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운의 고향 집에 세워진 담장이 제아무리 높다 한들, 후부의 붉은 대문 집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윤녕이 세상을 떠난 뒤, 주씨 노모의 삶은 여간 팍팍해진 게 아니었다.첫째 며느리는 워낙 영악하고 셈이 빨라 장례를 맡아 치르겠다는 핑계로 뒷돈을 쏠쏠히 챙겼고, 윤녕이 남긴 지참금마저 탕진해 버렸다.둘째 며느리는 욕심은 적었지만 게으르고 먹는 것만 밝히는 위인이었다. 매일 밥이 나오면 숟가락부터 얹고, 일이 생기면 쏙 빠져나가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처음 상의할 때만 해도 윤녕이 낳은 남매를 첫째 집과 둘째 집에서 나누어 거두기로 약속했으나, 막상 윤녕이 죽고 나자 두 동서는 온갖 핑계를 대며 서로 미루기 바빴다.주씨 노모는 이제 자신을 수발해 줄 사람도 없이 어린아이 둘까지 떠맡게 되어, 매일 피곤에 지쳐 목이라도 매고 싶은 심정이었다.은전을 빌려 예물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자, 주씨 노모가 가장 먼저 손사래를 쳤다.“빌리긴 누구한테 빌린다는 거냐? 윤녕의 지참금은 다 어디 가고?”주씨 가문 첫째가 입을 삐죽였다.“장례를 치르느라 거의 다 썼지요.”둘째는 젓가락으로 밥공기를 톡톡 두드렸다.“어머니, 며칠째 고기 구경도 못 했습니다.”그는 젓가락으로 죽을 저으며 덧붙였다.“고기는 둘째 치더라도, 이 죽에 쌀알이나 좀 더 넣어 끓일 수는 없습니까?”노모가 첫째 며느리를 흘겨보며 말했다.“네 형수가 살림을 맡았으니, 고기가 먹고 싶거든 형수한테 따지거라.”첫째 며느리가 기다렸다는 듯 쏘아붙였다.“어머니도 참, 은전을 받은 만큼 쌀을 사 온 것뿐인데, 제가 죽을힘을 다해 이 대식구를 먹여 살렸더니 돌아오는 건 타박뿐이네요?! 이럴 거면 저도 손 떼겠습니다!”첫째가 급히 아내를 달랬다.“어머니께서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잖소.”첫째 며느리는 눈꼬리를 치올리며 대꾸했다.“그럼 어머니 말씀이 무슨 뜻인데요?”노모는 은연중에 윤녕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예전 윤녕이 살림을 맡았을 때는 은전을 이보다 적게 주어도 매일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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