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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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추영우가 말했다.“배율승은 명성이 자자한데, 정작 그의 부인에 대해서는 좀처럼 알려진 바가 없더구나.”소설아가 물었다.“배씨 가문의 자제인데, 그가 맞이한 부인이 어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을 수 있지요?”배율승처럼 하늘이 내린 인재라면 응당 명문대가의 규수와 혼인했을 터였다.추영우가 말했다.“배율승은 집안의 서자로, 태어나자마자 정실부인에게 내쳐져 장원으로 쫓겨났다. 배씨 가문의 적자들은 하나같이 변변치 못해 산적조차 당해내지 못했으니, 북방 오랑캐를 상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배씨 가문이 후계가 끊길 위기에 처하자, 그제야 배씨 가문 가주가 그 서자를 다시 불러들일 생각을 했다더구나.”배율승이 본가로 돌아왔을 때, 그를 따르는 것은 병사 백 명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국경 일대의 크고 작은 산적 소굴을 남김없이 소탕해 버렸다.그가 돌아올 때 곁에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자신의 정실부인이라고 했다.그 여인의 내력에 대해서는 배씨 가문에서도 아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다만 여인의 행동거지를 보아하니, 명문가 규수인 듯했다.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배율승은 오직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 세월 동안 혁혁한 전공을 세운 덕에, 배씨 집안에서도 감히 그에게 재혼을 강요하는 이는 없었다.소설아는 그제야 사정을 알겠다는 듯 말했다.“그런 사정이 있었군요.”“안심하거라. 이 세상의 비밀이란 황제는 속일 수 있어도 금의위의 눈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니. 내 반드시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낼 것이다.”추영우가 말했다.“전하, 감사드립니다.”소설아와 추영우가 이야기를 마칠 즈음, 낮 공연도 끝이 나 추영우 역시 자리를 떠나야 했다.소설아가 아쉬운 듯 말했다.“다음에는 전하와 야시장 구경을 가고 싶네요.”추영우는 잠시 멈칫했다. 방금 만났는데, 벌써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있었다.“다음번에는 내가 먼저 약속을 잡도록 하마.”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진 뒤, 소설아는 전하가 이미 자리를 떠났음을 깨달았다.설현정 쪽 특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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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이백 냥으로도 못 사요. 우리 집에 있는 그 천리경은 오백 냥이나 주고 산 거라고요!”설현정은 굳은 낯빛으로 하녀에게 재차 분부했다. “주거라!”하녀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 오늘은 그저 나들이를 나온 길이라 그렇게 큰돈까지 챙겨 오지 못했는데요.”설현정은 공연장 주인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이따 사람을 시켜 값을 주도록 하마.”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설 아가씨, 설마 값을 떼먹으려는 건 아니시겠죠?”설현정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애써 억누르며 쏘아붙였다.“우리 평국공부에서 이깟 은자를 떼먹을 리가 있겠느냐?!”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글쎄요. 평국공부의 규수라고 이리 사람을 몰아붙이시는 걸 보면, 정말 모를 일이죠.”설현정은 머리에 꽂고 있던 금비녀를 뽑아 내던졌다.“이러면 됐죠! 이 금비녀는 순금이에요.”말을 마친 설현정은 사람들을 이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 버렸다.소설아는 서두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주인에게 다가가 은표 한 장을 내밀었다.“설 아가씨의 그 금비녀, 제가 사겠습니다.”주인은 잠시 망설였다.“이거…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금비녀를 가지고 계셔 봐야 어차피 금은방에 팔아 돈으로 바꾸실 텐데, 저한테 파시는 게 낫죠. 제가 값을 더 쳐드릴게요.”주인이 물었다. “얼마를 주시겠습니까?”소설아가 말했다. “팔백 냥을 드리죠. 오백 냥은 금비녀 값이고, 나머지는 입막음 값이에요. 혹시 설씨 가문에서 물으면 금비녀는 금은방에 팔았다고 해 주세요.”주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승낙했다. 그는 금비녀를 건네고 은표를 받아 들었다.소설아는 금비녀를 손에 쥔 채 찬찬히 살펴보았다.금비녀 안쪽 테두리에는 ‘평국공부 설현정’이라는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설현정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몸에 지니고 다니던 물건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져 빚을 갚다니.혹여 나쁜 마음을 품은 자의 손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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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후부에서는 내일 사시 무렵 출발해 도관으로 가서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도관에서는 사흘간 머물 예정이었다.소설아는 오윤녕이 마음에 걸렸다. 떠나기 전에 소명남과 함께 그녀를 찾아갔다.“둘째 오라버니, 오 부인을 좀 살펴봐 주셨으면 해요. 큰 변고를 겪었으니, 혹시라도 마음을 잘못 먹을까 걱정돼요.”“설아야, 걱정 말거라. 네 손님이면 곧 내 사람이나 마찬가지니.”소명남이 말했다.따지고 보면 오윤녕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었지만, 소명남에게는 참으로 친누이 같은 존재였다.대청 안에는 왕선우가 침상에 누워 있었다. 머리는 서쪽을 향하고 있었고, 발치에는 등이 밝혀져 있었다. 몸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다.입관하는 날은 내일로 정해졌다. 소설아는 특별히 수희를 남겨 장례를 돕게 했다.“부인, 내일은 제가 일이 있어서 와서 도와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수희에게 부탁하세요. 둘째 오라버니도 부인을 도와주실 거예요.”“큰 아가씨, 감사합니다. 도련님께도 감사드려요. 수희 고맙다.”왕선우의 죽음은 오윤녕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소설아가 몇 번을 찾아가도 오윤녕은 매번 기운 없이 축 처져 있었다.이번에는 오윤녕의 안색이 한결 나아 보였다. 눈도 예전처럼 심하게 붓고 벌겋지 않았다.왕선우의 장례는 오윤녕이 크게 치를 생각이 없었던 터라, 소박하게 준비할 예정이었다.그런데 이번에 소설아는 뜻밖에도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 꽤나 풍성하게 마련된 것을 보게 되었다. 정갈한 은쟁반 위에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양고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흰 천이 덮여 있었다.고기만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방 안에는 망자의 노잣돈으로 쓸 종이돈을 비롯해 종이로 만든 옷과 신발, 모자까지 갖춰져 있었다.문 앞에는 조문 글귀가 걸려 있었다. 한쪽에는 ‘평생 검소하고 부지런히 살아 온 가풍을 남기시고’, 다른 한쪽에는 ‘이제는 편히 쉬시며 남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머무소서’라고 적혀 있었다.외부에서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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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안호연이 고개를 돌렸다.“소설아, 날 함부로 모함하지 말거라. 무슨 일이든 증거를 대야 하는 법이란다.”소설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혹시 뭔가 알고 계신 건 아니시죠?”오윤녕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이토록 잘해 주는 것은 아닐까.아니, 그럴 리 없었다.만약 그가 알고 있다면 민씨 역시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민씨는 어째서 오윤녕은 그토록 홀대하면서, 소명주에게는 그리도 잘해 준단 말인가?그러니 그는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안호연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소설아, 수작부리지 말거라. 내가 그리 얄팍한 사람으로 보이느냐!”소설아의 미간이 더욱 깊게 좁혀졌다.안호연이 오윤녕의 진짜 신분을 모르면서도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소설아가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대인, 오 부인에게서 좀 떨어져 계시는 게 좋을 거예요. 괜한 마음 품지 마시고요!”오윤녕은 큰 변고를 겪은 뒤 고향을 떠나 가족을 하나둘 잃었고, 게다가 주모운 일가에게 참혹한 일까지 당했다.그런 그녀가 지금처럼 지위 높고 반듯한 사내에게 살뜰히 보살핌을 받는다면, 그에게 마음을 기대게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었다.게다가 안호연은 겉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반듯한 사내였다. 그의 배신을 알고서도 연화 군주조차 그를 놓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안호연이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그녀를 곁눈질로 흘겨보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나는 여인을 억지로 어찌하는 법이 없으니.”만약 오윤녕이 그에게 다른 마음을 품는다 한들, 그건 그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었다.그가 보기에, 월 이낭은 그저 대를 이을 도구일 뿐, 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존재였다.민씨는 이미 나이가 들었고, 오윤녕은 마침 한창인 나이였다.안호연은 말을 마치자 오윤녕에게 다가가 손에 들린 목판을 받아 들었다.“제가 하겠습니다.”오윤녕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의 태도는 한없이 온화하고 겸손했다. 그의 말투에서 위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오윤녕은 아직 상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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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소명천은 정말로 달라진 듯했다. 소설아가 외출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침 일찍부터 문 앞에 나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설아의 마차가 돌아오는 것을 보자 그는 곧장 마중을 나갔다.“설아야, 우린 다 준비됐다. 너만 기다리고 있었단다.”그는 마차의 발을 걷어 올려 주고 소설아가 내릴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소설아는 조금 어색했지만, 이내 그의 손을 잡았다.“감사합니다.”소명천이 말했다.“넌 내 동생이잖니. 오라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뭘. 자꾸 고맙다고 하면 오히려 서운하구나.”온 가족은 이미 출발할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길시가 되기만 하면 곧바로 길을 나설 참이었다.바로 그때, 하인이 달려와 아뢰었다.“후작 나으리, 평국공께서 오셨습니다.”위원후의 얼굴에 금세 반색하는 기색이 떠올랐다.“평국공께서 오셨다고? 어서 모셔 오너라.”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하인이 급히 달려와 아뢰었다.“후작 나으리, 배 장군께서 오셨습니다.”위원후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배 장군도 어서 모셔 오너라! 아니, 아니다. 내가 직접 마중을 나가야겠다!”그는 연신 싱글벙글하며 말했다.“우리 위원후부에 한번에 이렇게 귀한 손님이 찾아오시다니, 이거야말로 좋은 징조가 아니겠느냐!”평국공 역시 위원후부에서 배율승과 마주칠 줄은 몰랐던 터라 제법 놀란 기색이었다.“장군, 참으로 우연입니다. 장군께서 위원후부에는 어쩐 일이십니까?”평국공은 이미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배율승이 아들을 데리고 소설아를 찾아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배율승이 소설아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직접 떠보려는 것이었다.과연 소설아를 아내로 맞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배율승이 대답했다.“제 아들이 소 아가씨를 뵌 뒤로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찌나 소 아가씨를 뵙겠다고 떼를 쓰는지, 저도 염치없는 줄 알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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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설아 누님, 안녕하세요.”소설아는 재미있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배 도련님, 오랜만이네요.”배 도령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안아 달라고 보챘다.소설아가 말했다.“조금만 안아 줄게요. 오래 안고 있으면 팔이 아프거든요.”그러자 배 도령은 예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오뚝한 코를 찡긋거렸다.소설아는 유모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도련님이 왜 이러는 거죠?”유모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아가씨께서 무겁다고 하시니, 심통이 나신 모양입니다.”소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무거워서 싫다는 게 아니랍니다. 도련님 또래 아이들은 이 정도로 통통한 게 보기 좋은걸요. 그저 제 팔에 힘이 없어서 그래요. 아무리 마른 아이를 안아도 오래 안고 있지는 못할 거예요.”민씨는 은근슬쩍 소명주와 소명지를 툭 건드리며 배 도령에게 다가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소설아 혼자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소명주는 잠시 망설였다. 이 꼬맹이는 나이는 어려도 속내가 훤히 보였다. 제 입으로 직접 말을 하지는 않지만, 유모의 입을 빌려 내뱉는 말이 하나같이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니었다. 배 장군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입이 험한 유모를 들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소명지는 겁도 없이 쪼르르 다가갔다.“설아 언니, 안기 힘들면 내게 줘. 도련님이 얼마나 무거운지 내가 한번 안아 볼게.”배 도령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잔뜩 토라진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소명지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예요?”그녀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두어 번 접어 보였다.“제가 손수건으로 토끼 만들어 줄게요! 한 번 볼래요?”배도혁은 소설아의 품에 엎드려 있다가, 소설아가 한눈을 파는 틈을 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통통한 손가락으로 눈가를 잡아당겨 눈을 뒤집어 보이며 소명지를 향해 얄밉게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소명지는 속으로 무척이나 기뻐했다. 배 도련님이 자신과 장난을 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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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소설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설연준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녀는 배 도령을 바닥에 내려놓고 단이를 부르려 했다. 하지만 배도혁은 두 팔과 두 다리로 소설아에게 찰싹 매달린 채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소설아가 다정하게 타일렀다.“착하죠. 일단 내려가 있으세요. 제가 지금 좀 바쁜 일이 생겨서 그렇답니다.”배도혁은 커다란 눈망울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앳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싫어요. 누님한테 딱 붙어 있을래요…”소설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곁에 있던 유모가 입을 열었다.“큰 아가씨, 안심하십시오. 도련님의 뜻은 장군께서 계시니 평국공 그 머저리는 절대로 혼사를 성사시키지 못할 거라는 말씀이십니다.”배 도령도 보통내기가 아니지만, 이 유모는 한술 더 뜬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재. 평국공은 본래 위원후와 단둘이 이 일을 논의할 생각이었다.그가 알기로 위원후라는 자는 겉치레와 체면을 유난히 중시하는 데다 허세까지 심한 인물이었다. 평국공부에서 혼인을 맺고자 한다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두 손을 들고 반길 것이 분명했다.내친김에 혼인 날짜까지 정하고 사주단자까지 주고받아, 그 자리에서 혼사를 확정 지을 터였다.하지만 배율승이 기어이 따라 들어오는 바람에 상황이 달라졌다. 평국공으로서도 감히 그를 내쫓을 명분은 없었다.세 사람이 서재에 자리를 잡고 앉자, 평국공이 먼저 속내를 꺼냈다.“저희 집 연준이가 이제 혼인할 때가 되었답니다. 지난번에 제 처가 민 부인께 이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던데, 후작님과 부인께서는 어찌 생각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위원후는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멍하니 굳어버렸다. 그러다 이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처음 놀란 것은 괘씸한 민씨가 이런 중대사를 자신에게는 한마디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마터면 이처럼 좋은 혼사를 눈앞에 두고도 망칠 뻔하지 않았는가!기쁨은 그보다 더 컸다. 소설아가 이토록 훌륭한 혼처를 잡게 되었으니, 자신은 곧 평국공부 설 세자의 장인이 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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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그의 말에서는 다섯째 누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평국공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만약 삼황자가 배씨 가문과 혼인을 맺게 된다면, 태자가 받게 될 위협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터였다.삼황자는 본래 귀비의 소생이었다. 게다가 귀비의 친정은 강남에서 대대로 명망을 떨쳐 온 세족이었다. 근래 들어 조정에서도 삼황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평국공이 말했다.“배 장군의 우려는 지극히 타당합니다. 경성에서 나고 자란 규수라면 황실로 시집가는 것이야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황실은 워낙 규율이 많지 않습니까. 듣자 하니 변방은 풍속이 사납고 거칠다던데, 배 장군의 누이가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화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우리 국공부가 비록 가문은 높으나, 그렇다고 규율이 그리 엄격한 편은 아니랍니다. 며느리를 가혹하게 대하는 법도 없고요. 훗날 이 작위를 연준이가 물려받게 된다면, 두 사람의 일에 집안 어른들이 지나치게 간섭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배율승은 그저 가볍게 웃을 뿐,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얼굴에 어려 있는 아쉬움은 한층 짙어져 있었다.평국공은 이제 연화 군주가 이 혼사에 동의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당장 배씨 가문과 혼담을 나눌 수 있을 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위원후가 안정후부로 보낸 하인이 돌아왔다.연화 군주의 뜻은 분명했다. 위원후에게 섣불리 승낙하지 말라고 전하며, 혼인은 중대사인 만큼 신중하게 헤아려야 하니 도관에서 돌아온 뒤 다시 의논하자는 것이었다.평국공은 기대와 우려를 반씩 품은 채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배율승은 떠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후작님께서 일가와 함께 도관에 제사를 올리러 가신다고 들었는데, 저도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무엇보다 우리 도혁이가 마음에 걸려서 말입니다.”소설아는 배 도령을 데려가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배율승은 마치 이미 정해진 일인 양 한발 앞서 결정을 내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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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서경수가 도관에 온 이유는 제사를 지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는 핑계에 불과했다. 오늘 추영우가 그를 찾아와 금이 가득 든 상자 두 개를 내밀며, 도관에서 사흘만 머물며 향을 피워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사촌 동생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려 금이 가득 든 상자 두 개가 아닌가.그가 어찌 그 돈을 마다하겠는가.그가 금 한 상자만 더 얹어 주었더라면, 장공주까지 모시고 왔을 기세였다.장 도사는 세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도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도관이 워낙 널찍한 덕분에 이처럼 많은 사람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었다.위원후부에서는 미리 초제를 올리기로 약속해 두었기에, 장 도사는 사람들을 이끌고 정전에서 향을 올린 뒤 곧바로 제단을 차렸다.열두 명의 도사가 경을 읊고, 여덟 명의 어린 도사가 곁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여기에 여러 명의 악사까지 배치되어 있어 제법 성대한 모양새였다.소설아는 일급 하녀 셋과 어멈 둘, 이급 하녀 넷을 데리고 왔다. 하녀들과 어멈들은 민씨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엽이가 단이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단이 언니, 큰 아가씨는 마음이 너무 여리신 것 같아요. 둘째 도련님이 무릎 꿇고 눈물 좀 흘렸다고 예전 일들을 다 용서하신 걸까요? 둘째 도련님이 예전에 아가씨께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데요… 제가 큰 아가씨였으면 당장 눈앞에서 꺼지라고 했을 거예요!”단이는 황급히 엽이의 입을 틀어막고는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가 낮게 꾸짖었다.“큰 아가씨 일에 일개 하녀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입을 놀리다니!”단이는 일곱 살에 저택으로 팔려 와 처음에는 노부인의 처소에서 잔심부름을 하다가, 훗날 큰 아가씨를 모시게 되었다.그녀는 큰 아가씨와 함께 자라다시피 했다.큰 아가씨가 둘째 도련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라버니라 부르던 모습도 보았고, 부인에게 상을 받고는 기뻐서 밤잠을 설치던 모습도 지켜보았다. 심지어 셋째 아가씨의 환심을 사려고 비바람을 뚫고 엿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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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평국공 부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옅게 웃으며 말했다.“이 다기가 손에 익어서 말이지요.”그러나 소명주의 눈빛에는 조금도 부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훗날 삼황자가 황위에 오른다면 태자빈의 처지는 무척이나 비참해질 터였다.설령 평국공부가 완전히 숙청을 당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삼황자가 즉위한 뒤의 상황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삼황자가 황위에 오르면 그녀 자신은 군주가 될 몸이었다.평국공 부인의 이토록 노골적인 과시에도 민씨는 그저 예의상 부러워하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소설아는 본래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고, 어리숙한 소명지는 평국공 부인이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말의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채 심드렁한 눈빛만 하고 있었다.평국공 부인은 위원후부 여인들의 반응을 살피다가 내심 놀랐다.‘위원후부의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안목이 높구나!’“이것은 폐하께서 하사하신 귀한 차랍니다. 꼭대기에 눈이 내려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듯한 향과 맛이 일품이지요. 부인, 한번 맛보시지요.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곁에 있던 어멈이 민씨와 소씨 가문 아가씨들에게 차를 올렸다.소설아는 찻잔을 받쳐 든 채 갈색빛이 감도는 찻물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 입에는 대지 않았다.평국공 부인이 다정하게 물었다.“왜 그러십니까? 큰 아가씨, 차가 입에 맞지 않나요?”소설아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부인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차도 훌륭하고 다기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다만 잠자리가 바뀌면 혹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까 염려되어 차는 마시지 않으려 합니다. 이리 차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이미 영광이지요.”평국공 부인이 웃었다.“큰 아가씨는 참으로 말도 예쁘게 하시는군요. 볼수록 마음에 듭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현정은 남몰래 이를 갈았다.‘천한 것, 경계심이 이리 강하다니!’아무래도 미리 준비해 둔 후사를 잇지 못하게 하는 약을 먹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상관없어. 아직 사흘이나 남았으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장 도사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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