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의 모든 챕터: 챕터 721 - 챕터 730

732 챕터

제721화

민씨가 미간을 찌푸리며 막 부인하려던 순간, 소명주가 먼저 욕을 퍼부었다.“돌팔이, 완전 돌팔이잖아! 저 돌팔이 의원은 대체 누가 데려온 게냐?! 당장 저 돌팔이를 내쫓거라!”소명주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가슴 언저리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머리마저 윙윙 울렸다.눈꺼풀은 어찌나 심하게 떨리는지, 눈앞의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일 지경이었다.민씨는 소명주를 와락 끌어안았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명주야, 이 의원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구나. 다른 의원을 부르자.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응?”소명주가 어찌 다시 의원에게 진맥을 맡길 엄두를 내겠는가. 혹여 의원이 집안 내력인 병이라고 진단하기라도 하면,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살까 두려웠다.“어머니, 장 도사님께 법사 두 번만 더 해 달라고 하세요. 저는 병에 걸린 게 아니에요. 진료 같은 건 필요 없으니 법사를 두어 번만 더 지내면 괜찮아질 거예요.”민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장 조 어멈을 시켜 장 도사를 모셔 오라고 하마.”조 어멈은 “예.” 하고 대답한 뒤, 은표를 챙겨 장 도사를 찾아 나섰다.그녀는 이제 소명주가 여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확신하고 있었다.오윤녕, 그녀야말로 마님의 친딸일 가능성이 컸다.소명주도 참으로 간이 컸다. 밖에서 낳아 온 딸 주제에 후작부의 적녀 행세를 하는 것도 모자라, 마님을 부추겨 친딸을 핍박하게 만들다니!그녀는 반드시 증거를 찾아내 마님께 알려야만 했다.*장 도사는 소명주만을 위한 법사를 따로 한 차례 진행했다.밤새 두려움에 떨며 한숨도 자지 못했던 소명주는 법사가 끝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이내 졸음이 쏟아졌다. 민씨는 소명주가 깊이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키다가 자리를 떴다.소명주를 달래 재운 뒤, 민씨는 쉴 틈도 없이 장 도사를 찾아갔다.“도사님, 제 큰딸 쪽은 어찌 되었습니까?”초제를 지낸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초제의 마지막 날이자, 사시에 제단을 거두기로 한 날이었다.이치대로라면 장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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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소설아는 빙그레 웃었다.“그렇지 않다면, 도사님은 대체 뭐가 켕기시는 거죠?”그녀의 맑은 눈빛은 상대의 눈에 깃든 추악함을 단번에 꿰뚫어 보는 듯했다.장 도사는 코웃음을 치더니 손에 든 복숭아나무 검을 소설아에게 겨누며 말했다.“소 아가씨 몸에 깃든 요사스러운 기운이 갈수록 짙어지는구나. 육자야! 당장 검은 개의 피를 가져오너라!”애초에 그는 소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여리여리한 규수일 거라 생각해 점잖게 대해 주려 했다. 하지만 이토록 오만하게 나오니, 손을 거칠게 쓴다 해도 탓할 수는 없을 터였다.저리 가녀린 규중 처녀라면 개의 피를 두 동이나 뒤집어쓰고 나면 틀림없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될 터였다.검은 개의 피를 뿌려도 소용이 없다면, 도관에 며칠 가두고 흠씬 겁을 주면 금세 고분고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육자야!”장 도사가 한참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육자는 어디 간 게냐?”그 순간, 들보 위에서 검은 그림자 몇 개가 뛰어내렸다. 장 도사의 어린 제자 육자는 온몸이 꽁꽁 묶이고 입까지 틀어막힌 채 장 도사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위 천호가 직접 의자를 들고 와 소설아의 뒤에 내려놓았다.“큰 아가씨, 앉으시지요.”“큰 아가씨, 이 요망한 도사는 어찌 처리할까요?”소설아는 옷자락을 추슬러 올리며 여유롭게 의자에 앉았다.“저 검은 개의 피를 모조리 마시게 해라.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때려죽이고.”즉시 금의위 두 명이 나서서 장 도사를 붙잡았다.다른 두 금의위는 육자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검은 개의 피를 들고 왔다.위 천호가 말했다.“큰 아가씨, 보아하니 저 도사가 제 발로 피를 마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소설아가 대답했다.“그럼 머리채를 잡고 대야에 처박거라. 마시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게 내버려 두고.”위 천호가 미소 지었다.“큰 아가씨, 묘안이십니다. 그렇게 하면 저희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겠군요.”장 도사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혼비백산하여 복숭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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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민씨는 편전 밖을 지키며 두 손을 비빈 채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였다.'신령님, 부디 도와주소서! 저 소설아를 무사히 제압해 꼼짝 못 하게 해 주소서!'편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창호지 너머로는 어렴풋이 흔들리는 불빛만 비쳐 나올 뿐이었다.반 시진쯤 기다렸을까. 안에서 들려오던 기척이 서서히 잦아들었다.이윽고 문이 열리자 향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역한 냄새가 훅 끼쳐 왔다.민씨는 황급히 다가가며 소리쳤다.“설아야, 설아야! 괜찮은 거니?”소설아는 몸을 틀어 민씨의 손길을 피하며 웃었다.“부인, 저는 아주 멀쩡하답니다.”새하얀 피부에는 복사꽃처럼 발그레한 생기가 돌았고, 마치 삼월의 복숭아꽃술처럼 싱그러운 활기가 넘쳐흘렀다.편전 안에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막 들어갈 때보다 오히려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미소는 눈가에서부터 번져 나왔다. 평소 차분하던 눈매마저 지금은 빛을 머금은 듯 반짝여, 절로 눈길을 빼앗길 정도였다.민씨는 어리둥절했다.'명주가 나왔을 때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마치 정기를 모조리 빼앗긴 듯했는데. 꼭 오백 명의 원귀에게 시달리기라도 한 사람 같았지.'그런데 소설아는 얼굴에 화색이 돌고 생기가 넘치다니. 장 도사가 사람을 잘못 짚은 게 아닐까? 저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소설아지, 내 딸 명주가 아닌데.민씨는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했지만, 차마 대놓고 물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억지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아야, 네가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조 어멈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이렇게 추운 날에도 마님께서는 편전 문 앞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지키셨습니다. 이제 큰 아가씨께서 무사하시니 마님께서도 한시름 놓으셨습니다.”“고맙다. 이 도관이 정말 용하긴 하구나.”소설아는 눈가에 장난스러운 기색을 띤 채 미소 지었다.곧이어 장 도사가 뒤따라 나왔다.장 도사는 몹시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얼굴빛은 칙칙했고 눈매는 축 처져 있어, 마치 원귀와 삼백 합이라도 겨루고 온 듯한 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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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장 도사가 소설아에게 은자를 뜯긴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반응을 보일 리 없었다.돈 냄새를 맡는 일이라면 서경수의 후각은 누구보다도 예민했다. 그는 자신의 짐작이 십중팔구 맞으리라 확신했다.소설아는 그를 상대하지도 않은 채 말했다.“그런 일 없어요. 서 사장님, 헛소리 마세요. 장 도사님은 제게 호신 부적을 보내주시기로 하셨을 뿐이에요.”“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소 아가씨 처소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따가 도사님이 부적을 가져오시면 제게 한 번만 보여주시면 됩니다.”“서 사장님은 어째서 거머리처럼 들러붙으시는 거죠?”소설아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서경수는 물러서지 않고 재차 캐물었다.“대체 어떻게 장 도사가 순순히 은자를 내놓게 만드신 겁니까? 말씀해 주시면 가겠습니다. 소 아가씨, 정말 너무하십니다. 저는 돈 벌 궁리가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소 아가씨를 떠올리는데, 소 아가씨는 돈 벌 궁리가 생기자마자 저부터 피하시는군요. 저 몰래 혼자 이문을 독차지하시다니, 양심에 찔리지도 않으십니까?”서경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말투에는 억울함이 역력했다.마치 눈앞에서 황금 만 냥을 놓치기라도 한 사람처럼 말이다.소설아가 손가락을 까닥였다.“이리 와 봐요. 알려 드릴 테니.”서경수는 실실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소설아가 목소리를 낮췄다.“장 도사가 민씨에게 은자를 받고 저주 의식을 치렀지 뭐예요. 제가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잔 것도 바로 그 사술에 걸렸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장 도사에게 입막음 비용을 내놓지 않으면 대리시에 고발하겠다고 했죠. 서 사장님도 은자를 뜯어내고 싶으시면, 우선 장 도사에게 사술부터 걸어 달라고 하세요.”서경수는 말문이 막혔다.“… 그 은자는 제가 벌 수 있는 돈이 아니군요.”소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서 사장님, 이것도 밑천 한 푼 들이지 않고 큰 이문을 남기는 장사라고요.”서경수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소 아가씨, 정말 독하십니다. 제가 도저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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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소설아는 잠시 멍해졌다. 배 장군이 이런 제안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서경수가 웃으며 거들었다.“소 아가씨, 배 장군님은 무공이 출중하셔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매달려도 배우기 어려운데, 어찌 망설이십니까?”최희정조차 제자로 받아 달라며 그토록 거머리처럼 매달렸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지 않았던가.소설아는 미소를 지었다.“배 장군님, 저는 무예를 익힐 생각이 없습니다.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무예를 배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신체 접촉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남녀가 단둘이 마주한 채 그런 접촉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았다.배 장군은 평소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어쩐지 소설아에게는 지나치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했다.호의를 거절당했음에도 배율승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는 다시 물었다.“참, 두 분은 방금 무슨 이야기를 그리 즐겁게 나누고 계셨습니까?”서경수가 웃으며 대답했다.“소 아가씨께서 이 도관이 소원을 아주 잘 들어준다며 저더러도 기도를 많이 하라고 하시더군요. 참, 곧 하산하실 텐데 배 장군께서도 함께 본전에 가서 향을 올리시겠습니까?”배율승이 미소를 지었다.“마침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군왕 전하, 저와 함께 가시지요.”두 사람은 나란히 본전으로 향했다.소설아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소설아가 처소로 돌아오니 하녀들은 이미 짐을 거의 다 챙겨 놓은 상태였다. 잠시 기다리자 장 도사가 찾아왔다.장 도사는 품에 상자 하나를 안고 있었다. 자단목으로 만든 상자는 길이 한 자, 너비와 높이가 각각 다섯 치 정도 되었다.그는 마치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상자를 품에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다.물론 그 안에 든 것보다 훨씬 많은 금은보화가 있었지만, 그것까지 전부 꺼내 오지는 않았다.“큰 아가씨, 전부 여기 있습니다.”소설아가 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는 고액 은표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얼핏 보아도 수십만 냥은 족히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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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장 도사는 품에 안은 자단목 상자를 꼭 끌어안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은표들을 과연 제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 써보기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도관에서 저택으로 돌아온 소명주는 기운이 쭉 빠진 얼굴이었다. 민씨가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도사님께서 법사가 순조롭게 끝났다고 하셨으니, 이따가 소설아 그년의 반응을 슬쩍 떠보러 가자꾸나.”소명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궁에서 나온 태감이 전갈을 전했다.“용비 마마께서 소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외모도 수려하고 지혜롭다는 소문을 들으셨습니다. 이에 입궁하여 담소를 나누자고 하셨으니, 내일 사시에 늦지 않게 궁문 앞에 도착하시기 바랍니다.”소설아는 태감에게 넉넉히 수고비를 쥐여 주었다.민씨는 속이 쓰렸다. 소설아는 대체 언제 또 궁에서 총애받는 후궁의 눈에 든 것일까? 어째서 저년에게만 좋은 일이 끊이지 않는 걸까?“설아야, 용비 마마께서 널 왜 보자고 하시는 거니?”소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민씨는 슬쩍 떠보듯 물었다.“그럼 명주랑 명지도 함께 데려갈 수 있겠니?”소설아가 대답했다.“입궁하는 큰일을 제가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지요. 마침 전갈을 전하러 온 태감이 아직 떠나지 않았으니, 사람을 보내 여쭤보겠습니다.”하녀가 서둘러 뒤쫓아가 소설아의 뜻을 전하자, 태감이 웃으며 답했다.“물론이지요. 마마께서는 북적이는 것을 좋아하시고, 젊은 아가씨들을 특히 총애하십니다.”소설아는 돌아와 민씨에게 말했다.“부인, 괜찮다고 하네요. 내일 명주와 명지를 데리고 입궁하겠습니다.”민씨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 누른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입궁할 때는 화려하게 꾸며야 할 텐데, 명주와 명지에게는 내놓을 만한 장신구가 없구나.”소설아가 먼저 나섰다.“이따가 장신구 두 세트를 보내드릴 테니, 동생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지 살펴보세요.”민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소설아가 정말로 고분고분해졌구나!*후궁, 요광전.용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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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그날 밤, 추영우는 다시 위원후부를 찾았다.이번에는 아주 일찍, 날이 어두워지기도 전에 도착했다.게다가 이번에는 소설아와 숨바꼭질을 하는 대신, 곧장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방의 문과 창문이 일제히 닫혔다. 단이는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밀려 문밖으로 튕겨 나가더니, 마당의 그네 위에 툭 떨어졌다.상염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추영우의 품에 낚아채이듯 안겼다.“야옹!”“큰 아가씨!”깜짝 놀란 단이는 손에 잡히는 빗자루를 집어 들고 당장이라도 문 안으로 뛰어들 기세였다.대낮에 감히 큰 아가씨의 규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다니, 대체 어떤 놈이 이리도 간이 부었단 말인가!“단아, 밖에서 지키고 있어.”소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금 멀찍이 물러나 있거라.”단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문가에 있던 하녀들을 불러 본채에서 멀찍이 물러났다.거리를 두고 서 있긴 했지만, 경계심은 오히려 더욱 곤두서 있었다.“전하.”향료를 만지작거리던 소설아는 추영우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면서도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손에 들고 있던 향료를 내려놓은 그녀는 손을 씻을 겨를도 없이 그를 맞이하러 다가갔다.“전하, 오늘은 어찌 이리 일찍 오셨습니까? 아직 날도 저물지 않았는데요.”추영우는 여전히 조복을 입고 있었다. 왕부로 돌아가 목욕을 재계하고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서둘러 달려온 것이다.그는 일찍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몹시 다급해 보였다.내일 용비가 설현정뿐만 아니라 소설아까지 부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추영우는 용비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용비는 미치광이였다. 사고방식이 보통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미치광이.채여진과 설현정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자, 추영우는 심히 걱정스러웠다.단순한 걱정을 넘어, 전례 없는 두려움마저 느꼈다.자신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용비가 소설아를 해칠까 봐 두려웠지만, 그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래서 추영우는 서둘러 찾아왔다.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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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소설아는 그를 끌어당겨 안으로 들어갔다.“전하, 앉아서 말씀 나누시지요.”추영우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그녀에게 이끌려 의자에 앉았다.소설아는 작은 의자를 가져와 그의 발치에 앉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전하, 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그녀는 귀에 진주 귀걸이를 달고 머리에는 진주 비녀를 꽂고 있었다. 진주의 은은한 빛이 뺨에 어리자 뽀얀 피부가 한층 더 맑고 투명해 보였다. 살짝 꼬집기만 해도 물방울이 맺힐 듯했다.추영우는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진땀을 뺐다.“전하, 뭘 그리 보고 계세요? 어서 말씀해 보세요.”추영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에는 옅은 서릿발이 어렸다.“어찌 이리 낮은 곳에 앉아 있는 게냐?”소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남은 한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겼다.“전하의 무릎을 베고 누워도 될까요?”추영우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이 여인은 정말 너무했다!소설아의 눈가에 장난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전하께서 거절하지 않으셨으니,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그녀는 먼저 그의 무릎에 팔꿈치를 올리더니, 이내 천천히 머리를 기대었다.비단 도포 너머로 따뜻하면서도 잔뜩 긴장한 그의 몸이 느껴졌다.그랬다. 추영우의 몸은 순식간에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고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 마치 무공이 고강한 적수를 마주하고 경계 태세를 취한 것 같았다.“전하, 너무 딱딱하세요.”추영우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허, 내 몸이 배긴다고 불평하는 것이냐?”목소리가 다소 갈라져 있었다. 짐짓 목소리를 낮게 깔아 차갑게 들리도록 애쓴 것이다.하지만 정작 귀 뒤쪽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목덜미로 뜨거운 열기가 훅훅 치밀어 오르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네. 전하께서 너무 딱딱하게 굳어 계셔서 눕기가 불편해요.”소설아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추영우는 정말 미칠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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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다리는 부드럽게 풀렸지만, 전하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이번에는 소설아도 재촉하지 않았다.자꾸 채근하다가 전하가 참지 못하고 도망쳐 버릴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방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두 사람의 크고 작은 숨소리만이 느리고 빠르게 엇갈리며 들려왔다.주변의 온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달콤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가 방 안에 피어올랐다.차 한 잔을 마실 만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추영우는 특유의 강인한 자제력으로 평정을 되찾고 마침내 정사를 입에 올렸다.“내일 어마마마께서 널 입궁하라고 불렀다지?”“알고 있습니다. 용비 마마께서 사람을 보내 통지하셨어요.”소설아는 방긋 웃으며 물었다.“전하께서 저를 걱정하시는 겁니까?”추영우는 가볍게 “응” 하고 대답했다.“전하,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은 든든한 방패막이 둘을 데리고 갈 테니까요.”한 사람은 소명주, 다른 한 사람은 소명지였다.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두 사람을 앞으로 밀어 넣으면 그만이었다.특히 소명지는 어리숙하기까지 하니, 그녀만 곁에 있으면 소설아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추영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일 나도 갈 것이다.”“내일 또 전하를 뵐 수 있다니 정말 좋아요.”소설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배부른 고양이처럼 그의 무릎에 뺨을 살며시 비볐다.그녀의 행동에 추영우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정사를 논하고 있는데, 얌전히 좀 있거라.”소설아는 편안한 자리를 잡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추영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마치 주도권을 되찾은 것 같았다.“내일 설현정도 입궁할 것이다. 어마마마께서 보는 앞에서 설현정에게 관심이 있는 척할 생각이다.”소설아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올려다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용비를 속이기 위한 연막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 앞에서만큼은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고 싶었다.추영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차가운 얼굴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에게 보이는 관심은 모두 거짓이다.”그의 위로에 소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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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보아하니 이 여인이 아주 구제 불능은 아닌 모양이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가 미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소설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전하께서 이미 저를 욕하셨는데, 제가 뻔뻔하게 굴지 않으면 억울하게 욕만 먹은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소설아는 그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킨 뒤, 크고 맑은 두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는 반짝이는 빛과 장난기가 은밀하게 감돌고 있었다.추영우는 그녀의 불량한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과연 그녀의 말대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고 위아래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감히 대놓고 이토록 선을 넘는 요구를 하다니.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오냐오냐하며 내버려 둔 탓이었다.그때 소설아는 문득 손가락을 통해 전해지는 힘을 느꼈다.추영우의 손등 위로 굵은 핏줄이 연달아 불거져 나왔다. 동시에 목덜미의 핏줄까지 툭 튀어나왔다.핏줄 주변으로 피가 몰리면서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귓바퀴는 진작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내뱉는 숨결마저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어 닿기만 해도 델 것처럼 느껴졌다.지금 추영우는 분노와 수치심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눈빛에 서려 있던 서늘함은 열기에 흩어졌고, 온몸은 짙은 욕정에 휩싸여 있었다.“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짧은 한마디 한마디가 거의 이를 악문 채 새어 나왔다.말투는 여전히 차갑고 딱딱했지만, 소설아는 그가 세운 방어막이 조금도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몹시 취약해, 가볍게 입김만 불어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소설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전하, 입 맞추게 해주십시오.”“목은 안 된다.”차갑게 명령이 떨어졌다.소설아는 그의 목이 무척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럼 입술에 하겠습니다.”괘씸하다!이 괘씸하고도 수치심을 모르는 여인이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반드시 본때를 보여 주리라 다짐했다.소설아는 곧바로 입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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