.“배 장군님을 뵙습니다.”배율승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소명주가 바로 예전에 평국공부에서 대낮부터 염치도 없이 자신에게 몸을 던졌던 그 여자였다.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스쳤다.“대인을 그간 존경해 왔건만, 이런 여자를 양녀로 들이실 줄은 몰랐습니다!”안호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배 장군, 오해가 있으십니다. 명주는 그런 경박한 여자가 아닙니다! 명주의 품행은 제가 목숨을 걸고 보증하겠습니다!”배율승은 좀처럼 그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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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배율승은 눈치가 빠른 데다 손도 재빨랐다. 그는 곁에 있던 하녀 하나를 재빨리 붙잡아 자신의 앞을 막아 세웠다.하녀는 갑작스러운 일에 화들짝 놀랐고, 당황한 탓에 무심코 소명주를 품에 안았다.소명주는 부드러운 품에 안기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배 장군이 자신을 받아 준 것이었다.배 장군은 소문처럼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녀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었다.다만, 배 장군의 몸이 어째서 이렇게 부드러운지, 생각했던 것만큼 단단하지 않았다.‘어머…’배율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안호연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마치 소리 없이 묻는 듯했다.‘보십시오. 이게 경박한 처신이 아니면 대체 무엇입니까? 안 대인, 목숨을 걸고 보증하신다더니 대체 무엇을 보증하신 겁니까?’안호연은 숨이 턱 막혔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는 소매 속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무예가 뛰어난 배율승은 한눈에 소명주가 꾸며낸 일임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그는 곧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냈다. 소명주는 본래 천성이 순진할 뿐 조금도 경박한 여자가 아니었다. 이번 일 역시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도와주려 한 것일 터였다.안호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배 장군, 화청에서 잠시 쉬고 계시지요. 제가 곧 사람을 보내 그 아가씨를 모셔오겠습니다.”여전히 ‘기절한’ 척 누워 있던 소명주는 어리둥절했다.분명 자신이 이미 배 장군의 품에 안겨 쓰러졌는데, 어째서 또 소설아를 데려오겠다는 것일까?!그때 배율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대인, 감사합니다.”소명주는 그제야 자신을 받아준 사람이 배 장군이 아니라 하녀였다는 걸 깨달았다.소명주의 몸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안호연이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명주를 객실로 모셔 가 쉬게 하거라.”*소명주는 붉은 보석을 감추려 했지만, 결국 하녀에게 들키고 말았다.하녀는 곧장 연화 군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군주 마마, 명주 아가씨께서 붉은 보석 장신구를 하고 계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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